짧은 시간 간격을 가지고 힘차게 차고나가는 소리, 이 소리의 특징은 온 계곡을 울릴 정도로 우렁차다는 것, 방울낚시는 릴낚시와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 바로 순식간에 차고나가는 박력이 그것이다. 릴낚시도 뭐, 차고나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계의 힘을 빌려 당기는 것이라 방울낚시 만큼 원초적이진 않다.
깡통처럼 생긴 실패와 낚싯줄, 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잉어와의 맞대결이다. 중전의 털보아저씨는 이렇게 며칠만에 찾아온 반가운 잉어를 능숙한 솜씨로 요리한다. 아니 운전한다.
나흘만이다. 잉어가 선보이기는 사흘만이지만 사흘전 나왔던 잉어보다는 씨알이 굵다.
살진 잉어가 나오는 가을, 그것도 바야흐로 겨울을 코앞에 둔 늦가을 잉어다. 겨울을 준비하는 이맘때의 잉어는 그 힘이 남다르다. 살이 있는대로 올라있고 여름의 정기를 머금은지라 힘이 장사다. 그런 장사 잉어를 릴도 아닌 줄낚시로 맨손으로 끌고 당기고 있다.
일요일 한참 밀린 낚시터 관련된 일을 끝내고 부지런히 잉어사랑 정출에 가려고 현장의 회원들에게 전화를 거니 한시간 안에 모두 철수 한단다. 여기말고 다른 곳, 고기 나오는 곳으로 낚시를 들어가란다.
먼저 중전에서 자리를 옮겼다는 포항 구사장님이 있는 충주 목행교로 갔다. 구사장님은 옮긴지 한참되었는데 처음에 좀 나오다 요즘은 잉어가 안잡혀 한틀만 내놓고 모두 철수 시킨 상태다.
목행교를 돌라본 소감은 "한마디로 낚시할 기분이 안드는 곳" 바로 그랬다. 하수 종말 처리장도 없는지 충주시 생활 오폐수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물속에 음식물 찌꺼기가 둥둥 떠다니고 시궁창 냄새가 난다. 고기가 아무리 잘 잡혀줘도 낚시할 맛이 안나는 곳이다. 차라리 중랑천이 여기에 비하면 청정옥수다.
곧이어 전해성씨가 전화를 주어 정출에서 철수한 서진낚시 원사장님이 중전으로 가신다고 연락이 왔다. 두말할것 없이 중전으로 방향을 잡았다. 목행에서 출발하여 1시간만에 중전에 도착했는데 원사장님은 도착전이다.
토박이로 자리잡고 있는 털보아저씨를 만나 반갑게 상견례를 하고 자리를 안내 받았다. 중전에는 털보아저씨와 서울넘버의 낚시꾼차가 하나있었는데 모두 방울꾼들이다. 내가 앉은 자리는 여름날 꽁지머리가 앉았던 땟목 위.
2주전(전해성씨 사고나던) 전해성씨가 비벼놓았던 떡밥을 챙겨두었다 이번에 써먹으려고 풀어보니 곰팡이가 파랗게 피었다. 떡밥을 주물러보니 속에서 실같은게 나온다. 완벽한 청국장이다. 전해성씨의 떡밥을 버리지 않고 챙긴 이유는 그 배합이 너무나도 환상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