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의 특화된 치유프로그램 개발의 모형
2)소울푸드로서 사찰음식
『열반경』에 상담을 하러 찾아온 이에게 부처님이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라고 묻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먹는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런데 오늘날 음식은 화려한 색과 향기를 가진 화학첨가물로 인해 질이 낮을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음식 고유의 맛을 퇴색시키고 있다. 반면 사찰음식은 자연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음식 고유의 맛을 되찾게 하고 또한 사찰음식에 깃든 생명존중과 단순함의 의미를 알게 해준다. 가령, 잘 익은 호박 하나에도 햇빛과 물과 바람과 땅의 기운이 담겨 있어 수행을 하며 이룬 생명이 내 안으로 들어가 내 생명과 합일되는 것을 알게 해준다.
『증일아함경』에 "일체의 제법은 식(食)으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식이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도 있지만 음식이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불가의 대표적인 발우공양은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잘 담고 있다. 한 솥밥 그릇을 공평하게 나누어 먹으니 평등공양이고, 먹을 만큼 담아 깨끗이 비우니 절약공양이며, 청결공양이다. 또한 이 음식을 받기까지 거쳐 온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음식이다. 이처럼 스님들의 발우공양에 담긴 평등, 절약, 청결, 감사, 공동공양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찰음식은 정신적 만족이며 육체와 정신이 결합된 소울푸드이며 상호연관 관계를 깨닫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찰음식은 다분히 자연치유의 식이요법이다. 식이요법은 세포가 필요로 하는 올바른 음식물을 섭취하여 전신 건강을 도모하는 가장 중심된 건강법의 하나이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생식은 살아 있는 효소, 비타민, 미네랄, 기타 생명 물질이 풍부하여 인체가 가지고 있는 자유 치유력을 극대화시켜 질병 예방 및 개선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고 있음이 그것을 반증한다. 특히 사찰음식은 담박함이 특징이다. 음식을 먹되 그 음식을 통해 마음 속 탐욕을 덜어내야 한다. 때문에 사찰음식에는 감사와 나눔, 비움의 정신을 깨닫게 함은 물론 심신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치유적 요소가 있다 할 것이다. 수행과 더불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된 사찰음식 식단과 함께 몸의 균형과 마음의 안정된 변화를 모색하는 사찰 음식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간직한 '힐링 밥상'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찰음식과 관련된 연구를 살펴보면, 사찰음식은 사찰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경제활동의 증가,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야기되는 당뇨 또는 비만 같은 만성질환 등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웰빙 음식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천년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음식은 영양성, 건강성, 생체방어, 질병예방에 좋고, 또한 치료기능, 생체조절, 노화억제 등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사찰 음식은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웰빙 음식으로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지고, 특히 발우공양이 문화상품화, 브랜드화되어 국가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제철과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하는 로컬푸드(Local Food)이므로 지역경제 발전의 효과를 줄 것이다.
또한 사찰음식에는 선사상과 함께 음양오행 사상의 영향이 짙게 스며들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찰식음식생활의 문화적 특징으로 평등사상, 청결사상, 절약사상, 공동체 사상, 복덕사상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정신적 가치들은 음식과 함께 문화환광상품으로서 매우 훌륭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사찰 음식문화는 채식위주로서 이는 불교의 계(戒)와 관련이 있고 따라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자기관리에 그 핵심이 있다. 즉, 동물을 제도의 대상으로 봄으로써 동물에 대해 자비심을 갖게 되고 채식위주의 식사는 이러한 자비심의 실천을 강조한다. 또한, 사찰음식의 보급은 현대인들의 식생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몸과 마음에 건강한 웰빙음식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깨달음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정진하는 출가자들에게 소박하지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지혜가 담겨있다. 사찰 음식 전문가인 선재 스님은 일반인들에게도 일상적인 음식을 섭취하되 음식에 대한 집착과 탐욕을 떨쳐버림을 통해 나와 타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됨을 언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찰음식은 정신적 가치뿐 아니라 육체 건강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고, 따라서 자연의 맛을 지키고 나눔의 미덕을 펼치며 자연에서 비롯되는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사찰음식문화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3)선시 염송과 치유적 의미
건강한 시는 건강한 마음을 불러 온다. 그런 의미에서 시를 세로토닌 포엠(serotonin poem), 또한 그 시가 전해 주는 마음의 평온을 세로토닌 마인드(serotonin mind)라고 할 수 있다. 시를 가까이 두고 위로가 필요할 때 꺼내어 낭송을 하면 상처가 아물고 그 위에 꽃처럼 새살이 돋아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시 한 구절 속에는 세상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선은 맑고 밝고 간결하고 소박하고 탈속함을 그 특징으로 한다. 나아가 탈속 무애한 직관적 사유와 시적 영감으로 발아된 선시는 상징과 비유 등의 표현을 통하여 선사들의 구도와 깨달음의 세계를 이해하게 하고 또한 미혹한 중생을 깨우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시문학이 그러하듯 선시는 무엇보다도 극도로 절제된 언어로 구도와 깨달음의 순간의 절정을 노래한다. 최근 선시는 아름다운 선율로 만들어져 모성의 숨소리 같은 울림과 감동으로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고 마음속에 따뜻한 감성을 발효시킨다. 그로 인해 우리의 억눌린 가슴, 불안, 스트레스, 우울 모두가 씻겨져 나간다. 가령, 나옹선사의「청산은 나를 보고」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3독(三毒)으로 찌들고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전형적인 선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웰빙'의 시대를 넘어 '힐링'의 시대에 주옥같은 선시를 염송하고 감상하는 것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버리고 지상과 우주에 교감하는 우주의 귀를 열어 줄 뿐만 아니라 텅 빈 충만의 세계를 보듬게 함으로써 마음치유의 새로운 장을 열어 줄 것으로 생각된다.
4)소외 계층을 배려한 치유프로그램 개발
이제는 사찰 안 중심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찾아가 함께 하는 나눔과 힐링의 템플스테이가 되어야 한다. 요즈음 힐링의 아이콘인 혜민스님과 함께 하는 '2030 마음치유 템플스테이'는 취업문제와 경제난, 학업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청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이 지금까지 고객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이제는 직접 발 벗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중화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대중화를 위한 프로그램의 대상은 이른 바 나눔과 힐링이 절실한 소외 계층, 즉 다문화 가정, 노숙자, 해고 노동자, 실직자, 장애인, 노동자,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젊은 세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나눔과 힐링은 주요 테마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향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서는 상처를 치유하며 위로하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반조하며 마음의 번다함을 내려놓음으로써 비움의 지혜를 배우고, 상실한 꿈을 일깨워주는 희망과 도전을 주제로 하는 특화된 프로그램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무엇보다 절실한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는 에니어그램, 긍정심리, 마인드 케어 등 다양한 학문적 이론과 경험 등이 적극 수용되어 프로그램 내용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치유적 의미가 내재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심신치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서용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불교문학전공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