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Woman Writing a Letter
Frans van Mieris(1635–1681),
프란스 반 미리스, 네덜란드
책상 옆엔 펼쳐진 편지가 놓여 있다.
여인은 아마 이 편지의 답장을 쓰나 보다.
그런데 얼굴엔 근심 한 가득
깃털 펜 잡은 손에 힘이 없어 보인다.
촛농처럼 속도 무너지고 있나보다.
운 떼기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
조심스런 단어를 선택하겠지.
실망시키거나 상처주게 될테니...
밤에 쓴 저 편지는 과연 아침에 부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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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의 한 줄 문자 조차도 내 의도대로 전달될지 전송전 다시 생각해 보기 마련이듯, 밴드에 올릴 글도 써 놓고 다시 확인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사실 볼 때마다 못마땅한 부분이 나온다. 심지어 틀자체를 엎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오류가 있거나 미흡한 부분들이 보여도 적당히 모르쇠 해야만 매듭을 지을 수 있다.
하물며 특정인과의 편지는 일필휘지는 딴 세상 얘기고 첫 단어부터 고민 고민 끝까지 가려가며 쓰게 된다. 표정없는 문자의 해석은 전적으로 읽는 자의 몫이기 때문에 단어 선택이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로 확실하게 설정된 관계가 아니라면, 밤에 쓴 열정과 고백 또는 헤어질 결심의 편지가 우체통 속으로 톡~ 낙하하는 건 몇 번의 망설임 또는 수정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Unsent love letters of kawabata Yasunari
편지지가 제법 크고 두툼한 모양이다. 연심과 연민이 가득했을 저 편지를 작가는 결국 부치지 못했다. 일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편지다.
가와바타는 단지 편지 한 통으로 파혼을 통보 받았다.
어린 여자의 갑작스럽고 결연한 결정이었을테니 거두절미한 짤막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일말의 조짐도 없었기에 더욱 아프고 답답하고 참담했겠다.
수수께끼 같은 이별 통보였지만 22살 청년의 이미 몰입된 상태의 연심은 접기 힘들터, 그리움은 증폭되고 안부와 근황 걱정에 속은 타들어 갔을 것이다.
그 마음들이 구구절절 편지가 되었지만 한 켠에 포개졌을 뿐이다. 부치지 않은 걸까 못한 걸까? 가지런히 접혀 보관되며 그와 평생을 함께 하다 사후에나 발견된 편지들을 보니 먹먹해 진다.
뱀발:
연인에게 닿지 못할 편지나 사랑의 번민 갈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편지에 줄리엣의 이름으로 대필 답장해 주는 소재의 영화가 있었다. <Letters to Juliet>인데 내용이 뻔하고 단순할 거 같은 로멘틱 코미디 쟝르도 다층 구조로 전개될 수 있어 심심치 않다는 걸 알게 해 준 영화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장 베로나의 '줄리엣의 안뜰'에는 언젠가 부터 편지가 붙기 시작했고, 그 내용들은 절절한 사랑의 마음 또는 그로 인한 고민들 그리고 인생의 고민들이었다. 이에 '줄리엣의 발코니’란 자원봉사 단체가 설립되고 '줄리엣의 비서들'이란 이름하에 답장을 하기 시작했다.(실존 단체임)
팩트체커로서 일하는 미국인인 소피가 여행차 왔다가 그 취지를 알게 되고 참여하며 안뜰 벽돌 사이 공간에 끼워져 50년이 지난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베로나에 학업차 왔다 로렌조 바르톨리니라는 남자와 막 사랑에 빠졌으나 영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클레어가 갈등하며 조언을 구하는 편지였는데, 발견되지 못해 답장을 받지 못한 채 귀국했다. 이제 발견한 소피가 답장을 했고 마침 미망인이 된 클레어가 손자와 함께 베로나로 넘어와 단지 이름만 알 뿐인 옛 연인을 함께 찾아 나선다는 다소 무모하고 모험적 이야기이다.
아주 단순한 전개 같지만 소피의 연인관계 갈등 그리고 자원봉사 빙자 글소재 찾기 의심, 손자와의 러브 라인 형성 등 여러 복합 요인들이 작위성 없이 자연스럽게 잘 엮여진 좋은 영화였다.
결말은 모두 윈윈, 사랑 찾고 진실한 자아 찾은 해피 엔딩..
내가 베로나에 살면 저 자원봉사 단체에서 편지를 쓰고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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