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九 章
<9-1>
厅中陈设的都是古玩,而且每一件都价值连城。
好在这五女一男都是识货的,他们选的也都是精品,再者,只隔一道墙,搬运也很方便。
不但前面值钱的东西搬得一空,他们还把后宅一些值钱的珠宝都带走,可以确定这是盗泉之水,该把它用在一个有意义的地方。
然后雇来了几辆车子,一车接一车的堂皇而去。
由于史大官人一向少与人来往,所以他们家紧闭大门是常事。
直到一个对时之后,那些穴道受制的人自动解穴才得活动可是他们没有声张,连死掉的史进都没有报官,悄悄地掩埋掉了。
厅中留下了四灵的名号与一封柬帖,写明了查知该地为锦衣卫之外围厂卫,不思报国卫民,却藉赖官方势力,暗行劫盗,故予严惩,着令即予悔改。
赃物一批,移作赈济两湖灾民之用。
掳劫之慕容家孤子,代为送还。
柬帖上公开具了名。
她们却拿得准对方不敢公之于官的,也不会在官方落案。
由于兹事体大,南宫少秋虽然仍是打算凭几个人的力量去与锦衣卫周旋,但是不得不先赶回金陵*⑴的南宫府一行,把事情作一报告。
他们在南宫府中,得到了很隆重的欢迎与很客气的招待。
尤其南宫府中的一些门客,他们这时才对南宫少秋刮目相看,知道这位四不像少爷原来是大智若愚,深藏不露。
一件那么难办的案子,南宫门中出动全力、都没有打听出一点消息,却被他在两个月内解决了。
他们也了解到南宫素素何以对那个三侄少爷全力支持了,原来她早就看出这个小伙子的内涵之深。
南宫萍对他们更是感激涕零,亲自跪下来向五位红粉女杰拜了一拜,慌得几个女孩子连忙躲开。
胡美珍连忙托起她道:“大姐,你这是干什么?”
南宫萍垂泪道:“我实在无法表达我心中的感激,满门遭害,仇家不知是谁,孤子又遭劫掳!
未亡人实在不知道何以对慕容家的列祖列宗,各位不仅为我救回了孩子也查出了仇踪,难道还当不起我一拜吗?”
胡风道:“大姐,你这一说我们就太不敢当了,我们只是运气好凑巧碰上,何况真正出力的是令弟少秋兄,一切的线索都是他发现的。”
南宫少秋笑笑道:“大姐,你现在道谢还早了一点,该听听宝哥向你报帐,我这一趟出门,花了你不少钱。”
南宫萍道:“我知道了,你花在赈灾上,那是应该的。慕容家偌大一片产业也是致祸之由。我正准备把它散出去。
我只是不甘心为奸人所勒索,所以对方开口要壹亿银两,我断然拒绝了,但是我并不是舍不得这笔银子。
你们出去之后,我已经派人到四处去处理了各处的产业,共筹到了一亿七千多万两,今天我就把这笔钱交给你们,随你们的意思去处置。”
她捧出了五口箱子道:“五位妹子,你们每人一箱,箱中是三千六百万两各处通行的银票……”
胡风咋舌道:“大姐,你这是做什么?我们帮助少秋兄是为了武林道义,可不是为了钱!”
南宫萍道:“我知道,这笔钱也不是送给你们,只是请你们拿去代为支配,用在最适当的地方而己。”
胡风道:“那也用不了这么多了,两湖水灾,我们原定是筹措五十万两,现在已经筹到了六七百万两,比预定的多出了十几倍。官家拨付的赈银也已经有三百万两,足够帮助那些灾民们重建家园了,多了反而没有用处。我们赈灾的目的是救急而不是济贫,若是给他们的救援太多,使他们不劳而富,那就不是救济的本意了。”
南宫萍道:“风大妹子,我并没有说要用这笔钱去济灾,也没有说一次用光,你们保管在手中,看到该用的就用。你们活动的范围广,接触面较大,一定会比我更善用这笔钱的。”
“可是你还要重建慕容世家,那也要用钱的。”
“我还留下了一半,那已经足够了,行侠仗义固不可无钱,但聚财太多,也不是一件好事。慕容家之所以遭受那次大劫,太富有了也是原因之一。我们不但赔上了一家老小不说,还连累到了热心帮助我们的朋友也一并遇害,使我十分歉疚。我把剩下来的产业也作了一番处理,每一个在我家遇害的人,就近送他们家人一处产业。至于我慕容本家,只留下一份足以维生的田庄就够了。”
这位劫后余生的红粉英豪似乎看开了,她散尽了亿万家财毫无吝色,使得几个女孩子既感动又敬佩!
胡风苦着脸道:“大姐,你可害苦了我了,我从来也没有掌握过这么多的钱,现在反而不知道如何是好了。”
南宫少秋道:“那你不妨先拿着,我来帮你想法子好了,我是个花钱的祖宗,一定能替你花光这笔钱的。”
胡风道:“那敢请好,我们都交给你处理好了。凭良心说,我也不是没见过钱,三五十万,我经常左手进来,右手出去。可是三千多万,我实在不晓得要如何花。这世上的穷人固多,但是给他个三五十两,帮助他渡过难关,建立谋生之道那很有意义,若是给他三五千两,让他成了老太爷,这就是害他了。”
南宫少秋道:“我也不赞成这样子济贫。不过用钱的途径很多,比如说你可以设下义诊处施药,使贫而病者得以诊治。
或者冬天设厂施粥,发放寒衣,设立义塾,让贫家子弟也有读书的机会。
还有修桥铺路、修筑堤防、开辟山地、兴建水利等等,这些都是助人自助,解决根本之道,远比你把银子给人更有意义。”
胡美珍道:“少爷说得对极了!我们从来也没有想到济贫有这么多的方法,以前只知道把钱分给他们。
结果有些人是振兴起来了,有些人把钱花光了,依然一贫如洗。
最后还得我再送银子去,兔得他们饿死,气得我真想丢开他们不管了,既是如此,我们都交给少爷处理吧!”
席容容和含沙射影也都作了同样的表示!
她们虽然多年来都是在从事劫富济贫的侠举,但穷人越救越多,倒是不知如何处理了。
尤其是这么大一笔款子,抓在手上不晓得该怎么使用。
南宫少秋道:“我相信你们没有一个会把钱留下给自己的,这笔钱如何运用是以后的事,但必须你们收下来。”
胡风道:“为什么呢?既然都交给你统筹运用,何必还要浪费一道手脚来交给我们呢?”
南宫萍道:“这表示我散掉家财的决心,没有了钱对方不会再在孩子身上打主意。而各位都是有名的散财天女,钱分散到你们手上也不可能保存太多的,所以也不会再把算盘打到各位身上。各位拿走了钱,就是帮了我一个大忙。”
(일부 누락이 의심됨)*⑵
胡风道:“我们才不怕呢,否则也不会去惹他们了。但孩子回到南宫世家了,还怕有危险吗?”
南宫萍苦笑道:“孩子上次就是在南宫家丢掉的。当然经过一次变故后,我们会提高警觉,但是我不能整天动用大批的人力来保护我的孩子!”
南宫少秋道:“对了,大姐,我觉得你还是把小虎送到别的地方去安全,对方事败之后一定会特别注意这里,虽说我们不怕,到底还是小心点的好!”
南宫萍轻叹一声道:“阿宝一到家,我就把他们两个人送上少林习武去了,而且还剃了头发做小沙弥!”
南宫少秋一怔道:“大姐,这是干什么,你家就是这一条根,怎么能叫他出家做和尚呢?”
“是素姑的意思,她跟少林住持方丈是方外至交,请他破例通融的,二十岁再准他还俗下山。”
“山上可是苦得很,规矩又重。我在那儿待过三年,实在乏味得很,一个好好的孩子何必要去受这个罪呢!”
“三弟,他没有你这么好的福气,生来就该吃苦的,而且将来他责任重大,也该去磨一磨。”
“上山去两三年,扎扎基本底子,我倒不反对,少林的易筋篇对初扎根底的学武者是很有用。但不必留这么久,慕容家的家传武学比少林的高!”
“他也不是完全学少林的功夫,阿宝在山上陪着他,不但慕容家的武学,连南宫家的武功也都要他学,素姑答应每年去考究他一次!”
南宫少秋也很怕这位姑姑,听说这种话,知道这是姑姑的安排,就不再多说了,只道:“那么这十几年你都见不到他,你舍得吗?”
南宫萍微笑道:“说我舍得是骗人的,他才七岁,我怎么放心让他到那么远去?但我们这种人家,是享不到一般的天伦亲情的,我也只好狠下小了。”
胡美珍等五个女郎这时才了解到生在武林第一世家并不是一件快乐的事。
为了武林大局与正义,他们负担了大部分的责任,付出了全部的生活,甚至于生命;那绝不是一点虚名可以弥补的!
席容容感情最脆弱,忍不住珠泪承睫道:“大姐,你实在太苦了!”
南宫萍道:“妹子,我生为南宫家的女儿,又嫁到慕容家做媳妇,一身兼挑两大世家的责任,从来就不知道什么叫苦,什么叫乐?我只知道上天赋予我多少责任,我必须尽一切努力去完成它,如此而己。现在我们抛开那些婆婆妈妈的话题不谈,谈一些最迫切的问题,你们是否还有意思追查下去?”
胡风抢着说:“当然了,我们在史进家中留名,就是跟厂卫*⑶方面挑明了干到底,我们不去找他们,他们也会找我们的,倒不如先去作个了结!”
南宫萍点点头道:“不过事情好像另有内情,卢凌风虽然主管锦衣卫,这件事却不是他主使。”
“我们也知道,史进已经指出了一个叫司马洛的人,我们相信背后还可能有重要的人在主使。”
“我也不相信卢凌风会做这种事,因此我们必须对内情作深入的了解,不能盲目而动。”
南宫少秋道:“我们是打算到京师去了解的,因为顺路才拐回金陵,正好通知家里一声免得厂卫找上你们而不知情。”
南宫萍一笑道:“那你也未免对自己的家太没信心了,事实上出了慕容家那件事后,我们对官家也列入了怀疑的对象,一直都在密切的注意中,因为我们考虑过了,江湖上还没有一个组织庞大得有如此实力!”
“那怎么一直就没有对他们展开调查呢?”
南宫萍道:“问题在于我们对官家的内情也了解太少,在估计中,卢凌风也没有这么大的本事。
现在才知道厂卫的势力不仅限卢凌风一股,另外还有不少暗中的爪牙,那就值得重新估计了。”
南宫少秋笑道:“我的预算是到京师去找卢凌风,因为从史进的口中,听出他们那边对卢凌风也有排挤之意,他一定会帮助我们的。”
南宫萍道:“假如你们现在到京师去,可能见不到卢凌风了,据我所知,他已秘密离开了师两天了。”
“上哪儿去了?”
“没人知道。卢凌风也是老江湖,又担任了密探头儿多年,对保密行踪,自然有他的一套,因此没有一个人踩得住他的去向,不过据我的判断,他多半是到金陵来了。”
“他上金陵来干吗?”
“找南宫家解释一下事情发生的因果,撇清他自己的嫌疑,你们留下的字条已经表明了事情是厂卫所为,而且将掳劫的幼子送回南宫府,他自然急着要来解释一下,怕我们找到他头上。”
南宫少秋深思不语。
南宫萍道:“你们不妨多等个一两天,假如卢凌风果真是上金陵来了,不是明天就是后天必可到达,从他口中问清实情,总比你们去盲目摸索的好。”
南宫少秋道:“大姐,你的评断能力是全家信服的,否则爹也不会把府宗的担子交付给你,既然你这么说,我就把行程挪后两天好了!”
南宫萍道:“假如后天他还没来到,我保证也可以探出他的下落了,那时你们要找他也方便些。”
于是一行人都住了下来。
这两天大家过得并不寂寞!
尤其是那几个女孩子,她们总算见到了天下第一女神龙南宫素素,领教了她一身超凡的艺业,使几个女孩于心眼口服。
她们发觉自己与南宫素素相差得实在太远了。
不但南宫素素高明难及,南宫萍的一身所学,也高出她们很多,她们才了解到,天下第一世家的盛名并非幸致,他们确有超人之处。
最心高气傲的女王蜂胡风也最肯服人,知道自己不行,立刻就虚心求教。
而南宫家的上下两代女主人也最喜欢她,认为她的脾气刚直、爽快,天生侠骨,最适合参与南宫世家的工作。
姑侄二人对南宫少秋都爱惜十分,认定了他将来必定会接长南宫府的,这些红粉女将也可以成为他最得力的助手,所以指点她们十分尽心。
南宫萍的判断十分正确!
在第三天的傍晚,果然有一个黑衣中年人来到南宫府报名求见,赫然正是锦衣卫指挥使卢凌风。
※ ※ ※ ※ ※ ※ ※ ※ ※ ※ ※ ※
제 9 장
<9-1>
대청에 진열되어 있던 물품들은 모두 골동품(古玩)들로서 대부분이 무척 진귀하게 여겨지는 물건들이었다.
다행히 그들 다섯 여인들과 한 남자는 이런 물건들을 제대로 감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가치가 더욱 높은 물건들만 잔뜩 골라내는데, 다행히 밖으로는 담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운반하기도 편했다.
앞채에 있던 값진 골동품들을 다 끄집어 낸 다음에는 뒤채에 있던 보석들도 모조리 챙겼다.
그들은 도적질로 얻어진 물건들이라도 의미 있는 일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나중 세 낸 여러 대의 마차들이 와서 물건들을 모두 싣고는, 꼬리를 물며 보무당당하게 어디론가 향했다.
사(史) 대관인이 평소에도 사람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 보니, 집의 대문이 종일토록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은 조금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만 하루가 꼬박 지난 다음, 뒤채에 있던 사람들은 제압되었던 혈도가 풀리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으나, 그들은 관부(官府)에 보고하지 않은 채 암암리에 사진을 땅에 묻어 버렸다.
대청에 남긴 사령(四灵) 명의의 쪽지엔, 조사 결과 이곳은 금의위(锦衣卫)의 외곽 조직으로 보국위민(报国卫民)할 생각은 하지 않고 관부의 힘을 이용하여 암암리에 강도질을 해왔기 때문에, 이에 엄히 징계하니 회개하도록 하라는 글이 명료하게 씌어 있었다.
장물(赃物)들은 모두 양호(两湖)의 재민(灾民) 구휼용으로 보내졌고, 납치되었던 모용가의 유일한 피붙이도 무사히 돌아왔다.
편지에는 사령이 공개적으로 서명을 남겨 놓았지만 그녀들은 상대방이 함부로 관청에 고발할 수 없다고 믿었다.
설령 신고하더라도 관부에서는 물론 현안으로 다루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벌어진 일들은 사안이 워낙 중대해 남궁소추는 사람을 시켜 금의위와 접촉을 해 볼까 생각도 해 보았으나, 결국은 먼저 금릉(金陵)*⑴에 들러 남궁부(南宫府)에 보고하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하였다.
-사령(四灵)은 남궁부(南宫府)에서 융숭한 환영과 대접을 받았다.
한편 남궁부 사람들은 남궁소추에 대해 눈을 비비고 다시 보기 시작하였고, 비로소 이 사불상(四不像) 소야(少爷)가 실은 큰 지혜를 숨긴 채 어리석은 사람처럼 처신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중에서 총력을 기울였었지만 한 점의 실마리도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던 사건이, 그에 의해 채 두 달도 못돼 해결되지 않았는가!
그들은 남궁소소(南宫素素)가 그동안 이 셋째 조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이유가 그의 숨어 있는 뛰어난 자질을 일찍이 발견했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남궁평(南宫萍)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사령(四灵)에게 절을 했고, 그녀들은 당황하여 몸을 피하기에 급급하였다.
그나마 호미진(胡美珍)이 황망간에 남궁평을 일으키며 말했다.
"큰언니, 어찌 이러세요?"
남궁평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지금 내 마음 속의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어요? 시댁의 모든 식구들이 해를 당했지만 원수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나마 살겁을 면했던 유일한 핏줄인 어린 아이마저 납치되어 종적도 모르다 보니, 이 과부는 나중 모용가의 선조들을 어찌 뵐지 눈앞이 캄캄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아이를 찾아 주셨을 뿐 아니라 집안 원수의 종적도 알아내셨으니, 한 차례 절이라도 올리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호풍(胡风)도 남궁평의 손을 잡았다.
"언니가 이러시면 저희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워요. 우리들은 단지 공교롭게 운이 좋아 함께한 것뿐이고, 단서를 찾는 일부터 대부분의 큰일은 모두 영제(令弟)인 소추(少秋) 형 혼자 해낸 걸요."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남궁소추가 히죽거리며 입을 열었다.
"누님, 고마워하기에는 아직 좀 이를 텐데요. 보(宝) 형이 와서 보고하는 것을 먼저 들어 보세요. 미리 말씀 드리건대 이번 출행 길에 적지 아니 돈을 썼습니다."
남궁평이 말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다. 네가 이재민 구호에 돈을 쓴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동안 느낀 게 있었는데, 결국은 모용가의 막대한 재산이 모든 화(祸)를 불러 일으킨 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래서 나는 모용가의 큰 재산을 처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나름 준비를 해왔다. 실은 내가 지난번 유괴범들이 일억 냥를 요구했을 때 단연코 거절했던 이유는, 돈이 아까워 그랬던 것이 아니고 간악한 인간들에게 굴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었다. 네가 출타한 이후, 나는 각처에 사람들을 보내 모용가의 재산을 처분하도록 했고, 일억칠천만 냥이 넘는 은자를 마련했다. 오늘 이 은자를 너와 사령(四灵)들에게 맡길 테니 의중에 따라 사용하도록 하거라."
말을 마친 후 남궁평은 다섯 개의 상자를 내오게 하였다.
"다섯 자매 분들, 상자 하나씩을 받아 주세요. 각 상자마다 전국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삼천육백만 냥의 은표(银票)가..."
그녀가 말을 끝내기 전에 호풍이 혀를 내두르며 급히 입을 열었다.
"언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무림의 도의를 위해 소추 형을 도왔을 뿐, 금전을 바라고 그런 것이 결코 아닙니다!"
남궁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알고 있어요. 여러분에게 드리는 것이 아니고, 여러분들이 은자를 관리하면서 적합한 용도로 써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에요."
호풍도 웃으며 말했다.
"그 많은 돈을 가져 가도 당장 쓸 곳이 없습니다. 이번에 동정(洞庭)과 파양(鄱阳) 양호(两湖)의 수재민을 위해 우리는 원래 오십만 냥을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지금까지 모인 금액이 이미 육칠백만 냥으로서 무려 열 배 이상 초과하였습니다. 그리고 관부(官府)에서도 이미 삼백만 냥의 구호금을 지출하기로 했기에 이재민들을 재활하게 하는 데는 이미 충분한 금액이 조달된 셈이라, 돈이 더 많아도 더 이상 쓸 곳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구휼의 목적이 사람들의 가난 자체를 구제하는 것이 아닌 이상, 수재민에게 너무 많은 돈을 주게 되면, 그들로 하여금 일하지 않고도 부를 얻게 되는, 즉 우리의 본의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남궁평이 다시 말했다.
"풍(风) 동생, 나는 이 은자를 단지 이번 수해 구제금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다른 어떤 목적으로 단번에 다 쓰라는 요구를 하는 게 아니고, 그대들이 보관하고 있다가 응당 써야 할 곳이 생기면 그리하란 얘기예요. 아무래도 동생들의 활동 범위가 훨씬 넓고 접촉하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 분명히 저보다는 더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러나 언니도 모용세가를 재건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 텐데요."
"반 정도는 남겨 놓았으니 충분할 거예요. 행협장의(行侠仗义)를 굳건히 실행하려면 돈이 없으면 불가하지만 그렇다고 재물이 너무 많은 것도 좋은 일은 아니죠. 모용가가 여러 차례의 겁난을 겪은 이유도, 따지고 보면 지나치게 부유했었다는 것이 원인들 중 하나일 거예요. 모용 집안을 위해 일하던 모든 분들과 저희를 도와주다 연루되어 해를 입은 모든 친구분들에게도 미안할 따름입니다. 남은 재산들도 한바탕 정리하여 해를 당한 분들의 가족들에게 보내 주려 합니다. 시댁 본가(本家)를 위해서는 생계 유지에 문제 없을 만큼의 전장(田庄)만 남겨 두면 충분할 거예요."
겁난에서 요행히 생명을 건진 여인이 깨달음을 얻은 듯, 억만 금의 재산을 아낌없이 세상에 푸는 것을 본 방안의 여인들은 모두 깊은 감동과 존경심에 휩싸였다.
잠시 후 호풍이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언니, 저희들에게 너무 큰 숙제를 안겨 주셨네요. 이리 큰 재산을 관리해 본 경험이 없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정말 난감합니다."
남궁소추가 불쑥 한마디 하며 끼어들었다.
"그러면 일단 먼저 받아 놓으세요. 제가 나중 좋은 방법을 찾아 드릴게요. 돈을 물 쓰듯 하는 데는 저만큼 잘 하는 사람이 없으니 걱정 마세요. 단번에 몽땅 다 써보일 테니까요."
호풍이 반색을 했다.
"그래요, 제발 좀 맡아 줘요. 우리들 모두는 동생에게 처리를 맡길게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들에게도 몇십만 냥 정도의 은자가 왼손으로 들어왔다가 즉시 오른손으로 나가는 경우는 왕왕 있었어요. 그러나 삼천만 냥이란 돈은...정말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상상할 수 없네요.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들도 참 많고, 그들에게 몇십 냥 정도를 줘서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일은 나름 의미가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몇천 냥을 단번에 안겨 줘서 그들을 나태하게 만든다면, 결국 그들을 해치는 격이 된다고 믿어요."
남궁소추가 말했다.
"저도 그런 일은 찬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찾아 보면 돈을 쓸 한 곳은 여기저기 많아요. 예컨대 진료소를 마련하여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약을 주고 치료해 주는 일 같은 것 말이에요. 혹은, 날이 추워지면 급식소를 마련해 죽을 제공한다든가 두꺼운 옷들을 사서 나눠 줄 수도 있으며, 서당을 설립하여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리와 길의 보수, 제방 건축, 산지 개간 그리고 수리(水利) 사업 등은 백성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 주는 일로서, 사람들에게 직접 돈을 뿌리는 일보다 훨씬 더 의의가 있습니다."
호미진이 감탄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소야, 정말 말씀 잘하셨어요. 우리는 그동안 가난을 구제하는 방법이 그리도 다양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하고 그저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기만 한 것 같네요.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보면, 자립한 이들도 다소 있었지만 대부분은 받은 돈을 그저 다 써버리고 결국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라고요. 그러면 굶어 죽지 않게 하려고 다시 돈을 줘야 하니, 솔직히 화가 나서 더 이상 도와주기 싫은 마음마저 들더라고요. 이제부터 우리는 모두 것을 소야에게 맡기도록 할래요!"
석용용(席容容)과 함사사영(含沙射影) 모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하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부자들의 재물을 빼앗아 빈민을 구제하는 협행을 해왔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면 할수록 그 숫자가 오히려 더 늘어나곤 하여 어쩔 줄 몰라 했었다.
그런 상태에서 이렇게 큰 돈을 손에 쥐게 되니 어떻게 써야 할지 더욱 막막하던 참이었다.
남궁소추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 중에는 그 돈을 자기 자신을 위하여 쓰려는 분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운용할 거냐에 대해서는 추후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평 누님의 제안대로 받아서 보관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호풍이 다시 나섰다.
"왜 그래야 하나요? 기왕 소야에게 운용을 맡기기로 했으면서, 구태여 우리들의 손을 한 차례 거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있겠어요?"
이때 남궁평이 말했다.
"집의 재산을 모조리 세상 사람들과 나누어 주겠다는 것은 저의 변함없는 마음입니다. 재산이 없으면 다시는 이번 경우처럼 나쁜 사람들이 제 아이에 관심을 갖는 일은 없을 터이니까요. 마침 여러분들은 돈을 어떻게 써야 좋은지 잘 알고 있는 분들이고, 그래서 동생과 여러분 손에 맡기려 하지만, 너무 많으면 한 사람이 모두 보관하기 어렵지 않겠어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고르게 분산하고자 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가져가 주는 것만 해도 저를 커다란 번민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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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누락)*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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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풍이 말했다.
"저희들이 뭔가를 두려워했다면 이번에 그들을 건드리지도 않았겠지요. 아드님을 이미 남궁가로 데려왔는데 아직도 위험하다고 느끼시는군요?"
남궁평이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번 아이를 잃어버린 곳도 실은 남궁가였잖아요? 한 차례 변고를 겪었으니 당연히 더 주의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어린 아이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하루종일 지키게 할 수만은 없지 않겠어요?"
남궁소추가 말했다.
"맞는 말입니다, 누님! 그래서 말인데요, 조카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흉수들이 이번에 낭패를 보았다지만 분명히 다시 노릴 겁니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도 조심은 해야 합니다."
남궁평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미 아보(阿宝)로 하여금 천구를 데리고 소림(少林)으로 가게 했다. 천구가 무공을 배우게 하고, 또 머리를 깍고 소사미(小沙弥)가 되게 하였다."
남궁소추가 크게 놀라 외쳤다.
"누님! 대체 무슨 일을 하신 겁니까? 모용가의 유일한 핏줄인데 어찌 출가하여 중이 되게 하단 말씀입니까?"
남궁평이 담담하게 대답하였다.
"실은 소소 고모님(素姑)의 뜻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고모께선 소림 방장(方丈)과 세속을 초월하여 교류하고 계시잖니? 천구가 스무 살이 되면, 소림의 전례(前例)를 깨고 환속(还俗)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 놓으셨다."
남궁소추는 여전히 안쓰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그렇죠. 산중 생활이 얼마나 고되고 소림의 규율이 얼마나 엄한데! 저도 세 살 때 그곳에서 삼 년을 지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재미가 없는 곳입니다. 멀쩡한 조카를 그리 고생시킬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남궁평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삼제(三弟), 그 아이에게는 너 같은 복이 없다 보니, 태어나면서부터 고생은 예정되어 있었던 모양이고, 장래의 책임도 막중한 만큼 상응하는 수련의 시간을 가져야 하겠지."
"입산하여 이삼 년 간 기초를 닦는 것 정도는 저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소림의 역근편(易筋篇)은 무예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하나 모용가의 가전무학(家传武学)은 소림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으므로 너무 오래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소림의 무학을 완전히 습득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보(阿宝)가 같이 있으면서 모용가의 무공도 배우게 할 것이고, 남궁가의 무공도 섭렵시키기 위해 소소(素素) 고모님께서 매년 한 차례씩 들러서 봐 주시기로 하셨다."
남궁소추가 자신이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고모다.
고모 얘기가 나오자마자 모든 것이 그녀의 안배인 것을 알아채고는 움찔하며 즉시 화제를 돌렸다.
"누님, 그래도 십년 이상 천구(天仇)를 보지 못할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남궁평이 쓸쓸히 미소를 지었다.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겨우 일곱 살인데 멀리 보내 놓고 어찌 어미의 마음이 놓일 수 있겠니? 그러나 남들이 누릴 수 있는 골육의 정을 향유할 수 없게 운명 지어져 있다면, 모질게 마음을 먹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니?"
호미진(胡美珍)을 비롯한 다섯 여인들은 무림제일세가(武林第一世家)에 태어나는 일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무림의 대국(大局)과 정의(正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생활의 모든 것을 바치고 심지어는 목숨마저 바치는데, 이는 허울 좋은 명성만으로 보상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녀들 중 가장 감정이 여린 석용용(席容容)의 눈엔 벌써 눈물이 글썽거렸다.
"큰언니, 너무 고통스러우시겠어요."
남궁평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동생, 나는 남궁가의 여인으로 태어났고, 후에 모용가의 며느리까지 되다 보니 양대 세가에 대한 책임감을 늘 의식하며 살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즐거움이란 게 무엇인지 또 고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별로 마음을 쓰지 않고,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단지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책임이라 여기고 모든 노력을 다할 뿐이에요. 그러니 이번 일에 대해서도 동생들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자, 이런 규중한담(閨中閑谈)은 그만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부터 얘기하도록 해요. 여러 자매님들은 사건을 계속 추적할 의사가 있으신 거예요?"
호풍이 즉시 입을 열어 답했다.
"당연하죠. 저희는 사진(史进)의 집에 명첩을 남겨 놓고 왔는데, 이는 창위(厂卫)*⑶가 도대체 무슨 짓들을 했는가 밝혀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우리가 그들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그들이 우리를 찾을 것이니, 차라리 선수를 치고 나아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남궁평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런데 이번 사건은 드러난 것과는 다른 내막이 있을 것 같아요. 노능풍(卢凌风)이 비록 금의위(锦衣卫)를 지휘하고 있지만, 이 사건은 그가 주관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단 얘기예요."
"알고 있습니다. 사진(史进)은 사마락(司马洛)이란 자를 언급했지만 저희는 그의 배후에 더 중요한 인물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래요. 노능풍은 감히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러므로 우리들은 먼저 그 깊은 내막을 알아야 하지 무작정 움직여서는 안 돼요."
남궁소추가 말했다.
"사실 저희는 즉시 경사(京师)로 올라가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금릉이 가는 길에 있으니까, 집안 분들에게 창위(厂卫)의 연관 가능성을 알려 드리려고 먼저 남궁부로 온 것이었습니다."
남궁평이 웃으며 말했다.
"호호, 너는 자기 집안도 미덥지 않은가 보지? 사실 모용가의 사건이 발생한 후, 관방(官方) 쪽도 우리의 의심 대상에서 벗어난 적이 없단다. 우리가 계속 그쪽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강호상에는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를 만한 조직이 따로 없기 때문이야."
남궁소추가 물었다.
"그런데도 왜 아직까지 그쪽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나요?”
남궁평이 말했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은 관부의 속사정을 깊숙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추정할 수 있었던 사실은 노능풍(卢凌风)이 그리 큰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즉 창위를 움직이는 내부 세력은 노능풍 쪽 외에도 바깥에 드러나지 않은 세력들이 몇몇 더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고, 우리는 그들에 대해 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남궁소추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저는 경사에 가면 일단 노능풍을 먼저 접촉해 볼 생각입니다. 죽은 사진(史进)의 입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던 대로 만약 주동 세력들이 그를 배제시킨 채 일을 진행했다면, 노능풍은 오히려 우리에게 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남궁평이 뜻밖의 말을 전했다.
"그런데 너희들이 지금 경사에 가더라도 노능풍을 만날 수 없을 거야.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는 이틀 전 비밀리에 경사를 떠났다고 하던데."
"어디로 갔답니까?"
"아무도 몰라. 노능풍(卢凌风)은 강호 출신의 노련한 인물로 밀탐(密探)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특히 비밀리에 잠행하는 일에는 나름대로의 일가견이 있어, 누구도 그의 행방을 알 수는 없겠지만, 내 개인적 판단으로는 아마 금릉(金陵)으로 오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궁소추가 놀란 눈을 하고 물었다.
"금릉에는 왜 온단 말입니까?"
"우리 남궁가를 찾아와 그간에 벌어진 일들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자신의 혐의를 벗으려는 거겠지. 너희들이 그곳에 남긴 글에 사건이 창위(厂卫)의 소행임을 분명히 밝혔고 유괴됐던 아이를 찾아 남궁부(南宫府)로 데려왔으니, 그는 우리가 그를 찾아가 따지기 전에 자신이 먼저 와서 해명하려 하는 것이 아니겠어?"
남궁소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남궁평이 한 마디 더 보탰다.
"하루 이틀 더 기다려 보도록 해라. 노능풍이 금릉으로 온다면 내일이 아니면 모레 중에는 반드시 도착할 거야. 너희들이 무작정 찾아나서는 것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를 먼저 듣고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겠니?"
남궁소추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님의 판단력에 대해서는 우리 집안 모두가 인정하고 있죠. 그렇지 않았으면 아버님께서 부종(府宗)의 책임을 맡기실 리 있나요. 누님 말씀대로 이틀이 지난 뒤 다시 방향을 모색하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모레까지 그가 오지 않는다 해도 나는 최소한 그의 행방은 알아낼 수 있다고 보증해. 그럴 경우 너희들이 그를 찾아나서는 일도 한층 힘이 덜하지 않겠어?"
일행은 이틀 간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지만, 남궁소추가 귀가한 이상 적막하기만 하던 집안이 시끌벅적해짐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사령은 마침내 무림의 최고의 재녀(才女)로 알려진 여신룡(女神龙) 남궁소소(南宫素素)를 만날 수 있었고, 그녀로부터 몇몇 초범(超凡)적 예업(艺业)을 전수받게 되다 보니, 여인들은 그녀가 지닌 일신의 재능이 자신들과는 너무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고, 여인들의 남궁소소에 대한 흠모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워낙 유명한 남궁소소야 그렇다 치더라도, 남궁평(南宫萍)이 지닌 학문의 깊이가 자신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도 알게 되자, 여인들은 비로소 천하제일세가(天下第一世家)의 명성이 결코 운에 의한 것이 아니고, 빼어난 인물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특히 여인들 중 가장 기상이 높고 자존심이 크던 여왕봉(女王蜂) 호풍(胡风)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는 겸허한 모습으로 두루두루 가르침을 청하는 등 큰 변화를 보였다.
남궁가의 여주인들인 남궁소소(南宫素素)와 남궁평(南宫萍)은 호풍이 성격이 강직하고 시원시원한 천생의 협골(侠骨)임을 알아보고는, 남궁세가의 전통에 가장 부합하는 여장부라며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남궁소추를 워낙 예뻐해 왔으며 그가 장래 가문을 계승해야 된다고 굳게 믿고 있던 차에, 사령들이 장래 남궁소추에게 더없는 조력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여기고는 정성을 다해 가르침을 주고자 노력하였다.
남궁평(南宫萍)의 판단은 과연 틀림이 없었다.
이틀이 지나자 흑의(黑衣) 중년인 한 명이 남궁부(南宫府)를 찾아와 면담을 청하였는데, 자신이 신분이 금의위(锦衣卫) 지휘사(指挥使) 노능풍(卢凌风)이라 하였다.
<9-1 마침>
〔註〕
*⑴ 金陵 : 9장에서는 남궁세가의 위치가 금릉(金陵)으로 명확하게 표기되었지만, 2장에서 남궁소추와 아보의 여정을 묘사할 때는 첫날의 여정이 고소(姑苏-소주)를 출발해 무석(无锡)에 닿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소, 무석, 양주, 금릉 네 도시가 주요 배경으로 나오고 있는데, 제가 구한 원문(原文)은 이들의 표기에 경우가 맞지 않음이 더러 나타나고 있지만 제가 문맥에 부합하게 수정해 올리고 있습니다.
*⑵ : 문맥상 原文에 몇 줄 누락이 있어 보입니다.
*⑶ 厂卫(창위) : 원래는 명(明)나라 때 만들어진 황제 직할의 수사및 정보 기관들인 동창(東厂), 서창(西厂)과 금의위(锦衣卫)에 대한 총칭입니다.
첫댓글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수고에 감사합니다!
장로님,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정통 무협의 맛이 듬뿍나는군요. 즐독했습니다.
잘읽었 습니다 글 올려 주셔서 감사드림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원본 오류를 바라잡아 추가로 해설해주신 것은 역대 강호 무림사 어디에도 없었던 진귀한 최상품의 비급일 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