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와 성지 순례
가. 성지의 사전적 의미 (출처 대사전)
성지(聖地-Holy Land-거룩한 땅)와 성지(聖址 : Holy places-거룩한 장소)
1) 교회사적으로 볼 때 거룩한 땅이란 뜻의 ‘성지'(聖地: Holy Land)는 원래 하느님의 계시인 예
수 그리스도 사건, 곧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 사건의 배경이 되는 땅 즉 팔레스티나
(이스라엘)가 여기에 해당한다.
2) 거룩한 장소를 의미하는 ‘성역'(聖域 또는 聖址 : Holy places)과는 정확한 의미에서 구별된 다. 나자렛, 베들레헴, 요르단강, 가나, 타브가, 가파르나움, 코라진, 베사이다, 필립보의 가이 사리아, 갈릴레아 호수, 타볼 산, 예리고, 베다니아, 예루살렘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 성인 유적지나 순교 사적지, 기적이 일어난 곳이나, 신성하다고 판정하는것(성인의 유해, 유품 등)들을 보존하는 장소도 넓은 의미의 ‘성역'(聖域 또는 聖址 : Holy places)에 해당된다.
이 두 번째 성지(聖址)의 개념은 이후 차차 확대되어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곳만이 아니라 성 모 마리아, 사도들, 순교자들과 관련된 장소에 대해서도 성지(聖址) 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성 모 마리아의 탄생지나 발현지, 순교자나 성인들의 순교지나 묘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금은 성지(聖地)와 성지(聖址)를 구별하지 않고 그냥 성지(聖地)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 순례[巡禮]영어 [pilgrimage] 의 사전적 의미 (출처 : 천주교 용어사전)
1) 순례 의의
순례란 하느님과 관련된 성스럽고 거룩한 땅(聖地: 예루살렘, 로마 등) 하느님이 임재하였거나 다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곳, 혹은 특별히 신성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방문하여 존경과 예배를 드리고, 기도, 회개, 보속, 감사 등의 경신(敬紳)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순례하는 사람을 순례자라고 한다.
2) 순례의 기원
기원은 유다 교에서 이스라엘 남자들이 유월절, 오순절, 초막 절에, 매년 3번씩 예루살렘의 성전에 가서 그들이 수확한 곡식을 바치던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그리스도교의 순례는 신에 대한 흠숭의 의미뿐 아니라 회개하는 행위, 성인에 대한 존경, 영적인 은혜를 받기 위한 행위, 또는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의 행위로 표현되었다.
초대교회 때는 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활하시던 팔레스티나를 순례하였고 그 후에는 많은 순교자들의 피로 물들여진 로마를 순례한다. 그리고 8세기에 순례가 신자들의 의무가 되면서 순례단이 조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근세에 들어오면서 그 의의가 점점 감소되었다.
오늘날은 팔레스티나, 로마, 파티마, 루르드 등지에 수백만 명의 순례자가 모여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해외 성지나 국내 순교자들의 순교지나 묘소를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본래의 의미는 점점 잃어 가고, 단순한 관광의 연례행사가 되어 가고 있는 점이다.
다. 순례의 의미와 정신
신자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들 성지를 찾아가 축제와 전례에 참석하며, 그 장소에 얽힌 종교적인 전승을 실존적으로 체험하고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과 일체감을 확인하게 된다. 성지순례는 믿음을 바치는 행동 기도이며, 중요한 신심 행위이므로 순례 전 경건한 마음의 준비가 필수적이다. 순례란 단순한 관광이나 여행과는 분명히 본질에서 다른 것이다. 성지를 순례하는 것은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 순례란 하느님을 향하여 걸어가는 기도 행위이다.
-. 순례란 세상일을 끊어 버리고 하느님에게 나아가는 수행자의 길이다.
-. 순례란 죄를 끊고 새 삶을 다짐하는 참회 행위이다.
-. 순례란 아브라함처럼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길이다.
-. 순례란 주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가는 믿음의 길이다.
-. 순례란 약속하신 땅을 찾아가는 이스라엘의 여정이다.
-. 순례란 주님과 함께 가는 수난의 십자가의 길이다.
-. 순례란 형제들과 함께 가는 사랑의 잔치 길이다.
-. 순례란 선조들을 따르는 순교사적 결단 행위이다.
-. 순례란 하느님 나라를 찾아 나서는 종말론적 행위이다.
1) 성지순례의 변천
현대에는 팔레스티나와 로마 이외에도 루르드, 파티마 등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곳, 그리고 성인들의 탄생지, 순교지, 유적지 등 순례의 대상 범위가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같은 성지 순례의 역사적 배경에서도 잘 나타나듯 신자들의 성지순례에 임하는 기본은 경건한 마음과 기도하는 자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성지순례는 순교자들의 정신과 삶과 죽음을 기억하고 배워서 오늘의 순교자(증거자)로 산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성지순례에 앞서 본당에서는 순례할 성지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시켜 순교자들의 정신을 본받으려는 자세 확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985. 10. 6. 가톨릭신문 – 참조]
라. 한국의 성지순례
한국 교회의 대표적 성지중 하나인 서울 대교구 절두산 순교성지에는 해마다 50만 명 이상의 순례객들이 오간다. 전주교구 치명자산, 수원교구 미리내성지, 원주교구 배론성지 등에도 한 해 수십만 명의 순례 발걸음이 이어진다. 특히 9월 순교자 성월이면 각 성지들은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순례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한국 교회 대부분의 성지가 순교성지인 덕분이다.
성지순례.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신심 행위의 하나로 꼽힌다. 한국 교회 신자들의 영적 성장을 이끈 대표적 신심 행위라는 수식어도 늘 붙어 다닌다.
하지만 한국 교회 성지순례 실태를 되짚어보면 쇄신, 보완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국내 순교성지를 순례하는 여정은 한국 교회 고유의 순교 영성을 매개로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성지관광’식의 순례를 비롯해 무엇보다 한국교회 고유의 순교영성을 체득하는 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모든 종교인들은 ‘순례’라는 이름으로 성스러운 종교여행을 한다. 순례는 모든 종교에서 발견되는 본질적인 현상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지순례는 단순히 진리를 추구하고, 정신적 풍요를 체험하고자 나서는 여정이 아니다.
성지순례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깊은 신앙의 표현이다. 이러한 참뜻을 올바로 알고 실천할 때, 한국 교회의 가장 오래되고 이상적인 영성인 순교 영성을 바탕으로 하느님께 더욱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1) 어디를 순례하는가?
순례는 기본적으로 거룩한 장소를 향한 회귀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거룩한 땅을 의미하는 ‘성지’라는 표현은 교부들의 문헌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성지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중세시대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도교의 대표적인 성지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 생활하다 십자가형을 받고 부활한 땅, 즉 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티나 지역을 꼽을 수 있다. 성경 속 주요사건의 배경이 되는 곳은 물론 성모 발현지와 순교지, 이름난 성인의 탄생지나 활동지 등도 성지로 불린다. 모두 복음화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곳이다.
교회법은 ‘순례지는 신자들이 교구 직권자의 승인 아래, 특별한 신심 때문에 빈번히 순례하는 성당이나 그밖에 거룩한 장소를 뜻한다’라고 설명한다. 이 특별한 신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랐던 성인들이나 순교자들을 공경하는 신심이다.
유럽 혹은 남미교회에는 성모 관련 성지가 많은 것과 달리, 한국 교회의 성지는 대부분 순교성지이다. 성역화한 순교지와 성인 및 순교자들의 무덤, 관련 성당 등이 이러한 순교성지에 해당한다. 또 순례와 기도를 통해 전 대사를 받을 수 있는 지정순례지들도 많아, 한층 풍요로운 영적 여정을 제공한다.
2) 순례의 목표
성지순례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해 나선 여정이다. 그리고 이 여정은 하느님의 사랑을 일상 한가운데로 끌어당겨 실천하는 모습으로 어이질 때 마무리된다.
특히 순례의 정신을 올바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심이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성지순례 여정에서는 고해성사를 통한 회개와 능동적인 기도, 전례 참여 등이 권고된다. 또 순례를 통해 얻게 된 구원체험을 삶 안에서 증거하고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성지 및 성지순례 관련 전문가들은 “올바른 성지순례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각 성지마다 고유한 전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상설 고해소와 신앙상담소 운영 등에도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 외국교회 내 유서 깊은 교구들은 대부분 ‘순례국’ 등을 별도로 두고 성지순례 사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2010년 세계 순례와 순례지 사목 대회에 앞서 발표한 서한을 통해 “순례자는 최종 목적지가 없는 방랑자와는 달리, 때로는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언제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날 목적을 갖고 있다”라며 “순례지는 주님을 찾는 기회를 얻게 해준다”라고 밝힌 바 있다.
순례의 정신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며, 성지는 그러한 복음화의 구심점이 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