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위기일발 그는 서너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허리 근처가 은근히 아팠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황태후라는 늙은 갈보가 독수를 써서 나를 때리다니 궁에서 더 머물렀 다가는 조만간 목숨을 건지기 어려울 것이니 역시 한시바삐 뺑소니치는 것이 좋겠다.) 그는 불꽃이 어른거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두 명의 시위들이 바로 순라 를 돌고 있다가 그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그를 맞았다. 위소보는 물었다. "궁안의 시위 형제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소?" 한 사람이 말했다. "공공, 칠팔 명이 중상을 입고 십 사오 명이 경상을 입었답니다." 위소보는 물었다. "그들은 어디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소? 그곳으로 나를 안내해 주도록 하시오." 두 시위는 함께 대답했다. "공공께서 시위 형제들을 걱정해 주시다니 모두들 정말 고마워하지 않 는 사람이 없읍니다." 그리고 두 명의 시위가 위소보를 데리고 앞장을 서서 뭇시위들이 언제 나 숙직을 하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 곳은 꽤 넓은 편이었다. 이십여 명이나 상처를 입은 시위들이 대청 위에 누워 있었고 네 명의 태의(太醫)가 서둘러 뭇사람들의 상처를 치 료하고 있었다. 위소보는 앞으로 나아가 그들은 위로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들을 칭 찬했다. 황상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용감하게 적을 죽였으니 장하다는 말과 함께 일일이 상처입은 사람의 성명을 물었다. 뭇시위들은 크게 정신이 나는 듯했고 상처도 별로 아프지 않게 되었다. 위소보는 물었다. "도대체 그 역적들은 어떤 내력을 지닌 자들이오? 오배라는 녀석의 부 하들이오?" 한 명의 시위가 말했다. "아마도 한나라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을 잡았는지 모르겠군요." 위소보는 뭇시위들에게 자객과 싸우게 된 상황을 물어 보면서 두 눈은 태의가 사용하는 약쪽에 유의하고 있었다. 뭇시위들 가운데 어떤 사람 은 칼과 창에 상처를 입었고 어떤 사람은 권각법에 의한 내상을 입었으 며 또 어떤 사람들은 뼈가 부러지고 갈라지는 상처를 입고 있었다. 위 소보는 말했다. "이와 같이 상처에 바르는 약을 내가 약간 마련해 두는 것이 좋겠구려. 만약 궁중의 시위들이 상처를 입게 되고 미처 태의를 모시지 못하게 되 었을 때 내가 먼저 모든 사람의 상처를 치료해 줄수 있도록 말이오. 그 자객들은 정말 극악무도하고 당돌하기 그지없어 오늘 일망타진되지 못 했으니 이후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지 않소?" 몇 명의 시위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정말 시위 형제들을 보살펴 주는 계공공의 마음이 알뜰하십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방금 나는 세 명의 자객에게 포위공격을 받았소. 한 명은 죽였으나 다 른 두 명은 도망을 치고 말았지만 나의 허리는 자객에게 일장을 심하게 얻어맞아 지금까지도 아프구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늙은 갈보가 나를 죽이려 했으니 그 역시 자객이 아닌가! 그야말로 이 번에는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이때 네 명의 태의는 그 말을 듣자 재빨리 뭇시위들을 내버려 두고는 일제히 달려와서 그의 장포를 풀어 헤치고 살폈다. 아니나다를까! 그 의 뒷 허리께에 커다랗게 시퍼런 멍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약 을 조제해서는 밖으로 발라주고 안으로 먹도록 해 주었다. 위소보는 태의에게 갖가지 상처에 바르는 약을 큰 봉지에 싸도록 하고 는 품 속에 넣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사용하는 것과 안으로 복용하는 용법을 알아두고 다시 상처에 대는 두 조각 판자대기를 얻은 후 다시 한 번 칭찬을 하고 위로의 말을 던졌다. 그런 연후에야 그는 그곳에서 나왔다. 그의 견식은 유치하다 할 수 있었고 말하는 것도 조리에 닿지 않아 요 령부족의 말이 많았으며 칭찬과 위로의 말 중에는 시정의 쌍말들이 적 잖게 섞여 있었다. 뭇시위들은 출신이 종실귀족이나 대부분은 거친 무 림인들아라서 '제미니' '십팔대'조상이니 어쩌구 하는 말들을 별로 대 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본래 그들은 자기가 상처를 입은 데 대해서 자 기의 무예가 남만 못하니 어이하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황상이 가장 총애하는 계공공마저도 자객과 싸우다 상처를 입었다는 말 을 듣고는 자기네의 책임들이라 그만 의기소침 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계공공이 갑자기 그들을 칭찬하는 것이 아닌가. 이야말로 그것은 황상 께서 성지를 내려 그들을 격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었다. 아 니 계공공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라 오히려 흡족하게 여길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한없 이 추켜세우는 칭찬의 말을 들으니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그야말로 뭇 시위들은 마음이 흐뭇해지게 되었고 자기의 몸에 난 상처들이 몇 치 정도 더 길어지거나 폭이 넓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위소보는 자기의 거실로 돌아가 먼저 창밖에서 귀를 귀울었다. 방안에선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아 나직이 말했다. "소군주 내가 돌아왔소." 그는 말없이 창문 안으로 기어들어 가다가 그 여자에게 한 칼에 당하거 나 일검에 찔리기라도 한다면 품 속에 준비한 몇 봉지의 상처약을 자기 가 먼저 사용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때 소군주는 그의 말 을 알아 듣고는 기뻐서 말했다. "오래 전부터 기다렸어요." 위소보는 방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창문을 닫고는 초에 불을 켜고 휘장을 들쳤다. 두 소녀는 머리를 나란히 하고 누워 있었다. 그 여자는 그의 시선과 부딪치게 되자 즉시 눈을 감았다. 소군주는 한 쌍 의 밝은 눈동자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는데 눈동자에는 기뻐하는 빛이 역력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소군주, 내 그대에게 상처약을 발라 드리리다." 소군주는 말했다. "아니예요, 먼저 저의 사저를 치료해 주세요. 상처약을 저에게 주시면 제가 사저를 발라 드리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니 저니 하는 것이 무엇이오? 마땅히 불러야 할 소리는 하지 않는 다니 섭섭하군." 소군주는 겸연쩍게 웃으며 물었다. "도대체 그대의 이름은 어떻게 되는가요? 저는 그들이 그대를 계공공이 라 부르는 것을 들었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계공공은 그들이 나를 부르는 것이고 그대는 나를 무엇이라 불러야 하 는지 잊었소?" 소군주는 살짝 눈을 감으며 나직히 말했다. "제 마음 속으로... 마음 속으로는 그대를 멋진... 멋진 오라버니라고 부를 수 있는데 입으로 부를 때는 자꾸만... 잘 안돼잖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우리 좋은 방법을 강구하기로 합시다. 어떤 사람이 우 리 곁에 있을 적에 나는 그대를 소군주라 부를테니 그대는 나를 계 오 라버니라고 불러요. 그리고 사람이 없을 적에 나는 그대를 착한 누이라 고 부를테니 그대는 나를 멋진 오라버니라고 불러요." 소군주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 여자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소군주, 나는 소름이 끼칠 정도야. 그는 그대에게 덕을 보려고 하는 것이니 그의 말을 듣지 말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흥! 그대보고 부르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쓸데없이 간섭을 하는거 요. 그대가 설사 나를 멋진 오라버니라 부른다 하더라도 나는 마다고 할거요." 소군주는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사저가 그대를 무엇이라 불렀으면 좋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녀가 나를 훌륭한 지아비나 다정한 지아비라고 부른다면 모를까 다 른 호칭은 싫은걸." 그 여자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멸시의 빛을 얼굴에 띠우고 말했다. "그대가 나의 지아비가 되고자 한다면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나야 할 것 이예요. 소군주는 말했다. "됐어, 됐어요. 그대들 두 사람은 전생에 원한을 맺은 사이도 아닌데 어째서 보자마자 언쟁을 벌이죠? 계 오라버니, 저에게 상처에 바르는 약을 주세요."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먼저 그대의 상처에 약을 발라 주지." 그리고 그는 이불을 들치고서 소군주의 바지 가랭이를 말아 올렸다. 그 리고 자기가 매놓은 걸상 다리를 풀고는 타박상을 입었을 때 바르는 약 을 그녀의 다리뼈가 부러진 곳에 발랐다. 이어 얻어온 나무 판대기를 대고 칭칭 감아 주었다. 소군주는 계속 고맙다는 인사의 말을 했는데 그 어조가 매우 간곡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나의 마누라의 이름은 무엇이지?" 소군주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대의 마누라라니요?" 그러다 그녀는 위소보가 그 여자를 입으로 가리키는 것을 보고는 미소 하며 말했다. "그대는 그저 농담을 좋아하는군요. 저의 사저는 성이 방(方)이고 이름 은." 그러자 그 여자가 급히 말했다. "그에게 말하지 말아." 위소보는 그녀의 성씨가 방가라는 말을 듣게 되자 대뜸 목왕부의 유백 방소 사대가장이 머리에 떠올라 말했다. "그녀의 성씨가 방씨라는 것을 나는 물론 알고 있지. 그 성수거사 소 강, 백씨쌍목이라고 하는 백한송과 백한풍은 모두 나의 친척이지." 소군주와 그 여자는 위소보가 소강 및 백씨 형제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 을 보고 모두 크게 놀라고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아니 어떻게 그들이 모두 그대의 친척이 되는거죠." 위소보는 말했다. "유백방소 사대가장은 우리와 자연 친척이 되지." 소군주는 더욱더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정말 뜻밖이네요." 그 여자는 말했다. "소군주, 그의 터무니 없는 말을 믿지 마. 저 소년은 심보가 대단히 나 빠요. 그는 우리의 친척이 아냐. 저와 같은 친척이 있다면 그야말로 재 수에 옴 붙은 격이지." 위소보는 소리내어 껄껄 웃고는 상처약을 소군주에게 건네 주었다. 그 리고는 입을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착한 누이, 그대가 살그머니 나에게 이야기해줘. 그녀의 이름이 무엇 인지." 두 소녀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누워 있었기 때문에 위소보가 말하는 소 리가 나직했으나 역시 그 여자에게까지 들렸다. 그녀는 급히 말했다. "말하지 맛!"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좋소.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대와 입을 한 번 맞추어야겠소. 먼저 이쪽 뺨의 냄새를 맡아 보고 다시 저쪽 뺨의 냄새 를 맡아 본 이후 입을 맞추기로 하지. 도대체 그대는 입 맞추는 것을 좋아하는거요? 아니면 이름을 즐겨 말하겠소? 아마 내가 생각하건데 반 드시 입맞추는 것을 더 좋아할 것 같군." 촛불 아래 드러난 그녀의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다. 그리고 홑옷이라 코 에는 엷은 여인의 체취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위소보는 속으로 크게 흐 뭇해서는 말했다. "알고 보니 그대는 정말 향긋하군. 이거야말로 실로 맡아 보지 않을 수 없는걸." 그 여인은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녀석의 수작에 울화가 치밀어 콧구멍으로부터는 역기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 나 다행히도 위소보의 나이가 어렸다. 그리고 조금전 뭇시위들의 말을 듣게 되었을 때 그가 태금(남성이 거세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 다. 그저 이 태감이라는 나이어린 소년은 입으로만 짖궂게 굴 뿐 어떤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정말 하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별로 놀라 거나 당황해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위소보가 정말로 입을 가까이 가져오며 입을 맞출 듯한 기세를 보이자 재빨리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 좋아. 이 녀석에게 이야기해 주려무나." 소군주는 빙긋이 웃고는 말했다. "저의 사저의 성은 방씨이고 이름은 외자로서 화할 이(怡)자예요." 위소보는 화할 이자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알 턱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음! 그 이름은 그저 그렇군. 아주 좋지도 않고 말이오. 그런데 소군주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오?" 소군주는 말했다. "저는 목검병(沐儉屛)이라고 해요. 검은 칼 검자에다 병은 병풍할 때 병자예요." 위소보는 병풍 병자가 무엇인지 빛날 병자가 무엇인지 알 턱이 없었다. 그저 나오는 대로 말했다. "그 이름은 조금 낫군. 허지만 역시 제일류는 아니오." 방이는 말했다. "그대의 이름은 반드시 제일류가 되겠군요. 존성대명은 또 어떻게 되시 죠?" 위소보는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진짜 성명은 말할 수가 없다. 소계자의 이름은 듣기에 대단한 이 름같지가 않으니 좋지 않군.)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말했다. "나의 성은 오(俉)이며 궁안에서 태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들 나를 오로공(俉老公;나의 지아비라는 뜻)이라고 부른다오." 방이는 냉소했다. "오로공? 오로공? 그 이름은 꽤나 별..." 거기까지 말하다가 갑자기 그녀는 느끼는 바가 있었다. 원래 그의 수작 에 넘어간 것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쳇 하고 말했다. "터무니 없는 소리." 소군주 목검병이 말했다. "그대는 또 거짓말을 하는군요. 저는 그들이 그대를 계공공이라고 부르 는 것을 들었어요. 그러니 성이 오씨는 아니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남자들은 나를 계공공이라 하지만 여자들은 모두가 나를 오로공이라 한다오." 방이가 말했다. "난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요." 위소보는 약간 놀라서 말했다. "그대가 어떻게 안다는 말이오?" 방이는 말했다. "나는 그대의 성이 호(胡)씨이고 이름은 설(說)이며 자는 팔도(八道)라 는 것을 알고 있어요." 호설팔도(胡說八道)란 말은 터무니 없는 말을 지껄인다는 뜻이었다. 위 소보는 그 말을 듣고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그러다가 방이가 한참동안 이야기를 한 끝에 다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보고 말했다. "착한 누이, 그대는 그녀에게 약을 발라 주어 아파 죽지 않도록 하구 려. 이 오로공에게는 그와 같은 마누라 한 사람밖에 없는데 이 마누라 가 죽게 된다면 두번째 마누라를 데려올 처지도 못 된다오." 목검병은 말했다. "사저는 그대가 터무니 없는 말을 지껄인다고 했는데 정말 틀림이 없군 요." 그리고 모기장을 내리고는 이불을 들친 후 방이의 상처에 약을 발라 주 고 물었다. "피가 멎었소?" 목검병은 말했다. "멎었어요." 원래 밀전과 종류의 음식은 피를 멈추게 하는 효력도 있고 또 매우 찰 져서 상처를 잘 막아 줬기 때문에 다시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연용이니 밀전과니 하는 등으로 이겨 만든 풀죽이라 약효라는 것 이 있을 수가 없지만 상처 위에 바르게 되자 피를 바깥으로 흐르는 것 을 저지하는 효능은 있었던 것이다.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말했다. "나의 이 영단묘약은 보살의 선단(仙丹)보다도 영험하다는 것을 그대는 이제야 믿을 수 있겠지. 이 가운데 많은 명주 구슬의 가루가 그녀의 가 슴에 묻게 되었으니 장래 상처가 낫게 된 이후 그녀의 가슴은 더욱더 아름다워져 그야말로 수화폐월의 모양을 갖추게 될걸. 그러나 애석한 것은 내 아들만이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이오." 목검병은 픽 하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네요. 어째서 그대 아들만이..." 위소보는 말했다. "그녀가 나의 아들에게 젖을 먹일 터이니 내 아들은 자연히 볼수 있지 않겠소." 방이는 '퇴' 하고 침뱉는 소리를 냈다. 목검병은 동그란 두 눈을 크게 뜨고서는 두 사람의 얼굴을 쳐다 보았 다. 그녀로서는 방사저가 어째서 위소보의 아들에게 젖을 먹어야 하는 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 지혈영약은 가볍게 바른 이후 다시 상처에 바르는 약을 바르도록 하시오." 목검병은 대답했다. "알겠어요" 바로 이때 갑자기 문밖에서 그 누가 다가왔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쳐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계공공 주무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잠자리에 들었소. 어느 분이오? 볼 일 있으면 내일 이야기합시다." 문 밖의 사람이 말했다. "소관은 서동(瑞棟)이외다." 위소보는 깜짝 놀랐다. "아! 서부총관께서 왕림하겼군. 어인... 어인 일이십니까?" 서동은 어전시위의 부총관이었다. 위소보는 평소 뭇시위들과 농담을 하 기도 하고 환담을 나누기도 했는데 모두들 이 서부총관의 무공이 무척 뛰어나며 다만 어전시위 총관인 다륭보다 못할뿐이나 시위들 가운데서 는 대단히 비범한 인물이라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근년에 이 르러 황상 밖에서 공무를 집행하느라고 위소보는 만나 볼 수가 없었다. 이때 서동은 다시 말했다. "소관에게 급한 볼 일이 있어서 공공에게 상의를 하고자 주무시는 것을 깨우게 되었소이다." 위소보는 깊히 생각해 보았다. (그가 야밤삼경에 뭣 하러 왔을까? 혹시 나의 거처에 자객을 숨기고 있 다는 것을 알고 조사를 하러 왔다면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 내가 문을 열지 않는다면 억지로라도 뛰어들어올 것 같다. 두 소녀는 모두 다 상 처를 입어서 도망칠래야 도망칠 수가 없지 않은가. 불가피하게 임기응 변으로 그를 바깥으로 끌어내야겠다.) 서동은 다시 말했다. " 이 일은 관계가 무척 크오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히 공공께서 주무시 는 것을 깨우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내가 문을 열지." 그리고 그는 모기장 안쪽으로 머리를 디밀고는 나직이 말했다. "절대 아무소리도 하지 마시오." 그리고 바깥 방으로 나가서는 안방으로 통하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체 면불구하고 바깥 쪽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보니 문 밖에는 한 명의 대한 이 서 있었다. 체구가 우람한데 위소보의 키는 그의 목에도 닿지 않을 정도였다. 서동은 공수의 예를 하고 말했다. "방해가 되었군요. 공공께서는 너무 탓하지 마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별 말씀을 다 하시오." 그리고 고개를 쳐들고 그의 안색을 살폈다.그런데 그의 얼굴에는 웃음 기도 없고 노기도 없었다. 도대체 그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위소 보는 물었다. "서부총관은 무슨 급한 볼 일이 있소이까?" 그러면서도 그는 그를 집안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 서동은 말했다. "조금전 태후의 분부를 받았소이다. 오늘 밤 자객이 궁안으로 뛰어들어 온 것은 대역무도한 짓인데 태후께서는 나에게 명하시어 계공공에게 알 아보라고 하셨소이다." 위소보는 태후의 분부라는 말을 듣고 사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곧 알 아차렸다. "그렇군. 나 역시 그대에게 사실을 알아 보려고 했소. 조금전 내가 황 상에게 문안을 여쭈게 되었을때 황상께서 말씀하셨소." (서동이라는 이 녀석은 정말 당돌하기 짝이 없구나. 궁안으로 들어오자 마자...) 서동은 깜짝 놀라서는 재빨리 물었다. "황상께서는 또 무슨 말씀을 하셨소이까?" 위소보가 그에게 터무니 없는 말을 지껄이는 것은 본래 시간을 벌어서 는 방법을 강구하여 달아 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단 한마디 말로 그 를 유인해 자기의 꾀에 넘어 가도록 만들 수 있자 다시 입을 열었다. "황상께서는 나에게 날이 밝은 이후 즉시 뭇시위에게 알아 보라고 분부 하셨소. 그것은 대체 서동이 어떻게 감히 자객들과 결탁을 하여 그들을 궁 안으로 끌어들였으며 그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이고 또 어떤 임무가 있으며 한 패거리에는 어떠한 인물이 있는지 알아 보시라는 분부였소." 서동은 더욱더 놀라서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황... 황상께서 어떻게 그런 말씀을... 내가 자객을 궁안으로 끌어들 였다고 말씀하신단 말씀이오? 어느 간악한 자가 황상에게 터무니 없는 말을 고자질했을까? 이건... 이건 그야말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외 다."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 나에게 살짝 알아 보라는 분부를 하시고 또 말씀이 계셨소이 다. '서동이라는 이 녀석이 어떤소문을 듣게 된다면 반드시 그대를 죽 이려고 할터이니 그대는 조심을 해야 돼.' 그래서 나는 말해소. '황상 께서는 마음을 놓으십시오. '흥! 꼭 그렇다고는 할 수가 없지. 그 녀석 은 감히 자객을 궁안으로 끌어들여 나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려고 했는 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하고 말이요. 서동은 다급해져서는 말했다. "그대는... 그대는 터무니 없는 말씀을 하시는군. 내가 자객을 궁 안으 로 끌어들였다고 황상께서... 황상께꼐서는 함부로 좋은 사람에게 억울 한 누명을 쒸우지는 않소. 오늘 밤 나는 친히 세명의 자객을 죽였소. 많은 시위 형제들이 친히 목격했소이다. 황상께서는 그들에게 얼마든지 물어볼수 있을 것이오." 그러는 그의 이마에는 푸른 힘줄이 돋아나게 되었고 두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먼저 그가 혼비백산 하도록 놀라서는 어떻게 할 바를 모르도록 만들어 야지. 그러다가 날이 밝으면 나는 이 궁에서 도망을 치는 것이다. 소군 주와 방이는 또 어떻게 할까? 흥! 내가 흙으로 빗은 보살이 강으로 건 너게 된 것처럼 자신마저 지킬수 없는 이때 우선 목숨을 건져야지. 소 군주든 노군주든 또는 방이든 방망이든 상관할 게 뭐란 말인가. 나는 이제 가짜 태감 노릇을 하기도 귀찮아졌다. 청목당의 향주도 그만 두겠 다. 사오 십 만냥의 은자를 가지고 양주로 내려가 여하원과 여춘원, 여 동원이나 열어야 겠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자객들을 그대가 궁안으로 끌어들인 것이 아니란 말이오?" 서동은 말했다. "물론 아니외다. 태후꼐서는 친히 그대가 궁으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말 씀하셨소, 그리고 태후께서는 그대의 그럴싸한 말에 넘어 가지 말도록 하라고 당부하셨소. 그리고 단 일장에 쳐 죽이라는 분부를 내렸소." 위소보는 말했다. "이는 아마도 그대와 내가 간악한 자의 모함에 빠진 것 같소. 서부총 관.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황상에게 가서 그대를 위해 변명을 해 드리겠소. 정말 그대가 자객들을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면 황상께서는 나이가 젊으시나 매우 영명하시고 또 나에게 대해서는 매우 신임하고 계시니 이 일은 자연 밝혀지게 될 것이오." 서동은 말했다. "좋소, 고맙소이다. 헌데 그대는 나를 따라 태후를 만나 뵈로 가야겠소 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 이 야밤에 태후는 뭐하러 만나러 간다는 것이오? 나는 역시 일찌감치 황상을 뵈옵는 것이 낫겠소. 아마도 지금쯤 누가 성지를 받들어 그대를 잡으려 하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외다. 서부총관, 내 그대에게 말하 겠는데 시위들이 그대를 잡으려고 하면 그대는 결코 저항하지 마시오. 만약 항거하게 된다면 죄명을 좀처럼 벗기가 힘들어 지게 되오." 서동은 얼굴의 근육을 부르르 떨더니 노해 부르짖었다. "태후꼐서는 그대가 터무니 없는 말을 가장 잘 지껄인다고 했는데 정 말 틀림이 없군. 나는 죄를 짓지 않았는데 어째서 항거한단 말이오. 그 대는 나를 따라 태후를 만나러 갑시다." 위소보는 몸을 옆으로 비켜서며 나직이 말했다. "저것 보시오. 그대를 잡으려는 사람이 왔소." 서동은 안색이 크게 변해서는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았다. 위소보는 몸 을 돌려서는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서동은 고개를 돌리자 등 뒤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는 속임수에 넘어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급히 방으로 ㅉ아 들어와서는 몸을 날리며 손을 뻗쳐 위소보의 등을 움켜 쥐려고 했다. 기실 위소보의 위협에 서동은 무척 놀라고 있었다. 만약 위소보가 꼭 황제를 만나야 겠다고 고집을 피웠다면 서동은 십중팔구 감히 억지로 막지를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위소보는 방안에 두 여자를 숨기고 있었 다. 그 중 한사람은 궁을 침범한 자객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닌가. 따라 서 이 일이 발견된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태후는 조금전 친히 와서는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했으니 지금의 위 소보로서는 황제에게 가서 만나 변명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저 서동 을 속여 고개를 돌려 뒤돌아 보게 하는 즉시 방안으로 뛰어들게 되었고 창문으로 달아날 수 있기만을 바랬다. 그는 화원 도처에 가산이 만들어 져 있고 또 꽃나무가 심어져 있기 때문에 어두운 밤중에는 숨기에 안 성맞춤이고 좀처럼 잡히지 않으리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서동의 솜씨는 민첩하기 이를데 없었다. 위소보가 막 방문 안으로 들어서자마 자 뒤ㅉ아 왔다. 위소보는 방안에 뛰어든 이후 몸을 날려서는 창틀 위에 올라갔다. 그 리고는 바깥 쪽으로 몸을 날리려고 했을 때 서동이 오른손을 후려졌다. 한 가닥 세찬 바람이 일면서 위소보의 등으로 쏟아졌다. 위소보는 그만 다리에 맥이 빠져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다. 서동은 왼손을 뻗쳐서는 그 의 ㄸ 허리를 움켜 잡으려 들었다. 위소보는 금나수법을 펼쳐서는 그의 뒷 허리를 움켜 잡으려 들었다. 위소보는 금나수법을 펼쳐서는 두손에 다 힘을 주고 상대방의 왼손을 밀어 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어린데다가 힘이 약했다. 그만 휘청 하니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물 항아리 안으로 ㄸ러어지고 말았다. 이 물항리는 원래 해로공이 상처 를 치료하는데 쓴것인데 해로공이 죽게 된 이후에도 위소보는 사람을 시켜 내가도록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서동은 껄껄 소리내어 웃으면서 손을 뻗쳐 항아리 안으로 집어 넣었다. 그러나 한번은 헛손질을 했다. 원래 위소보는 항아리 안에서 몸을 움츠 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 물항아리가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다시 손을 휘젖게 되었을 때 끝내 위소보의 뒷덜미를 움켜잡을 수 있게 되었고 물 에 빠진 생쥐 꼴의 위소보를 끌어 올릴수 있었다. 위소보는 별안간 입을 벌리고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서동의 눈을 향해 내뿜었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날리며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 듯 달려들 면서 한손으로 그의 목을 얼싸안았다. 서동은 크게 한 소리 부르짖고 몸을 몇번 부르르 떨었다. 위소보의 뒷 덜미를 잡고 있던 오른손이 천천히 풀어졌다. 그의 온 얼굴과 눈은 물 방울로 뒤ㄷ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얼굴 가득 히 의혹과 놀람 그리고 당황한 빛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목구멍 쪽에서는 끄륵끄륵 하는 소리가 몇 번 났다. 뭐라고 말을 하고자 하는 것 같았으나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것 같았다. 이 때 싹 하는 가벼운 음향이 일었다. 한자루의 단검이 그의 가슴팍에서 곧장 아래로 그어져 아랫배에 이르러서 멈추었다. 그야말로 서동의 가슴과 아랫배 있는 곳 까지 갈라놓고 만 것이다. 서동은 눈을 뜨고 그 한 자루의 단검을 내려다 보았다. 도대체 그 검이 어디서 부터 찔러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가슴으로 부 터 아래 배에 이르기까지 시뻘건 피가 내뿜어지는 것이 아닌가. 별안간 그는 뒤로 벌렁 쓰러졌다. 죽을 때까지 그는 위소보가 어떤 방법을 써 서 자기를 죽이게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위소보는 싸늘히 흐 하는 소리를 내고는 왼손으로 비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자기의 기다란 장포에서 뻗쳐 내었다. 원래 그가 물항 아리 안으로 떨어지게 되어 몸을 움츠리는 순간 이미 비수를 뽑아 들어 기다란 장포 안으로 감추어서 칼끝을 바깥 쪽으로 향하도록 쥐고 있었 다. 그리하여 그가 들어올리게 되었을 때 입에 머금었던 물로 서동의 두 눈을 못뜨게 했고 곧 이어 몸을 날려서는 서동을 얼싸안았다. 그 순 간 무쇠를 무우 자르듯 하는 비수는 이미 서동의 가슴팍 위에 꽂히게 되었던 것이다. 만약에 정말 싸움을 했다면 열 명의 위소보라 하더라도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순간 기이한 변화가 일어나 혁혁한 명성을 떨치던 서부총관이 그만 암수에 넘어가 죽음을 당하게 된것이었 다. 위소보와 서동이 어떻게 하여 방 안으로 뛰어 들었으며 위소보가 어떻게 하여 물항아리 안으로 떨어지게 되었는가 하는 것을 방이와 목 검병은 모기장을 들고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동이 위소보를 물독 안에서 끄집어 내는 그 다음 순간 피살당하는 것을 보고 위소보가 사용한 수법이 어떤 수법인지 방이와 목검병으로서도 아리송하기만 하 였다. 위소보는 곧 몇 마디의 신 소리를 하려고 했다. "나는.....나는...... 이...... 이....." 그런데 자기의 음성은 목이 쉰 듯한 소리만 낼 뿐 말이 되어 나오지 않 는 것이 아닌가. 조금 전 죽음에서 목숨을 건지긴 했으나 이미 놀라 제 정신이 아닌 것이다. 목검병은 말했다. "정말 천지신명께 감사합니다. 그대는...놀랍게도 그 오랑캐를 죽이고 말았군요." 방이는 말했다. "이 서동의 호는 철장무적(鐵掌無敵)이라 하며 오늘 밤 우리 목왕부의 세 형제를 죽였어요. 그런데 그대가 우리의 원한을 갚아 주었으니 매우 잘했어요." 한참 후 위소보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게 되자 말했다. "그가 철장무적이라 하지만 이... 계공공, 오로공을 이길 수는 없지. 나야말로 제 일류의 무학고수인지라 솜씨가 역시 다르거든" 그리고 그는 손을 들어 서동의 품속을 뒤졌다.서동의 가슴팍 안에서 한 권의 작은 글자들이 가득 쓰여진 소책자와 몇 가지의 공문이 나왔다. 위소보는 알아볼 수가 없어서 한 쪽에 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뒷 허리께에 딱딱한 물건이 숨겨져 있는 것을 만지게 되었다. 그는 비수로 상대방의 장포를 찢어서는 을쳐 보았다. 기름을 묻힌 베로 만든 보따리 였다. 그는 혼자서 중얼 거리듯 말했다. "도대체 무슨 보물인데 이토록 깊히 숨겼을까?" 그리고 그는 보따리를 싸멘 끈을 자르고는 보따리를 풀어 헤쳤다. 거기 에는 한 권의 서적이 숨겨 있었다. 그런데 책장에는 놀랍게도 사십이장 경이라는 다섯 글자가 써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경서의 크고 적은 것은 물론 그 두꼐에 있어서도 이전에 보았던 것과 똑같았다. 다만 겉장이 붉은 비단 가에 하얀 변을 둘렀을 뿐이었다. 위소보는 소리쳤다. "어이구!" 그리고 그는 급히 품속으로 손을 집어 넣고서는 강친왕부에서 가져온 그 "사십이장경"을 꺼냈다. 다행히 그가 독 안으로 뛰어든 후 즉시 서 동에게 잡혔기 때문에 책 겉장만 약간 젖게 되었을 뿐 책장은 물에 젖 어 있지 않았다. 그는 두 권의 경서를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하나는 겉장이 붉은 비단으로 만들어졌고 또 하나는 붉은 비단에 하얀 변을 단것 이외에는 전혀 다른 점을 발견할수 없었다. 이때에 이르러서 그는 이미 네권의 사십이장경을 본 셈인데 지금 두권은 태후의 수중에 있고 자기에게 두 권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경서 가운데는 틀림없이 이상야릇한 점이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는 글자를 모른다. 만약 소군주와 방소저에게 보라고 한다면 반드시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녀들은 나를 업수이 여길 것 이다.) 이와 같은 생각과 함께 그는 서랍을 열고서는 두 권의 경서를 안에 집 어 넣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조금 전 태후가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은 내가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으 니까 누설할까봐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서동을 파견해 나 를 죽이려고 했는데 그 죄명은 자객들을 궁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엉터리 누명을 쒸우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잠시 기다렸다가 서동이 돌 아가 보고를 하지 않는다면 재차 사람을 보내올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먼저 선수를 쓰는 자가 강한자라고 즉시 황상에게 고자질을 해야 겠다. 그리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서는 궁에서 도망치는 것이며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방이를 향해 말했다. "나는 반드시 나가서 서동이 그대 목왕부와 결탁을 하고 있다는 유언비 어를 만들어 퍼뜨려야겠소. 마....마...방소저." 그는 본래 마누라라고 호칭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형세가 다급한때라 더 농담을 했다가는 큰 일을 그릇치기 쉽다고 생각하고 방소저라는 호 칭으로 바꾼 것이다. "그대들이 오늘 밤 황궁으로 뛰어든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오. 황제 를 죽이겠다는 것이오? 내 그대들에게 전하건대 소황제를 죽일 생각은 하지 마시오. 태후라는 그 늙은 갈보는 좋은 사람이 아니니 그대들은 아예 그녀를 찔러 죽이도록 하시오." 방이는 말했다. "그대는 우리 편 사람이니 그대에게 이야기해 주어도 상관없겠죠. 우리 들은 오삼계 아들인 오응웅의 졸개로 가장하고서 황궁으로 뛰어들어와 오랑캐의 황제를 죽이고자 했던 것이예요. 우리가 성공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황제를 화나게 만들어 오삼계를 죽 이자는 계책이지요."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묘책이군. 묘책이야. 그대들은 어떤 방법으로 오삼계에게 화가 돌아가 도록 하려는 것이오?" 방이는 말했다. "우리는 내의에 일부러 기호를 남겼어요. 그 기호는 평서왕부의 부하들 만이 표시한 것이죠. 그리고 어떤 무기와 암기에는 평서왕부라는 글자 를 새겼어요. 그리고 몇가지 오래된 무기에는 바로'대명산해관총명부' 라는 글자를 새겼어요." 위소보는 물었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오" "오삼계라는 녀석이 오랑캐에게 투항하기 전에 우리 명나라 때 산해관 총병으로 있었기 때문이예요." 위소보는 고개를 끄덖였다. "이계책은 아주 무섭군." 방이는 말했다. "우리가 이번 궁안으로 쳐들어 오게 되었을 때 반드시 어떤 사람은 싸 우다 죽게 되리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옷에 남긴 기호는 오랑캐들에게 발견될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만약 사로잡히게 되었을 때는 처음에는 불지 않다가 오랑캐들이 만쯤 죽이는 고문을 가하게 되 었을때에야 평서왕의 지시를 받아서 황제를 찔러 죽이려 했다고 고백 을 하기로 했어요. 우리들은 궁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각처에 글자를 새 긴 무기들을 던져 놓았거든요. 그러니까 설사 모두들 요행히 무사하게 궁안에서 빠져나온다 하더라도 이미 증거를 남겨 두게 되는 셈이예요." 그는 흥분되어 말을 하느라고 점차 숨이 가빠지게 되었고 뺨은 빨갛게 달아 올랐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들이 궁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소군주를 구하려고 하 는 것이 아니었소?" 방이는 말했다. "물론 아니에요. 우리들이 신선도 아닌데 어찌 소군주가 황궁안에 있다 는 것을 알수 있었겠어요."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그대의 몸에 글자를 새긴 무기가 있소?" 방이는 말했다. "있어요." 그리고 이부자락 안에서 한 자루의 장검을 꺼냈다. 그러나 팔에 힘이 없는 터라 장검을 높이 쳐들지 못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대의 곁에서 잠자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군. 그렇지 않았더 라면 그대의 일검에 죽음을 당할 뻔하지 않았소." 방이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그를 노려 보았다. 위소보는 검을 받아서는 서동의 시체의 품 속에 갈무리하고는 말했다. "나는 가서 이 서동이 자객과 한 패라고 고자질을 하겠소. 그렇게 되면 이 검이 증거가 되지 않겠소?" 방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대는 검에 새겨진 글자가 무슨 글자인지 보았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무슨 글자를 새겼소?" 그는 봐도 모르는지라 아예 볼 생각은 하지 않고 물었다. 방이는 말했 다. "그것은 '대명산해관총명부' 라는 여덟 글자예요. 이 서동은 만주사람 이니 '대명산해관총명부' 에서 부하 노릇을 했을리가 없지 않아요." 위소보는 음 하고서는 장검을 다시 집어 들어서는 침대 위에 놓았다. "그렇다면 그의 몸에다가 무슨 물건을 숨겨 놓는 것이 좋겠소." 그러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말했다. "아 좋은 것이 있다." 그는 오응웅이 선물한 두 꾸러미의 명주 구슬과 한 쌍의 비취로 만들어 진 닭, 그리고 그 한 움큼의 금표를 서동의 품 속에 집어 넣었다. 그는 이 금표가 북경성의 금표에서 발행한 것이고 오응웅이 사람을 보내 사 온 것이기 때문에 금표의 가게 이름만 조사해 본다면 돈의 출처를 밝힐 수 있는지라 이와 같이 수작을 부려 놓는다면 그야말로 빈틈이 없는 일 이라고 생각했다. (오세자야, 오세자야, 나는 목숨을 건지기가 바빠서 부득이 너에게 미 안한 노릇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서동의 시체를 안았다. 그리고 화원으로 욺기려고 했다. 그런데 한 걸음을 옮기게 되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몇 사람이 다가오는 기척이 들렸다. 그는가볍게 시체를 내려 놓았다. 이때 한 사람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 다. "황상께서 명령을 내리셨소. 소계자는 빨리 가서 분부를 받들라고 하시 었소."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그렇지 않아도 오늘 밤 황상을 만나지 못하고 다시 어떤 난을 당 하지 않나 걱정을 했는데 이제 황상께서 나를 부르시니 이야말로 정말 잘 되었다. 그러나 이 서동의 시체를 옮겨갈 수가 없게 됐구나.) 그는 대답을 했다. "좋소. 내가 옷을 바꾸어 입은 후 즉시 나가겠소." 그리고 그는 서동의 시체를 가만히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소군주와 방이에게는 가만히 누워서 움직이지 말도록 손짓을 하고는 총 총히 젖은 옷을 벗어서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나 그 거무틱틱 한 잠방이는 젖었지만 벗지 않았다. 막 문을 나서려다가 다른 생각이 고개를 쳐 들었다. (저 방가라는 계집애는 믿을 수가 없다. 내 물건을 훔쳐가도록 해서는 안 되지.) 그리고 그는 두 권의 {사십이장경}과 한 무더기의 은표를 모조리 품 속 에다가 갈무리한 후 촛불을 끄고는 방을 나섰다. 그러나 사부가 준 무 공책자는 잊고 가져가지 않았다. 위소보가 문을 나서자 문 밖에는 네 명의 태감이 서있었는데 모두 다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앞장을 선 사람이 말했다. "계공공, 황상께서 야반삼경에 그대를 불러 오시라고 하셨소. 쯧쯧쯧, 황상은 정말 그대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을 정도이오. 그런데 서부총관은 어디 계시오? 황상께서는 그를 계공공과 함께 오라는 분부 를 내리셨소." 위소보는 속으로 흠칫 했으나 말하였다. "서부총관이 궁으로 되돌아왔소? 나는 본 적이 없는데." 태감은 말했다. "그래요?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가서 빨리 찾아 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앞장을 서서 길을 안내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째서 나에게 서부총관을 묻는 것일까? 그리고 황상께서는 어떻 게 서부총관이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아시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는 다시 앞서가는 태감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부수령 태감으로서 직위는 너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너는 어째 서 나의 앞에서 간단 말이냐! 너는 나이가 적지 않은데 설마하니 궁 안 의 규칙을 모른단 말이냐?) 따라서 그는 슬쩍 물었다. "공공의 존성은 어떻게 되시오? 우리는 과거에 별로 많이 뵌 적이 없는 것 같구려." 그 태감은 말했다. "우리야 하잘데 없는 조그만 태감에 불과하니 계공공께서 몰라 보시는 것도 당연하죠."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 공공을 보내시어 나를 부르시는 것을 보면 공공 역시 평범하 고 하잘것 없는 태감은 아닌 것 같소이다." 그와 같이 말을 하는 사이 그 태감은 서쪽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황제의 침궁은 바로 동북쪽에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위소보는 말 했다. "그대는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니오?" 그 태감은 말했다. "잘못 들지 않았소이다. 황상께서는 태후에게 문안으로 여쭈고 계시오 이다. 조금 전 자객으로 인해서 소란이 일어나게 되었을 때 태후마마를 놀라게 했을까봐 지금 자녕궁에 계시니 우리는 그곳으로 가는 길입니 다." 위소보는 태후를 만나러 간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는 걸음을 멈추 고 말았다. 그러자 그의 뒤를 따르던 세 명의 태감 가운데 두 명이 갑자기 양쪽 좌 우로 나누어 섰다. 이렇게 되니 네 태감이 위소보를 가운데 두고 에워 싼 꼴이 되었다. 위소보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어서 속으로 부르짖었다. (야단났다. 야단났어. 이것이야말로 황상께서 나를 부르시는 것이 아니 라 태후가 나를 잡으려고 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들 네 명의 태감이 무공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혼자서 네 사람을 상대해서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거기다가 소란이 일어나게 된다면 뭇시위들이 달려오게 될 것이고 그렇 게 된다면 그로서는 도저히 도망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가슴이 크게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헤벌죽 웃으며 입을 열 었다. "그럼 자녕궁으로 가는 것이오? 그것 참 잘 되었소이다. 태후께서는 메 번 나를 대하실 적마다 금은이 아니면 밀전이나 당과 같은 것을 반드시 내리셨소이다. 황태후께서는 그야말로 소신들을 가장 잘 대해 주시는 분이시죠. 그녀는 내가 나이가 어려서 먹기를 좋아할 것이라고 하시며 언제나 먹을 것을 내리곤 하셨다오." 그러면서 그는 태후 침궁으로 통하는 복도로 들어갔다. 네 명의 태감은 그가 정말 자녕궁 쪽으로 행하는 것을 보고 다시 앞에 한 사람 뒤에 세 사람의 위치로 되돌아갔다. 위소보는 말했다. "지난 번 태후를 뵙게 되었을 때 정말 운이 무척 좋았죠. 태후께서는 내가 오배를 잡아서 적잖은 공로를 세웠다 하며 은자를 내리셨소. 나는 힘이 너무나 적어서 어디 움직일 수가 있어야지. 그때 태후께서는 말씀 하셨소. '움직이지 못하면 천천히 옮기도록 해라. 소계자야 너는 돈을 어디다 쓰려고 하느냐?' 그래서 나는 대답했죠. '태후마마 소신은 친구 와 사귀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몸에 금이나 은을 지니게 되고 또 태 감 가운데 소신과 의기투합하는 사람이 있으면 소신은 그들에게 나누어 준답니다. 돈은 함께 써야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그는 나오는 데로 씨부렁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는 재빨리 궁리를 거듭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궁중에서 빠져나가느냐 하는 것이었 다. 앞서 가던 태감은 말했다. "그렇게 많이 내릴 수가 있소?" 위소보는 말했다. "허, 믿을 수 없다는 것이오? 이것 보시오." 그리고 그는 품 속에서 한 움큼의 은표를 꺼냈다. 어떤 것은 오백 냥이 고 어떤 것은 일 천냥 또는 이 천 냥짜리도 있었다. 등롱의 불빛 아래 어렴풋했지만 틀림없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 명의 태감은 그만 콱 숨이 막혀서는 모두가 걸음을 멈추었다. 위소보는 몇 장의 은표를 뽑아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황상과 태후께서는 끊임없이 상금을 내리시니 내가 어찌 다 써먹을 수 있었겠소. 여기에 몇 장의 은표가 있소. 어떤 것은 이 천냥이고 어떤 것은 일 천 냥이오. 네 분 형제는 운수에 맡기고 한 사람이 한 장씩 뽑 아 가지도록 하시오." 네 명의 태감은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세상에 이유없이 남에게 줄 사 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모두 다 손을 내밀어 뽑으려고 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나의 몸에 지니고 있는 은자가 너무 많고 쓸데도 없기 때문에 때로는 기분까지 우울해진다오. 이제 다시 태후와 황상을 뵙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은자를 내려 주실지도 모를 일이외다." 그리고 그는 은표를 높이 쳐들며 은표가 바람에 펄럭이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곁눈질로 주위의 형세를 살폈다. 한 명의 태감이 웃으며 말을 던졌다. "계공공, 그대는 정말 은표를 우리들에게 주는 것이오? 장난이 아니겠 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무엇 때문에 장난질을 하겠소. 우리 상선감의 형제들 가운데 나에게 팔 백이나 천 냥의 은자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소. 자, 자, 재수가 있 는지 없는지 보기나 하시오. 어느 분의 형제께서 먼저 집어 보시겠소?" 그 태감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였다. "내가 먼저 뽑도록 하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잠시 기다리시오. 그대들은 자세히 보시오." 그리고 그는 넉 장의 은표를 등롱의 불빛 아래로 가져갔다. 네명의 태 감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모두 다 천 냥과 이 천냥 짜 리 은표여서 모두 다 그만 얼굴빛이 변하고 말았다. 태감은 아내를 받 아들이고 아들을 낳는 생활을 누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장수가 된다거나 벼슬아치 노릇도 할 수가 없는지라 금은 제물에 대해서 여느 사람들보다도 몇 배로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이 네 명의 태감은 궁에 서 일을 하게 된 지 이미 오래되었으나 천 냥 짜리의 은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위소보는 손을 쳐들고 은표를 바람 속에 몇변 휘두른 후 웃으면서 말을 했다. "좋소. 이 분 형부터 번저 뽑도록 하시오." 그 태감은 손을 들어 은표를 뽑으려고 했다. 그런데 손가락이 미처 은 표에 닿기 전에 위소보는 손을 놓았다. 그러자 넉 장의 은표는 바람에 날리어 두둥실 떠서는 화원 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부 르짖었다. "어이쿠. 왜 꼭 잡지 않았소? 빨리 낚아채시오. 빨리... 은표를 낚아챈 사람이 그 은표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오." 네 명의 태감은 재빨리 두둥실 날아가는 은표를 뒤쫓았다. 위소보는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빨리 잡도록 하시오. 날아가지 못하게 하시오." 그리고 그는 몸을 움츠리고 이미 봐두었던 가산의 동굴 속으로 기어 들 어갔다. 그는 이 화원 일대에 가산이 무척 많으며 또한 가산에는 동굴 이 이어져 있고 구불구불해서 한 번 기어들어 가게 되면 일시 좀처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네 명의 태감은 서로 은표를 낚아채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각기 한 장의 은표를 잡게 되었으나 한 사람은 그만 헛손질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두장을 잡은 사람과 한 장도 잡지 못한 사람이 대뜸 다투기 시 작했다. 두 장의 은표를 낚아챈 사람이 말했다. "계공공이 말했소. 줍는 사람이 그것을 차지할 수 있다고, 그러니 이 두장 다 모두 내 것이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한 사람이 한 장씩 나누어 갖기로 하지 않았소. 나는 그저 일천냥 짜 리 한 장만 잡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이오." 그 사람이 말했다. "뭐라구? 일천 냥의 은자라구? 매우 수월하게 말씀하시지만은 한 냥도 내줄 수 없소." 은표를 잡지 못한 그 사람은 대뜸 상대방의 가슴팍을 움켜 잡고 말했 다. "내 놓겠소? 못 내놓겠소? 우리는 계공공에게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따져 봅시다. 그리고 몸을 돌리고 바라보니 위소보는 어느덧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네 사람은 깜짝 놀라 일제히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리 고 사방으로 나누어 찾기 시작했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