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6년 9월 23일(토) 오후 5시30분 부터 7시 까지
장소 : 2.28 기념 중앙공원(동성로 옛 중앙초등학교) 야외무대
주최 : 국가청소년위원회, 대구광역시
주관 : 대구문인협회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며, 특히 이번 공연은 새로운 시도로 시극(25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 공연내용
-시노래, 시극(25분), <문학사랑, 문학퀴즈>, 옴니버스 시낭송(주제: 가을, 그 그리움과 쓸쓸함)
대사가 있는 명 수필 낭송(피천득의 은전 한잎), 동시낭송 등-
<문학사랑,문학퀴즈>
* 1924년에 발표된 염상섭의 중편 「해바라기」는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친 한 여성이 남편과 함께 나선 신혼여행길이 죽은 연인의 무덤이고, 그곳에서 남편과 함께 죽은 연인의 무덤에 묘비를 세워준다는, 당시로는 다소 충격적인 줄거리를 가진 소설입니다. 이 소설 속 여주인공의 모델이 되고 있는 실제인물은 누구일까요? 한국 최초의 여류화가이며, 단편소설 「경희」, 「정순」을 남기고 있으며, 잡지에 ‘이혼고백서’를 공개하는 등 ‘신여성’의 키워드가 된 인물은 누구일까요?
① 김명순 ② 김원주 ③ 변동림 ④ 강경애 ⑤ 나혜석
정답: ⑤ 나혜석
* 최근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사형수와 여자주인공이 매주 일정한 시간에 접견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만나 서로의 밀실을 열어보이면서,
이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간다는 내용입니다. 바로 그들 둘만의 특별한 시간이 그들에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와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주인공 사형수의 운명은?
1. 누명을 벗고 석방된다.
2. 무기수로 평생 감옥에서 산다.
3. 사형에 처해진다.
4. 감형이 되어 출옥의 희망을 갖는다.
정답: 3
* 이효석은 수필 ‘낙엽을 태우며’에서 낙엽 타는 냄새를 ‘잘 익은 개암 냄새’ 같고, 또 ‘갓 볶아 낸’ 이것의 냄새 같다고 했습니다. 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고 이효석은 말하고 있는데요, 정신이 몽롱해질 때, 졸음이 쏟아질 때 한 잔 마시면 맹렬한 각성작용이 일어나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중독이 되면 각성효과는 좀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① 콜라 ② 소주 ③ 커피 ④ 홍차 ⑤ 생수
정답: ③ 커피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배경이 되는 나라로, 커피와 삼바춤으로 유명하고,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넓은 국토면적을 가진 나라는 어디일까요?
1. 영국 2. 미국 3. 칠레 4.브라질 5.캐나다
정답: 4.브라질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詩學)』에 나오는 용어로 ‘정화’ 또는 ‘마음의 배설’을 뜻합니다. 즉 ‘마음의 정화작용’을 일컫는 문학용어로, 주인공들의 비참한 운명과 결말 때문에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두려움이나 슬픔, 동정, 연민이 한꺼번에 폭발되는데 이때 이 응어리가 정신적으로 순화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무엇일까요?
① 카타르시스 ② 미메시스 ③ 나르시스 ④ 플롯 ⑤ 뮈토스
정답: ① 카타르시스
* 우리 고장 대구에 뽕나무골목이란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대구의 근현대사를 들여다보는 현미경 구실을 하는데요
뽕나무골목은 계산성당에서 동아쇼핑 사이의 좁은 골목들입니다. 지금 뽕나무골목엔 뽕나무는 없습니다만 최근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이상화고택이 이 골목 끝자락에 있고, 독립운동가 이상정고택, 국채보상운동주창자 서상돈고택 등 이 일대가 대구의 근현대사의 역사공간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이 일대가 상화고택을 중심으로 기념관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러면 이 동네는 행정구역상 무슨 동일까요?
1. 덕산동 2. 남산동 3. 계산동 4. 북성로
정답: 3.계산동
* <님하 가람건너지 마소/그예 님이 건너시네/물에 들어 쩜오시니/어저 님을 어이하리> 노산 이은상이 한역(漢譯)한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는 창작연대미상의 한국 최고(最古)의 노래입니다. 물에 빠져 죽은 백수광부의 아내가 이 노래를 부르고는 자신도 남편을 따라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백수광부의 아내가 이 노래를 부르며 연주한 악기는 무엇일까요?
① 비파 ② 공후 ③ 대금 ④ 가야금 ⑤ 거문고
정답: ② 공후
* 체코의 자유화 운동과 소련에 의한 탄압이라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한 명의 남자와 두 여자의 러브 스토리를 다룬 필립 카우프만의 영화 ‘프라하의 봄’은 “체제의 권력 앞에 선 개체의 무력함,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정열적이고 에로틱한 변호, 때때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불변성에 대한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되고 있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무엇일까요?
① 농담 ② 불멸 ③ 느림 ④ 웃음과 망각의 책 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답: 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다음은 나희덕의 시 ‘국밥 한 그릇’의 일부입니다. 이 시에는 별세한 한 문인을 추모하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요, 『관촌수필』, 『우리 동네』, 『산 너머 남촌』,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를 남기고 있는 이 작가는 누구일까요?
잘 비워낸 한 생애가 천천히 식어가는 동안
그가 마지막으로 건네는 국밥 한 그릇을
눈물도 없이 먹어치웠다.
국밥에는 국과 밥과 또 무엇이 섞여 있는지,
국밥 그릇을 들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둘러 삼키려는 게 무엇인지,
어떤 찬도 필요치 않은 이 가난한 음식을
왜 마지막으로 베풀고 떠나는 것인지,
나는 식어가는 국밥그릇을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① 김동리 ② 황순원 ③ 조병화 ④ 이문구 ⑤ 서정주
정답: ④ 이문구
* 신경숙 소설「풍금이 있던 자리」이야깁니다. 소설 속 화자는 어린 시절 자신의 집에 왔던 아버지의 새 여자인 ‘그 여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예쁜 짓만 골라하는 그 여자는 화자로 하여금 ‘그 여자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나 그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 뒤엔 눈물이 숨어 있었는데요, 그 여자가 울음을 참기 위해 한 일은 무엇일까요?
(힌트 : 하루에 세 번씩 하면 건강에 좋다고 하죠! )
정답 : 칫솔질 (지문- 서방질, 술 마시는 일, 고함지르기, 달리기, 빨래)
*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돈키호테는 현실을 무시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이상을 무모하게 추구하는 인간형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무지막지하게 달려드는 모습이 돈키호테의 이러한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웃음을 보여줍니다. 다음 중 풍차에 달려드는 돈키호테를 가리키는 속담은 무엇일까요?
① 누워서 침 뱉기 ② 개똥도 약에 쓸라면 없다. ③ 달걀로 바위 치기
④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정답: ③ 달걀로 바위 치기
* 올해는 이 사람의 사후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범죄의 여왕’, ‘죽음의 공작부인’, 그리 고 ‘추리소설의 퍼스트레이디’ 등 전 세계 추리소설 독자들이 이 작가에게 붙어준 수식어 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나일 강의 죽음’ ‘명탐정 에르큘 포아로’ 등 의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는 이 작가는 누구일까요?
1. 애드가 앨런 포
2. 존 그리삼
3. 시드니 셀던
4. 애거서 크리스트
5. 코난 도일
정답: 4. 애거서 크리스트
*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은 잠시 연극무대에 서기도 하였고, 경성방송국에 출연 하여 대중가수로도 활동했던 인물입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한마디로 만능엔터테이너였던 것이죠. 이 윤심덕은 관부 연락선에서 극작가 김우진과 함께 현해탄에 투신 情死하여 당대 최고의 스캔들을 남기며 생을 마감해 후세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윤심덕의 대표 곡인 이 노래는 외국곡인 ‘도나우강의 잔물결’에 자신이 직접 가사를 붙인 것으로, 사회와 생(生)에 대한 염세적 태도를 짙게 풍기고 있습니다. 1920년대의 우울한 사회상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노래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1. 사(死)의 찬미
2. 황성 옛터
3. 두만강
4. 아리랑
5. 사랑안해
정답: 1. 사(死)의 찬미
<옴니버스 시낭송-가을, 그 그리움과 쓸쓸함> 이병훈/김미옥/권순진/김은영
이번엔 대구문협 회원 작품으로만 구성해 보았습니다. 작품의 일부는 낭송기술상 행과 연을
원전과 다르게 편집한 부분도 있고, 일부는 생략된 작품도 있습니다.
낙엽/ 서종택 - 이병훈
떠나갑니다
모든 이야기로부터, 떠나갑니다
하늘 향해 한없이 뻗고 싶었던 곁가지 하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
당신 향해 떠나갑니다
섬광처럼 짧았던
단 한번의 눈맞춤
혹은 당신에게 보내는
한 장의 편지
그러나 당신 계신 곳
너무 멀어서
한 생애로는 가 닿기가 쉽지 않겠지요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 김소운 -김미옥
살아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다
죽어서 한 사람에게, 사무칠 수 있다면
참 행복하다
보이지 않는 인연으로
한 세상 살다살다
그대 떠난 후
살 떨리는 그리움에, 뼈 속까지 소름 돋는
아, 필연의 사랑이여
비에 젖은 엽서/ 송진환 -권순진
예전에
아주 예전에
비에 젖은 엽서 한 장
반쯤은 지워진 채
슬프게 왔었네
지워진 반쪽 채우려고 애썼네
세월 흘러도 끝내 그 반 쪽
채울 수 없었네
가을 여자/ 박숙이 -김은영
가을엔, 빨간 우체통이 더없이 성숙해 보인다
한 장의 편지처럼 날아가고 싶은 여자,
파란 하늘엔 그리움이란 자막이 흐르고
내 가슴엔
방금 들어온 수신 하나 숨막히어 다- 읽어내질 못한다
사랑이란 글귀가 새처럼 푸드덕거린다
내 가슴의 사서함엔 너로 인해 꽉차 있으며
통나무 집의 비밀들
밤을 지샌 비밀들이 날로 뜨겁게 단풍든다
한계령의 가을처럼 붉게붉게 타 들어간다
언제부턴가
코스모스가 필 때면 꼭 몸살 앓는 여자
코스모스가 질 때까지 함께 흔들리는 여자
그 여자 불치의 병을 시방 앓고 있네
울다 지친 풀벌레처럼 쓰러져 있네
오! 아름다운 불치병!
산머루처럼 혼자 앓다 툭, 터질 병.
가을 남자 / 황인동 -이병훈
그대 숨쉬는 창가에
한 다발 국화꽃으로 꽂히고 싶어
향 맑은 스킨으로
토닥토닥 얼굴을 두드리며
나는 설레이고 있다
그대 안에 고인 가을빛을
휘감고 흐르는 강물이고 싶어
남겨진 추억 몇 개 다시 챙겨
나는 가을 속으로 간다
내가 가을바람으로 출렁이면
하얗게 쓰러지는 망초꽃처럼
내 어깨에 살며시 마음을 기대는
한 잎 새순 같은
가을여자를 기다리는 나는
가을 속에 깊숙이 서 있는 가을 남자
마음이 먼저 붉게 물들어 간다
석남사/ 천영애 -김미옥
내가 당신을 안고 싶었을 때
석남사가 가까이 있었다
파르라니 머리 깎은 비구니의 절
일주문 앞에서 비구니의 머리에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나는 그래도 당신을 안고 싶었다
사랑한다는 그런 유장한 말로도
석남사에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듯이
하얀 갈대꽃 눈빛의 스님도
내 긴 충동의 눈을 감게 할 순 없었다
가을 고추/ 정태일 -권순진
누른 대궁 끝
풀무질에 벌겋게 몸이 단
어머니의 호미 같은 고추
내 뼈 속에서도 익어가고 있습니다
벌레가 뚫어놓은 실구멍
그 고추집 안에 앉아 있으니
내 마음도 그 구멍만큼 아파옵니다
더위 지나면 나의 상처는 아물겠지만
노란 등불 켜고
씨앗들 부르는 그리운 소리에
내 귀도 기울어 곱게 물들어 갑니다
가을 정선/ 박주영 -김은영
가을 정선 길은 온통 화근내다
누가 이 골짜지에 불질러 놓았나 보다
굽이굽이 무겁도록 껴안은 산허리가
성한 데가 없다
각오한 듯 입 벌리고 그 불길
꾸역꾸역 삼키던 정선이
기어이 소리내어 앓고 있다
가야산 놀빛, 수도암에서/ 이진흥 -이병훈
가야의 이마가 놀빛에 젖는다
드러난 어깨도 엷게 물든다
돌부처는 앉아서 무엇을 보나
단풍이 계곡을 건너와서
그늘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산사를 애워싼 능선들이 고요하다
그런데 무엇일까, 놀속에 가물가물
잠자리 날개처럼 멀어지는 것
멀어져서 반짝이며 사라지는 것
추녀 끝 풍경이 흔들리자
어디서 온 새 한 마리
울음 떨구고 가야 쪽으로 날아간다
단풍을 꿈꾸며/ 정이랑 - 김미옥
언제부턴가 비틀어지며 가벼워지는 것을 꿈꾸었을까
하늘로만 향하였던 욕망의 가지들을 아래로 늘어뜨린다
낮은 곳으로 내려앉으며 생각했다
묶여있음에의 탈출은 황혼처럼 물드는 일
타인의 무심한 발길 몸으로 받으며 뒤를 보았다
몇 장의 잎들이 빈땅에 볼 부비며
속죄하는 마지막을 연출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물 드 는 단 풍
가을엔 유랑/ 이진엽 -권순진
다시 그대가 그리워지는 날
바람은 온종일 시간의 숲으로 불고 있다
떡갈잎처럼 흔들리는
저녁 먼 호수 위로 잊혀진 새들이 돌아오면
가을은 어느새
세월이 남기고 간 물빛 신호를 일으켜 세우며
그대의 유랑 앞에 젖은 날개로 응답한다
밤에도 울려오는 풍금소리
어디로든 떠나야 하는 몇 마디 음계를 붙잡고
내가 언제 그대를 용서하며 사랑한다 했던가
고독2/ 정숙 -김은영
가을 뜨락에 앉아 한 줌의 햇살 쥐어 본다
순간, 빛은 사라지고
주먹 속에는 시린 어둠만 남아 있다
그 여름밤,
밤의 품안에서 깊이 가라앉았던 시간들이
어디서 날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미련을, 바람이 흩어버린다
소갈머리 없이
가을 바람이 곧장 겨울로 치닫는다
<대사가 있는 명수필 낭송> 이병훈/권순진
은전 한 닢 / 피천득(皮千得)
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돈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은전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돈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 원짜리를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大洋]' 한 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시조 낭송> 조명선
新五友歌/ 김정숙(대구문학 가을호 게재)
음악에 기대 책 보고 난향에 취했다가
한 잔 차로 속 헹구며 촛대와 말 건넨다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외로워도 외롭잖으니
1. 冊
빈 손으로 찾아도 반갑게 열어주며
이랑마다 떨군 눈물 서럽게 촉이 트니
해 돋는 밭이었더라 꿈 쌓는 곳간이었더라
2. 音樂
그분과 거닐어 보는 흙내 나는 하늘 길
굳은 살 도려내고 촉촉한 숨 쉬고파서
내 실존 시간의 강에 그대 함께 헤엄친다.
3. 蘭
부드런 듯 힘차고 게다가 무던키는
고즈넉한 눈길로 그대 몸 어루다가
내년 봄 터트릴 향에 미리 몸살 앓는다
4. 茶
잎은 깜짝 놀란다 제 속빛 우려낸 혼
슬픔이라 여겼더니 향그런 물의 숨결
안개꽃 찻잔 가득히 다발로 피어난다
5. 陶磁器燭臺
내 안의 깊은 응시 밝히려 든 촛불 송이
기꺼이 돕고 있다 가난한 詩 꺼지지 않게
흙으로 빚은 엎드림 낮아서 높은 그대
<동시 낭송-'우정'과 '빗방울'이란 주제로 2명이 각 1편씩 낭송> 손지민(초6)/임소연(초5)
노마/ 박 경 종
순이와 싸우고
노마는
장독 뒤에 혼자 앉아 있다.
울 밑에서
꼬꼬가 뛰어와서
"꼬꼬 꼬꼬…"
노마를 부른다.
달랑달랑
바둑이도 달려와서
"콩콩 콩콩…"
노마를 부른다.
노마는 노마는
대답을 않고
손가락으로
땅에다 글만 쓴다.
"순이
순이
순이" 라고-
마음/ 하청호
영희와 놀다가 다투었다
그날 이후 영희를 볼 때마다
미운 마음이 고개를 내밀었다.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
연못가에 앉으니
영희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내 마음 속에 있는
미운 마음을 꺼내어
연못 속에 던져 버렸다.
물위에
방긋 웃는 영희의 얼굴이
눈부시게 떠올랐다.
<하청호 신간 동시집 '초록은 채워지는 빛깔이네' 중에서>
비오는 날/ 하청호
퉁탕 퉁탕
두두-두
두두두
지붕 위에
빗방울들 좀 봐.
사뿐사뿐 내리지 않고
저렇게
퉁탕퉁탕
발을 굴리며 내려와야 해.
그래그래
하늘에서 내릴 때
맨발이 아프지도 않나.
어머 소리가 더 크지네
빗방울들이
우리 얘기 들었나봐
더 세게 발을 굴리네.
우당탕 퉁탕
두두-두두
두두두두
<하청호 신간 동시집 '초록은 채워지는 빛깔이네' 중에서>
구슬 빗방울/ 권대자
비 오는 날
연밭은
은구슬 치는 날
파아란 연잎마다
또르르 또르르
굴러굴러
자꾸자꾸 모인다
비 오는 날
연밭은
은구슬로 부자가 되는 날
분홍연지의 연꽃은
생글생글
소리없이
활짝 웃는다
<대구문학 2006년 가을호 수록 동시>
첫댓글 23일 날씨가 화창하길 기대하며, 아이들 데리고 관람하러 가겠습니다. 뜻 깊은 행사에 문협의 식구들 많이 참석하시면 좋겠지요. 자유게시판에 <은전 한 잎> 올려두었습니다...명수필 낭송이 갈수록 감동과 재미가 있습니다. 파이팅!!!
'영원한 어린이' 의 대명사 금아 선생께서는 “추억이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지요. 꼭 소유해야 행복한 것은 아니죠. 기억 속에 넣어두면 됩니다. 좋은 기억은 욕심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작가 최인호씨는 피천득 선생을 ‘전생의 업도 없고 이승의 인연도 없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하늘나라의 아이’라고 표현했다. 선생께서 환하게 웃을 때는 개구쟁이 소년이 즐거워하며 미소짓는 것 같다. 꾸미지 않는 순수함과 어린아이다움이 그분의 또다른 건강 비결이다. 선생께서는 아이처럼 수시로 웃고 기뻐하고 감탄한다.
가을여자 7행에 내 가슴의 서서함이 아니라 사서함입니다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오타입니다, 물론 수정했고요..시간되시면 놀러 한번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