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잡귀
엄동설한 차운날씨 풀리는달 삼월에는
겨울잠에 취해있던 개구리가 깨나는달 길고길던
겨우내내 모든만물 얼어있다 만물들이 소생하는
이른봄이 찾아오면 움추리고 웅크렸던 감각들을
살리고자 불어오는 봄바람에 부스스스 우르르르
기지개도 켜보는가, 지지배배 배쫑배쫑 제비들과
종달새가 노래하세 노래하세 참세상을 노래하세,
온기화난 만물역동 봄날돌아 오셨으니, 만물들아
뭇새들아 우러짖어 노래하세, 종달이는 배쫑배쫑
뻐꾸기는 뻐꾹뻐꾹 산까치는 까악까악 제비들은
지지배배, 두견새는 뒤두고온 자식들을 생각하며
두고온 두견 두고온 두견, 참새들은 작은부리
조잘이며 짹짹짹짹 조잘짹짹, 소리개는 큰날개로
하늘날아 하악하악, 봄볕좋아 졸고있는 노랑둥이
병아리는 삐약삐약 깨록깨록, 아가찾는 어미거위
슬피울며 꽥꽥꽥꽥 아가아가 어디갔냐 어미두고
어딜갔냐 멀리못간 오리들은 십리못가 왝왝왝왝,
나무껍질 쪼아대는 딱다구리 크낙새도 어찌너만 못하겠냐
다투어서 따따다닥, 물총새는 물을쏘고 비둘기는 짝을찾고,
나른하다 봄날이여 노곤하다 햇발이여, 허황도인 춘곤중에
눈이게츰 침이잴잴 꼬박꼬박 조는중에 황망중에 허황중에
벽력같은 소리있어 후닥뚝딱 눈을뜨니, 허주씌운 아기씨는
만신몸주 내리는지 눈은흰청 몸은벌벌 사시나무 떨듯하네
허덕허덕 숨을쉬다 자리에서 겅충일나 소리소리 한소리를
걸판지게 엮어가네. 어허듸야 상사듸야 이게무슨 신명이냐,
내신명아 네신명아 먹다죽을 찰고명아(찰고명; 시루떡위에 얹는 떡고물),
허주씌운 이내몸은 누가누가 잡겠는가, 옥황상제 삼세제불
임장군님(임경업장군) 어떠할까 잡신들은 물러가고 영신만신
잡으소서, 얼쑤. 후닥푸닥 땅을짚고 한판춤을 추는구나,
내어젓는 소매춤은 잡신쫓는 아픔인가 들썩이는 어깨짓은
싫다하는 부정인가 비틀비틀 엉기주춤 온갖잡귀
물리치려, 몸주받을 준비하나 잡귀한테 잡히려나,
잡귀악령 아기씨를 잡으려고 악을쓴다. 쫓으려는
어깨춤과 잡으려는 망령들에 안간힘이 써지는데
마당판이 질퍽하다. 어이할꼬 어이할꼬 아기씨의
온몸에는 잡귀악귀 악령원령 온갖잡신 다붙으니
큰일이세 큰일이세 어떤신이 내릴건가, 알아보세
알아보세 잡귀원령 알아보세. 허황도인 아기씨의
강무춤(신이 내리는 춤)을 보자시면 그자리에
퍼져앉아 장단이나 맞춰본다. 얼쑤, 나온다
나오신다 온갖잡귀 뛰나온다. 유행병의 주범신인
두역신이 그것이고, 천연두의 호귀마마 강남호구
별성인가 강남호구 객성인가, 뱀이화해 변한귀신
사정이라 칭하옵고, 벌레들이 변한귀신 충정이라
일컬으고, 호랑이가 변한귀신 호정이라 전하는데,
여우황구 변한귀신 바로바로 호귀더라, 옛날옛날
한옛날에 호랑이가 담배필때, 왕건이의 아버지인
작제건이 얻은것은 돼지귀신 돈정이니 이것또한
귀신일세, 각마을의 연못에는 용이변한 용정있고,
배고파서 굶어죽은 아사귀는 걸귀인데, 탐욕많은
유귀신은 바로바로 객귀일세, 알아보자 알아보자
12지귀 알아보자, 자일병귀 천적이요 축일병귀
천강이요 인일병귀 동노이고 묘일병귀 의광이다,
진일병귀 백련이며 사일병귀 장량인데 오일병귀
백명이고 미일병귀 퇴기일세, 신일병귀 동룡이고
유일병귀 도측이며, 술일병귀 천적인데, 마지막에
남은것은 해일병귀 각로라네. 천지사방 방귀들이,
객지에선 객사귀가 얼쑤나 절쑤 막쏟아진다.
천적노귀 원사여귀 토지가귀 황두귀신 정신인귀
금신노귀 소년여귀 원혼여귀 소녀귀신 석휴귀신
남자귀신 불합귀네, 집집마다 돌아오는 신발도둑
신발귀신 오랜가구 가구마요 이상한것 기귀일세,
삼년묵은 몽당비에 여자부정 피묻으면 이게바로
몽당비귀 몽달귀신 아니던가. 뿔이하나 도깨빈데
짖궂은일 못말린다. 물귀신은 수귀이고 과부귀신
원귀더라 음란한것 독각이고 처녀귀신 손각시다.
이런귀신 저런잡신 몽땅몽땅 덮어쓰니 아기씨의
강무춤이 흐륵드륵 말려들어 숨이꼬박 넘어갔다
일곱고갤 넘어가네. 일어서고 춤추기를 하루종일
덩실덩실 온갖잡귀 넘나든다. 다시귀신 들어오니
왠귀신이 들어올까. 미련많은 미명귀는 젊은남편
못잊고서 일찍죽은 젊은아내 세상미련 끝이없다
새장가든 남편후처 새암내서 나타나네, 이매망량
도깨비는 뭇사람에 골탕주고, 사지신인 태주귀신
어린아이 죽었을때 그슬픔이 너무커서 미처황천
못가고서 이승에서 돌고돌아 태주귀신 되었으니,
사람들아 사람들아 태주귀를 슬퍼하라 세상와서
못다핀몸 그런슬픔 어데있나. 부귀주는 업귀신은
쌀뒤주신 아니겄나 이름하여 찌끔이수신이고
바람부는 풍신이라, 이런귀신 저런악령 마구마구
내려오니 산만하다 이내신명 복잡하다 이내정신,
이럴때는 더도말고 덩기덩기 덩더쿵 말도많고
탈도많고 얼쑤절쑤 덩더쿵.
그진득한 날이가고 어두침침 밤이오니
잦은신명 잘아들고 몸은피곤 땀은쩔쩔
어찌어찌 견딜손가 연약한몸 견딜손가,
아기씨는 마당에서 그당찼던 혼신무에
견디지를 못하고서 질펀하게 누웠으나
허황도인 남은신명 어찌할지 모르고서
그저그저 소리한다. 놀아보세 놀아보세
신명나게 놀아보세 일년이라 삼백일에
방안에만 틀어박혀 과거시험 공부하며
사서삼경 잘익히던 꿈이많던 한유생이
과거보고 장원급제 어사화를 꽂는신명,
놀아보세 놀아보세 이기분이 어떠한고
십년수도 지족선사 황진이의 유혹받고
운우지정 나눌때에 닥쳐오는 신명인가,
심산유곡 유리속에 갇혀지낸
희창(주문왕)이가 복수심을 가득채워
한을품고 다니다가 천하명장 강태공의
소문듣고 찾아가서 위수가에 만난후에
세상일을 논하는데 나오는것 비결이고
넘실대는 묘수로다 주문왕과 강태공이
풀어내는 천하통일 신명인가, 앞못보는
심봉사는 임당수에 끌려간딸 보고파서
통곡하다 인사불성 만사불통 한을안고
살아가니 헛되도다 헛되도다 이내신세
헛되도다 눈을잃고 딸을잃고 세월잃고
정신잃고 헛푸념에 세월갈때 어디선가
날아오는 기쁜소식 있었으니 앞에나선
심청이에 깜짝놀라 눈을뜨는 하해같은
신명인가, 불러보세 불러보세 신명노래
불러보세 꾀꼴같은 목청으로 머리빼고
목을늘여 곱디고운 음성으로 우리신명 노래하세
. 만화방창 좋은봄에 아니놀지 못하리라 이리보면
일을내고 저리보면 절에가고 교태품은 범나비는
해당화에 날아들고 물이오른 꿀벌들은 홍매화로 날아든다.
산과들엔 버들개지 논과밭엔 냉이씀바귀 꼬들대는
고들배기 아릿아릿 돼지감자 많이났나 쑥나오고 질기도다
질갱이다 산과들과 논과밭에 봄이왔다 노래하니 봄이로세
봄이로세 농사시작 봄이로고 앞물고는 당겨주고 뒷물고는
대어주고, 밭을갈아 씨뿌리고 논을갈아 모를심니 이게바로
천하대본 힘을합쳐 시작하세, 얼쑤 절쑤.
허황도인 소리하다 목이컬컬 배가쫄쫄 목을조금 축이자고
한잔쭈욱 걸치는데 시금털털 탁주로고 아리동동 동동주다
얼큰덜큰 한잔하세 이주발은 술주발에 얼컥벌컥 들이키니
달밤놀던 주태백이 월상선녀 상아그려 달을안고 익사하니
아하아하 낭만인가 이게바로 풍류던가. 세상사는 사람들아
이내말좀 들어보소 달속선녀 미인상아 고운자색 경국지색
서시마저 무색하네 천상선녀 상아에겐 힘센남편 있었으니
태산뽑는 항우라도 그앞에선 하루강이 서슬퍼런 거인전제
귀신같은 제갈량도 그앞에선 소인일세 강철같은 팔뚝으로
맥궁(활의 한종류)들고 천하주유 신궁으로 소문나서 옥황상제 뵈었더라,
때는마침 여름이라 태양들이 나왔는데 부상(扶桑; 1개의 태양이
지상에 떠오를 때 나머지 9개의 태양이 머문다는 신화속에 거대한 뽕나무)에서
쉬던태양 몽땅함께 나왔으니 뜨겁기가 불탕지옥 사납기가 열탕연옥
세상곳곳 태워대니 그것보던 옥황상제 후예에게 명령하니 태양들을
없애어라 천하만민 어진백성 뜨거움에 못견디고 울며불며 애원하니
태양들을 떨구거라 명령받은 후예(后예; 고대 신화 속에 명궁)장사
태산위에 올라가니 한발로는 태산밟고 다른발은 곤륜위에 하늘보고
힘을주어 맥궁시위 잡당기니 근육울퉁 힘줄불퉁 기세험악 기상으뜸
세상천지 만물들이 그의발밑 숨죽이고 의기양양 태양들은 혼이빠져
혼비백산 줄달음쳐 도망칠때 후예장사 시위놓자 화살들이 날아갈세
집채같은 파도더미 일주편엽 덮치듯이 만장같은 독수리가 살모사를
덮치듯이 아홉태양 덮칠때에 방비없는 태양들은 속절없이 떨어진다.
하나둘셋 하고너댓 모두합쳐 아홉이니 어허어허 남은태양 이악물고
원품었다 아히야 어찌할꼬 이일을 어이할꼬, 알고보니 남은태양
신중에신 태양신이 아니신가 땅위로 떨어졌던 아홉태양 모두그
의 자식이니 태양신의 분노를 어디서 풀것인가, 후예장사 이를알고
저죽을까 두려하여 불사약을 얻자하고 곤륜산에 들렸더라 곤륜산에
들러보니 불사초인 생명초는 여신선이 갖고있네 이름하여
서왕몬(西王母; 곤륜산에 산다는 여신)데 후예장사 그녀만나 빌고빌어
사정해서 불사약을 얻어갖고 집이라고 돌아왔네 피곤하고 긴장풀려
후예장사 잠에취해 정신없이 자는새에 상아선녀 욕심품고 영생불사
원하여서 불사약을 훔쳐설랑 달나라로 도망쳤네 태양신이 분노하여
후예장사 죽이려고 불화살을 쏘아대니 잠에서깬 후예장사 불사약을
먹으려니 불사약은 간데없고 불화살이 심장뚫네, 후예장사 화살꽂혀
선혈흘려 죽는중에 사람들께 경계하며 한소리를 외치는데, 남자남자
남자들아 여인들을 믿지마라 정을주고 뜻을줘도 자기이익 생길때면
냉정하게 돌아서는 여자들을 믿지마라, 옥황님요 상제님요 이내원한
풀어주사 부부지정 백년해로 한몸으로 엮어진맘 헌신처럼 버려두고
영생불사 원하여서 남편목숨 버리고서 홀로살자 달아나는 나쁜아내
상아에게 저주라도 내려줍쇼. 옥황상제 피가끓어 원통하게 외쳐대는
후예장사 소원듣고 그의한을 풀어주려 고운상아 저주하네. 화용월태
자색미용 불사영약 복용하고 천년만년 살자했던 상아선녀 보름달속
깊은곳에 은밀고처 숨었다가 저주받은 몸이되니 한아침에 몸이줄고
두아침에 곱던피부 고름진물 터져나니 못생기고 더러운것 두꺼비가
되었구나 어이할꼬 어이할꼬 그곱던몸 다버리고 추한미물 되어지니
죽고파도 못죽겠고 이몸으로 천년만년 사람들께 손질받네, 사람들이
두껍변한 상아선녀 이르기를 섬여(蟾여)라고 하는도다. 여인들아
여인네야 눈앞이익 현혹말라 곱디고운 자태라도 마음잘못 먹은탓에 추디추한 두껍된다.
허황도인 술이올라 트림꺽꺽 방귀뿡뿡 잡설하나 할렵시면 껄꾹질은 왠말인가. 술아술아 동이술아 껄꾹대는 바각술아 동동뜨는 동동주고 미리주는 밀주로다 쌀로만든 탁주에다 텁텁대는 막걸리에 오색향기 오가피주 솔향기에 송화주고 벌컥벌컥 마셔주다. 허황도인 기분좋아 타령하나 길게뽑네. 방아방아 술방아야 이리찧는 둥둥방아 콩콩찧네 콩방아야 살살찧네 쌀방아야 덩실덩실 이리방아 주섬주섬 저리방아 떡찧는것 떡방아에 겨찧는것 겨방알세 디디며는 디딜방아 물러서면 물릴방아 손에쥐면 손방아고 돌아가는 물레방아, 이방아가 왠방안가 술먹는집 밀짚방아 엿먹는집 기울방아 얼쑤좋쑤 한바탕에 지화자 어리얼쑤, 달도밝은 보름날에 밤새지새 놀아보세, 십오야 동동 보름달에 미끈한달 곱게뜨니 저건누구 얼굴인가 그리운님 얼굴인가 보리고개 한고개에 굶어가는 자식들을 보다못한 엄니께서 산당같은 머리자락 곱게기른 머리칼을 써걱써걱 채로잘라 자식양식 사먹이고 슬픈중에 만져보는 민대머리 엄니머리, 간다간다 달이간다 만경창파 배가듯이 하늘창해 노를저어 어여저영 달이간다, 한많은 인생살이 사고무친 외톨이가 하늘가에 친구하던 보름달이 어여간다. 가시려오 오시려오 나를두고 가시려오 가뜩이나 외로운데 달님마저 가시려오. 진다진다 달이진다 울어머니 죽어진다. 가시는길 설흔길에 미련많아 주춤이고 어엿느엿 가시는길 속세미련 갖지말고 그저그저 남은자식 명복이나 길게하사 축수하고 축원하니 그만그만 가시는길 곱게곱게 가옵소서, 어화라 상사듸야.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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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멀겠당,,,도무지 복잡혀서 죽갔더요,,,지가 아담님게 부탁 한거요,,,,(지발 들어주세요^^) 지 살아야 돼요 ㅋㅋ
ㅎㅎㅎ who? 님~~! 잡귀에 대한 글이니 당근 잡귀 스럽고 복잡하징~! ㅎㅎ adam 님 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멋진 하루 되세요~!
믿는 자에겐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의 것이요. 부탁한 자에겐 복이 있나니 ....
무슨 글이 이토록 재미있노? 길고 멀고하지마는 상사듸에 다왔다네. 백남준 하고 썩은 막걸리 마시다 힐러리 옷 벗기고 왔는교. 창가로 불렀다면 술맛이 더나겠네 ㅎㅎㅎㅎㅎ 고마우이.. 잘살게..
제가 이 방에는 어쩌다 들어 오는데 ..오늘 아담님의 글을 2번째 읽네요 (위에서 한번 읽었어요 ) 리듬맞춰 쿵덕쿵덕 모르는 귀신 투성투성 그래도 쉬어 가라고 얼쑤 장단 맞춰 ..ㅎㅎ 굿판 구경하고 온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