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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연동과 함께 조선 3대 민가 정원으로 손꼽히는 서석지. 400년된 은행나무가 운치를 더해준다. |
| 억새가 끝물에 이르자 단풍이 손짓한다. 주말이면 관광버스가 넘쳐나고 뜸하던 단풍열차도 시나브로 가세했다. 봄처녀 겨드랑이를 타고 온다는 화신(花信) 못잖게 엉덩이가 들썩인다.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현실은 어떤가. 내장산은 진입로부터 발디딜 틈이 없고 설악의 등산로는 고지(高地)에도 극심한 정체를 이룬다. 멋모르고 떠났다간 고생길이다.
어릴 적 놀던 외갓집같은 시골이 그립다. 감과 대추가 주렁주렁 달려있고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한 두 개쯤 따가도 개의치 않는 후덕한 인심이 살아있다.
조그만 하천을 따라 황금들녘이 펼쳐지는 길을 따라 내달릴 수 있고, 산자락이 앞을 막으면 에돌아간다. 고국산천의 전형적인 가을, 그런 모습 말이다.
경북의 오지 중 오지 영양으로 가보자. 조지훈 오일도 이문열에게 문학혼을 불어넣었고, 천혜의 절경 남이포와 선바위도 아름답다. 분황사석탑과 견줄 만한 국보인 봉감 모전석탑은 숨은 보석이다. 그래서 문향(文鄕)이자 청정지역으로 불린다.
#조지훈 이문열 오일도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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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변천과 청계천이 석벽을 끼고 만나는 남이포는 영양을 대표하는 경관이 빼어난 관광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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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양은 많은 문인들을 배출했다. 시인이자 국문학자였던 조지훈, 시인 오일도, 소설가 이문열씨가 대표적. 관광지는 타 지자체에 비해 적지만 문학테마기행지 '0순위'로 손꼽힌다.
조지훈의 생가가 있는 주실마을. 마을 어귀 주실숲에 조지훈 시비와 길 건너 숲에 그의 형 동진의 시비가 각각 서 있다. 한양 조씨 집성촌으로 첫 인상은 전통가옥이 조화롭게 배치돼 마을전체가 한 폭의 그림같다.
조지훈의 생가 앞에서 공직을 마치고 낙향, 문화유산해설사를 맡고 있는 조동길씨가 반갑게 맞는다.
솟을대문이 활짝 열려있는 생가 앞에는 '호은종택'이라고 적힌 이정석과 한국문인협회가 마련한 현대문학 표징 동판이 눈에 띄고 '조무열'이라고 적힌 문패가 달려있다.
"호은은 이 마을 입향조(지훈의 14대조)의 호이고, 얼마전 이사간 조무열은 선생의 종질이야. 선생은 종가손이 아니지만 이곳에서 태어났어."
조동길씨는 널리 알려진 조지훈보다는 주실마을을 설명하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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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187호인 봉감 모전오층석탑. |
| "영양의 진산인 일월산(1219m)의 지맥이 끝을 맺고, 마을 정면에서 보면 연적봉과 문필봉이 앞다퉈 달려오는 듯한 형상이지. 마을 앞을 흐르는 장군천은 가뭄에 마른 적이 한번도 없었지. 명당 중의 명당이지. 풍수지리적 요인 덕분에 예부터 정치가나 세도가는 나오지 않았지만 학자는 끊임없이 배출됐어. 60가구 사는 이곳에 대학교수만 20명이 넘어. 아마 향학열은 국내서 최고지."
주실마을은 전통마을이면서 신문물을 빨리 받아들인 독특한 곳이다. 조선후기때 이미 실학자와 교류를 시작해 1899년 스스로 상투를 잘랐다. 일제시대때 일본유학이 성행했고 양력설은 78년째 쇠고 있다. 교회는 들어온 지 95년 됐다. 하지만 창씨개명은 결코 하지 않았다. 당대의 시인으로 지조론을 폈던 조지훈이 학자로서 고고한 인품을 갖추게 된 배경이 주실마을의 선비정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이는 대목이다. 지금 주실마을은 공사중이다. 30억원을 들여 조지훈문학관이 건립중이며 동시에 마을 일가 친척들을 대상으로 선생의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개관은 내년 3월초 예정이다. 조지훈 시비공원도 내년말까지 완공 계획에 있다.
오일도 시인 생가가 있는 감천마을. 낙안 오씨 집성촌이다. 마을 진입로 건너편 숲에 시비가 있고, 입구에 최근 조성한 듯 말끔한 연못과 한쪽편 가장자리에 정자가 조성된 쉼터가 마련돼 있다. 진흙 돌담을 따라 감과 대추가 익어가는 평온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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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국문학자였던 조지훈 생가. 양반댁 위엄있는 솟을대문과 달리 항상 열려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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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가는 마을 중앙에 위치해 있다. '오일도 생가'라고 적힌 안내판이 입구에 서 있다. 오일도는 지난 1935년 사재를 털어 순수 시문학지 '시원'을 창간한 애국지사이자 항일시인. 경북문화재자료 제248호로 44칸인 생가는 시인의 먼 친척 살림집이라 꼼꼼하게 살펴볼 수가 없다. 천연기념물 제114호인 측백수림 군락도 찾아보자. 마을을 나와 도로 왼쪽 하천변과 절벽에 자생하고 있다.
영양의 최남단 석보면엔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인 두들마을이 있다. 이곳은 조선 중기 대학자인 석계 이시명 선생이 병자호란을 피해 들어와 개척한 재령 이씨 집성촌. 또 석계 선생의 반려자로 효행 학문 예술 등을 고루 갖춘 정부인 안동 장씨의 유적비도 있다.
석계고택을 비롯, 석천서당 등 전통가옥 30여채가 보존돼 있다. 최근에는 이문열이 광산문학연구소를 건립, 작품활동도 하는 한편 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어 본격 문학마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산문학연구소 바로 옆에는 '정부인 예절관' 공사가 한창이다. 정부인을 기리며, 자라나는 학생들의 예절교육의 장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정부인 예절관이 완공되면 현재 '두들문화마을 유물의 집' 내 소장품은 모두 이곳으로 옮겨진다.
#남이포와 선바위 그리고 서석지
영양을 남북으로 흐르는 반변천의 물줄기가 입암면 연당리에 깎아세운 듯한 석벽을 끼고 흐르고, 또 다른 하천인 청계천도 이곳에서 만나 큰 강을 이룬다. 이곳 강변이 바로 남이포다. 이 기암절벽과 강을 사이에 두고 거대한 촛대를 연상시키는 바위가 있다. 선바위(입석)다. 영양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선바위관광지라 불린다.
물가에는 깨끗한 조약돌과 부드러운 모래가 깔린 넓은 백사장이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우면 반변천을 가로지르는 석문교를 건너 오른쪽 150m 지점에 등산로가 열려 있다. 하산은 반대쪽 정자 부근 목재데크로 내려온다. 1시간쯤 걸리지만 워낙 전망이 빼어나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에는 또 영양의 명물인 고추홍보전시관과 영양에서만 발견되는 폭포석을 모아둔 분재수석전시관이 있다. 꼭 둘러보자.
선바위관광지에서 차로 2~3분 거리엔 보길도 부연동, 담양 소쇄원과 함께 조선시대 3대 민가 정원으로 손꼽히는 서석지가 있다. 높이 1.5m 정도의 낮은 담장이 에워싼 이곳은 마당 대신 네모난 연못을 가운데 배치해 운치가 있다. 서재인 주일재는 소담하고 정자인 경재는 여유가 넘친다. 사적인 공간은 작게, 손님을 맞고 글 가르치는 공적인 공간은 넓게 꾸며 겸허의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연못 옆에는 400년된 노란 은행나무가 운치를 더해준다.
#영양의 국보 봉감 모전오층석탑
명색이 국보 제187호지만 국보 대접을 못받고 있는 희귀한 모전석탑이다. 그 만큼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같은 존재이다. TV는 고사하고 전공자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탑은 그 자체의 건축적 조형미도 조형미지만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이 탁월하다. 강 건너 수평층을 이룬 암벽과 탑 옆의 감나무의 절묘한 조화가 만추의 서정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아쉽게도 지금 보수공사중이다. 10여년전 해체복원 당시 탑 속에 넣었던 회가 빗물에 녹아 흰 얼룩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빠뜨리지 말고 느낌만은 가져가길 권하고 싶다.
# 떠나기전에 # 31번 국도 영양 남북관통… 초행자 길찾기 쉬워
부산서는 꽤 먼 대장정이다. 경부고속도로 경주IC~보문단지 입구 지나~포항 안강~울진 포항~영천 안강 28번 국도~강동IC~28번 안강 우회전~양동마을 입구 지나~기계 방면 31번 우회전~청송 기계~주왕산 대전사 입구 지나~진보에서 계속 31번 국도타고 직진하면 영양으로 접어든다.
영양은 초행길이라도 길찾기가 아주 쉽다. 31번 국도가 영양을 남북으로 관통하기 때문이다. 오후에 부산 출발을 고려해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면서 명소를 둘러보자. 주실마을(조지훈)~감천마을(오일도)~영양 측백수림~선바위관광지~서석지~봉감 모전오층석탑~두들마을(이문열) 순으로 둘러본 후 청송교도소가 있는 진보로 와서 34번 국도를 타고 안동으로 간다. 이후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로 가기 위해 대구 영천 방향 이정표를 보고 가면 된다. 낮엔 국도로, 밤엔 고속도로 이용을 권하고 싶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해물탕(사진) 아구찜 전문 '해수궁(054-682-2005). 영양군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설이 깨끗한데다 주인이 오랫동안 해물요리를 전문으로 해서인지 맛이 깔끔해 공무원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구탕이 시원하고 맛있다.
# 내달 김장축제도 보고 백암온천도 즐기고
김장철 영양에는 작지만 의미있는 축제가 열린다. 김장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영양에서 도시인들의 농촌체험을 주관하는 해달뫼농원(054-682-0112)이 올해로 세번째로 여는 '해달뫼 김장축제'다. 오는 11월19~20일 양일간 영양군 수비면 신암리 수비초등학교 신암분교에서 열린다.
영양에서 생산된 배추와 무, 고추 파 마늘 등 순 우리농산물만을 이용해 김장을 한다. 영양 농산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영양의 후덕한 인심도 나눠줄 예정이다.
김장만 담그는 게 아니다. 농악과 사물놀이 한마당이 펼쳐지고 우리나라 양반가 음식의 최고 권위자인 한영용씨의 김치특강과 영양고추장 만들기도 시연된다. 수제차 전문가 이기영씨의 야생차 제다시연도 예정돼 있다. 자녀들을 위해 떡메치기 콩타작 널뛰기 행사도 준비된다.
당일 담은 김치도 판매한다. ㎏당 배추김치 4000원, 깍두기3000원.
대구경실련과 대구 우리투자금융이 이미 예약을 했단다. 부산서도 한 팀이 떠난다. 답사단체인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051-463-0034)이 영양 오지 농촌살리기 일환으로 11월20일 오전 6시30분 출발, 봉화 청량사~일월산 용화사~김장축제~백암온천 순으로 둘러본다.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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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국제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다더니 이 기사군요,,,11월 20일 또 영양을 가게 되네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