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사이공(중편소설)
작가: 백화 문상희
이 소설은 옛날에 맹호부대 장병으로 월남전쟁에
참전했던 삼촌의 얘기를 들은 근거로 쓴 소설이며
소설에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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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8gcOm2LygNc?si=gADVKlEwNaeP4Fd_
(1) 장똘뱅이
오정태는 1946년 2월 문경시 가은읍 왕릉리에서 태어났다.
정태가 가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아버지
오근수는 은척탄광 막장이 매몰되는 바람에
돌아가셨다.
어머니 유순자는 나이 사십에 청상과부가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받은 보상금으로 어머니는
왕릉리 근처에 밭뙈기 두 마지기를 샀다.
어머니와 정태 두 모자는 참깨와 고추농사를 지어
장에 내다 팔아 근근이 입에 풀칠을 했다.
정태는 부지런한 근성을 가지 아이였다.
반공일인 토요일 오후엔 족대질로 물고기를 잡아서
어머니에게 같다 드려 반찬을 해서 함께 먹었다.
학교를 가지 않는 일요일엔 늘 지게를 지고
산으로 올라가서 나무를 해다가 헛간에 쌓아두었고
어머니가 땔거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계절마다 뒷산에서 머루와 다래를 따다가
어머니를 즐겁게 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정태의 몸도 커가면서 조금씩 근육질로
바뀌고 있었다.
정태의 언제나 호롱불을 켜고 밤이 되어서야 숙제를 했다.
정태는 벼락공부로 시험을 봐도 성적은 언제나
상위권을 맴돌았으니 머리도 좋은 편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일을 정태가 도맡아
하는 효자였다.
그러나 어머니 혼자 청상과부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젊은 나이었다.
장날이면 정태 집에 항상 들르는 주성남이라는
아저씨가 있었다.
주성남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자 남편의
삼년상이 끝나도록 기다렸다.
혼자 사는 성남이 아저씨는 아버지의 삼년상이
끝난 후 수시로 어머니 방에서 자고 가는 사람이었다.
성남이 아저씨 역시 아버지가 다녔던 광산의 광부였다.
성남이 아저씨는 장날 물건을 살 때면 꼭 두 개의
보따리에 싸가지고 왔다.
하나는 어머니에게 주셨고 또 하나는 아저씨가 가져가셨다.
성남이 아저씨는 올 때마다 정태에게 용돈도 주면서
정태를 귀여워해 주었다.
성남이 아저씨가 집으로 오는 날 정태는 주전자를
들고 아자개 장터로 막걸리 심부름을 가야 했다.
정태가 술 심부름이 싫지 않았던 것은 잔돈을
심부름 값으로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남이 아저씨가 오는 날 정태는 아랫채에
군불을 때고 자야만 했다.
그래도 정태는 성남이 아저씨가 좋았다.
정태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집으로 가는 길에
가방을 메고 언제나 아자개 장터 구경을 했다.
아자게 장터는 규모가 꽤나 큰 오일장이었다.
아자개 장터가 유명세를 탄 것은 견훤 왕의 아버지인
아자개가 태어난 곳이다.
아자개는 신라시대 상주땅을 호령하던 호족장이었다.
그 덕에 아자개 장터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시장이 되었다.
정태는 장날마다 구경을 하다 보니 성남이 아저씨가
장똘뱅이라는 별명도 붙여주었다.
정태는 어릴 때부터 높은 감나무에 올라가 홍시를
따는 등 몸이 날렵하였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에게는 날다람쥐로 불려졌다
정태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서커스단원이 되는 게 꿈이었다.
정태는 작년가을 장터에 들어온 서커스단을
구경하고부터 서커스단원의 꿈을 키웠다.
정태가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 가을쯤에 서커스단이
가은읍에 또 들어왔다.
가은읍과 인접한 은척면과 문경에는 탄광이 여러 군데 있어서
인구가 많은 곳이다.
그래서 서커스단도 야외극장도 자주 들어왔다.
정태는 오일장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정태는 어머니를 설득해서 서커스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졸랐다.
어머니는 정태의 집요한 설득에 못 이겨 성남이
아저씨와 함께 서커스단 천막 사무실로 갔다.
웅장한 천막의 높이는 읍내에서 가장 큰 제일의원 보다도
더 높았다.
천막 입구에는 레슬링 선수같이 생긴 덩치 큰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아직 공연 전이라 들어가면 안 됩니다!
오후 1시에 시작하니 그때 와서 표를 사세요!"
"네~, 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우리 아이가 서커스를 배우겠다고 졸라서 왔답니다!
우리 아이는 나무도 날렵하게 잘 타고 총기가 있는 아이니까
단장님을 한번 만나게 해 주세요!"
"아주머니, 여기에 서커스 배우겠다고 오는 아이가
한두 명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세요!"
"아저씨 그래도 한 번만 만나게 해 주세요"
이번에는 정태가 나서서 애원을 했다.
바깥이 소란한 탓인지 사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와서 말했다."박군,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운가?"
사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예, 단장님!
이 아이가 서커스를 배우겠다고 떼를 써서 돌려보내던
중이었습니다!"
"그래?
내가 지금 담배를 사러 가던 중인데 그러면 박군 자네가 가서
아리랑 담배 한 보루만 사 오게!"
"예, 알겠습니다 단장님!"
기도를 보던 박군은 담배가게로 갔고 단장이라는 분은
별일 아니라는 듯 뒤돌아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정태가 다급하게 말했다.
"단장님, 무엇이던 시켜만 주신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제발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정태는 무릎을 꿇고 손을 비비면서 애원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단장은 정태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래, 너는 나이가 몇 살이냐?"
"예, 저는 중학교 2학년 열여섯 살입니다!"
그때 박군이라는 사람이 담배를 사가지고 왔다.
"단장님, 담배하고 잔돈 여기 있습니다!"
"그래, 고맙네!
자네 안에 가서 줄넘기하고 곤봉을 좀 가져오게나!"
"예, 알겠습니다 단장님!"
잠시 후 박군이라는 사람이 곤봉과 줄넘기를 가지고 왔다.
"그래, 넌 이름이 무엇이냐?
"예, 단장님, 저는 오정태라고 합니다!"
"그래? 정태 이름이 좋구나!
정태야 학교에서 이 곤봉을 해보았냐?
"예, 단장님!
곤봉이 재미있어서 운동회 때 연습을 많이 했답니다!"
"그래?
그러면 이 줄넘기와 곤봉을 좀 해보거라!"
단장은 정태의 순발력과 민첩성을 시험하고자 했다.
"예, 단장님!
정태는 키는 좀 작았지만 운동 신경은 남달리 뛰어난 아이였다.
정태는 집에서도 늘 하던 줄넘기였다.
정태는 2단 3단 고난도의 줄넘기도 능숙하게 해냈다.
"음, 운동 신경은 꽤 빠르구나!
그럼 이번에는 곤봉도 한번 해 보거라!"
이번에도 정태는 운동회때 하던 대로 능숙하게 해냈다.
"정태 부모님 되시는가요?"
"네, 그렇습니다!"
정태 어머니 유순자가 대답을 했다
"사실 서커스는 열 살 때부터 배우는 게 정상입니다!
그리고 서커서는 위험하고 고난도의 기술이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힘든 훈련을 견뎌내야 합니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는 아이들이 태반입니다!
물론 정식 단원이 될 때까지는 급료도 없으며 숙식만 제공됩니다!
그래도 서커스 연습생으로 보내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엄마, 엄마, 제발 저를 서커서단에 보내주세요!"
이번에는 정태가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을 했다.
어머니 유순자는 주성남 씨에게 눈짓으로 의사를 타진했다.
정태는 어머니와 성남이 아저씨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한참을 생각하던 주성남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단장님 우리 정태가 이렇게 하고 싶어 하니까 시켜보겠습니다!"
"네~, 결심을 굳히셨다면 안으로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간 단장은 박카스 한 병씩을 주면서
간이의자를 내놓았다.
"일단 여기에 앉아보세요!
저는 아리랑 서커스단 고인석 단장입니다!
아까도 얘기를 했듯이 서커스는 쉬운 게 아닙니다!
연습 중에 다칠 수도 있어 항상 조심을 해야 하고
또 배우는 단계에서 인내가 필요하답니다!
그리고 처음 입단을 하게 되면 잔심부럼까지 해야 한답니다!
"이름이 정태라고 했던가요?"
"예, 단장님!
저는 오정태입니다"
"정태야!
내가 지금까지 하는 말을 잘 알아들었냐?"
"예, 단장님!
"정태 어머니! 자제분이 이렇게 애원을 하니 정태를
우리 아리랑 서커스단 연습생으로 받아주겠습니다!
그러면 입단 서류에 부모님 동의와 도장을 찍어주셔야 합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셔서 이 서류를 잘 읽어보시고
도장을 찍어서 가져오세요!
그리고 학교에 가셔서 이런 과정을 알려주시고
중퇴 처리도 해주세요!
우리 서커스단은 오늘 공연을 마친 후 내일 철거를 해서
이번에는 영주로 떠납니다!
그러니까 정태가 입을 옷가지와 서류를 가지고
내일 아침에 여기로 와주세요!"
그제야 정태는 환하게 웃었다.
세 사람은 집으로 돌아와서 여러 가지 의논을 했다.
어머니와 성남이 아저씨는 걱정이 되어 정태에게 물었다.
"정태야, 서커스단에 들어가면 전국을 떠돌 텐데
네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냐?"
"아이고 걱정 마세요!
저도 이제 다 컸답니다 어머니!"
"그래,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니 어떻게 말리겠냐!
그놈의 고집은 네 아비를 꼭 뻬어닮았구나!"
세 사람은 점심을 대충 차려먹고 가은 중학교 교무실로 가서
사정 얘기를 하고 행정 처리를 했다.
정태 단임 선생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정태에게 말씀하셨다.
"정태야 네가 서커스단에 들어간다니 나는 걱정이 되는구나!
여하튼 무슨 일을 하던지 최선을 다 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세 사람은 장터 서커스단으로 돌아왔다.
정태 어머니와 성남이 아저씨는 서커스 진행과정을 보기 위해서
길게 늘어선 줄 꽁무니에 섰다.
일 단 표를 사들고 세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고인석 단장이 서커스단 소개와 인사를 했다.
이어서 읍장이 나와서 환영 인사를 했다.
서커스가 시작되자 많은 사람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그러나 자식을 저런 위험한 무대에 올려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달랐다.
정태 어머니와 성남이 아저씨는 가슴을 졸여가며 서커스를 보았다.
반면 언젠가는 저 무대에 올라갈 수 있다는 정태는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정태와의 아쉬운 이별 준비를 해야 했다.
정태 어머니는 옷가지를 챙겨서 책가방에 차곡차곡 넣었다.
정태 어머니는 저녁을 먹은 후 정태를 가운데에 두고
꼭 껴안고 잠들었다.
이튿날 새벽 정태 어머니는 매일 달걀을 낳아주는
아까운 씨암탉을 잡았다.
정태 어머니는 시골에서 좀처럼 먹기 힘들었던 백숙을 만들어서
장태에게 먹였다.
그것은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아들과의 마지막
아침밥이었다.
정태 어머니와 성남이 아저씨는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고
정태는 신이 나서 저만큼 앞서갔다.
세 사람은 장터에 도착했을 때 벌써 서커스단 철거는 시작되었다.
단장을 찾아간 정태 어머니는 신신당부를 했다.
"단장님, 우리 정태를 잘 부탁드립니다!
다치지 않게끔 잘 지도를 해주세요!"
"네, 정태 어머니 걱정 마세요!
내년 가을쯤이면 가은 장터에 다시 올 테니 그때 뵙겠습니다!"
정태 어머니와 성남이 아저씨는 단장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돌아섰다.
"정태야~!
다치지 말고 잘 지내다가 내년에 보자꾸나!"
"네, 어머니 정태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정태 어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참아가며 돌아섰고
모자간의 이별을 지켜보는 성남이 아저씨도 눈물을 흘렸다.
(2) 서커스단 연습생
정태는 서커스 단에 합류하자마자 철거작업을 거들어야 했다.
어른 단원들은 무거운 쇠 파이프와 천막을 분리했고
아이들은 그것을 한쪽으로 가져와서 가지런히 정리를 했다.
또한 여자 단원들은 악기와 마술 도구들을 한쪽으로 옮겼다.
철거가 끝나자 그 자리에 커다란 버스가 들어왔다.
버스 옆면에는 화려한 서커스 그림과 함께 아리랑 서커스단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버스는 4열 의자 중에 운전석 뒤쪽 2열 의자는 모두 없었고
맨 뒤쪽 의자도 없었으며 그 자리에 개폐식 문짝이 달려 있었다.
능숙한 단원들이 의자가 없는 자리에 하나씩 짐을 옮겼다.
단장은 일사불란하게 진두지휘를 했다.
그 많은 짐들이 버스에 다 채워지자 차례대로 버스에 올라탔다.
단장은 맨 앞자리에서 인원 체크를 했다.
운전석 외에 좌석은 2열 일곱 칸 14석이었고
운전사와 정태를 포함 총 12명이었다.
인원 파악을 끝낸 단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자, 김기사 출발합시다!
에~, 가은읍은 근처에 은척탄광 봉명탄광 등 탄광지대라서
인구가 많아요!
그 덕분에 보름동안 수입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또 아무 일 없이 공연을 잘 해준 단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가은읍 공연도중 연습생이 한 명 들어왔어요!
저기 끝에 정태군 일어나 봐요!
아리랑 서커스 단원 여러분들과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
오정태 군을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단원들은 모두 큰 박수로 환영을 해주었고
정태는 얼굴을 붉히며 첫인사를 했다.
버스는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세 시간을 달려서
영주 공설운동장에 도착을 했다.
도착과 동시에 단원들은 또 짐을 내려야 했다.
단원들은 이력이 나서 그런지 일사불란하게 짐을 내렸다.
짐 내리는 게 끝나자 단장이 단원들을 모두 불렀다.
언제 시켰는지 자장면 열 두 그릇이 와 있었다.
"자, 저쪽에 여덟 그릇은 곱배기고 이쪽 네 그릇은
보통이니 아이들이 나눠서 먹어라!"
"예, 잘 먹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인사를 하며 자장면을 먹었다.
때마침 오월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단원들의
땀을 시켜주었다.
식사를 마치자 일부는 담배를 피웠고 일부는 천막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다시 시작한 천막 조립 역시 손발이 척척 들어맞아
두세 시간 만에 조립을 끝냈다.
손님 들어올 천막까지 치고 나자 날은 어둑어둑 해졌다.
천막 모퉁이에서 열심히 조리를 하던 조영철 기사가
단원들을 불렀다.
"자~, 오늘 저녁은 카레입니다 카레!
빨리빨리 오셔서 식사들 하세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기도를 보던 박군은 단장님의 먼 친척뻘
동생으로 입장표 담당이었다.
그리고 조영철 기사는 식사담당이었다.
양치질과 세수는 공설운동장 세면대에서 할 수가 있었다.
열두 명의 잠자리는 넓은 서커스 무대 자리가 침대 역할을 했다.
천막을 깔고 그 위에 안전을 위해 깔아 둔 고무판이 있어
불편하지는 않았다.
세수와 양치질을 끝낸 단원들이 모두 모였다.
서커스 단원들은 군대처럼 단체적으로 움직였으며
단장의 명령에도 잘 따랐다.
정태의 눈에는 단장이 고등학교 교련 선생님을 꼭 닮았다고 생각했다.
"에 ~, 내일 하루 리허설 연습을 하고 모래 장날
1시부터 공연을 시작합니다!
오늘 밤 열 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니까 단원 여러분들은
시간을 잘 지켜주세요!
일부 단원들은 대답을 하고 시내 구경을 나갔다.
"술 들 많이 먹지 마세요!"
단장은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향해서 말을 하고
이어서 정태를 불렀다.
"어이, 정태야 이리 좀 와봐라!"
"예, 단장님!"
"서커스의 기본은 체력이 우선이란다!
그러니까 매일 저녁 팔 굽혀 펴기 300회와 줄넘기 30분
그리고 철봉도 30분씩 하거라!
어느 정도 체력울 키우면 그다음에 서커스를 가르쳐주마!
그리고 선배들이 하는 동작을 잘 기억해 두도록 해라 알았냐?"
"예, 알겠습니다 단장님!"
정태는 서커스를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단장이
지시한 시간을 초과해서 매일 운동을 했다.
이튿날은 전체적인 리허설로 연습을 했다.
마스게임 형태의 무등 타기는 성인남자 세명과
또 열 두살 쯤 되는 남자 둘 그리고 여자 한 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 팀은 고난도의 그네타기 서커스도 했다.
그중에 김씨는 원숭이 재주넘기도 보여주었다.
또 하나의 여자 아이는 덤블링과 철봉이 전문이었고
정태 나이 또래의 다혜라는 아이는 접시돌리기와
무시무시한 고난도의 외줄 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여자 단원들 모두가 부채춤 쇼를 보여주었다.
단장과 박군 그리고 조영철 기사님과 정태를
빼고 나면 전문 서커스 단원은 총 여덟 명이었다.
단장은 중간중간에 나와서 불 쇼와 기막힌 마술을
보여주었다.
아리랑 서커스단 중에 가장 기본적인 묘기가
바로 어깨 무등 타기였다.
그중에 한 명이 내년 초 군 입대를 하게 되었고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정태가 들어온 것이다.
정태는 그 말을 듣고부터 더 열심히 운동을 했다.
그것은 체력과 기본기를 모두 갖추어야 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정태는 어느 날 목욕탕에서 남자 단원들의 몸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남자단원 모두가 하나같이 최상의 근육질 몸매였다.
정태는 철봉 회전기술과 텀블링 등 기본기
훈련도 체계적으로 하나씩 배워나갔다.
정태가 아리랑 서커스단에 들어온지도 어느덧 육 개월이 되었다.
드디어 가을이 되면서 정태는 기본적인 덤블링
묘기를 무대에서 선 보일 수가 있었다.
그것은 정태가 피나는 노력을 한 덕분이었다.
마지막 태백 공연을 마치고 아리랑 서커스단은
서울로 올라왔다.
장충체육관 벽보에는 아리랑 서커스단 공연이라는
커다란 홍보물이 걸려있었다.
아리랑 서커스단 정식 단원으로 정태의 이름도 올라있었다.
그것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아리랑 서커스단의
공연을 알리는 홍보였다.
아리랑 서커스단은 일 년에 한 번쯤 실내체육관을
임대해서 공연을 하였다.
그러나 입장료 수입으로 임대료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는 말을 선배 단원에게 들었다.
물론 서커스단 단원들은 수입도 필요하겠지만
전통과 명예를 더 중시한다는 말도 들었다.
장충체육관 공연 마지막 날 단장은 사무실로 정태를 불렀다.
"정태야!
이번 공연이 끝나면 삼 개월간 휴식기간을 가진단다!
한겨울이 되면 추위 때문에도 야외공연을 할 수가 없단다!
물론 너를 집으로 휴가를 보낼 수도 있지만
내년 봄에 군대를 가는 용대의 자리를
네가 이어받으려면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 한단다.
우리 집 옥상에 조그만 체육관이 있으니 휴가기간에
연습을 하도록 하거라!
"예, 단장님!
저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정태야!
네가 그렇게 결심을 해주니까 고맙다!"
"아닙니다 단장님!
제가 배우는 입장인데 당연히 연습이 우선이지요"!
"그래, 정태야!
여기에 봉투가 두 개 있단다!
한 개는 너의 용돈이고 또 한 개는 너의 어머니에게
드릴 돈이다!
내일 우체국으로 가서 우편환으로 보내드리거라!
우체국에 가면 직원이 알려줄 거야 정태야!"
"예, 고맙습니다 단장님!"
정태는 밤새 어머니에게 보낼 편지를 썼다.
이튿날 정태는 단장이 가르쳐준 대로 우체국으로
가서 편지와 우편환을 어머니에게 보내드렸다.
아리랑 서커스단 공연은 11월 장충체육관
공연을 끝으로 겨울 동안 중단이 되었다.
그리고 아리랑 서커스단 단원들은 석 달간의 휴가를
떠났다.
정태는 도봉산 아래 한적한 동네에 있는 단장
집으로 따라갔다.
단장 집 옥상에는 가건물로 지어진 조그만
체육관이 있었다.
바닥에는 고무로 된 매트리스가 깔려있었고
덤블링과 철봉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또한 근육을 키우는 운동기구도 많이 있었다.
정태는 겨울 휴가기간 동안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겨울 동안 체력을 키우고 연습을 해서 정식 단원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오십 대 후반의 뚱뚱한 사모님도 정태를 아들같이
대해주었다.
정태 역시 어머니를 대하듯이 사모님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었다.
어느 날 거실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고 단장에게
물어보았다.
"단장님!
저기 가족사진에 있는 두 분은 자제분과 따님인가요?"
"반은 맞추고 반은 틀렸다!
저기는 내 딸이고 그 옆에는 사위란다!
그리고 가운데 꼬마는 내 손주란다!"
"네~, 그러시군요 단장님!"
"그래 정태야!
나는 아들이 없단다!
저 하나밖에 없는 딸은 미국에 살고 있지!
사위가 이민을 가는 바람에 자주 볼 수가 없단다!
딸내미 식구들은 본 지도 삼 년이 되어가는구나!"
"네~, 단장님!
보고 싶기도 하고 사모님이 외로우실 것 같아요!
단장님도 전국을 떠도시느라 집에 자주 오시지도
못하겠네요!"
"그래, 정태야!
그래서 집사람에게 늘 미안하게 생각을 하고 있단다!"
정태가 단장님 자택에 온지 한 달이 넘어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정태야!
너 서울 시내구경을 못 해봤을 테니 오늘은 시내
구경이나 가자꾸나!
미국에서 딸내미가 올해 못 들어와서 죄송하다고
용돈을 푸짐하게 보내왔단다!"
"예, 고맙습니다 단장님!"
"여보, 당신도 내일 시내구경 갈 준비를 해요!"
"네~,알았어요 여보!
딸내미 덕분에 나도 맛있는 것 얻어먹고 오랜만에
쇼핑도 좀 해야겠네요!"
"그럽시다 허허허!"
정태는 단장님과 사모님이 참 좋으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성공을 해서 두 분에게 보답을 하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이튿날 단장님 부부와 정태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정태야, 내가 사는 도봉동은 서울 변두리 끝이란다!
그래서 시내 중심부까지 가려면 넉넉잡아 두 시간은 걸린단다!"
"아이고 단장님!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저는 함께 가는 것도 고마운 일인걸요!"
정태는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서울 구경에
정신이 없었다.
정태는 난생처음 가보는 백화점 구경에 그저
넋을 잃었다.
대낮에도 휘황찬란한 실내조명에 난생처음 타보는
엘리베이터는 환상적이었다.
엘리베이터 유리 밖으로 한국은행이라는 글씨와
웅장한 건물도 보였다.
단장님은 정태에게 n사 메이커 운동복과 운동화를
선물하였다.
'단장님 ,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요!"
정태는 운동복과 운동화를 가슴에 않고 감격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단장님이 데리고 간 뷔페식당은 정태에게
천국처럼 보였다.
멋진 샹데리아 아래 수북이 쌓인 음식들이
정태의 입맛을 돋웠다.
정태는 완전히 촌닭처럼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와서 정신없이 먹었다"
"정태야, 여기는 무한리필이니까 천천히 먹고
더 가져와서 먹어도 된단다!"
"예, 알겠습니다 단장님!
단장은 음식점을 나와서 남산 케이블카로 향했다.
정태는 거듭되는 호사를 누리게 되자 단장
부부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
"그래, 정태야!
네가 좋아하니 다행이구나!
정태 네가 꼭 내 아들같이 느껴지는구나!
안 그래요 여보!"
"그래요 여보!
나도 자식이 하나 생긴 것 같아서 좋답니다!"
정태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않고
도봉동 단장 집으로 돌아왔다.
정태는 단장 부부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를 드리고
더욱더 운동과 훈련에 열중했다
드디어 삼 개월간 휴식기간을 끝내고 삼월에
공연준비에 들어갔다.
단원 선배 이용대는 군 입대를 하였고 그 자리를
정태가 이어받았다.
(3) 전국 순회공연
해가 바뀌어 정태는 열일곱 살이 되었다.
아리랑 서커스단 4월 첫 공연은 경기도 부천에서
시작했다.
부천은 복숭아로 유명한 곳이라서 온 산이
복사꽃으로 가득했고 향기도 좋았다.
공연은 소사 장터에서 열렸으며 도심 공연은
하루는 오후 1시에 또 하루는 오후 6시에 열었다.
야간공연은 도심 사람들의 퇴근길 손님들을 위한
공연이었다.
선배 이용대가 군 입대를 하고 단원도 한 명이 줄었다.
정태는 어깨 무등 타기 묘기를 완벽하게 해냈다.
정태는 선배 이용대의 빈자리를 빈틈없이 메꾸어
주었다.
그것은 겨울 휴식기간에 열심히 훈련을 거듭한
결과였다.
단장도 단원들도 정태의 빠른 성장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정태는 서커스 단원으로서 묘기에 몰입하게 되었고
기술도 하나씩 연마해 나갔다.
정태의 적극적인 기술 연습에 단원들도 탄복하여
단원들의 개인기도 하나씩 전수를 해주었다.
또한 단원들과 친해지다 보니 공연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시내 구경 나들이에도 합류했다.
그러다 보니 어른들의 술자리에도 합석을 하게 되었다.
무등 타기 묘기를 할 때 정태는 가운데 있었고
다음 동작 지시를 해주는 윤 씨 아저씨가 정태를 특히
이뻐했다.
그 윤 씨 아저씨가 정태에게 맥주를 한잔 따러주었다.
"야, 정태야!
오늘도 수고했으니 맥주 한잔 받아라!"
"아이고, 윤 씨 아저씨!
저는 아직 술을 못 먹어요!"
"그래?
정태 너는 올해 몇 살이냐?"
"예, 열일곱 살입니다!"
"야 인마, 아저씨는 서커스단 따라다니며
열두 살부터 술을 배웠단다!
어려서 술 담배하면 키 안컨 다는 말도 말짱 거짓말이다!
그래도 아저씨 키가 백칠십이 넘잖아 하하하!
그러니까 조금씩 먹는 것은 괜찮아 정태야!"
정태는 윤 씨 아저씨 성화에 못 이겨 난생처음으로
맥주를 조금 마셔보았다.
"아이고 이걸 무슨 맛으로 마셔요?
쓰고 또 텁텁한 게 이상하네요 히히히!"
"그래도 맥주는 고급술이란다!
그거 한잔만 마셔봐라!
조금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공연이 끝나면 우리는 이걸로 피로를 푼단다!"
정태는 강요 반 호기심 반으로 조금씩 홀짝홀짝
한잔을 다 마셨다.
윤 씨 아저씨 말대로 조금 있으니까 꿈을 꾸는 듯
앞의 사물이 움직이며 어지러웠다.
"아저씨 어지러워요!"
"그래, 이제 효과가 나타나는구나 정태야!
어때, 기분이 좋아지지 하하하!
나도 옛날에 그랬단다!
술은 그렇게 배우는 거야!
"자~, 술도 안주도 떨어졌으니 이제 갑시다!
다음 공연은 충남 서산이니까 공연이 끝나면
바닷가에서 횟감에다 한잔합시다!"
같은 팀 김 씨 아저씨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윤 씨 아저씨는 본인이 과거에 술을 배울 때를
상기하며 비틀거리는 정태의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왔다.
정태는 왜 그런지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공중을
날아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오늘은 야간 공연을 하였기에 내일 철거를
한다고 했다.
세 사람은 공연장으로 돌아와 내일 서산으로
이동을 해야 하기에 잠자리에 들었다.
정태가 눈을 떴을 때 조영철 기사가 얼큰한
육개장을 끓이고 있었다.
어젯밤 맥주를 딱 한잔 마셨지만 정태는 처음으로
마신 술이라서 속이 좀 불편했다.
그러나 조영철 기사님이 끓여준 육개장에
밥을 먹고 개운하게 정신이 돌아왔다.
단원들은 아침을 먹고 공연장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정태는 이제 어른들 틈에 끼어서 어려운 작업도
척척 해냈다.
단원들을 태운 버스는 시흥을 지나 태안반도를
따라서 충남 서산으로 향했다.
꼬불꼬불 해안을 끼고 달리는 창밖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정태는 생전 처음 보는 바다구경 삼매경에 빠졌다.
해미읍으로 들어오는 길에 커다란 성문이 보였다.
단장의 설명은 조선시대에 축조된 해미읍성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곧이어 단원들을 태운 버스는 서산군 해미시장에 도착했다.
무대를 펼쳐야 할 곳에는 노점상들이 자리에 잡고
있었다.
단장은 차에서 내려 노점 상인들을 설득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해미시장 상인 여러분!
저는 아리랑 서커스단 고인석 단장입니다!
저는 서산군청과 해미 면사무소에 신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 여기서 내일부터 서커스 공연을
한답니다!
내일부터 보름동안 이곳에서 계속 공연을 해야 하니
자리 이동을 부탁드립니다!"
"아니~, 이보시유~!
우리도 장사를 해서 먹고살아야 되는디
왜, 우리를 쫓아낸데요~!
안되유, 아저씨가 다른 데로 가서 하세유~!"
고인석 단장은 이런 일을 오래도록 겪어온 터라
곧장 읍사무소로 발길을 돌렸다.
잠시 후 단장은 읍서기와 상인회장을 대동하고 돌아왔다.
"안녕하세유!
저는 읍서기 유길주입니다!
여기는 보름동안 아리랑 서커스단이 공연하는
장소로 군청과 상인회의 허락을 받았답니다!
그러니까 다른 곳으로 이동을 부탁드립니다!"
"아, 그럼 우리에게도 뭔 혜택이 있어야 할 것
아니것시유~!"
"단장님, 도저히 안 되겠구먼요!
이분들에게 초대장이라도 한 장씩 드려야
하겠구먼유~!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기 열두 분께도 초대장을 드리겠습니다!"
단장은 속 주머니에서 초대장을 두 장씩 나누어주자
그제야 버스가 들어올 수 있었다.
서산군 해미 오일장은 1일 5일장이었다.
한바탕 소란을 치르고서야 공연장 천막 작업에
들어가서 해 질 녘에 설치가 끝났다.
조영철 기사는 바다향기 가득한 해물을 사다가
해물찜과 해물탕을 맛나게 끓였다.
박군은 언제 갔다 왔는지 소주 댓 병을 들고 들어왔다.
"자~, 안주가 좋으니까 소주 한잔씩 해 봅시다!"
박군은 그렇게 말을 하고 단장님부터 차례대로
한잔씩 따렀다.
"정태도 한잔해야지!"
"아니요, 저는 안 마실 겁니다!
부천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고 죽을 뻔했습니다!"
"그려 그려, 그러면 군대 가면 배워오너라!"
단원들은 또 충청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공연 준비를 했다.
해미읍 공연은 1일 5일 11일 장날 2회씩 6회로 끝내고
다음 공연 장소인 전라도 나주로 향했다.
단장은 이동하는 버스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남은 순회공연은 삼 개월에 걸쳐져 진행이 됩니다
전라도, 경상도를 거쳐 강원도 공연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려고 했으나 일정이 변경되었습니다!
나는 1949년 맹호부대 창설 때부터 육군병사로
육이오 전쟁 때 전투를 치른 군인이었습니다!
전투 중에 전공을 세웠으나 허벅지 관통상을 입어
육군 상병으로 제대를 했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받은 무공훈장으로 인해
그 이후로 매년 맹호부대 위문공연을 했답니다!
또한 맹호부대는 지금 월남전에 파병되어 전투를 치르고
있답니다.
이번에 저와 친분이 있는 사단장으로부터 월남 사이공의
위문공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위문공연은 월남에서 가장 안전한 사이공에서
하기로 결정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7월 중순에 부산항에서 군함을 타고
월남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모든 경비와 수고비는 국가에서 제공됩니다!
그래서 부득이 나주 공연을 마치고 바로 부산 공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만약에 가실 의향이 없는 사람은 나주 공연을
마칠 때까지 얘기해 주세요!
그래야만 결원을 채워서 갈 수가 있답니다!
여러분 내 말에 이해가 갑니까?"
"그러면 저도 해당이 되는 겁니까?"
조영철 기사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우리 아리랑 서커스단 전체가 다 가는 겁니다!
결원이 없는지 확인을 해서 월남전 파병본부에
미리 알려야 합니다!
미성년자 단원들은 나주 공연을 마치고 내가 우체국으로 가서
집으로 전화를 하게 해 줄 테니 부모님께 물어보세요!"
단장이 그렇게 말을 하자 전체가 술렁거렸다.
정태는 서커스 단원으로서 월남을 간다니까
너무도 기뻐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나주 공연이 끝나고 단장은 아이들을 데리고
우체국으로 가서 가족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다.
또 집에 전화가 없는 사람은 전보를 쳐서
우체국으로 회신을 요청했다.
정태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로 전보를 쳤다.
그 답장을 받기 위해서 나주에 하루를 더 머물렀다.
단원 가족들은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인심도 좋은
단장을 믿고 위문공연을 보내기로 했다.
아리랑 서커스단 버스는 위문공연을 가기 전
마지막 부산 공연을 위해 부산으로 이동을 했다.
부산공연 장소는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밭으로
결정이 되었다.
단장의 말에 의하면 해운대 해수욕장 개장을 했으니
임대료를 주고도 대박이 날 거라고 장담을 했다.
해운대 공연은 매일 5시부터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단장의 예상대로 해수욕장 인파로 인해서 공연장은
인산태가 났다.
박군과 조영철 기사님은 모래를 파고 밀입장하는
사람들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단원들은 공연이 끝나면 해변가 횟집으로 가서 원하는 만큼
배부르게 회와 해산물을 맘껏 먹었다.
단장은 아침을 먹고는 월남 위문공연 문제로 관할
군부대를 정신없이 오갔다.
어느 날 오후 단장은 활짝 웃으며 공연장으로
돌아왔다.
손에 들고 있는 서류 봉투에는 관할 군부대 직인이
찍혀있는 출입국 서류가 들어있었다.
"자~, 아리랑 서커스단 단원들 모두 여기로
모여주세요!
7월 17일 아침 열 시에 군함을 타고 월남으로
떠나는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래서 해운대 해수욕장 공연은 7월 10일까지
연장해서 공연을 하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내일은 우체국에 가서 전반기 급료를 지급할 테니
우편환으로 집에 보내도록 하세요!
여러분 모두 아시겠습니까?"
"와~, 기분 좋구나!
여러분 모두 박수로 자축을 합시다!"
조영철 기사가 일어나서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모두들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단장이 다시 일어나서 기분 좋게 말을 이어갔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입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비싼 바닷가재로 회식을
하겠습니다!"
"와~, 감사합니다 단장님!"
단원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화답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장에는 오늘따라 관객이
더 많았다.
신바람이 난 단원들은 더 열심히 공연을 했다.
약속대로 저녁은 바닷가재요리 전문점으로 갔다.
오늘은 특별히 술도 와인을 곁들였다.
정태도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처음 먹어보는
바닷가재 요리와 와인도 마셔보았다.
식사가 끝나고 여자 단원들 네 명은 공연장 숙소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단장을 따라갔다.
그곳은 가라오케라는 술집이었다.
기분이 좋은 단장이 2차를 데리고 간 것이다.
맥주를 시킨 단장이 노래할 사람을 물어보았다.
무대에는 4인조 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단장은 울고 넘는 박달재로, 조영철 기사는 두만강을 불렀고
박군은 섬마을 선생님을 불렀다.
나머지는 무대 앞에서 춤을 추며 박수를 쳤다.
이튿날 아침도 조영철 기사는 복지리로
맛있는 해장국을 끓였다.
해운대 공연은 그렇게 순조로웠고 맛있는 음식도
이것저것 풍요롭게 먹었다.
아침을 먹은 후 단원들은 약속대로 단장과 함께
우체국으로 갔다.
단장은 집주소와 이름옆에 급여 금액을 적은
종이를 직원에게 주어서 단원들 집으로 우체환을 보냈다.
단장은 단원들에게 영수증을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단장은 언제나 철두철미하게 단원들 급여를 먼저 챙겨주었다.
마지막 해운대 해수욕장 공연을 마친 단원들은
숙소를 민박집으로 옮기고 하루종일 시내 단체 여행도 했다.
단원들은 7월 17일 아침 커다란 군함이 있는 부두로 갔다.
아리랑 서커스단 월남 위문공연이 드디어 대장정에 올랐다.
첫댓글
안녕하십니까 박현환 작가님!
소설에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