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디지털 개인정보를 감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항의했다. 별 소득은 없지만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기업은 네티즌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매일 인터넷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개인정보의 도움을 받고 있다. 광고 메시지를 피하는 일은 이제 전투원의 여정이 돼버렸다.
| | | ▲ <열>, 2013-닉 젠트리 |
“존, 기네스 한 잔 어떠세요?”, “존 앤더튼, 스트레스를 받았네요. 휴가가 필요하신가요?” 톰 크루즈가 연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인공은 화면 위로 쏟아지는 맞춤광고를 보지 않고는 한 걸음도 뗄 수 없다. 이 영화는 2054년을 배경으로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2001년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영화에 등장한 수많은 발명품들이 10년 만에 세상에 등장하게 되리라고는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제품, 터치스크린, 몸짓 인식, 목소리 인식, 실시간으로 화면에 업데이트되는 기사, 눈동자 추적(eye tracking)을 통해 관객을 인식하는 디지털 광고판 등 신기술은 매일 등장해 발전을 거듭하며 광고 산업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구글은 내년부터 구글 글래스를 시판할 예정이다. 구글 글래스는 고개를 까딱하는 것만으로 메일을 클릭하고 웹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안경이다. 모바일 접속을 통해 공항에 들어서기만 하면 안경 위로 탑승수속장까지 가는 길은 물론이고 비행기편 번호와 탑승시간까지 표시된다. 그러나 놀라운 구글 글래스의 단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용자가 본 모든 것, 다시 말하자면 그가 무엇을 했는지, 어디를 자주 방문하는지,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거대 기업 구글로 전송된다. 내가 보는 모든 것이 유출되는 세상
매스 미디어의 광고를 보는 소비자로서의 인류를 세밀하게 분류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은 지났다.(1) 광고용 서버는 이제 우리의 관심사, 소셜 네트워크 관계, 문화적 취향, 방문한 장소나 구매 이력을 조사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식적인 인구조사는 결코 아니지만 더할 수 없이 정확한 유형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업은 소비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프랑스 소비자보호 단체인 위에프세 끄 슈와지르(UFC-Que choisir)의 에르베 바조 대표가 지적한 대로 “문어발식 광고 전략이 횡행”하고 “불투명한 관리체제를 악용해 개인정보가 무한 활용”(2)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978년 ‘정보통신과 개인의 자유법’에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수집 사실을 사전에 알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수집된 개인정보를 저장할 경우에 저장기간도 일정 기한 이내로 제한된다.
그런데 구글, 페이스북, 야후 등이 개인정보를 얼마 동안 저장하는지 알 길이 없다. 유럽연합(EU)은 1995년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지침을 채택했고, 2009년 ‘텔레콤 패키지’라는 다른 지침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텔레콤 패키지’는 프랑스에서 2011년 8월 24일 명령으로 적용됐지만 EU의 28개 회원국 각각에서 법으로 시행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EU는 해석상 오류를 막기 위해 2012년 1월 직접적용규정을 채택했다. 인터넷 거대기업은 익명으로 된 정보를 보관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컴퓨터의 신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프로토콜, IP주소가 개인정보 구조를 파악하는 단초가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니까 소비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얼마 동안 보관되는지 인지하며, 개인정보가 광고나 타깃팅 용도로 활용된다는 점에 동의해야 한다. 2013년 말 유럽의회에 제출될 이 규정에 대해 벌써 수정안 4천 건이 로비를 통해 제출됐다고 한다. 이 규정은 내년 봄 집행위원회에서 표결을 거쳐 2016년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공급업체가 사용자의 사전 동의를 요청하는 것은 지리적 위치정보 제공뿐이다. 그런데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들은 레스토랑이나 자전거 대여소, 지하철역 등을 찾으려고 ‘내 주변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위치정보 제공에 동의한다.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기능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프랑스 국가정보위원회(CNIL)와 국립컴퓨터공학연구소(Inria)가 2013년 4월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3개월간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189개를 살펴본 결과 31%가 자동으로 사용자의 위치정보에 접근했고 8%가 주소록에 접근했다고 한다. 애플은 IOS6부터 아이디 사용을 의무화했다. 모든 사용자를 광고 타깃팅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아이디별 쿠키를 통해 사용자의 인터넷 서핑 습관을 저장할 수 있다. 광고를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화면 ‘쿠키’란 사용자의 인터넷 서핑 흔적을 파악해 효과적인 맞춤형 인터넷 광고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는 소형파일이다. 카트린 모랭 데사이리 상원의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브라우저(익스플로러, 사파리, 모질라 등)에 평균 쿠키 300여 개가 저장돼 있다고 한다. 유럽연합 각국 정보위원회 모임인 G29는 2013년 3월 사용자의 개인정보 접근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기 위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권고안은 임시 아이디를 사용하고, 네티즌에게 수집된 정보에 대해 고지하고, 또 모든 광고 타깃팅용 추적 전에 네티즌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렇게 사용자가 자신이 제공하는 정보를 실제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옵트인(opt in)' 방식은 온라인 광고업계의 로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럽에서 인터넷 광고국(IAB)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광고업계는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정보 제공 거부 의사를 밝히는 ‘옵트아웃(opt out)' 방식을 선호한다. IAB는 쿠키 저장 비활성화 방법을 알려주고 설정 페이지를 제공하는 Youronlinechoices.eu라는 플랫폼을 마련해 홍보한다. 쿠키 저장을 비활성화하려면 네티즌은 설정 탭을 클릭해야 한다. 그곳에 표시되는 사이트별로 초록색(모든 회사에서 보내는 쿠키를 승인함)과 빨간색(모든 회사에서 보내는 쿠키를 거부함)을 설정할 수 있다.
거부 옵션을 클릭하기도 전에 구글은 영어로만 표시되고 이베이는 “광고는 계속 표시됩니다. 관심분야가 아닌 광고가 표시될 수 있습니다.”라는 알림창을 띄운다. 거부 옵션을 선택한 후 야후에 접속하니 “서비스에 연결하지 못 했습니다.”며 아마도 “비활성화 설정 적용을 막는 애드블록 플러스(3) 같은 광고 차단 플러그인”을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포털사이트 MSN에서 ‘광고 선택’ 탭을 클릭하면 개인정보보호정책을 소개하는 ‘자세히 알아보기’ 페이지로 연결돼 네티즌을 더 헷갈리게 만든다. 개인정보보호정책을 보면 쿠키는 “검색 기능 일부를 활성화하는 데 이용된다.”고 설명돼 있다. ‘광고 차단 페이지’ 링크를 제공하긴 하지만 네티즌은 ‘기타 알아야 할 사항’에서 ‘광고 보기’로, 다시 ‘광고 기본 설정 페이지’로 이동했다가 결국 갈 길을 잃고 초기화면으로 돌아오게 된다. | | | ▲ <베이스 D>, 2013-닉 젠트리 |
개인정보 추적 방지 제도도 무용지물
그렇다면 브라우저에서 제공하는 제어기능을 믿어야 할까? 타깃팅 에이전시와 광고주, <타임>, <워싱턴 포스트>, 콘데나스트 그룹 등 미국 언론사가 모여 미국 인터넷 맞춤 광고의 90%를 차지하는 디지털광고연합(DAA)은 자발적으로 제어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2년 말 DAA 회원업체 400여 곳은 브라우저에서 추적 방지를 요청한 네티즌에 대한 행동 분석을 실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자유’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모질라는 지난 2월 자사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에서 상업적 용도의 쿠키 사용 방지를 기본 설정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추적 방지’ 제도를 제안한 첫 번째 업체가 됐다. 뒤이어 인터넷 익스플로러(마이크로소프트)와 사파리(애플), 마침내 크롬(구글)도 유사한 장치를 도입했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가 ‘소비자 정보 보호 헌장’안을 언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의회에서 법안이 표결에 부쳐지기도 전에 광고업계는 제약이 심한 법제가 도입될까 두려워 자정 노력을 보이려고 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런 조치들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우선 콘텐츠 접속 시간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 사본을 임시로 저장하는 ‘캐시메모리’를 이용해 타깃팅 광고업체가 네티즌 모르게 서핑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브라우저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파이어폭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사파리에서는 가능하다. CNIL은 ‘추적 방지’ 제도의 활성화가 초기값으로 설정돼야만 2011년 말 프랑스로 도입된 EU 지침의 개인정보취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브라우징 소프트웨어의 제작사이기도 한 미국 거대 광고업체는 이 방안을 단호히 거부한다. 현재 유럽의 옵트인 방식은 미국의 옵트아웃에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신이 세탁기 모델 가격을 살펴본 이후에 방문하는 모든 사이트에서 세탁기 광고가 나온다면 당신의 브라우저가 쿠키를 통해 접속기록을 추적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쿠키를 삭제하는 네티즌이나 쿠키를 사용하지 않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발맞춰 쿠키 이후의 대안을 이용하는 업체들도 있다. 그들은 특히 브라우저나 기기 자체에 남겨진 흔적을 이용하는 기술인 디지털 발자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는 잘 나가는 프랑스 회사 크리테오는 신기술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 크리테오는 쿠키를 이용해 네티즌 정보를 분석하기 때문에 추후에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서 쿠키를 거부할까 우려한다.(4) 반면 구글은 애드센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콘텍스트를 기반으로 맞춤 광고를 하고 있다. 애드센스는 방문한 웹페이지에 소개된 테마와 관련된 광고를 게재한다. 또 검색엔진에 입력한 검색어에 따른 스폰서 링크를 제공하는가 하면 지메일 계정에서 추출한 단어를 바탕으로 광고를 보여주는데 예를 들면 모로코가 언급된 메일을 받았다면 ‘모로코 휴가 계획’ 광고가 뜨는 식이다. 스스로 기업의 자발적 협조자가 되다 콘텍스트 광고와 행동 기반 광고에 더해 소셜 네트워크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광고도 등장했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구글보다 더욱 베일에 싸여 있는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자신들의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한다. 연령대, 거주도시, 관심분야, 직업 등은 물론 사용자 ‘친구’의 지리정보까지 있다. ‘국경 없는 인터넷’ 단체는 “페이스북이 휴대전화나 메일에 저장된 주소록을 전부 열람하고, 초기값인 생체 인증을 통해 작성자가 명백하게 동의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로고나 사진 속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AFP, 2012년 5월 18일).
페이스북은 2007년 비콘 프로그램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이 프로그램은 가입자가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면 그 내용을 ‘친구’ 집단에 알려줬다. 현재 광고 페이지는 ‘친구’ 추천글로 대체됐다. 사용자가 선호 브랜드의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클릭해 팬이 되면 그 브랜드의 새로운 소식을 자동으로 자신의 네트워크와 공유하게 된다. “친구가 ‘좋아요’를 클릭한 브랜드를 본 네티즌의 구매의사는 네 배로 증가한다.”고 마티유 드 레소 DDB파리 대표는 지적했다(<샬랑지>, 2012년 4월 5일). 광고는 ‘친구’가 작성한 게시글과 섞여 타임라인에 보인다. 트위터도 사용자가 선택한 계정만 보이도록 돼 있는 타임라인에 스폰서 트윗을 끼워 넣었다. 정보의 흐름 속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이런 광고는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친구’ 집단은 사용자가 온라인 음악서비스 디저에서 어떤 음악을 듣는지, 파트너십을 맺은 신문에서 어떤 기사를 읽는지, 또 무엇을 구입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제프 체스터 디지털민주주의 센터 원장은 “페이스북이 자사 서비스에 광고를 넣기 위해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이해하는 사용자는 거의 없고,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사용자는 더욱 소수”라고 강조했다(AFP, 2012년 2월 1일). ‘페이스북 커넥트’ 버튼을 클릭하기만 하면 페이스북은 제3자 사이트에게 고객의 신상 정보를 제공한다. 소셜 네트워크의 이용 약관은 수시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바꿔대는 통에 거의 읽기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정보가 저장된 서버가 모여 있는 데이터 센터는 캘리포니아 소재 거대 기업의 소유물로 유럽기관이 통제할 수 없다.(5)
광고로 영업을 하는 인터넷 거대 업체들이 우리에겐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우리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2011년 전 세계적으로 개인정보의 총 가치는 약 3150억 유로로 1인당 600유로꼴이다. 니콜라 콜랑과 피에르 콜랑이 디지털 시대의 세제에 관한 보고서에서 사용한 표현대로 네티즌 스스로 ‘기업의 자발적인 준협업자’가 되어 가져다 준 부(富)이다.(6) 유럽의 세제가 적용되지 않는 피난처에 자리를 잡고 조세천국의 절세제도를 이용해 현실경제에서 벗어난 이 거대 업체들은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거나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고 있다. 국립디지털위원회가 2012년 2월 14일 제출한 의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25~3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은 “조세제도를 제대로 적용했을 경우 약 5억 유로를 납부”해야 하지만 그들의 실질적 납세액은 4백만 유로에 지나지 않는다.(7) 설자리를 잃어가는 기존 미디어 광고 북미 인터넷 사업계의 큰 손들이 광고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들의 수입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기존 미디어의 수입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07년에서 2012년 사이 프랑스에서 언론이 거둬들인 광고 수익은 48억에서 32억 유로로, 텔레비전은 36억에서 33억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픽션, 영화, 다큐멘터리, 심층취재, 르포르타주 등 콘텐츠 생산에 투자하는 쪽은 바로 기존 미디어다. 스폰서 링크를 포함한 프랑스 온라인 광고 수익 18억 유로 중에서 구글이 가져간 몫만 15억 유로에 달한다.
텔레비전은 고유의 맞춤 광고 서비스를 제작하며 반격을 시도하는 중이다. 프랑스에서 보조 텔레비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 애플리케이션은 경품 이벤트를 핑계로 시청자 네티즌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그렇게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최적의 광고를 할 수 있고 텔레비전 광고가 금지된 주류, 영화와 출판 분야의 광고도 가능하다. 루퍼스 머독 소유의 영국 위성 방송 사업자 B Sky B는 지난 8월 서비스 가입자가 거주하는 거리나 가족 구성 또는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감안하여 타깃팅하는 광고 서비스를 시작했다.(8) 2013년 9월과 10월 미국 미디어(CNN, ABC, NBC), 영국 미디어(B Sky B), 프랑스 미디어(TF1, Canal Plus)와 협약을 맺은 페이스북은 방송 프로그램 페이지에 글을 남긴 가입자의 나이, 성별, 지리정보를 방송사에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 시청자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이니만큼 광고 타깃팅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신성불가침의 데이터 물결(9) 속에서 미디어는 기존 매체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자신들 고유지면의 가치를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의 언론 사이트에서 배너광고를 띄우는 정도로는 이제 한계가 있다. 인터넷에서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 등을 모아 무료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콘텐츠들로 무장된 서비스 플랫폼들이 새롭게 언론들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질적 편집환경 따위엔 관심이 없다. 인터넷 광고 시장은 업계의 거물인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야후, 그리고 그외 전문적인 업체들이 좌지우지한다. 이들에게 맞서기 위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프랑스 언론계가 2012년 8월 인터넷 상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하는 애드익스체인지 자동화 플랫폼 두 개, 플라스 메디아와 오디언스 스퀘어를 세우기로 연합했다. 플라스 메디아에는 라가르데르 그룹, TF1, 르 피가로, 아모리, 프랑스 텔레비지옹, 마리 클레르가, 오디언스 스퀘어에는 M6 그룹, RTL, 프리즈마, 르몽드, 르누벨옵세르바퇴르, 르포앵, 몬다도리가 속해 있다. 목표는 여전히 인터넷에서 팔리지 않은 페이지를 모아 최고가를 부른 광고주에게 대량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광고업체는 데이터 전문가, 데이터베이스관리자 등 새로운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구글의 키워드 상거래 네트워크(애드워즈)를 모델로 삼아 미디어도 온라인 중개인(거래영업장)을 통한 증권거래시장처럼 실시간 경매의 세계로 진입했다. 이곳에서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량보다 열두 배 많은 거래가 이루어진다. 네티즌이 웹페이지에 접속한 지 120밀리세컨드 만에 광고 자리가 결정돼 경매에 오르고 가장 높은 값을 부른 사람에게 이 자리가 돌아간다. 프랑스 온라인 광고 자리 판매의 15%, 미국은 벌써 30%가 경매 알고리즘을 통한 매매 형태로 이루어진다.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생명인 이 시장에서 효과적인 광고기법 조언과 광고 자리 구입을 담당한 중개인으로서 기존 광고업계가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점이 모순이다. 이제 광고주와 소비자가 거의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를 방해할 요인은 없다. 타깃팅 광고는 전문중개인이 필요하지 않고, 네티즌의 개인정보 처리와 경매플랫폼의 우수한 산출능력을 활용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원천 개인정보를 보유한 업자가 판매도 가능하다.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퓌블리시스, 아바스, WPP, 옴니콤 그룹 소속 에이전시들은 자체적으로 거래영업장을 개발했지만, 이는 판매자가 광고 자리를 직접 구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1993년 사팽법 위반이다. 모리스 레비 퓌블리시스 대표는 지난 7월 미국 옴니콤과 합병한다고 발표하면서 “빅데이터와 실시간 분석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에 대응해 “수십억 명의 정보를 조사하여 매우 제한적인 대중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구글 애드워즈는 광고주가 원하는 단어라는 제한적인 자원으로 이루어지는 경매며, 플랫폼의 미판매 광고 자리는 무한에 가까운 물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광고 가격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작은 게임에서 승자는 아직 구글이고, 앞으로도 구글일 것이다. 미디어가 모여 만든 애드익스체인지는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전반적으로 수세적인 대응에 불과하다. 프랑스에서 검색엔진들이 유발하는 광고 투자액은 12억 유로로 기존 온라인 광고 투자의 2배에 달한다.
스웨덴 그룹인 에릭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 전 세계적으로 500억 개의 물품이 디지털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될 것이라고 한다(<라트리뷴>, 2013년 9월 22일). 우리를 잠식하며 가장 은밀한 사생활까지 추적하게 될 이런 흐름은 자본주의 성장의 새로운 축을 담당한 디지털 혁신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더욱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흐름은 우리 자신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매일 ‘외부’로 스스로를 노출시킬 때 생겨난다. 미국의 유명한 블로거 앤드류 퀸은 “가장 큰 위협은 우리 자신이 ‘리틀 브라더(little brothers)’가 되어 21세기식 ‘빅 브라더(big brother)’를 만든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멀티플 프리즘
“확인된 거래 10억 건, 휴대전화 번호 7백만 개, 이메일 주소 2천만 개, 평가기준 150개 등” 이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독프로그램 프리즘이 아니라 우체국 그룹 소속의 미디어프리즘의 ‘중앙데이터뱅크' 자료이다. 프레데릭 아녜스 대표는 “우리는 당신이 어떤 물건을 샀는지 1초 안에 알 수 있다.”고 자신했다(<스트라테지>, 2013년 6월 27일). 소비자의 소비 형태를 파악하는 일과 그의 삶 전체를 감시하는 일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미국에서 2007년 마련된 프리즘은 구글, 야후,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인터넷 거대 업체 9곳의 서버를 이용해 외국인의 정보를 열람한다. NSA는 이 업체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접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마리 베닐드 Marie Bénilde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있다.
(1) 아리안 크롤 & 자크 낭텔, ‘욕조에서 낚시하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6월호. (2) AFP, 2013년 6월 27일. (3) 광고를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 브라우저에 설치하는 확장 프로그램. (4) Alistair Barr, ‘Google may ditch “cookies” as online ad tracker’, <USA Today>, McLean, 2013년 9월 17일. (5) 에르베 르 크로즈니에, ‘클라우딩 컴퓨터의 시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8월호. (6) 니콜라 콜랑 & 피에르 콜랑, ‘디지털 업계의 세제에 대한 보고서’, 재정경제부, 파리, 2013년 1월 18일, www.economie.gouv.fr (7) Ibid, p.65. (8) Robert Budden, ‘A TV that knows who you are’, <Financial Times>, 런던, 2013년 1월 31일. (9) 케네스 쿠키어 & 빅토르 메예르쇤베르거, ‘세계의 정보화, 디지털 홍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7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