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환자 유치, 의료관광’이 뜬다!
해외 환자 유치(Global Healthcare)와 의료관광(medicaltourism) 열풍이 불고 있다. 요즘 의사 3명 중 2명은 술자리에서 해외 환자 유치와 의료관광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론사가 앞다퉈 이를 보도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를 초월해 의료관광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최근 의료관광 분야가 갑자기 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관광의 정의, 이슈가 된 이유와 비전에 대해 살펴보자!
취재 심재훈 기자 사진 제공 아리랑국제방송
의료관광이란 무엇인가?
해외 환자 유치는 말 그대로 해외 환자를 우리나라에 데려와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암이나 척추질환 등 질병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의료기술력이 뛰어난 국가로 이동해 수술받거나 의료비용이 현지보다 저렴한 국가로 이동해 치료받는 것을 말한다.
의료관광은 성형, 미용, 건강검진 등과 관광을 연계해 관광상품화한 것이다. ‘의료서비스→레저→휴양→문화활동’으로 이어지는 고부가가치 신개념 관광으로 정의되고 있다. 태국은 관광에 스파와 마사지 등을 접목하고 있으며, 일본도 휴양·보양·치유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의료관광이 요즘 뜨는 이유는?
지난 1월 20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외국인 환자를 국내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공포했다. 4월 말부터는 외국에서 환자를 데려오는 행위가 ‘합법’이며, 환자 유치 커미션을 받는 일이 당당한 ‘업(業)’ 이 된다.
이미 미국의 한인여행사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검진과 항공여행이 결합된 ‘고국방문 건강검진 패키지’를 광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해외 환자 유치 시스템이 없는 병원이 대부분으로 고가의 커미션을 요구하는 브로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 병원들이 직접 시스템을 마련하고 보다 저렴하게 한국을 찾아 의료관광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료관광은 진료비뿐만 아니라 숙박, 관광 등과 연계해 부가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보건복지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해외 환자 1인이 우리나라에서 쓰는 평균 진료비는 374만원 정도다. 우리나라 환자 1인 평균 진료비인 99만원의 4배 가까이 된다. 이에 더해 환자와 함께 들어온 보호자 등이 동반자 1인이 관광을 하며 쓰게 되는 비용을 계산하면, 외국인 환자 1인 유치시 경제적 효과는 697만원이나 된다.
해외 VIP를 유치할 경우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 해외마케팅팀 이영호 팀장은 “최근 몽골의 환자가 진료비로만 4억원, 러시아 환자는 1억을 쓰고 갔다”고 말했다. MB정부는 올해 해외환자유치 내용이 포함돼있는 ‘글로벌 헬스케어(global healthcare)’ 분야를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 이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경제활동과 일자리 창출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액투자자와 젊은이들이 뛰어들고 있다?
의료관광 산업의 매력은 소액투자자와 청년, 여성, 자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고부가가치 사업의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30대 두세 명이 모여 에이전시 설립을 한 사례도 있다. 에이전시 대표는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불황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 분야는 호황이다. 이 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기존의 간호사, 통역사, 관광가이드, 스튜어디스, 홍보, 서비스업계 청년인력들이 의료관광 전문가로 ‘진화(進化)’하기 위해 사설 교육기관 등에서 의료관광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이경재 의원(한나라당)은 “에이전시의 커미션을 적절히 규제하지 않아 여러 병원이 휘말리게 되면 한국 의료관광은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윤리 등 정신적 요소가 빠진 채 사업적으로만 치닫게 되면 환자를 돈으로 보는 현상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심화되면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도 타격을 받게 될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정부의 합리적이고 세심한 개입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병원들도 해외 환자 유치 총력전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직원들은 아랍어 통역사로부터 아랍어 의학 용어를 배우고 있다. 병원 차원에서는 중동 사람들을 위해 양고기, 쇠고기, 닭고기로 만든 환자식도 개발중이다. 또 중동 사람들이 한국의 IT기술에 호감도가 높다는 점을 착안, 국제 진료 시스템에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이 병원뿐 아니라 국내 의료계의 해외 환자 유치 활동이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의료계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여행업계들까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이 중동(中東)과 극동러시아이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등 35개 병원이 가입된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는 지난 3월 7일부터 9일까지 카타르를 방문, 한국의료설명회를 열었다. 카타르가 한국을 의료관광 대상국으로 선정하면 한국에서 치료받는 카타르 국민은 자국 정부로부터 의료 비용을 지원받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영호 해외마케팅팀장은 “카타르 보건부장관이 4월 중 방한하는데, 양국간 의료서비스 협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에 직접 방문해 실태조사를 한 이안안과 임찬영 원장은 “중동은 햇볕이 강해 익상편이나 백내장이 많다. 이들 질환에 대한 수술을 특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극동러시아 지역도 떠오르고 있다. 극동러시아의 경우 작년 2500여 명이 외국 병원을 찾아 치료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3월 3일부터 7일까지 블라디보스톡 부근 아르쫌시의 부시장 등 유력 인사 30여 명을 초청, 건강검진과 온천 체험, 산업체 시찰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관광공사 정진수 전략상품개발팀장은 “연해주와 극동 러시아 주요 도시들과 의료관광 양해각서(MOU)를 맺을 계획이다. 앞으로 이 지역에서 10만여 명의 환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환자를 공략하고 있는 곳은 피부과와 성형외과들이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성형외과가 모두투어인터내셔널, 서울 강남구와 손잡고 개발한 메디컬 스킨케어와 제주도 관광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이용, 지난 2월 19일 중국인 18명이 입국했다. 미국 마케팅사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예송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 “올해부터 해외환자 유치가 본격화될 전망인데, 1~2년 뒤 외국인들은 한국의 몇 개 대표 병원만 기억할 것이다. 그 뒤에는 이 경쟁에 뛰어들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지금 어떤 전략을 마련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전(VISION), 시장 규모는?
다국적 컨설팅 그룹 맥킨지&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약 150조원) 정도다. 의료관광청을 만들어 의료관광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는 2012년 연 100만명 해외 환자 유치, 30억 달러(약 4조 5천억원, GDP의 1%) 수입, 관련 일자리 1만30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2년 의료관광 수입이 20억 달러(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 환자 유치와 의료관광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비전 및 추진 전략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외국인 환자 유치 목표는 5만명, 2010년 7만명, 2011년 10만명, 2012년 14만명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앞으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 세부시행규칙을 계속 보완해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의료관광객이 국내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일반관광객의 3~10배에 이르며 장기 체류한다는 것을 확인, 국부 창출과 국가 이미지 및 브랜드 가치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료관광의 장점을 외국인들에게 알리는데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 의료관광산업에 힘을 쏟고 있는 국가들의 1차 타깃은 인접국의 VIP들이나 선진국의 환자들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가장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이지만 의료서비스는 취약해 공략하기 좋은 대상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 내부에서도 자국의 건강보험체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현재 약 5000만명 정도의 미국인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고, 국민 5~6명 중 한 명이 의료사각지대에 놓이는 상황이다. 이미 많은 미국인들이 병을 고치거나 예방하기 위해 의료관광을 떠나고 있다.
미국 내 병원에 지불할 진료비 정도면 관광까지 즐길 수 있는 태국 등 동남아 의료관광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시사경제지 ≪비즈니스위크≫는 ‘서비스가 좋고 비용이 저렴한 외국 병원을 찾는 미국인들이 급증하는 추세’라며 ‘2007년 태국 범룽랏병원에 매년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에서 40만명 정도가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범룽랏 병원 등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태국 병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태국 메디컬 허브 프로젝트’에는 질병 예방, 테라피, 태국 전통 마사지 등도 포함돼 있다. ‘광범위한 건강 관리 서비스’를 무기로 타깃을 병이 드러나지 않은 일반인에까지 확장한 것이다.
해외 환자 유치 & 의료관광, TV로 보면 이해가 쉽다
한국의 의료관광을 소개하는 TV 다큐멘터리가 지난 3월 8일 아리랑국제방송을 통해 전 세계 188개국 6260만 가구에 방송됐다. 다큐멘터리 제작에는 헬스조선, 아리랑국제방송,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