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꽃
김유정 작가는 1908년에 강원도 춘천 실레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실레'는 떡시루라는 뜻인데요, 산에 묻힌 모양이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해요. 김유정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가난에 시달리던 1930년대 식민지 시대의 일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주요 등장인물은 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소작민, 노동자, 여성 등이지요. 농촌이 가진 문제점을 머리로 판단하는 것 보다 희화화해서 표현했어요. 김유정 작가는 익살스러우면서도 품위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도드라지는 면모라 할 수 있어요.
<봄봄>은 강원도 농촌을 배경으로 한 1930년대 소설이에요. 순박한 데릴사위와 모질고 사나운 장인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주제로 삼고 있어요. 주인공 '나'는 장인을 위해 머슴살이를 해요. 그 기간이 길어지자 '나'와 혼인을 앞둔 점순이도 재촉을 하고, '나'도 구장에게 가서 중재를 요청합니다. 계속해서 혼인을 미루는 장인에게 화가 난 주인공과 장인이 몸싸움이 벌어지고, 자신을 도와줄 거라 생각했던 점순이는 자신의 아버지인 장인을 돕고, '나'를 나무라지요.
이야기 <봄봄> 안에는 가법게 웃음을 지어내는 요소와 사회의 짙은 슬픔이 균형있게 담겨 있어요. 소설의 표면에는 인물들의 해학(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의 멋이 어우러져 있고, 소설의 이면에는 어둡고 슬픈 사회의 모순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지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고 전달되고. 읽는 이들은 웃음을 짓게 되지요. 소설은 이야기의 절정을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의 순서가 다르게 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강원도 사투리는 푸근하고 생동감있게 다가와요. 참 신기하게도 우리 글을 읽을 때면, 글이 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살아서 앞에서 움직이는 것 같아요.
장인님은 그 말을 듣고 껄껄 웃더니(그러나 암만 해두 돌 씹은 상이다) 코를 푸는 척하고 날 은근히 곯리려고 팔꿈치로 옆 갈비께를 퍽 치는 것이다. 더럽다. 나두 종아리의 파리를 쫓는 척하고 허리를 구부히며 그 궁둥이를 콱 떼밀었다. 장인님은 앞으로 우찔근하고 싸리문께로 쓰러질 듯하다 몸을 바로 고치더니 눈총을 몹시 쏘았다.
*소설 속 인물들의 성격
- 나 : 우둔하고 순박한 성격으로, 마름(*지주의 대리인, 지주를 대신해 소작인들을 관리하는 사람)인 점순이 아버지의 데릴사위로 3년 7개월 동안 일하고 있다. 소설 속 점순이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어리숙한 면모가 있다.
- 점순 : 적극적이고 당돌한 성격으로 ‘나’를 자극하여 갈등을 유발한다. 주인공을 좋아하며 결혼을 부츠기지만, 결국 마지막엔 아버지 편을 들어 주인공을 당황시키기도 한다.
- 봉필 : 욕심이 많고 교활한 성격으로, ‘나’의 노동력을 무급으로 얻기 위해 결혼을 미룬다. 그러나 결국에는 주인공은 챙기는 모습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읽고 나누기
- 같은 상황을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점순이는 그런 나와 장인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 ‘나’(주인공)는 데릴사위로 들어와 일을 해주면서 성례를 시켜주길 기다립니다. 나(자신)에게도 대가를 주더라도 꼭 하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나눠주세요. (대가를 주는 게 아니어도 됩니다.)
말본
*지난 배움 샅샅이 읽으며 와닿은 점 나누었어요.
상준 : "우리는 한국사람입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니 한국사람이에요. 그러나 '한국사람'처럼 적지 못합니다. 국어사진 띄어쓰기로는 토박이말 '-사람'은 뒷가지 구실을 못한다고 되었기에, '한국 사람'이라 적고 한자말 '-인'을 붙여야 비로소 '한국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인데 왜 '인(人)'을 붙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우리말을 잘 쓰면 좋겠다.
지현 : 127쪽에 '안녕'이란 말이 우리말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깜짝 놀랐다. 정말 많이 쓰는 데 말이다. 그리고 '안녕'이란 말을 바꿔서 써보기로 했는데 몇 번이나 잊어버렸다. 그만큼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노력하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환 : 'ㅋㅋㅋ'를 쓰든 'ㅎㅎㅎ'를 쓰든 내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말을 쓴니까 나쁘다는 잣대는 없습니다. 옳고 바른 마음을 착하며 곱게 담아서 쓸 수 있는 말인가 곰곰이 살펴야 합니다.
→ 말을 어떤 상황, 느낌으로 하는지가 중요하다. 나쁜 말이라는 것은 그 상황과 느낌, 그 사람에 대한 것들이 합해지며 나올 수도 있다. 말을 할 때 이렇게 잘 생각하고 살피며 해야겠다.
이준 : 작가분이 자식들 이름을 사름벼리, 산들보라 라고 지었는데 되게 좋은 이름이다. 그리고 성을 만든 게 신기했다. 지금 있는 성들도 이렇게 만들어졌겠지... 근데 주민등록증에 최사름벼, 최산들보 라고 웃기게 찍힌다. 내가 비슷한 일을 겪어도 그런 거에 얽매이지 않고 '나'로 살고 싶다.
재인 : 148쪽에 '열심' 나는 열심이 우리말인 줄 알았다. 생각보다 놀랐고, 더 알아가고 싶다. 바지런히 배웁시다!
*갖가지 한자말(배움책 154~171쪽) 살피는 두번째 시간이에요.
접촉, 이하, 작업, 계속, 순수, 선택, 설명, 기억, 사고, 양보, 고민, 대화, 식사, 부유, 항상, 간단, 필요, 완전, 충분 등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고 있는 한자말들의 어원 알아보고, 어떻게 고쳐쓸 수 있을지 알아봤어요.
그 중 '계속'은 '끊이지 않고 잇따라'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 계속 진행하다 → 그대로 이어가다, 끊지 않고 하다
· 계속 걷다 → 꾸준히 걷다, 한결같이 걷다.
· 계속 펼치다 → 잇달아 펼치다, 자꾸 펼치다.
*배움책 곳곳에 있는 낯선 낱말 뜻도 살펴보고, 재미있는 우리말 어원 살펴봤어요.
· 버르장머리/소갈머리 : 버르장은 ‘버릇’을 말하고, 머리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 또는 ‘일을 앞장서 이끄는 힘’을 뜻한다. 따라서 ‘버르장머리 없다’는 말은 버릇을 이끄는 힘이 없다는 뜻이다. 소갈은 ‘속마음, 속생각’(속알)에서 온 말이다. ‘소갈머리 없다’는 ‘속알을 이끄는 힘, 생각과 뜻을 이끄는 힘이 없다’는 말이다.
· 밴댕이 소갈딱지 : 밴댕이는 어부들도 살아있는 상태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잡히자마자 죽는 생선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물에 걸리면 급한 성질을 주체하지 못해 제풀에 죽어버린다고 여겼다. 용케 산 채로 올라와도 몸을 이리저리 뒤집거나 파르르 떨다가 이내 죽어버린다. 이 같은 행동으로 밴댕이는 성질이 엄청 급한 물고기로 통한다.
쉽게 죽는 밴댕이는 내장도 쉽게 상해 잡은 뒤 하루가 지나기 전에 내장을 빼내고 젓갈로 담아야 한다. 그런데 밴댕이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보면 크기가 아주 작아서 놀라게 된다. 같은 크기 물고기에 비해 70~80% 정도로 작다. 자연히 이 밴댕이의 작은 속(내장)이 입방아거리가 되었고, 밴댕이가 그물에 잡히면 금세 죽거나 파르르 떨고 이리저리 뒤집는 등 성깔 나쁜 행동들을 다 속 좁은 탓으로 여겼다. 이런 까닭으로 아량이 없고 통이 크지 못한 사람을 일컬어 ‘밴댕이 소갈딱지’로 부르게 되었다.
첫댓글 새롭게 알아가며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서 쓸수 있는 말공부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