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신서_擬律差例一 自佗之分(7~ 11)
싸우려는 자가 배에 올랐으나 그 가운데 한 사람은 미처 배를 잡지 못하고 미끄러져 빠져 죽었다. 건륭.
호남(湖南)의 주민 오승생(吳升生)이 나상순(羅上順)과 비록 치고 받고 한 싸움은 있었으나
소개원(蘇開元)이 사화(私和)를 시킨 뒤에는 오승생은 이미 도선(渡船)에 오름으로써
그 사건은 해결된 것이었으나,
나상순은 오히려 다시 추격하여 배를 잡으려다가 미치지 못하고 실족(失足)하여 물에 빠져 죽었다.
이 나상순의 죽음은 물에 빠진 것이 원인이요, 구타에 의하여 죽은 것은 아니었다.
당해 독무(督撫)는 배를 잡으려다가 실족하여 허공에 미끄러지면서 물에 빠져 죽었다 하고는
오승생에게 이에 앞서 투살(鬪殺)의 죄를 적용하였으니 특히 타당하지 못하였다.
재심한 당해 독무는
오승생에게, 구타치상(毆打致傷)하게 한 상처가 풍신(風身-마비(麻痺)됨)을 일으켜 죽게 한
예(例)에 의하여 유형(流刑)을 선고하고,
복심에서는 불응중률(不應重律-시안이 중대한 부작위(不作爲) 처벌 규정)에 의하여
장형(杖刑-80대)을 선고하였다.
자, 타의 구분(8)
목재를 훔쳐 달아나는 큰 형을 추격하다가 따라잡지 못하고 미끄러져 치사되다. 건륭.
직예 여현(直隷蠡縣)의 주민 이신월(李新月)은
동복형(同腹兄) 이항(李恒)과 공개(公蓋)의 토방(土房) 3간을 지었다.
이어 이신월은 단목(檀木) 6근(根)을 나누어 얻었으나 이항이 헐값에 사들이려고
운반(運搬)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신월은 목재(木재)가 떨어지자 2경(更) 쯤 원내(院內)로 잠입(潛入)해 들어가 단목 1근을 지고 달아났다. 이항이 뒤쫓다가 실족(失足)하여 넘어지면서 죽은 사실을 몰랐었다.
이신월에게 기친(期親-1년 복(服)이 있는 친족) 존장(尊長)을 위협하여 죽게 한 죄를 적용하여
교형(絞刑)에 처하도록 하고, 위에 한 등(等)을 감하여 유형(流刑)에 처하도록 하는 뜻을 청하였다.
형부(刑部)에서는 형량(刑量)을 바꾸고, 사건 내용을 상세히 조사하여 보니,
이항의 죽음은 비록 이신월이 단목을 훔쳐가므로 추격하다가 실족(失足)하여 이루어진 일이나
이신월은 자기 물건을 팔려고 하였고 이항은 헐값에 억지로 사려고 한 데에 관계가 있는 것이다.
당해 범인은 고지(告知)하는 경우, 허용되지 아니할 것을 우려하여 밤을 이용하여 잠입하여 가져간 것이다. 이는 존장(尊長)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며
행패(行悖)를 부려 위협이 되게 하려는 마음은 없었던 것이므로
기친, 존장을 협박하여 치사(致死)케 한 조항(條項)에는 부합하지 아니한다.
지금 당해 독무(督撫)가 이 조항을 적용하고 한 등급을 감하여 유형(流刑)을 선고함은 사건 내용을 참작하여 권형(權衡-저울질함)을 한 듯하나 법률의 적용이 타당하지 못하다.
조사하여 보면,
당해 범인이 단목을 지고 이미 문을 벗어났으며 이항이 소리쳐 막았으나 당해 범인은 듣지 못하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도 아니었다.
이항은 스스로 미끄러져 죽은 것이고, 더욱 당해 범인의 생각 밖의 사태로서 곧 과실살(過失殺)인 것이다.
눈으로 볼 수 없었고, 생각 밖의 사태로서 과실살에 대한 주(註)에 부합하므로,
이신월에게는, 조카[姪]가 백숙(伯叔-백부 숙부)을 구타하여 치사(致死)케 한 경우에는
참형(斬刑)에 해당하나, 과실살의 경우를 적용하되 2등을 감하여 장(杖) 1백에, 도(徒) 3년으로 한다.
사건이 비록 은조(恩詔) 이전에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복제(服制)에 관계가 있으므로
장형(杖刑)의 탕감은 허가하지 아니한다 하였다.
상고하여 보면,
이신월은 형을 구타한 일이 없다. 이 선고는 잘못된 것 같다.
곧 형제가 목재를 가지고 다툰 죄로 처단함이 옳다.
(은조(恩詔)는 곧 사전(赦典)이다.)
자, 타의 구분(9)
빚 관계로 싸움하다가 미끄러지면서 부상하여 치사하다. 가경.
성경장군(盛京將軍) 주수청(奏岫廳) 소속의 주민 송대한(宋大漢)이 이폭(李幅)과 싸우다가 미끄러지면서 죽은 사건을 조사하여 보면,
율례(律例)안에는 싸우면서 때리려 하다가 스스로 미끄러져 죽은 경우,
어느 정조(正條-명문 규정으로 되어 있는 조문)에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지금 이미 죽은 이폭은 술 취한 뒤 송대한에게 빚을 갚으라고 싸운 것이다.
집을 나선 이폭은 주먹으로 치려 하였으나 송대한은 피하였고,
이폭은 실족하여 넘어지면서 상처를 입고 죽었다.
송대한은 맞서 구타한 사실이 없고, 시친(屍親-유족(遺族)), 범인, 증인의 공술(供述)이나
증거에도 이폭이 구타하려다가 실족하여 목숨을 잃은 사실이 확실하다.
송대한이 빚을 갚지 아니하여 싸우게 됨으로써 인명(人命-살인)을 빚었으니
불응위(不應爲-부작위(不作爲))의 중률(重律-형이 무거운 규정)을 적용하여 장(杖) 80대로 하되
당해 부윤(府尹)의 선고대로 완결하였다.
자, 타의 구분(10)
이웃집에 장애(障碍)가 된다 하여 담장의 돌을 뽑아냄으로써 주인이 깔리어 치사하게 하다. 건륭.
절강(浙江)의 주민 장육희(張六喜)는 장모운(張慕雲)이 집을 짓고 담을 쌓음으로써
통행(通行)에 장애가 있다 하여 밤을 이용하여 담장을 팠다.
장용림(張瑢林)은 파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와 엿보고 있을 때 장육회는 안에서 담을 밀므로써
피하지 못하고 담 쌓은 돌에 치어 죽음을 당하였다.
장육회에게 까닭없이 사람이 사는 택사(宅舍)에 전석(磚石)을 던져
치사(致死)케 한 경우의 처벌 규정을 적용하여 장류(杖流-장형(杖刑)을 가하고 유배함)를 선고하였다.
자, 타의 구분(11)
이웃과 싸우다가 울타리벽을 무너뜨려 여아(女兒)를 압사(壓死)케 하다. 건륭.
절강(浙江)의 주민 임문표(林文標)는
임성의(林成義)의 집에 가서 공전(公田-정전법(井田法)상의 8가구(家口)가 공동 경작하는 모지) 문제를
논의하려 하였으나 임성의가 문을 닫고 맞아들이지 아니하므로
문표(文標)의 아들 임학삼(林學三)이 그 무례한 행위에 흥분하여 울타리벽을 무너뜨려
임성의의 어린 딸 길저(吉姐)를 깔려 죽게 하였다.
이 사실이 문제가 되어 싸움이 일어났고, 불편한 관계가 되어 서로 대면(對面)하지 않으므로,
속전(贖錢)을 거두기로 결정하였으나,
까닭 없이 성시(城市) 및 사람이 사는 택사(宅舍)에 전석(磚石)을 던져 사람을 치사(致死)케 한 조항이
적용되어 장류(杖流)를 선고하고
소공(小功-상례(喪禮)의 오복제도(五服制度)에 따른 상복. 소공에는 5개월간 상복을 입는데 이때의 상복을 소공복(小功服)이라 하고, 소공복을 입는 친족의 범위를 소공친이라고 한다.)
의 복(服)이 있는 조카딸을 상하게 한 사건이므로 장도(杖徒-장형(杖刑)을 가하고
도형(徒刑)을 과함)로 감하고, 매장은(埋葬銀) 10냥을 추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