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 형님들 안녕하세요?
3월에 통영국제음악제에서 같은 날 공연했던 밴드 '멜랑콜리 스튜디오' 대장 진호현입니다.
저희 밴드가 형님들 음악 들으며 중학생 때 밴드를 시작하던 때가 벌써 10년 전이네요.
중학생 때 형님들 따라다니면서 종종 인사하고 그랬었는데 이젠 많이 변해서 모르시겠죠?
15주년 콘서트 꼭 가고 싶었는데 그날 저희도 클럽 정기공연이 있어서 아쉽게도 못 갔어요~
15년 뒤에 형님들처럼 콘서트 언젠가 꼭 하는게 꿈입니다.(사실 벌써 밴드가 10년을 함께 보내긴 했지만..)
저희 밴드가 이래저래 집안 우여곡절도 있고, 다들 군대갔다오고 하다보니 이제야 첫 싱글이 나왔습니다.
나온지 얼마 안 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 주셔서 놀랐어요~ 옛날에 말달리자 처음에 기분 어떠셨어요?
저희 얼마 전 인터뷰 기사 하나 드리고 갈게요! ^^
형님들 언제나 건강하시고, 20주년 30주년 40주년 50주년 영원하길 바랍니다!
[꿈꾸는 진짜 인디밴드 - 멜랑콜리 스튜디오]
10년 동안을 동고동락하다 드디어 첫 싱글을 들고 나타난 순도 100% 자급자족 밴드, 멜랑콜리 스튜디오. 오랜 시간을 움츠려 왔기 때문인지 싱글 발매 후 1주 만에 인디 차트 1위, 락 차트 2위의 영광을 누리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꿈을 저버리지 않고 스스로 이루어나가는 네 청년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을 서울 변두리의 한 연습실에서 들어보았다.
Bugs> 안녕하세요,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벅스 가족들에게 첫 인사 부탁합니다.
멜랑콜리 스튜디오>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제 막 꿈을 이뤄나가기 시작한 밴드, 멜랑콜리 스튜디오입니다.
Bugs> 멜랑콜리 스튜디오 각 멤버 소개와 팀 소개를 해 주세요.
진우> 베이스와 랩을 맡고 있는 이진우입니다.
종민>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문종민입니다.
민우> 드럼과 코러스를 맡고 있는 황민우입니다. (민우 씨는 급한 개인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인터뷰에 불참했다.)
호현>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리더 진호현입니다. 저희 팀명 멜랑콜리 스튜디오는 직역하면 우울한 작업실이란 뜻인데 이게 역설적인 의미예요. 행복한 순간을 위해 작업실에서 겪어야 하는 우울한 순간들이 바로 행복이라는 뜻입니다.
Bugs> 멜랑콜리 스튜디오의 첫 시작을 알린 곡, ‘멜랑콜리 스튜디오’를 소개해 주세요.
호현> ‘멜랑콜리 스튜디오’라는 곡은 방금 말씀드린 저희 팀명과 같은 의미로 만든 곡이에요. 팀을 대표하는 자기 소개서 같은 곡입니다. 또래 대학생들이 취업을 앞두고 자기 소개서를 쓰는 데 열을 올리는 동안 저희는 자기소개 곡을 만든 셈이죠.
Bugs> 싱글 발매 1주 만에 인디 차트 1위, 락 차트 2위에 올랐어요. 첫 싱글 발매 후 주변에서 반응이 어땠나요?
진우> 아무래도 그 전까지는 음악 한다고 하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복학 안 하냐 이런 말들을 들었는데 싱글을 발매하니까 이놈이 진짜 제대로 하네, 하면서 응원도 해주고 인식이 바뀌었어요. 저희 앨범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결실을 이룬 거잖아요. 전에는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는 취급을 하다가 앨범 나온 걸 보고 자기 꿈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구나, 멋지다, 부럽다 잘됐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들을 해 주더라고요.
종민> (발매일 날 멤버들끼리 뭐했는지) 사실 16일에 나와야 하는데 14일에 나왔거든요. 14일에 저희가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어요. 어느 카페에서 회의 끝나고 계산을 하는데 카운터에 계신 분이 오늘 앨범 나온 밴드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벅스 최신곡 목록에서 카페에 예약된 단체명을 보셨던 거죠. 놀랍기도 했고 우리가 해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호현> (예상 날짜보다 곡이 일찍 나왔는데 아쉬운 점은) 사실 16일 발매에 맞춰서 준비할 것들 관련해서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희도 모르게 발매가 되어서 조금 놀랐어요.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첫 작품이 나왔다는 게 감격스러웠어요. 게다가 인디차트 1위에 올랐다는 것도요.
Bugs> 얼마 전에 열렸던 첫 쇼케이스 이야기를 해 주세요.
종민> 저희가 오랜 기간 차분하게 준비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좀 급하게 진행이 됐어요. 계획한 것도 많았는데 현장에서 안 된 부분도 많고요. 그래도 관객 분들이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 저희한테는 첫 쇼케이스 공연이기 때문에 많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호현> 저희가 긴급 쇼케이스를 하는 바람에 차질도 많고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감동적이었어요. 저희가 얼마 전에 통영국제음악제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이번 쇼케이스 때 멀리 계셔서 참석하지 못한 통영 팬 분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축하 편지를 어느 팬 분이 모아 공연장에서 직접 전달해주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진우> 준비 시간은 짧았지만 멤버들끼리 의기투합해서 철두철미하게 한 편인데 생각대로 안 된 부분도 있어요. 작년 11월 ‘거위의 꿈’에 저희 이야기를 담은 UCC가 네이버 비디오 차트에서 1위를 했거든요. 이 영상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비디오 장비에 문제가 생겨서 안 됐어요. 그것 때문에 계획했던 공연 흐름대로 나가지 못한 점이 아쉽긴 했지만 관객들이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 반응이 좋았어요. 쇼케이스를 계기로 그 자체가 오디션이 되어서 그 클럽 정규 소속으로 공연도 하게 되었고요. 저희한테 고정 무대가 생긴 거죠. 이번 주 금요일(23일)에 데뷔 후 클럽 소속 첫 공연을 하게 됐어요.
Bugs> 네 명이 어떻게 만나서 밴드를 하게 되었나요?
호현> 중학교 때 각자 스쿨밴드에서 만났어요. 그 때 만난 게 계기가 돼서 연락하고 지내다가 세 명이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그러다보니 같이 팀을 만들게 됐고 다른 학교에 간 진우를 영입해서 팀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희가 처음 만난 게 거의 10년 전인데, 그 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같이 음악을 하게 되었네요.
진우> (혹시 첫 인상이 기억나는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중학교 때 밴드가 두 팀이었어요. 하나는 저랑 드럼 치는 민우랑 있는 팀이었고, 다른 하나는 종민이가 속한 팀이었어요. 호현이는 근처 다른 학교였고요. 두 팀이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어요. 우리 학교에서 우리가 최고다, 이런 거였죠. 음악실에서 연습하는데 음악실 쟁탈전도 하고 서로 그런 게 좀 있었어요. 종민이가 처음에는 말없이 기타만 쳤어요. 다가가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가가니까 생각했던 거랑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아무래도 서로 다른 팀이고 신경전이 있다 보니 어색함과 살짝 암묵적 벽이 있었던 것 같아요.
종민> (그런 걸 느꼈는지) 느꼈죠. 밴드가 음악 스타일 자체도 달랐어요. 진우 팀은 펑크였고 저희는 약간 모던한 느낌.
Bugs> 요즘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데 클럽 공연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거리 공연 얘기 좀 해 주세요.
호현> 거리 공연 관객들은 일단 저희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이 아니잖아요. 팀 이름도 자주 말해야 하고 방금 연주했던 곡을 반복하기도 해요. 정말 저희한테 관심이 있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보는 분들도 계시지만, 지나가다 잠깐 보는 분들이 더 많으니까요. 저희가 아무런 장비 없이 육성에 통기타와 탬버린만 가지고 스케치북에 저희 팀 이름 크게 써서 세워놓고 공연했었거든요. 그런데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주셨어요. 박수도 많이 쳐 주시고, 저희 밴드 카페에 공연 동영상도 올려주시고요. 앞으로도 거리 공연은 계속 할 계획이에요.
Bugs> 멜랑콜리 스튜디오 하면 온라인에서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작년에 ‘거위의 꿈’으로 네이버 테마 비디오 1위를 했는데 이 때 기분이 어땠어요?
호현> 무엇보다도 드러머 민우 군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영상에 나와 있듯이 민우 군의 건강과 집안에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민우가 처음에는 그런 개인적인 얘기들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걸 부끄러워했고 관심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는데, 결국 그 영상으로 인해 바뀐 게 많았대요. 우선 온라인에서 저희들에게 관심 갖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그 때 많이 생겼어요. 그리고 민우 어머님께서는 그 영상을 보시고 우셨대요. 집안이 어려운데 음악 하는 거 안 좋아하시다가 영상 보시고 나서는 아들과 친구들의 꿈을 믿고 응원해주시는 쪽으로 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아직은 많이 어려워서 저희 모두가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민우를 돕고 있는데, 언젠가 이 모든 걸 딛고 일어설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Bugs> 지난 2월,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 기원 영상에 호현씨가 한국인 대표로 참여했는데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호현> 제가 비틀즈를 굉장히 좋아해요. 현재 살아 있는 비틀즈 멤버가 두 명밖에 없긴 하지만, 전설의 그룹 비틀즈가 한국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그 영상이 올해 2월에 완성되어 영국의 관계자에게까지 전달이 되었는데, 사실 2007년 3월경에 만들었던 최초 버전이 있어요. 폴 매카트니 내한을 기원하는 마음에 혼자서 만들었던 UCC였죠. 인터넷에 올려놓고 군대를 갔는데 그 사이 많은 국내 비틀즈 팬 분들의 관심을 받았고, 제대 후에 수많은 팬 분들의 메시지를 모집해서 제대로 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Bugs> 멜랑콜리 스튜디오 앞에 자급자족 밴드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 좀 해주세요.
종민> 저희는 인디밴드로서의 저희 본업인 창작과 연주는 물론이고 녹음과 프로듀싱, 기획, 홍보, 유통, 기타 등등 모든 부분을 저희가 직접 다 하기 때문에 자급자족 밴드입니다.
진우> 심지어는 이번 싱글 자켓사진까지도 침대에 옹기종기 모여 카메라 타이머를 맞춰놓고 찍었어요.(웃음)
Bugs> 본인들이 전 과정을 맡으면 좋은 부분도 있지만 시스템적인 부분이나 지원 같은 부분들에서 부족한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각각 장단점이 어떤 게 있을까요?
호현> 단점이라면, 할 일이 많아서 잠을 별로 못 자는 거죠.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음악 외적인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참 모순이에요. 그리고 전문 엔지니어나 스튜디오의 좋은 장비 없이 전부 홈레코딩 작업을 해서 음악 사운드가 많이 아쉬워요.
진우> 장점은 아무래도 저희가 회사가 있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겠죠. 하지만 저희는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회사가 있으면 좀 더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점을 또 꼽자면 이런 자급자족 과정을 통해 저희가 한층 더 성숙해진다는 점이겠죠.
Bugs> 그렇다면 앞으로 멜랑콜리 스튜디오가 인지도가 많이 생긴 뒤에도 자급자족 방식을 고수할 건가요 아니면 그 때는 시스템을 바꿀 생각도 있나요?
호현> 물론 회사의 도움을 받아서 저희는 음악에만 신경을 쓰면서 지금보다 편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혹시나 저희가 나중에 회사와 일을 하게 되더라도 저희의 음악 스타일만큼은 터치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건 저희가 10년간 함께해 오면서 만들어진 거니까요.
Bugs> 요즘 대표적인 아이돌 밴드인 씨엔블루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았는데 직접 인디밴드를 꾸려가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호현> 표절 논란을 떠나서 씨엔블루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세련되고 괜찮았어요. 그런데 그 쪽에서 인디밴드라는 단어를 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우선 ‘인디’라는 용어 정의가 확실히 필요할 것 같아요. 인디라는 말이 인디펜던트의 약자잖아요. 독립적이라는 의미인데 과연 큰 자본을 가진 회사를 등에 업고, 자신들이 하고픈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타이틀곡을 받아서 노래하는 게 과연 인디밴드인지는 의문이에요. 만약 씨엔블루가 진짜 인디밴드라면 이번 표절시비가 있었을 때 두 팀이 만나서 잘 해결했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진행 상황을 보면 와이낫은 와이낫대로 고군분투하는데 저 쪽은 기획사와 작곡가 측에서 소송을 걸고 대응을 하면서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있잖아요. 밴드 대 밴드의 문제이고, 나아가 선후배간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짓밟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진우> 클릭비, 버즈, 에프티 아일랜드, 씨엔블루에 이르기까지 아이돌 밴드는 꾸준히 있었어요. 제가 보기에도 비주얼, 가창력 등은 다 훌륭하고 세련됐죠. 아이돌이 댄스나 발라드 장르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밴드로 나오는 게 반갑고 좋은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전까지는 인디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씨엔블루가 일본에서 거리 공연도 하고 자작곡을 수록하기도 했지만, 제 생각에도 인디라는 단어는 어느 분야에서든 독립이라는 의미거든요. 거대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에서 타이틀곡도 직접 쓴 곡이 아니라 다른 작곡가에게 받은 거잖아요. 밴드라는 말은 맞지만 인디밴드라는 말은 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종민> 아이돌에서 밴드가 나온다는 건 어떻게 보면 바람직한 일이죠. 그런데 지금 문제점은 밴드가 나온다고 해도 7, 80년대에 밴드가 활성화 됐을 때와 비교했을 때 음악보다는 외적인 것들이 더 많이 주목을 받는다는 거예요. 뮤지션보다 엔터테이너에 가깝게 가는 경향도 있고요. 또 하나 아쉬운 건 예전에는 기타, 키보드, 드럼 등 꼭 보컬이 아니어도 연주자를 각각 인정하는 팬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아무리 그래도 보컬로 거의 포인트가 집중되는 것도 있고요. 밴드의 느낌보다는 보컬과 세션의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까운 부분도 있어요. 요즘 아이돌 밴드들이 이런 부분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다행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긴 해요.
Bugs> 말씀하신대로 요즘은 밴드로 나와도 거의 보컬만 주목을 받는데 멜랑콜리 스튜디오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호현> 사실 오래 전부터 저희 공연 때도 그걸 느껴 왔어요. 화려한 연주가 돋보이는 하드락 계열의 밴드가 아닌 이상, 아무래도 보컬이 무대 중심에 있고 주목을 많이 받죠. 그래서 방안을 찾은 게 곡을 만들 때 연주자의 개념이 아니라 다 같이 노래를 하도록 하는 거예요. 메인 보컬을 없애고 합창 혹은 적절한 파트 분배를 하는 거죠. 저희 스타일에 맞는 랩도 시도해 봤고요. 이렇게 하니 드럼이 뒤에서 묻히는 일도 없어지고, 보컬에게만 쏠리던 시선은 자연스레 분산되더라구요.
Bugs>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씨엔블루의 ‘외톨이야’와 와이낫의 ‘파랑새’를 놓고 표절 논란이 일었습니다. 인디 밴드 입장에서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각자 든 생각이 궁금합니다.
호현>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밴드 대 밴드의 문제라면 서로 만나서 얘기를 하고 결론을 지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큰 회사가 중간에 개입되다 보니까 점점 골만 깊어지고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만약 다른 진짜 인디밴드였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는 가지 않았을 거예요.
진우> 안타까운 일이죠. 사실 음악이란 게 한정된 계이름에서 이미 나올 곡은 다 나왔다고들 하거든요. 그 안에서 박자나 음정의 차이 등으로 다른 것들이 창작이 돼야하는 거죠. 저도 곡을 썼는데 멤버들이 기존곡이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지만 두 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멜로디가 비슷하다 보니 사건이 더 불거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안타깝고 개인적으로도 밴드끼리 만나서 해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죠. 아무튼 잘 해결되면 좋겠어요.
종민> 앞에 멤버들과 같은 생각입니다.(웃음)
Bugs> 만약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 기회가 있는데 멤버들이 핸드싱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종민> 제 생각에는 뮤지션이라면, 특히 악기 연주자라면 악기 연주가 생명이잖아요. 사실 전 음악가의 립싱크나 핸드싱크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생각해요. 핸드싱크를 해야 한다면 연주자로서의 자존심을 상당 부분 포기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그 대신 방송으로 인해 얻는 건 많아지겠죠. 많이 고민해 봐야겠네요.
진우> 그 정도 큰 무대를 나가면 저희가 핸드싱크를 하더라도 그만큼 많이 알려지겠죠. 인디밴드인데 나와서 왜 핸드싱크를 하냐는 소리를 들어도 이슈가 되고 매스컴에도 나올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부분에서는 좋겠지만 대한민국 인디밴드라면 그런 기회는 때에 따라 포기할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이건 자존심이니까.
호현> 멤버들이랑 충분히 상의 후에 결정해야 할 문제네요. 진짜 방송에 서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상황이라면 연주하는 척을 하지 않고 차라리 박수로 흥을 유도하면서 노래를 하는 건 어떨까요? 연주를 안 하는데 하는 척을 하는 건 일단 거짓이잖아요. 거짓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연주를 안 하고 있다는 걸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외국 방송에서 유명한 밴드들도 시스템 상 최소 두세 곡 이상 하지 않으면 핸드싱크를 해요. 방송시스템 상의 문제라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어쨌든 이 부분은 지금 당장보다는 저희가 나중에 좀 더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 같아요.
Bugs> 인디음악이 상대적으로 많이 주목을 못 받는 현 시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호현> 대중들이 획일적으로 한군데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인디가 묻히는 걸까요, 아니면 아이돌만큼 획기적으로 시선을 끌만한 것을 못 보여줘서 인디 음악이 묻히는 걸까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질문이겠죠. 주변의 여러 인디 팀들을 보면 오직 음악에만 치중해서 음악을 정말 잘 만들면 언젠가는 대중이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요즘 대중들이 그렇지 않잖아요. 그 좋은 음악들이 더 널리 알려지기 위해서라도 다른 요소들까지 좀 더 신경 쓰는 팀들이 늘어난다면 인디 음악이 더 널리 알려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진우> 인디에 좋은 음악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이쪽에 관심 있는 대중이 아니라면 접할 기회 자체가 너무 적은 거죠. 음악이라는 게 우연히 듣다 좋아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통로가 많이 부족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인디 음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일단 공중파에서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종민> 이번에 저희가 발매하면서 알게 된 건데 음원을 유통시키는 과정이 정말 복잡하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힘들다보니 왜 회사를 찾는지도 알 것 같고요. 회사가 있는 팀과 자급자족인 팀과 이런 부분들에서부터 차이가 생기다보니 주목받기가 더 힘들어요.
호현> 사실 회사 소속 가수들과의 차별 대우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저희랑 같은 날 발매한 기획사 소속 가수들 음원과 달리 저희 음원은 모든 음악사이트에 같은 날 공개되지 못했어요. 길게는 발매 8일째에 올라온 곳도 있고요. 이런 아쉬운 점들도 개선이 되면 좋겠네요.
Bugs> 한국에서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음악을 하기 잘 했다, 이 길을 걷기 잘했다고 생각한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종민>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느끼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이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이 순간이 행복해요. 이건 드러머 민우가 잘 하는 말이기도 해요.
호현> 멤버들과 10년 째 동고동락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는 느끼지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아직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생각할 날이 꼭 올 겁니다.
진우>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데 현실의 벽이랑 부딪히다보니 성인이 되고 이년 반 정도 방황했어요. 대학에 가긴 했는데 왜 다니고 있는지 모르겠고 왜 사는지 모르겠고 그런 거죠. 지금도 불투명하고 하루하루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그 때처럼 답답한 건 없어요. 그래서 선택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Bugs>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또래들에게 이제 막 꿈을 향해 발을 내딛은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준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요?
호현> 남들이 다 간다고 해서 똑같은 그 길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아닌데 남들이 다 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떠밀려서 가는 학생들이 주변에 많거든요. 사실 그게 당연하지 않은 건데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니까 안타깝죠. 그런 친구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종민> 어렸을 때부터 꿈을 꿔 오잖아요. 제가 봤을 땐 대부분 얘기를 해보면 고등학생 정도 되면 그 꿈이 희미하게나마 있는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꿈을 키워주는 게 부모님의 의무는 아니지만 지지해 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 같은 경우는 백 프로 저를 믿고 지원해주시거든요. 속마음은 아닌 부분도 있겠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으시고 저를 세상의 최고라고 믿어주시는 분들이세요. 어렸을 때부터 마음을 통해왔는데 어떻게 보면 행운아죠. 아직 제가 성공한 것도 아니고 꿈을 이룬 것도 아니지만 꿈을 이루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남에게 피해주는 것만 아니면 자신이 좋아서 만족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요.
Bugs> 이 자리를 빌어서 부모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우> 얼마 전 부모님과 합의를 했어요. 제가 졸업하려면 세 학기가 남았는데 그 때까지 뮤지션으로 자리를 잡으면, 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이 되면 하고 아니면 취업을 하기로요. 그래서 지금 목숨 걸고 하고 있습니다. 저도 부모님 입장이 이해가 가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이 걱정 없이 잘 살길 바라시겠죠. 이해가 가기 때문에 절충을 하기로 한 거죠.
호현>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님들께 한마디 올립니다. 내 자식이 정말 하고 싶어서 모든 걸 쏟아 붓는 일이라면, 지금 당장은 성과가 없어도 언젠가는 그 노력에 대한 성과가 찾아오지 않겠냐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종민> 저는 항상 감사드리죠.
Bugs> 앨범 소개를 보면 40년 후를 가정하고 자신들과 팬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40년 뒤에 자신들은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아요?
종민> 제가 이 분야에서 최상급이 되기에는 좀 늦은 감도 없지 않은 나인데 그래도 일단 시작했으니까 기타리스트 중에 최고봉을 밟아보고 싶어요. 현란하고 화려한 게 아니라 마치 에릭 클랩튼처럼 단순하지만 이 사람의 기타는 뭔가 다른 게 있다, 이런 거요. 한 편으로는 멜랑콜리 스튜디오에서 멤버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호현>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것보다는 지금까지 함께해 온 것처럼 40년 뒤에도 한결같이 멜랑콜리 스튜디오로 함께이고 싶어요. 비록 나이는 많이 들겠지만 지금처럼 열정 있고 행복하게 음악을 하는 네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진우> 사십 년 후에 저는 우선 멜랑콜리 스튜디오의 베이시스트로 있고 싶어요. 또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현실에 벽에 부딪혀서 자기 가슴의 불씨를 피우지 못하고 꺼버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모든 걸 올인하고 부딪혀서 꿈을 이루어내는 사람이 되는 거죠.
호현> 불가능해 보이는 어려운 길을 택해서 성공한 사례들이 있죠. 빌게이츠라던가, 김연아 선수라던가. 당장은 힘들더라도 결국 그 분들은 꿈을 이루었잖아요. 그런 사람들과 자신이 별개가 아니라 저들도 했는데 왜 나라고 못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꿈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도 많지만 누군가는 꿈을 꿔야 이 세상이 변하지 않겠어요? 2050년에 멜랑콜리 스튜디오 40주년 기념 콘서트 꼭 보러오세요!
Bugs> 앞으로 어떤 밴드가 되고 싶은가요?
종민>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밴드가 많은데, 본 조비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찡하고 노래를 듣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희 곡들이 대부분 유쾌한 곡들이지만, 그 안에서 그런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호현> 저희들만의 음악과 공연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드러머 민우 군은 항상 이런 얘기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요.
진우> 객석에 관객이 하나가 됐든 몇 천이 됐든 멜랑콜리 스튜디오 무대가 시작이 되면 그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그런 밴드가 되고 싶어요. 대한민국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저희 음악을 듣고 저 사람들도 해냈다더라, 그렇게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Bugs>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는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려주세요.
호현> 앞으로 기회가 닿는 한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할 생각이에요. 저희를 알릴 수 있고 저희 음악으로 행복해지시는 분들이 더 생겨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지요.
Bugs> 긴 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벅스 가족들에게 끝 인사 해 주세요.
멜랑콜리 스튜디오> 인터뷰에서 못한 얘기들은 저희 밴드 카페에서 나눠요.(http://cafe.naver.com/mstudio2009.cafe) 앞으로 좋은 음악과 공연들로 여러분들을 만나 뵙겠습니다. 멜랑콜리 스튜디오 음악 많이 사랑해 주세요!
* 기사 출처 - http://music.bugs.co.kr/webzine/contents/list/?st=496&gc=5013
첫댓글 이밴드 느낌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