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영포럼
양향자 반도체특위 위원장 초청 포럼
입력: 2022.08.15.15:50 /월간현대경영 2022년 8월호 - BIZ&전략, 리더&피플)
반도체 초월!
주 제 일 정 좌 장 초청인사 | 반도체 초강대국 발전과 혁신성장 포럼 2022년 7월 27일 (조선호텔 20층 스시조) 양향자 국회의원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 신영환 대덕전자 사장 강민석 LG이노텍 부사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신승우 유진테크 사장 오동훈 신성이엔지 전무 이동철 하나마이크론 사장 – 회사명 가나다 순 |
양향자 반도체특위 위원장 기조말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형 변화와 시사점
먹고 사는 문제 아닌 죽고 사는 문제로 접근하자
반갑습니다.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이하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양향자입니다. 먼저 ‘반도체산업 발전과 초격차 혁신성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어주신 현대경영포럼에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는 국내 반도체산업을 이끌어 가시는 기업인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 앞에 놓인 과제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유의미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문화는 사회 변화의 가장 강력한 동력입니다. 중세는 신학이, 근대는 철학이 혁명을 이끌었듯이 현대사회의 발전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궤를 함께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을 대변하는 가장 큰 제품은 반도체입니다. 반도체는 이제 하나의 산업을 넘어 경제·외교·안보 등 국가경쟁의 핵심 무기로 부상했습니다. 작은 부품에 불과한 반도체가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열쇠가 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반도체 패권국가였다면 전 세계가 반도체 공급망 붕괴를 막기 위해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했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반도체 패권 확보가 곧 생존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반도체산업은 누가 먼저 선점하는가의 싸움입니다. 만약 조선 말기 우리나라가 산업혁명의 문물을 일본보다 먼저 받아들였다면 35년의 식민지 역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112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물결을 누가 먼저 선점하는가에 따라 글로벌 패권지형이 달라질 것입니다. 만약 지금 우리가 기술패권을 선점하지 못한다면 신(新)식민지 시대를 살게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반도체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죽고 사는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현재 전 세계 선진국이 글로벌 반도체기업을 데려오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 없다면 기회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일례로 COVID-19 전후의 글로벌 산업지형을 보면,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같은 IT 기업들이 한국을 무섭게 추월하고 있습니다.
전자·반도체 분야에서는 2020년 기업가치가 TSMC는 358조, 삼성전자 349조로 비슷했던 것이, 2022년에 TSMC 518조, 삼성전자 377조가 됐습니다. 불과 2년 만에 두 기업의 기업가치가 벌어진 이유는, 추구하는 기술의 상이(相異)도 있지만, 국가적 지원 규모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 여겨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 국회가 과감하게 혁신의 선두에 서야 합니다. 우리 반도체산업의 역사가 곧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역사였습니다. 반도체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대처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력양성이 먼저입니다. 현재 반도체 인력난에 있어서 삼성,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도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이 없다고 애로사항을 이야기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사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팹리스(fabless)’ 등 중소·중견기업의 인력난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특위에서도 정말 많은 논의가 오갔습니다. 예를 들어 지방거점대학에 중소·중견기업 대상 선(先)취업형 계약학과를 활성화한다든지,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 상향, 소부장 근무 인력의 소득세 감면 등 다양한 유인책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처럼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나 대만의 TSMC를 중심으로 EDA·IP, 소부장 업체 간 선순환 협력구조를 벤치마킹하여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발전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앞으로도 21대 국회 후반기 산자중기위 위원으로 배정된 만큼,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오늘 소부장 업체 CEO 분들이 많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우리에게는 3년 전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해낸 저력이 있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위기가 우리에게 현실을 성찰하고, 미래 반도체산업의 방향을 정립하기 위한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모쪼록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우리 반도체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여러분께서 현장에서 겪어왔던 애로사항과 함께 대책 방향을 말씀해주시면 향후 정책 수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가감 없는 의견과 지혜를 부탁드립니다.
양향자 위원장 맺음말씀: 정치에 거리두지 말고, 발전의 수단으로 활용을
오늘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반도체업계의 여러 고명하신 CEO 여러분들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여러분께서 제시하는 좋은 의견들은 반도체특위의 법안 마련에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오늘 제가 갖고 나온 ‘글로벌 산업 지형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지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반도체산업의 전후방 연관산업인 인터넷, S/W, 전기 전자, 자동차산업 등에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정부가 지금 이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고 지원하지 못하면 우리는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나아갈 기회가 없어질 것입니다. 결국 미국이 세계 질서를 앞서나갈 수밖에 없고, 우리도 바이든 정부가 강력하게 추구하는 ‘칩4’ 동맹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한된 시간 때문에 혹시 여러분께서 말씀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풋(input)을 계속 제공해야 반도체특위 위원장으로서 저도 특위에서 발표를 하고, 반영을 하고, 정부를 설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정치를 멀리하지 마시고, 발전의 수단으로 활용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7월 27일
양 향 자
ROUNDTABLE
신영환 대덕전자 사장
반도체 기판 중견기업이나 조세법으론 대기업
대덕전자는 우리나라에서 기판(基板)을 제일 먼저 시작한 선도적 회사로, 57년의 업력(1965년 대덕산업 설립)을 갖고 있습니다.
반도체 생태계에서 저희 대덕전자는 ‘소재’ 부분으로 들어가 있고, 올해 매출액(1조 3천억원)의 90%가 반도체용 기판이기도 합니다.
세제에 대해 먼저 말씀을 드리면, 저희는 중견기업이지만 조세법으로 따지면 대기업처럼 되어 있어 이런 부분에서 불이익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투자부분에서는 일본, 중국, 대만과 경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3년 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일본이 35%, 중국·대만이 25%, 우리나라가 15%라는 자료가 있습니다.
투자에 대한 세금 혜택이나 지원이 빠른 시일에 활성화되어야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공장을 증설하는 상황에서, 모든 셋업(setup)이 끝났지만 공장 승인시간이 18개월이나 걸리는 애로사항도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또한 현실과의 괴리가 있으므로 이런 부분도 반도체특위가 추진하는 법안에 반영되길 기대합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전력반도체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실효적 지원 필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중국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520억달러 보조금 지원을 골자로 하는 미국 반도체산업지원법이 26일(현지시간) 상원을 통과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보조금 등의 실효적 지원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최근 공급부족이 심한 전력반도체 분야 생태계를 고도화하기 위한 자금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전력반도체는 난이도가 매우 높은 AI반도체나 System on Chip과는 달리, 어느 정도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팹리스면 충분히 접근 가능한 분야여서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하나, 국내 파운드리 환경이 열악해 팹리스들이 해외로 내몰리고 있고 성장도 정체된 상황입니다. 파운드리에서는 MPW 확대 및 Capa 증설 투자를 지속하면서 팹리스들의 제품 개발과 생산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만, 설비 투자의 경우에는 시황에 매우 민감하고 대규모 자금이 수반되기 때문에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많고 중장기적으로 더욱 신중한 결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IP, EDA 등 고가의 소프트웨어의 경우, 그 비용지원 대상에 대해 현재 판교 설계지원센터 입주업체 이외의 팹리스와 파운드리까지 포함한 획기적인 확대가 필요합니다. 반도체 산업은 인류 문명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더욱 더 커질 것이며 하키스틱 모델과도 같은 커브로 가속화될 것입니다.
오동훈 신성이엔지 전무
장비 및 소재 부문도 ‘반도체’의 매우 중요한 요소
오늘 양향자 반도체특위 위원장님, 그리고 반도체업계에서 뼈가 굵은 여러 고명하신 분들이 참석하셔서 좋은 말씀을 기대해봅니다. 반도체산업은 굉장히 길고 복잡한 밸류체인(Value Chain)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러나 통상 반도체를 ‘칩(chip)’ 정도로만 생각하고 장비 제조, 소재, 부품 등 굉장히 중요한 요소들이 전후방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가끔 간과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지역 특화 산업처럼 지속가능하고도 실효성 있는 반도체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성이엔지는 주력으로 클린룸 관련 다양한 장비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신성이엔지뿐만 아니라 장비 관련 많은 중소·중견기업 인력들이 ‘나도 반도체인력’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각종 세제혜택이나 지원이 병행되어 많은 우수한 장비, 소재를 만드는 업체들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자국 내에서 반도체를 경제적, 안보적으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가와 미래의 경제, 안보를 위해서 전반적이고 수평·수직적인 체계를 선제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 위원장님을 비롯한 정치계는 물론, 정부, 업계가 협력하여 반도체가 국가백년대계(國家百年大計)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강민석 LG이노텍 부사장
반도체 공급 사슬, 국가적 지원 체계에 큰 기대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기판소재, 전장부품, 전자부품 등 4개 주력분야에서 모바일,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IoT(Internet of Things)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소재부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습니다. 오늘 반도체산업을 국가적으로 일으키기 위한 여러 가지 현안과제에서부터 저변확대, 지원, 특혜 등 양향자 위원장님을 비롯한 여러 반도체 전문가들이 제안하신 말씀들에 기대가 큽니다.
주지하시듯이 반도체 공급 사슬을 이제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줘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에서부터 시작하여 파운드리, 공정, 기판, 소재 등 모든 것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반도체’라고 했을 때, 타깃으로 하는 인더스트리에 대한 네이밍을 명확하고도 균형있게 정의를 내려주면 각각에 대한 원활한 사업 전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법안을 만드실 때 이런 부분도 신경 써 주면 좋겠습니다.
신승우 유진테크 사장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인력’이 가장 큰 문제
저는 오늘 대한민국 반도체 장비업체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에 대해서 우리회사를 예로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진테크는 반도체 전 공정 장비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23년의 업력(2000년 설립)을 갖고 있습니다. 매출은 3천억 대의 회사로서, 우리가 경쟁하고 있는 외국 유수회사들의 매출은 20조 정도에 달하는 상황이라 단순히 매출 규모만 비교해 봐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입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개발인력 확보입니다. 5년 전 우리 회사가 당시 매출의 50% 이상을 투자하여 미국 실리콘밸리에 소재하는 반도체 장비 회사를 인수한 것도 실리콘밸리에 있는 세계 유수 대학 출신의 박사급 인력들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투자로 반도체 장비를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는 일정 수의 고급인력은 확보했으나 다음으로 닥친 문제는 장비개선 및 제조, 유지하는 인력입니다. 현재 국내에 반도체 관련 기술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국내 칩메이커에서도 기술인력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 장비업체에 입사를 하여 1-2년 정도 기술숙련이 된 엔지니어들이 그쪽 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만으로도 반도체제조장비 수입액이 년 20조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장비업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 중 일부라도 국내 장비로 대체된다면 범국가적 차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입니다. 이런 업계의 아픔과 애로가 해소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이동철 하나마이크론 사장
반도체 분야 특성화고 프로그램 기대한다
반도체산업의 저변확대가 중요합니다. 또한 인력에 대한 특혜와 지원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과거 우수인력이라고 하면 석·박사 등을 이야기했지만 저는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는 제조업 측면에서 예전부터 특성화고 출신 인재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습니다. 중견기업, 대기업들의 임금은 항상 최저임금과 격차가 있었으나 최저임금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고, 기업의 임금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입사를 하고보니 ‘별 차이 없네’, ‘교대근무를 하면서 이렇게 해야 하나’라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반도체 분야에 특화된 특성화고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특성화고의 프로그램과 맞춤형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며, 이것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젊은이들이 일에 대한 본연의 철학(Philosophy)이 없이 사회에 나와 편한 것들만 찾아다니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은 먼저 본인의 전공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일하려는 의지들이 기본적으로 있을 것입니다. 1학년 때는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고교과정을 습득하지만 2학년부터는 반도체산업의 역군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고, 교육 프로그램도 세밀하게 개발하고 분류된다면 업계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월간현대경영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2022.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