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령술사(妖靈術師) 이야기』제 5막
Written By. TotalHottie
<제 5막: ‘진상 조사단’ act 1>
화아-...
빛의 밝기가 점차 옅어졌다.
“.......”
약속이라도 한 듯 장시간 꼬리를 이어 무는 침묵.
억역초-기억의 역류를 도와주는 약초-의 기운이 다 떨어진 후에도
어두운 동굴 천장에 횃불이 어른어른 그림자를 만들 뿐
소녀의 시체를 둘러 싼 여섯 명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악마라니...이해가 안가는 군.”
양미간(兩眉間)을 찡그리며 세니알프가 어색한 정적을 깨뜨렸다.
그러자 너도나도 이어지는 한 마디.
“자기 딸들을 버리는 부모라..”
“햐-, 정말 기가 막힌다.”
“그럼..얘네들은 무슨 산 제물이라도 된다는 얘기야?”
소녀의 기억들은 오직 그녀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內幕)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느 매정한 부모들이 자기 딸들을 강제로 이 동굴에 처넣었다는 것과
소녀들은 장시간 밀실에 갇혀있었던 당연한 결과로 정신이상(aberration)이 되어버렸다는 것....
이해 할 수 없는 건..
마을 주민들을 이렇듯 ‘공포’에 떨게 만든 원인이다.
“아무래도 여기는...”
말꼬리를 흐리는 초성의 말에 모두 그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일종의 신전(神殿) 같군요.”
소녀가 가진 기억의 파편들.
그 수많은 기억들의 조각조각들을 잘 조립해 보면
딱 한 가지로 맞아떨어지는 것이 있다.
이유 모를 저주를 두려워하던 마을의 어른들과
그들이 말하던 마을을 수호하는 ‘일곱 명의 장로’.
“...신전? 템플(Temple)을 말하는 거야?”
“하지만 신전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신을 받드는 곳이잖아?
아이들을 잡아먹는 그런 극악무도(極惡無道)한 신이 있던가?”
이가루오크의 물음에 잠자코 고개만 끄덕이던
킬즈가 가늘게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다른 모두는 무슨 바람으로 그가 이리도 진지해 졌냐며 말이 많았지만..
“내가 아는 신 중에 아이의 피를 선호하는 녀석이 있지.”
“에? 그런 이상한 신도 있냐?”
“응.”
“이름이 뭔데?”
아니나 다를까 이런 심란한 상황에서 킬즈의 장난기가 또 다시 발동하였고
거기에 말려든 이가루오크는 나이에 안 맞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킬즈에게 매달렸다.
그런 두 청년에게 한심하다는 눈길을 보내며
라루탄이 초성에게 말했다.
“아마 마왕 일거야.”
“마왕(魔王)? 그게 뭐죠?”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마왕이라니.
악마의 왕쯤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 악마에도 계급이 있던가..
‘음, 그런가?
하긴..좀 오싹한 악령이 있나 하면
치가 떨릴 정도로 오염(汚染)된 녀석도 더러 있으니..’
“뭐야, 마왕이 뭔지도 모르는 거야?
흠-, 촌구석에 살았더라도 이건 좀 심한데..”
킬즈가 수상하다는 눈길을 보냈다.
초성은 한 순간 움찔했지만
다행이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그에게 커다란 관심을 갖는 것 같지는 않았다.
라루탄-오, 나의 구세주(?)-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음...쉬운 말로 마신....그래, 마신(魔神)이라고 생각하면 되.”
그 해설에 초성은 오히려 더 아리송해졌다.
마왕에..이번엔 마신?
어리둥절했다.
그가 알기로는 신은 인격(人格)을 가진 존재가 아니지 않던가.
신을 설명해본 적이 없는 그로서는 참으로 생소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신이란 인간이 아니다.
따라서, 신이란 것은 사고(思考)도 하다못해 감정(感情)도 없으면서
그 존재 자체로서 완벽한 것이다.
신이 여럿이라면 힘의 크기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신은 전지전능(全知全能)하고
인간과 달리 체력이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의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인간이 ‘소비’한다면, 신은 ‘생산’하지...
생명도 없고, 육체도 없고..
다만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하에 인간의 우상숭배를 받게 된 신이란 존재.
영과 교감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초성에게
신이란 유무(有無)를 떠나서 별볼일 없는 것이다.
“흠..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별로 ‘신’ 같지는 않군요.”
“레블리스는 마왕을 모르는가 보구나.”
“네?”
여태껏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에놀이 지나가는 투로 말을 걸자
초성은 내심 놀랐다.
거기에 더해 이유 모를 슬픔에 잠긴 눈동자에 기운 없는 미소.
‘마왕을 몰라 좋겠다..뭐, 그런 느낌인데.
내 착각인가?’
“아, 머리 아파! 뭐가 이렇게 골치를 섞이냐?
그냥 물건만 챙기라는 차원이 아니잖아.”
“맞아. 아무리 의뢰라도 이건 너무해!
우린 일개 용병일 뿐이라고.”
생소한 단어들에 초성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그를 뺀 나머지는 모두 세니알프를 주목하고 있었다.
역시 예상은 했지만 연장자가 대우를 받는 법..뭐, 그런 건가?
세니알프는 리더답게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하는 말이란...
“뭐, 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뜨아. 누가 단순맨 아니랄까 봐.’
초성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짚었다.
라루탄은 익숙한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이가루오크는 세니알프의 예의 그 단순함에 전염되었는지 존경심 듬뿍 담긴 눈을 빛냈다.
“그런데 의뢰라니요?”
“음..보시다시피 이 몸과 세니알프 씨, 그리고 이 떨거지들은 택틱스 파티고,
이 부근에서 ‘더 띵’을 회수하라는 셀세임 아로이벌 영주의 의뢰를 받았어.”
킬즈의 콧대가 하늘, 아니 동굴 천장 높이 솟아오르고,
그의 대답에 놀라는 초성.
그들이 택..어쩌구 라는 것을 그가 알리 만무했고-그게 무슨 조직인지 모르기도 했지만,
에놀이 노래를 부르던 보물이 어쩌면 그 ‘물건’이라는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없진 않으
면서도
초성이 가장 황당해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그 영주라는 작자의 이름.
그의 생김새나, 평판이 어떨지 상상이 간다고 생각하는 초성이었다.
초성이 형편없는 작명센스를 두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한편
그보다 더 진지한 이유로 고민을 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파티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라루탄이었다.
‘이번 의뢰는 아무래도 찜찜한 부분이 많단 말이야..
그 ’물건’이라는 것에 대한 보충설명도 없고,
단지 알아 볼 수 있을 거라는 말 한마디..
단순한 물건수송이라면 돈을 그렇게 많이 줄 이유도 없는데 말이야.
천천히 씨너리(scenery)나 구경하며 돌아오라니...’
“라루탄, 두고 간다?”
“아, 응. 갈게!”
라루탄은 어두컴컴한 통로로 사라지는 일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꼭 쥐었다.
‘그 작자의 의도가 뭔지....’
...
...
...
초성이 차원이동을 한 후 통과한 복도의 맞은편에는
돔(dome)을 다른 곳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통로가 있었다.
지루하게 길게 이어진 통로는 과연 끝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초성과 라루탄 일행들은 통로의 끄트머리에 다다를 때까지
벽과 바닥, 천장에서 미세한 느낌을 감지한 킬즈와 이가루오크의 호의를 받았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분명 함정이 있을 거라고 열렬히 외친 그들이 무안하게도
그들은 별탈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아-, 재미있는 사람들이야..’
김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들이 곁에 있었기에
초성의 긴장감이 조금은 풀어졌다.
긴장이라. 이런 상황에, 인간으로서, 당연히 느껴야 할 감각이 아니겠는가?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런 칠흑의 동굴에서
그것도 마치 배수(背水)의 진 같이 펼쳐진 시체더미들을 뒤로 한 채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통로를 막연히 걷는 다는 것,
이 것은 어쩌면 터무니없이 어리석은 행동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에서도
능수능란(能手能爛)하게 움직이는 일명 택틱스 파티-킬즈의 눈길이 두려워
차마 의미를 물어보지 못한-가 있었다.
“어라라.. 빛이 보이는데?”
“뭐야, 그럼 밖이야?”
이가루오크의 얼떨떨한 물음에
킬즈가 너 눈이 좋은 거 맞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초성에게도 어렴풋이 보였다.
저 멀리 기묘한 색깔의 빛이
까만 벨벳 같은 어둠의 장막을 송곳으로 뚫듯
유난히 번쩍이고 있었다.
더욱 가까이 다가가니, 그것은 표현 그대로 ‘타오르고’ 있었다.
회색의 불처럼 타오르는 그 빛을 향해
제각기 자신의 의견을 내뱉기 시작했다.
초성은 미성숙 영체(靈體)같다고 하여 나머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에놀은 꿈 속에나 보았던 악마 같고
이가루오크는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같다고 하며 배가 고프다고 칭얼댔다.
거기에 덧붙여 킬즈가 시가(cigar)를 피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날카로웠던 분위기가 차츰 부
드러워졌다.
지나온 것보다 조금 작은 규모의 돔에서
초성이 회색의 불에서 눈을 떼며 모두에게 물었다.
“그런데..그 ‘물건’이라는 게 어떻게 생겼어요?”
“음..그게...사실은 우리도 몰라.”
“네에..?”
아니, 하다못해 뭔지는 알아야 찾던 말던, 회수하던 말던 할 것 아닌가..
그 놈의 홍역 같은 영주가 이 따위 엉터리 의뢰를 하다니...
초성이 막 이 사람들 정말 제대로 된 택틱스인지 뭔지 맞아? 라고 생각할 즘에
킬즈가 정색이 되어 반박했다.
“네가 뭔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
강조해서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그 유명한’ 파티라고.”
그때였다.
“쿵-! 쿵! 쿠웅!”
둔탁한 소리가 지축(地軸)을 흔들었다.
만유인력(萬有引力)의 법칙에 따라 물건이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라기보다는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쿵쾅거리며 맹렬히 달려오는 듯한 불안한 느낌에
일행들은 혼비백산(魂飛魄散)하기에 급급했다.
“뭐, 뭐야!”
“이 동굴, 어큐파이드(occupied)였어?!?”
원망의 눈길이 팀의 리더인 세니알프에게 꽂혔다.
하지만 그 역시 파랗게 질려있었다.
“제발, 글루머(Gloomer)만은 아니기를~~”
“글루머면 다행이게! 너 같은 놈이면 어떡해!”
“멍청이들아! 이 상황에서 장난치지 마!”
정말 이 방면으로 전문인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킬즈와 이가루오크는 정신 사납게 서로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이들은 믿은 내가 바보였던가!’
초성은 피눈물을 머금고 속으로 한탄했다.
“콰아아앙~”
그들은 줄행랑을 치려고 했지만
타이밍도 나쁘게 돔의 한쪽 벽이 부서졌다.
후두둑 떨어지는 돌들과 당연한 결과로 뿌옇게 일어나는 흙먼지..
그들은 최대한 부서진 벽과 멀리하며
갈라진 틈새로 나타나는 거무튀튀한 무언가를 노려봤다.
그것은 고막을 거세게 난타(亂打)하는 육중한 발걸음을 있는 힘껏 내디디며
부서진 벽 틈새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움직임에 따라 시선들이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목이 꺾일 정도로 높이 있는 머리.. 약 13피트(약 5m) 장신.
검고 기분 나쁜 기운이 그 것의 몸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고약한 악취.
살이 타는 듯한 역한 냄새와 흡사한 것 같았으나
이내 일행 모두는 그 것을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냄새로 간주했다.
“으윽..코, 코가 썩겠어...”
“우웩, 속이 울렁거려..”
정신을 파헤치는 듯한 냄새에
초성을 제외한 모두가 기우뚱거렸다.
긴 소맷자락에 감사하며 초성은 코와 입을 막았다.
그의 가는 눈썹이 하얀 이마에서 꿈틀거렸다.
겉보기에 그는 매우 침착해 보였지만
그의 속마음은 걷잡을 수 없는 의혹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있었다.
뺨을 타고, 턱 아래로 흘러내리는 식은땀 한 방울.
‘이 냄새는 결코 잊을 수 없지.
백 명 중 한 명의 영술사도 스쳐 지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벌써 세 번씩이나 만나는 구나!’
‘그 것’.
초성에게 조차
그 것은 꿈 속에서 볼까 두려운 것이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것.
단지 존재함으로도 육계(肉界)와 영계(靈界)의 경계선을 더럽히는 이 악(惡)의 정체는..
죽은 이들의 불결한 집념(執念)과 사념(邪念)이 결합하여 낳은 결정체였다.
살아생전 가지고 있던 욕망(欲望),
죽음이 가지고 온 원망(怨望),
뜻을 이루지 못해 생겨난 노(怒)...
그 누가 죽은 자는 힘이 없다고 하였나?
그 어떤 현자가 죽음이야말로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근본이라 하였던가?
여기. 이 자리에 그렇지 아니한 것이 있다.
“젠장! 놀 같기도 하고 오거 같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놈이잖아!”
“키메란가? 몬스터 도감에도 없는 녀석이야.”
“몬스터 도감? 그런 고리타분한 걸 여태 안 버렸냐?”
다행이 코는 금방 피로해 지기 때문에
마인드를 잘 다스릴 수 만 있다면
1~2분 내지 3분 정도면 어떠한 악취에도 익숙해 질 수 있다.
그러니 코라는 놈이 여러 목숨을 살린 셈이다.
여전히 화끈거리는 코를 문지르며 초성은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죽음’이 다가왔는데도 그들의 태연하게 툭탁툭탁 거리는 모습이
자못 부러웠다.
“저어..설마 이게 ‘더 띵’은 아니겠지?”
세니알프가 벌개진 코를 들이대며 물었다.
아이고, 그걸 나한테 물으시면 어떡합니까?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초성.
“그런데...레블리스는 이게 뭔지 알아?”
“네?”
라루탄이 곁에 바짝 붙어서 검지 손가락으로
맹인처럼 돔 안을 두리번두리번거리는 물체를 가리켰다.
그렇다.
원래 보통 괴물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먼저 덤벼들기 마련인데
이 녀석은 수상쩍은 기운만 사방으로 발산할 뿐
달리 공격의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정말 속이 답답할 정도로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 엄마 잃은 아이 같다...고 하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크나큰 실례를 범하는 일이라고 초성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왠지 아는 눈치야.”
“아..저. 사실 모르는 건 아니에요.”
나도 정확히 파악한 건 아니라서 ‘안다’고 할 수 도 없지만..
이라는 말은 삼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들 모두가 구세주를 만난 듯한 애절한 표정이었다.
‘아우..부담된다.’
“후-, 단지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거에요.”
“’신상에’?”
“아뇨. ‘수명연장에’요.”
잠시 정적...
빠득빠득-....
이마 위에 시퍼런 핏줄이 서고
붉으락푸르락 험상궂게 변형하는 용.맹.한 누구 누구 씨의 얼굴.
멍청이 서있는 ‘그것’을 삿대질하며 이가루오크가 기어코 열변(熱辯)을 토했다.
“그런 거 말고! 뭐 햇빛에 노출되면 녹아 없어진다거나,
가슴을 찌르면 단박에 쓰러진다거나..그런 쓸모 있는 건!?”
이가루오크..
흥분했다.
당황함이 역력히 배인 초성의 표정.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예전에 두 번 만남을 가졌지만
두 번 모두 정면으로 맞서 싸운 적은 없었다.
그때 그는 어렸었고 사부가 그림자 같이 동행했었다.
“어, 근데 에놀은?”
‘어라? 그러고 보니 라루탄 씨도 없어졌네요.”
이 사람들은 물가에 놓은 애들 같다고 혀를 차던 초성이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
황당하고도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세, 세상에..말..말 하고 있어?’
회색 불빛에 둘러 앉아 무언가 말하고 있는 라루탄, 에놀...그리고 ‘더 띵’?
나머지도 넋이 나간 듯 입을 헤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믿기 어려웠지만 분명 대화를 나누는 듯 했다.
“어?? 눈이 이상해 졌나?”
“살다, 살다 별난 놈들을 다 보겠네..”
그때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대화를 나누는 그들 옆에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연신 끄덕이던 세니알프가 철부지 두 남자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날렸다.
움찔-..
“커험험험..”
“으흠!”
반응? 두 남자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있지도 않은 수염을 만지작거린다.
가히 ‘죽음’이라 불리는 그 것과 회색 불을 찬찬히 뜯어보던
초성의 호기심 어린 눈길이 이윽고 최고 종착점인 라루탄에게 머물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신비하게 느껴지는 힘이야..’
“레블리스!”
“네? 라루탄 씨.”
“잠깐 이리 와볼래?”
쪼르르륵 달려간 초성은 라루탄의 옆에 풀썩 앉았다.
그러자 옆의 ‘그것’을 소개시켜준다.
“자, 인사해애....가 아니고..”
“에?”
“저기 말야..레블리스. 너는 피해를 주지 않는 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피해를 주지 않는 악?
아하..그를 비유한 말이로군.’
사부가 성장하는 제자를 바라보듯
초성은 갑자기 흐뭇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랬다.
이것이 그의 힘...
정화..?
아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 그 자체, 자연의 힘이다.
“제 생각엔...이 아이는 ‘더 띵’이 아닌 것 같아요.”
“응?”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이름은..‘죽음(Death)’이에요.
이 아이의 존재는 육계에서도 영계에서도 결코 반가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무슨 말이야?”
라루탄이 ‘그것’을 등뒤로 막으며 초성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
달이 흑운(黑雲) 속에 모습을 감추는 밤이면
사부님은 초성의 머리를 쓸어주며 마루에서 하늘을 가리키다가
초성의 작은 가슴을 가리키곤 했었다.
그리고 두려움 가득한 어린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듯
귓가에서 따뜻하게 울리던 목소리...
그 날밤의 대화..
‘성아, 세상에는 어둠이 있지만 그 어둠을 밝혀주는 빛도 있단다.
사람의 정신은 완벽하지 않아 착각이라는 한 순간의 느낌으로
모든 악을 악으로 무마하려 할 때가 많단다.
하지만 때로는 어둠이 빛보다 밝을 때가 있지.’
‘하지만 저는 밤이 캄캄해서 무서운 걸요..’
‘언젠가 그런 능력을 지닌 귀인을 만날 것이다.
만남은 자연스러울 것이고 너는 그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거야.
그때가 되면 진정한 마음을 배워라..’
.....자연스러운 만남은 아니었으나
분명 초성은 귀인을..만났다.
“회수 할 건가요?”
“무엇을?”
힘없는 미소를 보이며 그들이 물었다.
‘죽음’인줄 알았던 검은 영혼..
그 아이가 그들을 안내한 곳에는 넘실거리는 푸른 구들이 길게 이어져서
똬리를 틀 듯 돔의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었다.
반투명한 구의 내부에는 소녀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녀들의 ‘영혼’이지만..
그 ‘물건’이란..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소울 콜-컬렉터(Soul Call-collector)’였다.
단지 길길이 날뛰는 영혼들을 잠재우고 강재로 이승에 붙잡아두는 장치일 뿐
그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었다.
사슬이 풀어지면 자연적으로 소멸할 운명..
도대체 그 영주는 어떠한 흑심을 품고 있었던 것일까?
사람의 까만 속은 다만 추측할 뿐이다.
“와! 진짜 예쁘다..”
“사내자식이..계집애 같이 굴기는~“
“흐, 흥이다!”
“이야, 광경 한 번 끝내주는 걸?”
콜-컬렉터의 모습이 이가루오크가 휘날린 단칼에 쪼개지자
기다렸다는 듯 푸른 구슬들이 소리 없이 깨지고
영혼들은 바람을 탄 깃털처럼 승천(昇天)했다.
“그 영주한테 분명히 얘기해 주지.”
초성과 라루탄의 눈이 마주쳤다.
씩 올라가는 입꼬리..
“분명 멋진 풍경(scenery)을 구경했다고 말이야..”
...
...
...
“으하아암~~ 꼭 이렇게 일찍 가야 되?
아, 졸리다!!”
“이게 누구 약 올리나?
야! 난 너 코고는 소리 때문에 한숨도 못 잤어!”
“넌 어떻게 된 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냐?
에놀 봐라.. 아직도 꿈속이잖아.”
새벽의 찬 공기가 졸린 기운을 몰아냈다.
냇가의 시원한 물로 간단히 세수를 한 초성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레블리스.”
“아, 라루탄 씨. 좋은 아침이에요.”
“그 ‘씨’자는 빼면 안되겠어?
많아 봤자 너보다 두 살 윈데..”
요 며칠간 많은 일이 있었다.
동굴 안에 갇혀있던-그 거대한 혼령은 살고 싶다는 소녀들의 집념들이 뭉쳐 만들어진
온순하디 온순한 혼령의 집결체로 물질을 만지는 힘은 없었기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라루탄이 통역.-소녀들의 영혼을 풀어주고
약 스무 구나 되는 시체를 장사를 치러준 뒤
혼령의 도움으로 동굴 구석구석을 탐방하여 얻은 단서들로
2km 떨어진 곳에 살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폐허를 발견했다.
50구도 채 안 되는 시체들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그들이 소녀들의 곁으로 갔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또, 자신 보다 어려 보이던 라루탄이 실은 스무 살의 건장한 성년이고,
그들은 곧 그들의 의뢰인의 성으로 떠날 것이라고 했다.
“같이 갔으면 해.”
“미안해요.”
“왜? 우린 그 못된 영주 놈을 흠씬 두들겨 패준 후에
이 끔찍한 사건의 진상을 꼬옥! 밝혀낼 거야.
흥미진지 하지 않아?”
동생 챙기듯 초성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라루탄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제발 같이 가달라고..
“여러 번 설명해 드렸지 저는 같이 갈 수 없어요.”
“납득 못해!”
어찌 보면 사소한 일로 투탁거리는 그들을
나머지 일행이 저지했다.
새로운 해(New Sun)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숨죽이며 다가오는 이별.
“그럼 여러분은 이쪽, 저는 저쪽.”
“만나서 반가웠어.”
“나도~”
에놀도 슬쩍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무뚝뚝하지만 착한 사람..’
“레블리스, 그 쪽으로 쭉 내려가면 내 고향인 람스 마을 외에
두 개의 마을을 더 지나치게 될 꺼야.
길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보름 안에 실로폴템 시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거기에서 네 뜻이 이루어 지길 바란다.”
세니알프의 친절하고 세세한 설명으로
초성의 목적지가 대충 정해졌다.
..그리고
양 갈래로 나뉘어진 길에서 그들은 헤어졌다.
“아름답다..”
“그러게.”
점점 작아지는 초성의 뒷모습.
그의 은발 위로 가느다란 태양광선이 금빛가루를 뿌렸다.
......
‘Farewell, kind friends..We'll soon meet again..
(안녕히, 친절한 친구들이여..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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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을 본뒤 기나긴 수면을 취했습니다.
안그래도 이 별볼일 없는 소설을 읽으시느라
눈 아프신 몇 안되는 독자님들,
게을러서 죄송합니다아....ㅠ _ㅠ
[ps] 마지막 초성의 말..분명 영어입니다.ㅋㅋ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에 관한, 그리고 초성의 또 다른 이름 '레블리스'에 관한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힌트에요.
맞추실 수 있는 분이 계실까나? ^ ^
리마인더는..
이가루오크는 용맹함,
킬즈는 교활한, 반드르한,
라루탄은 초자연의,
세니알프는 단순함...그리고
우리 레블리스 군~은 은빛..이랍니다
또, 잠깐 나왔던 소녀와 동생은, 각자 호박색, 개암나무색을 뜻해요.
그럼 홧팅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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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소설
[판타지]
『요령술사(妖靈術師) 이야기』제 5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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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근데 이많은 한자들은 어디서 나오는건지..? 진짜루 궁금해이~ 아래꺼(4편) 읽고 있엇는데 5편이 올라오네^^ 굳!!(Good!!)
왓 정말 소설을 잘 쓰시네요. 부러워요~ 앞으로 꼬박꼬박 볼테니 ㅣ저 아는 척이라도 해주세요.
아우..편마다 꼬리를 달아주다니..ㅠ_+ 나 감동해쪄!! 후후야, 사랑해(닭살;)! 호키도키님 감사합니다.^ ^* 저도 아는 척 해주시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