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겐가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야.
누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자
책상 앞에 앉아서 펜을 들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야. 물론 글로 써놓고 보면,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것의 아주 일부분 밖엔
표현하지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다 싶어.
누구에게 뭔가를 적어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든 것 만으로도,
지금의 나로서는 행복해. 그래서 나는 지금 네게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는 거야.
- 이상 《상실의 시대>>-주1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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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사랑의 다리입니다.
아픈 마음, 슬픈 마음, 기쁜 마음... 짧은 편지글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쓰는 마음 하나만으로,
받는 마음 하나만으로, 나를 돌아보고
서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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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회색빛 명암들이 내 머리속에 흘러간다.. 80년대의 강렬한 외침과
어느 비좁은 골목에서 나누었던 나직했던 사랑의 대화 그리고 좌절 혼돈....
내 인생의 격동기였던 뜨거운 시기를 거치며 문득 90년대 중반에 읽었던 상실의 시대가
가을의 문턱에서 나를 사로잡는다.
............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누군가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 면면히 이어져온 사랑, 우정, 애증
등, 여러가지 상황,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이 떠오를것이다..
상실의 시대는 아주 부드럽고 온화한 필체로
여러 인물들의 성격묘사, 분위기, 각기 다른 사랑하는 방법
등을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와타나베, 연약했던 그의 연인 나오코, 그리고
영악한 나가사와, 나약한 키즈끼, 순수 고결한 하쯔미
현명한 미도리, 완숙한 레이코 등등.....
우리시대의 여러 군상들을 통해
정상적인 것과 비뚤어진 것 그리고 ~~~
기성 가치관에 대항이라도 하듯
결코 완벽할 수 없는 우리시대 사회 초년생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비정상이 아닌 정상인으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인 하루키는 그가 제시하고자 하는 객관적인 인물묘사를 위해,
가장 일본적인 것을 탈피하려는 그의 표현력을 위해서
비좁은 일본의 긴자거리 뒷골목이 아닌 남부유럽 넓은 에게해가 바라보이는
그리이스의 어느 해변에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내가 31살에 위 소설을 처음 접했지만
실상은, 이 소설에서 서술한 미묘한 성행위의
묘사에 관심이 더 끌렸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 읽었던 그시절 위 소설에서 말하고자 했던 진정한
해답을 읽어나가지 못했던 점은 참으로 아쉬웠다.
하지만 그당시 우리나라의 7,80년대의 청년 문화는 무척 암울했기에.....
성이라는 개념조차 장막에 가리워져 있고 지극히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선
대리만족을 바라는 많은 청년들이 주로 읽었던 애로 소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한 현실이 조금 아쉬웠지만.........
위 소설은 결코 변화하지 않는 기성가치관과의 싸움,
이로인한 우리 시대 청년들이 겪었던 고뇌, 갈등을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대목인 " 내가 어디에 있을까" 라는 물음은
소설의 첫 대목인 ~주인공 와타나베가 루푸트한자-주2 여객기에서 바라본 드넓은
함부르크의 풍경으로 부터 시작한 과거의 회상에서..................!!
미도리가 사는 도쿄 어느 좁은 공중전화박스에서 결말을 맺으며 해답을 얻는다.
여기서 얻어지는 해답은 정확히 무엇이였을까??
" 내가 어디에 있을까??" 라는 그 자체가
아주 짧고 조금은 슬프지만.....!
모호하면서 명쾌하고 함축적인 해답이 아닐련지?
우린 지금 어디에 와 있을까???
주)1 무라카미 하루키의 : 상실의 시대 = 노르웨이 숲
주인공의 여자친구 나오코가 좋아했던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 때문에 부제가 붙었으며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를 <노르웨이의 숲>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2 루프트한자 - 독일의 항공사 이름, 함부르크에 본사가 있음
2013.10.8 열 정
첫댓글 저도 참 좋게읽은 책입니다.
문화의 차이인지 일본소설이 그다지 맘에 와닿은적이 없는데 빙점과 상실의시대만은 두고두고 생각이 나네요~
중간중간 밑줄을 그을만큼ᆢ
저도 글을 읽으면서 문화적 차이를 많이 느꼈지만 소설의 문체를 볼때 이토록 부드럽고 서정적인 글이
강렬한 무언의 개념을 암시하는지 놀랬습니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도 추천드립니다. 헉 근데 모임에서 뵌분이군요 ㅎㅎ
독서를 사랑하는 열정님..어느작가를 좋아하는지요?
저도 나중 귀촌을 위하여 부지런히 책을 모으는중입니다..ㅎ 나중에 나눠 보아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군 국내 - 최인훈, 황석영, 이문열, 안재찬, 김승옥, 이생진 등
~외국- 베르베르, 시드니 샐던, 샤르트르, 무라카미류, 케루악, 스타인벡 등입니다
국내 노벨문학상 후보로는 당연히 ..최인훈 선생의 소설 ' 광장 '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문학적 깊은 열정과 감성이 가을날에 어울리다는 생각드네요.. 사색의 가을에 많은 생각과 고뇌들이 물들어 가겠지요...
열정과 감성뒤에 냉철한 문학비판이 곁들이면 좋을 듯합니다. 타인의 행위나 이야기를 통해 결국
나를 찾아가는 과정 같구요 ^^ 깊어가는 가을에 이러한 감성을 아는 여인을 만나고싶군요
저도 작년에 그책을 다시 읽어 봤군요
상실의 시대에 상실의 삶을 앓다 마감한 나오코
그리고 늘 그녀를 가슴으로 같이 앓고 아파하는 와따나베,신선한 감동 였습니다
다만 원제 노르웨이의 숲,이란 비틀즈의 노래도 궁금해 찾아 들어 봤지만
기대와는 큰 감동은 별로 였지만..,
아침,님의 덕분에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연애 초년생들의 아픔치고 순수함이 묻어나는 주인공 와다타베의 감성이 우리시대의 젊은 영혼으로
투영되는 듯한 감동을 저도 받았네요... 나오코의 아픔을 완숙한 레이코가 마무리 해준 대목..
좀 육체적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인데 시대가 흘러도 그러한 순수감정은 변하지 않은듯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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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괜찬은 여인으로 부터 편지가 올겁니다 기대하세요 ^^
그땐 이해가 안갔는데 언제 다시 읽어 봐야겠네요.
꼭 읽어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고 파릇한 성년기의 회상하듯
이 가을에 또 다른 연인을 만나는 듯 할겁니다 ^^
대단하고.잘하셨네요..책한권읽는다는게..쉽지가않은데..
저도.올가을엔.꼭.책한권읽을려고요..이케닷글달아야하는데.자신없네요..^^..
덕분에..좋은공부하고갑니다..편지..그것만.이참에.한번써볼까합니다..^^
고맙습니다 빗방울님. 저도 효율성을 따지며 문학을 격멸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무섭고 두려운 문을 여는 순간 ~ 나를 또다른 세계에서 성장시켜줄 미지의 세계가 있다는 걸 알고
지금까지 환희를 느끼고 있군요 ~ 시간이 되신다면 황석영의 소설 '무기의 그늘을' 권하고 싶군요
이 가을에 멋진경험 해보세요 ^^
저도 첨으로 상실의 시대를 접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 하지만 마지막 몇장 남았을 때는
읽어야 할 내용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안타까워 하던 책이였는데...
저 또한 몇장안남았을 때를 아쉬워하며 나오코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슬퍼했던
기억이 나내요 ~ 나오코는 모든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떠나간 연인의 상징 인거 같군요
상실의 시대를 읽고 그 여운이 오랫동안 갔던 기억이..
이 가을에 다시 한번 읽어 보는것도 괜찮을것 같아요..
열정님 덕분에 다시 꺼냈어요~~^^
저도 우연히 하루끼에 관한 기사를 보고 오래전 감성을 다시 꺼내봤군요
아주 먼 과거의 향기를 다시금 느끼는 듯 하구요 ..글로 자주뵈어요 ^^
닉네임을 보니 갑자기 냉정과 열정사이란 책이 생각나네요..
이 가을과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물론 영화도 좋아요~읽으셨겠지만요~~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온라인 상에서 벙주님으로 언듯 뵙는분이네요. 지금의 내 나이로 돌아간다면
책을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어린시절의 닮콤함을 이제 멀리 던져버리고
딸 아들뻘되는 청년이 모이는 홍대앞 인사동을 멀리서 바라보면 이제 책이 보일 겁니다.
머리를 쓰는 복잡함이 아나기에 지금의 나를 발견하는 일이라 절대 지루하지 않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