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 도청소재지인 전주에는 패션거리(객사길)로 대표되는 구도심 중앙동/고사동상권,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먹자/유흥상권인 전북대앞(구정문), 롯데백화점/이마트가 자리잡고 있는 서신택지지구 등이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각 상권의 색깔이 극명하게 구분된다는 점에서 전주 상권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데, 의류경기의 불황으로 구도심 상권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중앙동에 집중되던 젊은 소비층의 상당수가 전북대상권으로 흡수되고 대단위아파트와 대형판매시설을 끼고 있는 서신동상권 역시 중앙동의 판매기능을 일정 부분 빼앗아가면서 각각의 상권이 구도심상권, 대학가상권, 신도시상권으로 분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북도청의 소재지였으며 전북 최대규모의 도심상권으로 행정, 교통, 문화, 상업의 중심지로 위용을 과시했던 중앙동상권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60만의 중소도시의 유일한 ‘시내’ 상권이었다. 시청과 ‘객사’를 사이에 두고 의류브랜드가 입점한 패션거리와 인근 먹자상권, 극장가, 금융기관, 관공서 등이 전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상권섹터를 확대해서 보면 시청 북쪽에 위치한 중앙시장과 ‘코아백화점’까지 포괄하는 대형상권이 된다.
전주시의 핵심도로인 ‘충경로’와 ‘팔달로’가 만나는 ‘충경로사거리’에서 서쪽으로 100m 거리에 있는 ‘객사’는 전주의 명동이라 불리는 패션거리인 ‘객사길’의 출발지점이다.
전국 메인상권에서 볼 수 있는 최신유행브랜드가 대부분 입점해 있는 객사길은 ‘영화의 거리’ 입구 대로변까지 350m 가량 길게 이어지는데 롯데백화점(04년입점)의 시장잠식으로 점주들의 어려움이 늘어나자 05년 이곳을 차없는거리로 지정하고 인도블럭과 지붕덮개를 설치하면서 특화거리를 만들었다. 야간에는 빚조형물(루미나리에)이 이곳을 밝힌다.
캐주얼의류에서부터 화장품, 패션주얼리, 잡화매장까지 다양한 패션관련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객사길의 점포시세는 1층 메인입지의 20평 매장을 기준으로 권리금 1억~2억, 보증금 1억~2억, 임대료 400~650 수준이며 매장평형대에 따라 점포시세의 차이가 큰 편이다.
경기의 여파와 백화점의 출현으로 유동인구가 크게 감소했던 이곳은 특화거리지정과 함께 ‘엔떼피아’쇼핑몰 1층에 자리잡은 ‘교보문고’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데미지를 만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지방 구도심상권들과 마찬가지로 중앙동상권 역시 로데오조성과 쇼핑몰, 외식업체의 밀집지역으로 변모되면서 10~20대가 유동인구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흐르는 상권이 되었지만 보세 등 비브랜드보다는 메이커 선호도가 높은 상권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실제로 스포츠 캐주얼과 중가 캐주얼 브랜드 중 상당수가 최근까지도 월 7천~9천대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점을 증명한다.
객사길을 중심으로 좌우로 조성되어 있는 ‘문화의길’과 ‘자연의길’ 역시 브랜드매장들과 외식프랜차이즈점들이 몰려 있어 ‘멀티로데오’거리라고 불릴 만하다. 특히 객사길 메인에 있는 ‘파리바게뜨’에서 ‘멜로즈’쇼핑몰(구 전풍백화점)까지의 이면거리에는 ‘예스’, ‘스킨푸드’, ‘피오루치’ 등 패션브랜드와 함께 ‘아웃백스테이크’, ‘피자헛’ 등 외식관련브랜드가 자리잡고 있어서 객사길 못지않은 유동인구가 형성되고 있다.
‘멜로즈’쇼핑몰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연결되는 2차선도로는 전형적인 의류 가두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MLB', '후부’, ‘빈폴’, ‘나이키’ 등 전국적인 인기브랜드 10여 개가 입점해 있다. 점포시세는 1층 20평 매장기준 권리금 7천~1억5천, 보증금 6천~1억, 임대료 150~250 수준이다. 의류매장의 경우 평일에는 학생과 직장인, 주말에는 주부들이 주 고객층이 된다.
하지만 ‘객사’가 위치한 충경로 대로변은 중앙동상권의 현주소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다. 공실률이 적고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객사길과는 대조적으로 주부 중심의 업종이 많은 ‘민중서관’ 라인과 여성이너웨어 브랜드가 많은 ‘객사’ 대로변은 곳곳에 빈 매장이 눈에 띌 정도로 구시가지 대로변의 화려했던 과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실제로 이 일대의 권리금시세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잦은 임차인변동과 공실이 이어지면서 임대료 역시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상권이 장기적인 침체를 겪으면서 객사길을 중심으로 한 일부 브랜드매장들과 외식프랜차이즈 업소들을 제외한 상권의 외곽경계를 이루는 곳의 점포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충경로사거리에서 시청쪽으로 이어지는 ‘팔달로’ 대로변 역시 비슷한 상황이지만 차없는 거리와 연결되는 고사동 대로변은 버스정류장과 객사길이 인접해 있어 유동인구가 끊임없이 발생되는 입지이다. ‘KFC', '던킨도너츠’ 등이 이 곳 대로변에 자리잡고 있다.
한때 학생들과 젊은이들로 넘쳐나던 고사동 먹자골목 역시 줄어든 유동인구로 인해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이다. 중심축인 패션/판매 라인이 어려워지면서 먹자/유흥업종도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10~20대를 타겟으로 한 저렴한 분식, 퓨전, 고기집, 노래방, PC방 등이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4개의 영화관이 모여 있는 ‘영화의 거리’는 고사동상권의 북서쪽 경계지점에 위치해 있다. 매년 4월에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개최지인 이곳에서는 CGV, 메가박스, 프리머스 등 메이저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상권의 특성을 살려준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시장규모에 비해 난립해 있다는 부정적인 면이 거론되고 있다.
그밖에도 전주우체국 일대에 조성된 ‘웨딩거리’와 구도청~완산교 사이를 잇는 ‘약전거리’ 등 지방도시에서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구 도심상권의 특화거리 조성이 중앙동/고사동 상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전주 중앙동상권은 경기의 여파와 신상권의 출현, 그리고 대형판매시설의 등장이라는 삼중고 속에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방 구도심상권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창업주보다 매물주가 많은 상권이라는 점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지자체와 상가연합회의 자구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최종 관건은 다름 아닌 경기의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