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0 < 순천 송광사 무소유 길 – 보성 대원사>
불보 사찰인 양산 통도사와 법보 사찰인 합천 해인사 그리고 숭보 사찰인 송광사를 우리나라 3대 사찰이라 한다. 송광사는 지역적으로 가까울 뿐더러 이곳저곳 여행지를 찾아가는 길목에 있어 여러 차례 다녀온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송광사 무소유 길을 걸어보고자 불일암까지 방문을 계획하고 나섰다. 목포 순천 간 고속도로에서 나와 송광사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보성의 보물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만날 수가 있다. 한가하고 시원한 초록의 길 메타세쿼이아 길을 10여km 이상 지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될 만큼 아름다운 길이다. 다시 이 길을 택하여 돌아오고 싶은 마음으로 서재필 광장을 지나 송광사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주암댐을 중심으로 풍광이 아름다울뿐더러 주변에 옹기종기 둘러 볼 수 있는 관광지가 많은 곳이다. 또한 순천 송광사 무소유 길은 송광사에서 불일암까지 이어지는 길로 법정 스님이 즐겨 거닐던 길이라 무소유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법정 스님께서 자주 걸었던 길로 숲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법정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곳으로 안내도를 보니 멀거나 험하지 않을 것 같았다.약 1.2km로 왕복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길을 따라 상수리나무와 삼나무 그리고 편백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산책하기 좋은 코스이다. 우리는 송광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우선 점심부터 챙기고 산책에 나서기로 하였다. 사찰 주변에 왔으니 산채정식으로 선택하여 해결하고 송광사 방향으로 올라갔다. 마치 바람이 많은 날씨에 6월의 싱그러운 신록이 참 좋다. 송광사 매표소를 들어서자 전국적으로 사찰에 대한 문화재관람료가 폐지되어 입장료가 없으니 많고 적음을 떠나 부담이 없어 좋다. 물론 주차장에서 절의 일주문까지도 걷기에 참 좋으며 유명사찰답게 입구부터 경관이 수려하다. 오른쪽에 보이는 청량각 건물을 통해 송광사로 올라가고 우리는 무소유길을 가기 위해 왼쪽으로 들어섰다. 들어서는 입구는 매우 가파르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 어느 정도 올라가니 도로가 통제되고 무소유길은 오른쪽으로 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숲으로 들어간다. 처음부터 도로가 아닌 숲이 있는 작은 길이였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들어갈수록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잔잔한 햇빛이 들어오는 길을 걸으면 일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난 듯 편안해지는 마음이다. 나무뿌리가 힘줄처럼 드러난 이 길을 법정 스님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걸었을까?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은 보기에도 차분하고 아름다운 대나무 길과 작은 돌계단도 지나고 중간 중간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을 적어놓은 무소유길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다. 단정한 길을 걸어 불일암과 송광사 갈림길에 불임암으로 들어가는 대나무 사립문에 도착했다. 불일암(佛日巖)은 16국사 중 제7대 자정국사가 창건한 자정암 폐사 터에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법정(法頂) 스님이 1975년에 중건하였다. 법정 스님은 이곳에 주석하면서 많은 책들을 집필하고 2010년 3월 11일 열반했다. 아울러 이곳은 법정 스님이 잠들어 계신 곳이다. 스님의 유언에 따라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후박나무 아래 사리를 모셨다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누군가 놔둔 화분이 있었다. 우리는 법정 스님이 잠들어 계시는 불일암을 살펴본 후 송광사로 이어지는 산길을 통해 예쁜 오솔길을 타고 내려왔다. 송광사의 넓은 마당에서 대웅전을 올려다본다. 역시 송광사의 기운은 특별하다. 많은 사찰을 다녀오고 송광사 역시 서너 번 쯤 다녀갔지만 오늘 새삼스레 파스텔 톤의 차분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찰의 분위기는 아마도 처음인 듯 조계산의 깊은 기슭과 유월의 푸르름에 바람까지 불어주니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좋다는 말을 노래처럼 흘리면서 소박하고 심플한 일상을 소중히 여겨야 할 마음을 다잡으며 집으로 가는 길에 경유할 보성 대원사로 향했다. 대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松廣寺)의 말사이다. 화순에서 보성 대원사를 가는 길은 주암호를 따라 이어져 있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되어 많이 익숙한 사찰이지만 처음 길이라서인지 한적하고 좁은 길을 깊숙이 한참이나 들어간 듯 그곳에 대원사가 있었다. 주차장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 유일한 티벳 박물관이 있었고 꽃피는 계절이 아니라서 관광객은 우리가족 뿐 스님이나 이곳 사찰에 계시는 분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목백일홍 나무 사이로 야자매트가 가지런히 깔려있고 대원사의 명물 머리로 치는 목탁과 흰 고무신 두 짝이 특이하게 매달려 있다. 빨간색 두건을 두른 108 동자상이 모여 눈길을 사로잡는가 하면 마당에는 크림색 크로바 꽃이 만개하여 사람소리보다 벌들의 소란함이 크다. 숲길을 따라 올라가보면 작은 개울과 소박한 정자도 있었다. 마치 사찰이라기보다 어느 수목원 같은 느낌으로 고무통을 묻어 놓고 물을 담아 키우는 수련이 곳곳에 소박함으로 앉아있다. 주차장 옆 쉬어갈 수 있는 자그마한 정자를 중심으로 수련은 피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반할 수 있었다. 오밀조밀한 절이 꽤 넓어서 꼼꼼히 한 바퀴를 다 돌아보려니 한없을 것 같아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나서기로 한다. 군데군데 작약이 시들어가고 있으나 목백일홍 아래 수국이 피면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미련을 품고 알뜰한 여행길을 접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