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시기 전에 ,
■ 이 소설은 <Princess Prince Academy, Floria ― Bin*언니의 자작 소설>을 재 창작한 것입니다.
■ 태클 · 비방은 달게 받겠습니다.
■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시 삭제하겠습니다.
■ 주제따윈 모르는 막장을 달리고 있습니다 : )
Princess Prince Academy, Floria 번외上
"에……?"
"주리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라고 말하며 수줍게 미소짓는 루나를 물끄러미 보고있자하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서 어찌할 바를 모를 지경이였다. 정말 같은 여자이지만, 이렇게나 가슴 떨리다니……. 뭔가 이런 건, 엄청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예쁜 건 예쁜거다. 또, 저렇게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데……, 가슴이 뛰는 걸 나더러 어쩌라고 ── ! 주리는 오늘도 맑다 못해, 티끌하나 없이 푸르른 저 넓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왜,왠 반지야?"
"아‥, 역시 별로야?"
"에엣‥, 아냐아냐 ∼ ! 진짜진짜 예뻐, 마음에 꼭 들어! ……그,그러니까, 내말은… 밑도 끝도 없이 왠 반지냐구…… 게다가, 어째서 나한테?"
주리는 척 보아도 억대로 나가보이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반지-이른 아침, "자‥, 선물이야 ∼ ♡"하며 다짜고짜 반지 하나를 건내는 루나의 돌발행동에 받기는 받았다만은… 아직도 어리둥절한 주리였다‥.-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남자에게도 아니고, 여자에게 반지를 선물 받다니……. 정말 예상치 못한 일. 뭐‥, 그래봤자 뼛 속까지 서민의 향을 풀풀 풍기는 주리에게 어느 남자가 반지를 선물해주겠냐만은…. 어찌됐든 상당히 의아한 루나의 행동에 주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체, 시선을 한 곳으로 고정시켰다.
"어머‥, 하나뿐인 소중한 룸메이트한테, 반지 선물은 하면 안되는 거야?"
"에엑……?"
"실은‥, 주리한테 선물해주고 싶었어. 그 반지……, 나‥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
주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에,에엣 ― , 바,방금 뭐라고……?! 란 당혹스러운 주리의 표정을 읽은 루나는 언제나 늘 그랬듯 상냥한 눈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름대로, 야심차게 준비한 내 첫 디자인인데…, 어때?"
"에에에에엣 ── , 루,루,루,루나가 직접 디,디,디자인한 거야아아아아?!"
"응‥."
"!@#?%$&^"
다시 한번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만드는 루나의 살인 미소에 주리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고, 더이상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루나가 직접 디자인해서 자신에게 선물한 이 반지는 정말 값어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였다. 루,루,루나가 지,지,직접 디,디자인 한 반지?!?!? 지,지,지금 내가 잡고 있는 이,이,이 바,반지가?!?!? Oh My God ── ?!?! 주리는 순간, 그 엄청난 반지를 서민의 손으로 만지고 있다고 생각하자, 수치스러움까지 느꼈다. 그러나, 이대로 그냥 놓아버린다면, 바닦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했고, 또 그건 그거대로 곤란했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주리의 머릿속은 온통 새하얀 백지장이 되어버린 상태였기에 상황 판단을 하기엔 더이상 무리였다.
"주리야……?"
"우으 ‥ , 이,이런 가,값진 건, 저,절대로…… 바,받을 수 없어!"
"……곤란해?"
"고,고,곤란해!"
주리는 방금 전, 선물받았던, 그 어마어마한 반지를 루나의 얼굴 앞에 내보이며, 상냥한 미소를 짓고있는 그녀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뭐가 그리도 더운지 주리는 식은땀이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흐응……?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척이나 난감해하는 주리의 태도에 루나는 뭐가 문제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선물을 받아주지 않는 걸까? 왜 다시 자신에게 돌려주는 걸까? 루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알겠다는 듯, 언제나처럼 상냥하고 아름다운 웃음을 입 밖으로 흘리며 듣기좋은 미성으로 입을 열었다.
"있지‥, 나는 주리가 정말 좋아…."
"……하?"
"그걸로는 안돼?"
"……."
"응‥? 안돼‥?"
"읏―‥!"
으‥, 정말이지, 그렇게 쳐다보면……!
"나,나도 루나가 정말정말 좋아 ──― ♡"
두근두근 거린다니까‥‥! 주리는 있는 힘껏, 루나를 꼭 끌어안았고 이미 두 뺨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을 이렇게나 챙겨주는 루나에게 그저 고마웠고, 늘 받기만해서 또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 주리의 마음을 잘 아는지 루나는 예쁘게 미소지으며, 그녀의 등을 따뜻하게 토닥여주었고 "그럼‥, 선물 받아주는 거지?"하고 작게 귓가에 읊조렸다. 으, 으응‥. 이내 한참을 고민하던 주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고,
"고,고마워 ‥. "
하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동안 주리의 두 뺨은 새빨간 토마토마냥 붉어져있었다.
"대신,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돼!"
"…으응!"
"자‥, 약속."
"응, 약속 ― !"
주리는 루나의 새끼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나‥,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게! 하고 마음속으로 두번 중얼거린다음, 주리는 빙그레 웃었다. 그 미소에 보답이라도 하듯, 루나도 예쁘게 웃어보였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 값을 차마, 따질 수조차 없는 소중하고, 소중한 반지. 주리는 루나에게 받은 소중한 반지를 조용히 내려다보며 작은 미소를 밖으로 흘렸다. 살아 생전 처음 받아보는 반지. 그것도, 단 하나 뿐인……. 주리는 감동의 눈물이 절로 흐를 것만 같았다.
◇
성(聖) 플로리아(Floria) 학원. 5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명문학교로,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까지 나뉘어 있으며, 신분제가 온세상에 존재한다 할지라도, 이곳만은 신분제가 존재 하지 않는 곳. 왕족, 귀족, 평민 3계층이 신분제에 관계 없이 자유롭게 재능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를 펴고 살수 있는 곳이다.(그래봤자 약간 왕족이나 귀족 애들이 평민 아이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빈번하다 들었다만;) 다만,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최고의 필수조건은, 반드시 '넨능력자'여만 한다는 사실. 그것 때문에 이학교에 들어가고 싶은 희망자는 많으나, 들어가는 학생의 수는 희망자에 비해 턱없이 적다.(10000 : 1의 확률;이래나 어쨌다나.) 그리고 이 학원 내, 최고 명물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소위 원화(源花). 하나히메(花姬)라 불리는 특별한 소녀들이다. 외모와 지성과 재능, 집안 등 여러가지 면에서 거의 최고급에 속한 소녀들이 뽑혀서, 여러가지 심사를 거친뒤 하나히메가 되는 데, 이 하나히메가 되면, 학교에서 내려지는 특전이 엄청난데다, 신분제에 관계 없이 이 하나히메는 학교에서 가장 존경과 신망의 대상이 된다. 국가에서도 이 하나히메에게 엄청난 특전을 내려주며, 그들을 보살피고 있다.(ex)하나히메가 될경우, 신분을 높은귀족으로 승격시키는 등.) 사실, 플로리아 학원 교장도 실은 하나히메라고 알려질 정도. 그다지 흔치는 않지만, 집안이 평범한 아이가 원화가 되는 경우도 있긴 있는듯 하다. 용모수려, 재색겸비. 거기다 넨능력은 희귀하고 강할수록 유력. 어쨌건 이 두가지를 모두 갖추었다면, 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만은. 그리고 원화에게는 원화를 지키는 소녀로 구성된 친위대가 존재한다. 친위대는 원화의 명령 밖에 듣지 않으며, 선생님도 화랑도 이 친위대를 움직일수는 없는 듯 하다. 주로 친위대는 검을 다룸. 이 친위대 역시 미소녀들이 많아서 꽤나 인기가 대단한 그룹인듯 하다.
그리고 이 원화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바로 화랑(花郞)들. 소위 말해, 원화가 최고급의 미소녀들만 뽑아놓은 미소녀 살롱(;)이라고 본다면, 화랑은 최고급의 미소년들만 뽑아놓은 미소년 부대(;)라고 볼수 있다. 화랑 역시 원화처럼 외모와 지성과 재능과 집안 등 여러가지 부면에서 최고에 속한 소년들이 뽑혀서, 화랑이 된다. 하지만 화랑들은 하나히메보다 영향력이 약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권의 반도 채 가지지 못한 채다. 하나히메는 자체가 상징성이 매우 크지만, 화랑은 대부분 얼굴로 따지는 경우가 빈번(;). 그래서 원화와 화랑은 앙숙이라는 설로 매우 유명하다.
◇
"흠‥, 전부 모였지? 그럼, 이번 파티에 입을 드레스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
"잠깐, 주리가 아직 안 왔는데‥?"
"―앙?"
오늘도 여전히 시크함이 철철 넘치는 헤츠키가 자신의 청록색靑綠色 머리카락을 어깨 너머로 쓸어넘긴 다음, 힘있게 입을 열었고, 그녀의 말을 도중에 딱 잘라버리는 혜정. 낮게 가라앉아있지만, 뭔가 위엄이 있어보이는 조혜정, 그녀의 목소리에 어깨를 움찔떨며 크게 반응하는 헤츠키. 앙? 서,설마 또야?! 이런, 망할?!?!?! 이라고 말하는 듯한, 헤츠키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또한, 대량적인 살기를 풀풀 풍기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감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마어마하고, 괴이한 살의殺意에 다들 입을 굳게 다물었고, 이를 빠드득빠드득 갈기 시작하는 헤츠키.
"지금이 몇시인데 안 보인다는 거야?!?!?! ―아놔‥, 설마 또 튄거야, 이거?!?!?! 진짜…… 잡히면 뒈졌어어어어어어어어!?!?!?!?!"
헤츠키는 크게 분노하며, 책상을 두 주먹으로 콰아아아아앙‥, 내려쳤다. 그 둔탁한 소리에 일동 모두 어깨를 움찔거렸다.
"울고불고 빌어도 아주 작살내버릴테다아아아아아아?!?!?!?!?!?! 야 ― , 뭣들하고 있는 거야, 다들 흩어져서 찾아봐?!?!? 지금 당장?!?!?!?!"
"내 앞으로 잡아와, 후딱후딱?!?!?!?!?!?!?!"라는 말을 연이어 외치며 헤츠키는 드라이버를 위협적으로 빙글빙글 돌려댔다.
"아오‥, 짜증나아아아아! 우선 진정 좀 해, 이 망할 여자야아아아아, 귀청 떨어지겠다, 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혜리는 헤츠키에게 대항하듯 버럭버럭 엄청난 데시벨로 예상되는 음성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녀는 귀가 아픈 시늉을 내는 듯,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 있었는데 귀가 아픈것은 혜리 뿐만이 아니였다. 여기저기서-"우으… 내 달팽이관, 내 달팽이관!"하며 눈물을 글썽글썽 거리는 보름이로 시작해서, "뭐,뭐야, 무,무슨 일이야?!?!?!" 자다가 놀라 벌떡 일어난 미르까지……, 그 반응은 가지각색이였다.- 눈살을 찡그리며 귀를 틀어막은체,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닥치고, 막내 잡아오면 되잖아, 이 망할 지혜리같은 짜식아?!?!?!?!?!?!?!?!?!?!"
"내가 왜 네 명령따위를 들어야하는데, 이 헤츠키 미친여자야?!?!?!?!?!?!?!??!?!?!?!?!?!?!"
"뭐‥,뭐라고? 미,미친여자?!?! 아오…, 이게 진짜 죽을라고?!?!?! 막내 죽이기 전에, 네 모가지부터 확 따버린다아아아아?!?!?!?!?!"
"하 ∼ , 진짜 같잖아서……. 지금, 어디 한 번 해보자는 거야? 뭐, 좋아… 어차피 발리는 건 네 쪽일테니까?!?!?!?!"
"뚫린 입이라고 잘도 나불나불 거리시는데……? 나중에 지고 나서, 살려달라고 매달리지나 마셔, 망할 지혜리?!?!?!"
점점 더 험악해지는 헤츠키와 혜리의 말다툼에 졸린 눈을 멍하니 깜빡깜박 거리는 미르와 꽤 난감한 듯, 뒷 머리를 긁적거리는 보름이였다. 미르와 보름이의 마음을 알 것 같은 혜정이는 귀찮다는 듯 깊은 한숨을 연신 입 밖으로 내뱉었고, 그 옆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세빈이는 자신의 목숨같은 빵을 우물우물 씹으며 물끄러미 창밖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조금은 익숙한 그 상황에 모두들 말리려는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고있었다. 그저, 귀찮다는 듯, 시끄럽다는 듯 뚱한 표정만 짓고있을 뿐.
"거 참, 진짜 시끄럽네?!?!?!?!? 그만들 싸워?!?!?!?! 애초에, 주리때문에 왜 너희들이 싸워야 하는 건데?!?!?!?!? ‥나중에 제 발로 알아서 찾아 오겠지, 뭐…. 평소에도 늘 늦게 왔었고!"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한 키라는 깊은 한숨을 푹 몰아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치, 시끄러우니까, 그 입 좀 닥쳐. 라고 말하는 듯한 살의殺意로 가득찬 어두운 표정으로 서로 머리를 집어뜯고있는 혜리와 헤츠키를 향해 독설을 날리는 키라. 그녀가 나섬으로써, 한결 마음이 편해진 보름이와 미르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고, 혜정이는 동감하듯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끄러, 넌 빠져?!?!?!?!?!?!?!""
헤츠키와 혜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이구동성으로 크게 외쳤고, 그녀들의 싸늘한 반응에 이마의 핏대를 단단히 세우는 키라.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키라의 인내심이 결국, 끝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조용히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혜정이는 "아아……"하며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고, 점점 더 안색이 창백해지는 보름이-"@$@$$#^#$$?!"-와 미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라, 그녀는 고오오오오‥, 살기를 몸 밖으로 풀풀 뿜어댔다. 크크크큰일났다?!?!?!??!?!
"이것들이 진짜?!?!?!?!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아오…, 이것들을 그냥 콱?!?!?!?!?!"
싸움 말리려다가‥, 싸움 붙었다?
"너까지 동참同參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아아아아아!"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혜정이가 빽 소리를 질러댔다.
"아아…, 막내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하며 눈물을 글썽글썽 거리는 보름이와 이젠 아예 포기한 듯, 다시 낮잠을 즐기려고 엎드리는 미르-"에라이…,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럼, 모두들 굿나잇‥♡"-였다. 그리고, 아까부터 줄곧 멍하니 창 밖을 주시하고 있던 세빈이는 빵을 다 먹었는지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살짝 햝으며 귀엽게 미소지었다. 이내, 그녀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아…, 비다."
하고 중얼거렸다.
♪
"드,드디어 단단히 미쳤구나, 최주리…………."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한 곳에 초점을 두지 못하는 시야. 불안함과 초조함을 설명하는 새파랗게 질린 안색과 복잡한 심정이 역력한 표정까지…. 최주리, 그녀는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맨 몸으로 받아내며 아무도 없는 넓은 성(聖) 플로리아(Floria) 학원 정 중앙에 한동안 우두커니 서있었다.
"으읏―‥, 젠장……!"
곧 작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어렵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타악‥, 뭐가 그리도 급한지 평소 헤츠키의 손에서 도망가는 것에 대한 2배의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까만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은 조금 무서운 소리를 내며, 빠르게 굵은 빗줄기를 아래로 쏟아냈다. 투욱‥, 가볍게 머리 위로 떨어지던 빗방울이 어느세 시야를 흐릴 정도로 억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 그 굵은 빗줄기는 플로리아 전체를 뒤덮었고, 주변은 어느세 캄캄해진지 오래였다. 타악, 탁탁탁탁탁‥, 그러거나 말거나 주리는 잠시 정신이라도 놓은 듯, 맨 몸으로 비를 맞으며 앞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분명 아침에 나올때까지만해도 목에 걸고 있었어! 그런데…………"
어째서 없는 거냐고?!?!?!?! 주리는 눈물인지 빗물인지도 모를 투명액체를 뚝뚝 흘리며, 달리고 있는 자신의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쏴아아아아아‥, 억수로 내리는 소나기의 소음은 오래전부터 주리에게 들리지 않았다. 오늘은 특별히 하나히메들끼리 모여 이번 파티에 대해 의논이 할 것이 있다고 반드시 참석하라는 약속도 잊은지 오래였다. 단지, 현재 주리의 머릿속을 온통 점령한 것은 단 하나. <하나히메 No.1이자, 자신의 룸메이트인 루나에게 선물 받은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반지를 잃어버린 것.>이였다.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렇게 금새 잃어버리고 말다니……. 주리는 루나에 대한 미안함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밖으로 세어나올 것만 같았다.
"하아…,하아…,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고?!?!?!?!?!"
주리는 떨리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아주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무섭게 쏟아지는 소나기의 소음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흐읏‥, 루나……, 미안해 ―― !"
너무나 소중해서, 손가락에 끼는 것마저 아깝다고 생각한 주리는 목걸이에 반지를 넣고 줄곧 목에 걸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잃어버리다니……. 주리는 훌쩍훌쩍거리며 고개를 바닦으로 떨구었고, 계속 떠오르는 루나의 얼굴에 그 미안함이 넘쳐 흘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찾을 수 있는 곳은 전부 찾아보았다. 오늘 아침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스쳐 지나갔던 곳에서부터 잠시 머물었던 곳까지도 전부 찾아가 반지를 찾아보았지만, 반지는 커녕,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흐윽, 흑……!"
루나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주리는 차갑게 식어버린 자신의 두 손을 꽈악 움켜잡았다. 분명, 화낼거야. 내게 실망할거야.
"으,으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미움받을거야.
"그런 건, 싫어!"
마치, 놀이 동산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초등학생 아이마냥, 큰 소리로 울부짖는 주리. 쏴아아아아아‥, 그녀의 슬픈 마음을 보채기라도 하는 듯, 차갑고 굵은 빗줄기는 계속계속 쏟아져 내렸다.
"―하? 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
한참을 엉엉 목이 터져라 울고있는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까만 그림자가 주리를 덮쳤다. 쏴아아아아‥,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터라, 아무리 귀가 밝은 주리라도 인기척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또한, 반지때문에 온 정신이 팔려있는 상태이니, 더더욱 사람이 다가오는지 깨달을 수 없음이 당연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목소리에 주리는 어깨를 움찔 떨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제발 빗나가기를…… 그렇게 주리는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기도했다.
"에엑‥! 뭐야, 너…… 지금 우냐?"
"@!#^%$)(*"
예상 적중률 300%! 주리는 엉엉 울던 것을 멈추었다. 어,어,어,어,어,어째서 망할 아르카 짜식이 여기에 있는 건데?!?!?!?! 주리는 다시 한번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현재 이 최악의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 것인지 재빨리 뇌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무,무,무슨 헛소리야! 우,우,울긴 누가 우,우,울었다고 그래! 이,이,이건, 그‥그래! 비,빗 물이야, 빗물?!?!?!?!"
라고 말하며, 얼른 눈물을 옷 소매로 닦아내는 주리였지만, 이미 눈물과 빗물은 섞여있었다. 또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젖어버린 상태라, 도저히 옷 깃으로 눈물을 닦아낸다고 표현하기가 참 애매모호했다. 눈물을 닦아내려는 옷 소매마저 차가워서 주리는 순간 어깨를 움찔 떨어야 했고, 그 행동을 조용히 보고있자하니 몹시 어색할 뿐이였다.
"뭐, 그건 그렇다치고…. 혼자 뭐하고 있었던 거야? 그것도, 비까지 쫄딱 맞으면서……"
"……나,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그래! 그건 그렇고, 혹시 반지 못 봤냐? 반지말야, 반지‥!"
"하……?"
"봤어, 못 봤어? 빨랑빨랑 대답해, 짜샤?!?!?!?!?!"
"모,못 봤어……."
"…………휴, 역시."
주리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푹푹 몰아쉬었다. 왠지 평소와는 많이 다른 그녀의 의아한 행동에 고개를 기웃거리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아르카. 주리는 촉촉히 젖은 자신의 앞머리카락을 헝크린 다음, 신경질적으로 혀를 찼다. 초조한 눈동자와 무척 복잡해보이는 표정. 눈치 15단인 아르카는 뭔가 일이 터졌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럼, 난 이만."
하고 나즈막하게 중얼거린 다음, 아르카의 어깨를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주리는 다시 한번 차가운 비를 맨 몸으로 받아냈다. 툭,투욱‥, 쏴아아아아아아아‥. 우산을 쓰고있던 아르카는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아아…, 잠깐만!"하고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으나, 주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다시 힘을내서 반지를 찾기위해 발걸음을 빠르게 내딛는 그 순간, 이번에는 자신의 앞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야, 이 새끼야! 누가 멋대로 내 우산 들고 가래?! 내가 몇 번을 불렀는지 아냐?! 우산 바꼈으니까, 기다리라고 계속 소리쳤다고?!?! 이젠 아예 귀까지 미쳤냐, 이 바람돌이 짜샤?!?!?!?!?!"
엥 ── ? 타악‥, 주리는 당황한 듯, 빠르게 뛰고있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놔…, 진짜 돌겠네! 주리는 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목소리 No.1의 주인공인, 키르아 조르딕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돌부처마냥 굳어버렸다.
"아…, 그랬냐? 미안‥, 빗 소리때문에 안 들렸어."
아르카는 몰랐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평소의 환한 미소-여자들 여럿 코피 터지게하는 그 살인 미소.-를 지었고, 그런 그가 마냥 짜증나는지 "뭘 좋다고 실실 쪼개? 미친 새끼…"하며 중지 손가락을 멋지게 날리는 키르아였다. 아아…, 또 시작이네. 제발 부탁이니까, 그 입 좀 다물어라, 키르아 조르딕새꺄! 그리고, 그 손가락도 좀 내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 쌍둥이 동생한테……. 늘 보던 상황이지만, 보면 볼수록 저 중지 손가락을 뒤로 확 꺽어버리고 싶은 주리였다.
"아…,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닌데!"
뒤늦게 상황을 자각한 주리는 어깨를 움찔 떨었고, 정신 차려, 정신!하며 자신의 두 뺨을 세게 꼬집었다. 조금 아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좋았어, 다시 찾아 보자‥! 주리는 두 주먹을 불끈 쥔 다음, 빠르게 앞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타악‥, 그러나, 덥썩‥! 에에엥 ─―─ ? 뭔가에 잡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뭐,뭐야…… 또 ?! 주리는 신경질적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누가 붙잡는거야, 대체 누가! 금방이라도 붙잡은 장본인을 후려갈길 것 같은 어마어마한 표정이였다.
"뭐야…, 또 왜?!"
"반지 찾는 거 도와줄게…."
"……하?"
"반지 찾는 거 도와준다니까? 또…, 계속 비 맞고 다니면 감기 걸릴게 분명하고…."
아르카의 호의에 주리는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읭 ― ? 보통 반대 아닌가……?)
"호의는 고맙지만 됐어, 어차피 젖을때로 다 젖어서, 우산도 필요없고! 그리고, 이 내가 감기에 걸린다고? 너 지금 개그하냐? 난 감기에 걸린 적 단 한번도 없거든? 그러니까, 그만 이거 놔, 나 지금 바쁘단 말이야!"
"진짜 고집불통이네……."
"웃지마, 기분 나빠, 짜샤?!?!?!"
"후…… 그럼, 우산이라도 들고 가‥."
"으…, 진짜 왜 이래, 너! 내가 괜찮다고 하잖아!"
"난, 여자가 비 쫄딱 맞고있는 꼴 못봐."
"미안하지만, 나 이미 쫄딱 젖었거든?!?!?!?! 네 눈은 장식이냐?!?!?!?!"
어째서 아르카의 호의가 이렇게나 기분이 나쁜 걸까? 주리는 도통 알 도리가 없었지만 어찌됐든 우산을 건내는 아르카의 손을 차갑게 뿌리쳤다. 그 모습을 조용히 뒤에서 쳐다보고 있던 키르아는 벌레 씹은 표정으로, 눈살을 팍 찌푸렸다.
"야, 됐다고 하잖아. 그만 해라, 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키르아는 낮은 저음으로 입을 열었다.
"헹‥, 진짜 같잖아서…… 남의 호의를 저딴 식으로 거절하는 건, 또 뭐냐? 진짜 몰상식沒常識하네…. 뭐, 애초에 처음부터 배운게 없어서 그런 건, 잘 알고있지만서두 ― ."
쏴아아아아‥, 차갑게 쏟아지는 빗 소리는 귓가에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기분 나쁜 어조. 재수없는 표정. 당돌한 태도. 주리는 아르카가 내민 우산을 꽉 움켜잡았다. 아아, 또 시작이네…… 괜히 아르카는 중간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고, 주리는 아랫입술을 팍 깨물며 기분나쁜 미소를 흘리고있는 키르아를 째려보았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그저 가사로운지 키득키득 거리며 계속 비웃는 키르아. 안 그래도 루나가 선물해준 반지를 잃어버려서 저기압 이였던 주리. 그녀는 숨을 깊게 몰아 쉰 다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야‥, 이 개 새끼야."
주리가 내뱉은 한 마디는 무척 강력했다. 순간, 키득키득‥ 비웃고 있던 키르아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아르카도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놀란 그들에게 작은 시간을 주기는 커녕, 주리는 작은 조소와 함께 계속 말을 계속 이었다.
"내가 그 말을 들어도, 아르카한테 들어야지 네 녀석한테 들을 이유는 손톱에 때만큼도 없거든? 그리고, 난 뼛 속까지 서민이라 너희만큼 돈이 많지 않아서, 그만큼 배운 것들도 없어. 그래…, 못 배워서 지식이 없는 거…, 나도 아주 잘 알아. 근데 말이야…… 남 부럽지 않게 배울 거 다 배운 네 녀석의 몰상식한 그 태도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배운 네 녀석이나 안 배워서 이 정도인 나나, 다를 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데? 겸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재수없는 새끼야, 제발 부탁이니까… 화랑 No.1인 풍월주답게 행동해. 나야, 운 좋게 하나히메가 된 거지만, 넌 아니잖아? 남을 깍아내리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좀 갈고 닦으란 소리다, 재수없는 짜식아. …알아 들었냐?"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 건지……. 주리는 길고 긴 대사를 다 채우고 난 후에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마음만 받을게, 땡큐‥"하고 아르카에게 작게 중얼거린 다음 홱‥ 등을 돌리는 그녀였다. 쏴아아아아‥, 차가운 소나기를 온 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주리가 참 대단한지 시선을 떼지 못하는 아르카와 꽤 충격을 받은 듯한 키르아의 창백한 표정. 조금씩 멀어지던 주리는 뭔가 아직도 응어리가 남았는지 발걸음을 멈추었고, 돌부처마냥 굳어버린 키르아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 동안 정말 되돌려주고 싶었던, 중지 손가락을 척 내보인 다음에서야 즐거운 표정으로 뛰어가는 주리였다.
"……읏, 저,저,저,저 미친 여자가 진짜 돌았나?!?!?!?!?!?!"
주리가 사라진 후에야, 제 정신을 차린 키르아는 그렇게 소리질렀다. 아르카는 그 우렁찬 목소리에 두 귀를 재빨리 막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팽이관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
Princess Prince Academy, Floria 번외中
"‥37.8˚C,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감기네요. 그것도, 아주 지독한……."
이란 비스케의 직설적인 말에 주리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에,에에에에엣 ― ?!?!?! 불구덩이를 맨 몸으로 뛰어넘고,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지고, 매미 태풍을 온 몸으로 받아내도 끄떡없는 이 내가 감기라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콜록콜록?!?!?!?!?!"
"금방이라도, 토 할것 같은 기침을 하면서도 감기가 아니라고 빡빡 우겨대실 겁니까? 오늘은 닥치고, 누워서 푹 쉬세요. 약이랑 죽, 준비할테니까요……."
비스케‥, 그녀는 강했다.
"하아,하아…… 역시 나도 사람이긴 사람이구나…."
"살아 생전 처음으로 감기에 걸리다니‥,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란 말을 덧붙이며 주리는 힘 없이 웃었다. 하지만, 금방 밖으로 흘리는 지친 기침 소리가 뒤를 이었다.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 간지럽다못해‥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아팠고, 온 몸에서는 사우나에 3시간 정도 앉아있는 것마냥 뜨거웠다.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과 거친 호흡. 감기에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주리는 이렇게나 아픈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이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였다.
"주리님, 많이 아프시면 병원에 가보시는게……"
주리는 기침을 하는 것마저 버거운지, 어깨를 헐떡거리며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식은땀을 옷 소매로 훔쳐냈고, 그런 그녀의 힘없는 모습에 비스케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에이∼ 괜찮아,괜찮아∼. 약 먹고 푹 자면 금방 나을거야. 병원은 왜 가? 괜히 돈 버리는 짓은 하기 싫어."
"하,하지만……!"
"비스케, 나‥ 목이 좀 마른데……."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자신을 걱정하는 비스케의 진심을 아주 잘 알기에 주리는 해맑게 웃었다. 난 괜찮으니까, 걱정마‥ 응?라고 말하는 것 같은 밝은 미소에 비스케는 작게 한숨을 흘렸다. 그리고는, 답례로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곧 방을 나섰다. 비스케가 방을 나가자마자 주리는 지친 자신의 몸을 털썩‥, 침대에 전부 실었다. 아아…, 진짜 나른해. 주리는 살아 생전 처음 느끼는 이 복잡미묘한 기분에 어떻게해야할지 도통 알 도리가 없었다. 아픈 것을 많이 보면서 살아왔지만 얼마나 아픈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으니까. 주리는 지금 실로 그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몽롱한 정신으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주리는 갑자기 목이 바짝바짝 말랐다. 물론, 비스케에게 물 한잔을 부탁한 것은 어색한 이 상황을 마무리 짓기 위한 것이였고, 또……
"반지……"
잃어버린 반지를 찾기 위해 이 곳을 빠져나가기 위한 속임수였다.
"휴…… 루나가 없어서 다행이다."
라는 작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리는 재빨리 교복을 챙겨 입었다. 루나는 오늘 밤에 열리는 파티 일로 무척 바빴고, 그 일정으로 인해 오늘 밤까지-어제 저녁부터‥-는 줄곧 만날 수가 없다. 하지만, 반지를 잃어버린 주리의 입장으로써는 참으로 적날하고 나이스한 타이밍이였다. 오늘 밤에 열리는 파티시간 전까지, 통틀어 주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10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안에 얼른 잃어버린 반지를 찾아야한다는 막중한 임무에 주리는 금방이라도 머릿속이 펑하고 터질것만 같았다. 이 넓은 성(聖) 플로리아(Floria) 학원 안을 열 시간 안에 전부 이 잡듯이 뒤져서 잃어버린 반지를 찾아야한다! 주리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살금살금 도둑고양이마냥 방을 재빨리 도망쳐 나왔다. 비스케에게 들키지 않기위해… 그리고, 루나에게 반지를 잃어버린 사실을 들키지 않기위해….
but ……,
"어머…, 오늘도 너무나 멋지시네요, 크라피카님‥. 후후… 도대체 어떻게하면 크라피카님처럼 그리도 고운 피부를 가질 수 있는 건가요? 괜찮으시다면 저한테도 살짝 말씀해주시지 않겠어요?"
→아놔‥, 이 자식―. 또 어젯밤 팩 했구만? 웩…, 뻔하지 뭐. 안 봐도 비디오다, 비디오….「나는 소중하니까….」하면서 좋다고 실실 쪼갰을 거야. 분명! 그건 그렇고, 이 자식은 지가 무슨 여자인 줄 아나? 예쁘다,예쁘다 하니까, 진짜 예쁜 줄 알고 계속 깝치네? 제발 적당히 좀 해라…, 적당히. 뭐…, 어차피 아무리 열심히 꾸미고 다녀도, 내 옆에 서있으면 발리겠지만은…….
"하하… 별 말씀을. 과찬이십니다…. 혜정님이야 말로, 어떻게 하면 그렇게도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질 수 있는 건가요? 비결이 무척 궁금하네요…."
→닥쳐, 닥쳐, 닥쳐! 내 피부가 좋은거 이제야 알았냐, 왕 내숭 덩어리 조혜정씨? 하하… 내가 좀 좋지, 좋기는…. 여자인 네 쪽이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 ! 비교할 걸 비교해라, 헹…. 하아? 뭐야……, 갑자기 실실 웃지마. 설마 머리카락 부드럽다고 한 거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냐?!?!?!
"후후…"
→오늘 밤 파티때 보자? 넌 영원히 내 밑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테니까…. 이 공주병 말기에 접어드는 미친 기지배야!
"하하…"
→오늘 밤 파티때 보자? 넌 영원히 내 밑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테니까…. 이 재수없는 왕 내숭 조혜정 기지배야!
‘겉과 속이 다르다‥’라는 말은 이 둘을 적날하게 정의한 것이 분명하다! 조혜정 & 크라피카 그들은 현재, 소리없는 전쟁 中. 어,어,어,어째서 ― , 각본이라도 미리 짜 놓은 듯이, 딱 마주치냐고오오오오?!?!?!?!?!?! 이 망할 하늘이 진짜 날 등지는 구나?!?!?!?!?!?!?! 주리는 자신의 머리를 집어 뜯으며 소리없이 바닦에 주저앉아‥ 절규했다.
"―변함없이 늘 똑같은 옷이네‥. 센스 없게……"
"시,시끄러워! 늘 털 달린 옷이나 입고 다니는 주제에 나한테 충고하지마‥, 이 망할 새끼야! 지가 무슨 부잣집 40대 부인도 아니고…, 차라리 밍크 코트를 입어라, 밍크 코트!"
"휴……"
"으아아아아악 ― , 그 같잖다는 눈으로 쳐다보지마, 이 새끼가 진짜아아아아아아?!?!?!?!?!"
클로로의 가벼운 충고는 세빈‥, 그녀를 춤추게 만든다. 클로로와 세빈이는 평소와 늘 다름없는 알콩달콩(?!)한 대화 中. 그래, 아,아,아,아,알콩달콩‥‥, 응, 아마도 ― .
"……."
"이.름.이 새끼야, 뭘 쳐다봐, 쳐다보긴?! 앙?! 설마, 또 머리결 어쩌고 저쩌고 하면, 그땐 진짜 모가지 따버린다?! 이 초점도 없는 새끼가……! 안 그래도 막내 일때문에 기분 더러운데, 화 돋구지 마라, 엉?!?!"
"흥‥, 난 아무말도 안했어……."
"닥쳐, 닥쳐, 닥쳐라고 이 자식아?!?! 분명 ‘머리결 X나 더럽네.’란 표정으로 쳐다 봤잖냐, 이 새꺄?!?! 귀신은 속여도 난 못 속여?!?!?!!"
"…………."
"으아아아악─―, 뭐야… 긍정하지마, 아놔……@!#@#%#$^&?!?!?!?!"
아하하…, 화기애애(읭‥?!)한 커플 2위라고 말하면 섭섭한 이르미 조르딕 & 타키야 헤츠키도 평소와 별 다르지 않는 대화 中. 지나가다가 우연히 듣는 사람 마저도, 등꼴을 오싹하게 만드는 그런 대화를‥.
"에엑……, 넌 또 그 옷이냐? 휴…… 제발 부탁이니까, 한달에 한 번 정도는 다른 옷 좀 입어 주지 않을래? 네 파트너의 입장으로써 몹시 기분 안 좋거든? 아아…… 너같은 녀석이랑 파트너라는 점이 더 최악이지만서두……. "
"후후 ― ♥ 내 취향이라 어쩔 수가 없는 걸?"
"우으‥, 진짜 취향 한 번 더럽게 독특하네……랄까, 어깨에 올린 이 손…… 당장 치워. 손 가락 뼈, 부러뜨리기 전에─―."
조용하지만‥, 무척 살벌한 대화를 쭉 이어가는… 히소카 & 박보름. 귀엽고‥, 귀여운 보름이가 유일하게 정색하는 인간이다.
"오늘 입은 그 옷에는‥ 다른 구두가 더 잘 어울릴텐데……?"
"……앙?"
"그러니까…, 지금 입고 있는 그 옷이랑은 전혀 매치가 안된다… 그런 소리야, 내 말은…."
"이 새끼가 또 지랄하네…. 니가 뭔데, 내 패션에 이래라 저래라 시비야, 시비가?! 저번에는 지가 춤 선생인 마냥, 사사건건 시비걸더니…… 오늘은 구두가…… 뭐? 뭐가 어쨌다고? 아우……, 진짜 이 새끼 모가지를 비틀어 놔야지 내가 원……!"
정말 모가지를 비트는 제스처를 250% 완벽 소화의 끝을 보여주는 지혜리와, 그녀의 파트너 샤르나크의 대화또한 살벌함을 빼면 시체시체시체‥!
"개 자식, 눈 깔아……."
"쯧……"
"아놔…, 이 새끼가 진짜?!?!?! 감히 혀를 차? 이 키라님한테? 야…, 뭐해 얼른 스탭 밟아! 아오……, 페이탄 이 재수없는 개 자식을 그냥 콱?!?!?!?!?"
"후, 품위없게……."
"닥쳐 ― , 새꺄?!?! 적어도 네 녀석한테 갖출 품위따윈 필요 없거든?!?!?!?! 꺼져, 그냥 지구권 밖으로 썩 꺼져버리라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냥, 나랑 한 판 뜨자!란 진념으로 가득 찬 키라와 쯧하고 혀를 차며 시선을 홱 돌려버리는 페이탄. 페이탄 & 유카노 키라. 자리를 피하게 만드는 둘만의 대화는 쭉쭉,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흑!"
"에엣‥?!"
"으아아아아앙 ─― ?!?!"
"흐읏‥ 미,미르가 울어버리면…… 으,으아아아앙?!?!"
순수함의 결정체 파트너, 곤 프릭스 & 스즈키 미르. 차마, 듣기 뭐한 욕지거리와 살벌한 분위기에 결국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다들 곤과 미르가 훌쩍거리자, 주춤거리면서도 "네 탓이잖아!"란 말과 함께 또 다시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더더욱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는 미르와 곤은 참 보기에 안타까웠다. 달려가서 달래주고 싶을 정도로…….
"흥…, 나보다 예쁘지도 않으면서……."
"……남자가 왜 예뻐야 하는데?"
미모라면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지닌 카르트 조르딕과 어째서 남자는 예뻐야 하는 걸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아르시에나. 이 둘은 가장 어린 커플로 그렇게 싸우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어느정도 감지할 수 있었다.
"튀자 ──― !"
주리는 한동안 그들의 살벌한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가, 끝내 그렇게 결심했다. 행동파行動派 답게, 재빨리 자리를 피하려는 그때, 뭔가 덥썩‥ 옷자락이 잡힌 듯한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하? 설마‥, 아니겠지?란 현실도피現實逃避와 함께 고개를 슬쩍 뒤로 돌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묘한 눈웃음을 흘리는 키르아 조르딕이…… 코 앞에 보였다.
"어딜 그렇게 살금살금 도망가시나……? 도둑 고양이처럼."
"윽 ―― !"
순식간에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야‥, 이 개 새끼야."
살아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개랑 비교했다.
"내가 그 말을 들어도, 아르카한테 들어야지 네 녀석한테 들을 이유는 손톱에 때만큼도 없거든? 그리고, 난 뼛 속까지 서민이라 너희만큼 돈이 많지 않아서, 그만큼 배운 것들도 없어. 그래…, 못 배워서 지식이 없는 거…, 나도 아주 잘 알아. 근데 말이야…… 남 부럽지 않게 배울 거 다 배운 네 녀석의 몰상식한 그 태도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배운 네 녀석이나 안 배워서 이 정도인 나나, 다를 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데? 겸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재수없는 새끼야, 제발 부탁이니까… 화랑 No.1인 풍월주답게 행동해. 나야, 운 좋게 하나히메가 된 거지만, 넌 아니잖아? 남을 깍아내리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좀 갈고 닦으란 소리다, 재수없는 짜식아. …알아 들었냐?"
그리고, 막말 작살. 또……, 가운데 중지로 깔끔한 마무리까지. 주리는 웃는게 웃는게 아닌, 키르아의 묘한 눈웃음에 말 문이 막혀버렸다. 또한, 여자의 직감으로 대충 예상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어질 어마어마한 상황을……
"이 미친 여자가 진짜 죽을라고?!?!?!?!?!?!?!?!?!?!?!?!?!?! 보자보자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냐? 엉?! 진짜 지옥 구경 해볼래?!?!?!?!?!?!?! 으아아아악 ― , 어제 일만 생각하면 진짜?!?!?!?!?!?!?!?! 내가 지나가는 개한테 욕을 들어도, 욕을 듣지, 너같은게 뭔데, 어? 입이 있으면 무슨 말이라도 해봐, 이 망할 여자야?!?!?!?!?!?!?!?!?!?!?!"
"콜록콜록 ──― !"
이 멱살부터 좀 놓고 말해, 키르아 개 자식아!하고 빽 힘있게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엄청난 열과 따가운 목때문에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아니…, 기침을 하는 것이 고작이였다. 게다가, 멱살을 잡은 키르아는 사정없이 앞 뒤로 흔들어댔고, 그 덕분에 시야가 뿌옇게 흐려짐과 동시에 이젠 두 발로 서있는 것마저도 버거웠다.
"야…, 내 말 안 들리냐? 엉?! 입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말을! 아니면, 무시냐?!?!?!?!?!?!"
"…콜록콜록……."
으‥ 진짜 토 할 것 같아……. 주리는 심한 매슥거림을 느꼈고, 처음 느껴보는 그 묘한 통증에 두 눈살을 팍 찌푸렸다.
"으윽…, 너 진짜 죽고 싶어?!?!?!?! 루나녀석만 아니면 넌 진짜 아무것도 아냐?!?!?!?!?! 내가 콱 죽여도 할 말 없다고, 알고 있는 거냐아아아아?!?!?!?!?! 뼈 속 까지, 서민인 주제에?!?!?!?!?!?!?!"
신분제가 온 세상에 존재한다 할지라도, 이곳만은 신분제가 존재 하지 않는 곳. 왕족, 귀족, 평민 3계층이 신분제에 관계 없이 자유롭게 재능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를 펴고 살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성(聖) 플로리아(Floria) 학원 아니였나……?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서민이라는 말은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그리고, 분명 자신의 멱살을 잡고있는 키르아가 욕지거리를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박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울 뿐이였다. 이딴, 감기가 뭐길래! 대체 뭐길래, 이렇게 힘든거냐고?!?!?!?!?! 주리는 반지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일과 더불어 그동안 받아왔던 스트레스로 인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울고싶어도 울지 못할 정도로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이젠, 정말로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을때, 필름이 끊긴 듯, 시야가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그만해‥, 키르아?!?!?!?!"
"……?!"
어디서 달려왔는지 모를 아르카가 힘 없이 축 처진 주리의 멱살을 잡고있는 키르아를 재빨리 말렸다. 갑작스런 아르카의 등장에 키르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는 주리를 내려다보았다. 앙? 뭐,뭐야…… 이 녀석? 그제서야 키르아는 깨달았다. 온 몸에서 열이 팔팔 끓고 있다는 것을.
"나 참…, 이럴 줄 알았어. 어제 그렇게 비를 맞더니……"
아르카는 혀를 차며, 쓰러진 주리를 가볍게 안아 올렸고, 어쩐지 심각해진 상황을 깨달은 화랑들과 하나히메들이 싸우다말고 키르아와 아르카를 향해 달려왔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거야?! 우,우리 막내 왜이래?!?!?!"
평소답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헤츠키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마치, 죽어 가기라도 하는 듯, 아무런 미동없이 아르카의 품안에 잠들어있는 주리는 괴로운 듯이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고, 척 보아도 지독한 감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에…, 마,막내 어디 아픈 거야?!?!?!"
"어,어떻게…… 식은땀 좀 봐?!"
눈물을 글썽글썽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미르와 주리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조용히 닦아주는 세빈.
"아씨…, 키르아 이 새끼야, 주리한테 뭔 짓 한거야?!?!?!"
흥분한 키라는 어깨를 씩씩거리며 키르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키르아의 은발을 무성한 잡초 뽑아내 듯, 세게 잡아뜯기 시작했고,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아프다는 신음 소리를 흘리며 소리를 빽 질러대는 키르아였다.
"아놔…, 이거 놔, 망할 아줌마야?!?!?! 아무 짓도 안했다고, 난! 그냥, 멱살 좀 잡은 것 뿐이라고오오오?!?!?!?!?!"
눈살을 팍 찌푸린 키르아가 신경질 적으로 소리를 버럭 질러대자,
"여자 멱살을 잡다니……, 키르아 조르딕님 답네요. 풍월주라는 분이 참……. 네, 잘하셨어요, 아주 멋지네요. 정말 멋져요, 멋져…."
라며 말을 적날하게 비꼬는 혜정이의 표정은 살벌했다. 뭔가, 그 살벌한 표정 안에는 너같은 새끼는 곧 죽어도 추모는 커녕, 내가 이 성(聖) 플로리아(Floria) 학원 학생들한테 전부 떡 돌릴거다. 란 말이 미묘하게 섞인 것만 같았다.
"진짜 너무해?!?!?!?! 아무리 우리 막내가 싫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짓까지……! 진짜 최악, 완전 최저?!?!?!?!?! 풍월주로써, 아니…… 인간으로써 탈락이야?!?!?!?!?! 이 쓸모없는 영혼 같으니?!?!?!?!?!?!?! 썩 꺼져버려?!?!?!?!?!?!"
"맞아, 맞아 ─── ?!?!?!?!?!?!"
보름이는 아직 상황 판단이 잘 되지 않는‥, 정신이 멍한 키르아의 이마를 검지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대며, 그를 구석까지 몰아붙였고, 아르시에나또한 절실히 동감하는 듯, 노골적으로 키르아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
"흐응‥, 루나가 이 사실을 알게되면 어떻게 하려나 ∼ ? 아주, 화가 단단히 날텐데……."
묘한 웃음을 날리며 키르아를 knock down하게 만든 혜리.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같은 편(?)인‥, 화랑들에게마저도 "심하다."란 소리는 덤으로 듣게 된 키르아는 그저 돌부처마냥 굳어서는 어찌 이 상황을 헤처나가야할지 앞이 캄캄했다.
◇
"으응……"
"아‥ 좀 괜찮아?"
"……?!"
"잠깐‥,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면……!"
눈을 뜨니,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상냥한 눈웃음-‥라고 해도, 주리는 그저, 바람둥이가 여자들을 꼬시는 수많은 방법들 중 하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또한, 가슴이 뛰는 일도 없다, never!-을 짓고있는 아르카 조르딕이였다. 어째서, 아르카 녀석이 날 내려다 보고 있는 걸까?에서부터, 언제 내가 방으로 돌아왔더라?란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되는 순간, 환하게 웃고있는 루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복잡하기만했던, 주리의 머릿속에는 단 한가지, 반지로 가득 채워져버렸다. 이렇게 누워있을 시간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주리는 벌떡‥, 일어났고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해하는 아르카. 아르카의 충고대로 갑자기 일어난 주리는 머리가 찡‥ 하며 어지러웠고, 이내 털썩‥, 다시 누워버리고 말았다. 으아……, 방금 그 찌릿하는 건, 뭐……? 무지무지 아프잖아?!?!?!?!X5 주리는 감기라는게 새삼 무서워지고 있었다.
"37.5˚C, 열이 아직 안 떨어졌어……."
체온계를 빤히 들여다보며 듣기좋은 미성으로 중얼중얼 거리는 아르카.
"네가 왜 내 방에…………아니, 루나랑 같이 쓰고있으니, 내 방이라고는 말하기 뭐하지만…… 어,어찌됐든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너무하네, 정말…. 쓰러진 널 여기까지 안고 온 사람한테……. 게다가, 쭉― 네 수발까지 들고 있……잠깐, 뭐야, 왜그래?"
"누,누,누,누가 안고 왔다고?"
"―내가."
방긋‥, 또 다시 여성들의 코피를 흘리게 만드는 살인 미소.
"으아아아아악, 미친?!?!?!?! 진짜 돌았구나, 너?!?!?!?!?!?!"
"하‥?"
얼레? 이상하다? 이런 반응이 아닌데……? 아르카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주리의 반응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부끄러워한다거나, 쑥스러워한다거나…… 주리에게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지만서두….
"이 미친 새끼가 진짜?!?!?!?! 그냥, 바닦에 버려두고 오지, 왜 안고 와, 안고 오기를?!?!?!?!?!?!?! 그것도 왜 네가?!?!?!?!?! 아오…, 기분 나빠?!?!?!?!?!?!?"
"……어이어이!"
아르카는 정말로 싫어하는 주리의 어조에 슬슬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아르카의 인내심도 여기까지 인가…?
"아르카, 저 자식이 날 만졌어?!?!?!? 내 신체에 저 자식의 손가락이 닿였다니?!?!?!? 아아아아악, 싫다‥, 생각하는 것 조차 싫어?!?!?!?!?!?! 플로리아(Floria)에 있는 여자들이란 여자들은 전부 만진 주제에, 감이 그 더러운 손으로 날 만져……?!?!?!?!?!?!?!?"
빠찍‥, 어쩐지 정말로 기분이 나빠진 아르카였다. 바로 그때, 주리가 빽빽 질러대는 괴음에 귀가 찢어질 듯이 아프다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시끄러, 이 미친 여자야?!?!?!?!?!?!?!?!?!?!?!?!?!?!?!?!?!?!?!?!?!?"
"──?!"
이,이,이 목소리는……?! 무척 귀에 익숙한…… 아니…, 기분이 절로 나빠지는 목소리에 주리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 . 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목소리 No.1인 키르아 조르딕의 음성이 분명했다. 주리는 귀신이라도 나타난 듯, 홱‥, 빠르게 시선을 돌렸고 그 곳에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죽 그릇을 든체 삐딱하게 서있는 키르아가 보였다. 어,어,어째서 저녀석까지 여기에 있는 건데?!?!?!?!?!?! 주리는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는 것만 같았다.
"아놔…, 일어났으면 닥치고 이거나 먹어! 시끄럽게 소리 지르지 말고?!?!?!?! 애초에,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잖아, 이 녀석?!?!?!? 내가 보기엔 멀쩡하구만, 뭐?!?!?!"
조금 소란스럽게 죽 그릇을 내려놓는 키르아와 어떨결에 건네받은 주리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앙…? 뭐냐, 이건………….
"하하…, 그래도 아직 열이 팔팔 끓는다고…. 37.5˚C야."
뭐가 그리 재밌는지 아르카는 키득키득거렸고, 방금 잰 체온계를 보여주자, 눈살을 팍 찌푸리는 키르아.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죽 그릇 옆에 놓아두었던 약마저 주리에게 불쑥 내밀기 시작했다.
"아씨―, 그럼 얼른 죽 먹고 나서, 약 먹어, 약?!?!? 그래야 후딱후딱 낫지?!?!?! 그리고, 네가 얼른 나아야지 내가 이런 짓을 안 해도 된다고오오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녀석은……? 주리는 반쯤 뜬 눈으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아르카와 키르아의 대화에 어리둥절할 뿐이였다. 혹시, 꿈인가?라고 느낄 정도였다. 아르카는 키득키득거리며 웃다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주리에게 시선을 옮겼고, 듣기좋은 미성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키르아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아까부터 줄곧 씩씩거리고만 있었다.
"아까전에, 네가 감기에 걸린 줄도 모르고, 키르아‥ 이 녀석이 멱살 잡았었잖아…. 그때, 너 쓰러졌었거든?"
"……아!"
그제서야, 기억이 난 듯, 씩씩거리는 키르아를 있는힘껏 째리는 주리였다. 아씨…, 저 키르아 개 새끼가 진짜?!?!?!?!?! 아르카는 바로바로 반응하는 주리가 그렇게나 재밌는지 풋하고 웃었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네가 쓰러졌다는 걸, 루나가 알게되면 키르아 저 녀석 무지 깨지거든…. 알고있지? 루나‥, 화나면 엄청 무서운 거."
"…으응."
"그래서, 지금 저 녀석 ― , 저러고 있는 거야……. 나를 포함해서 하나히메들이 ‘막내가 쾌차快差하기 전까지 수발을 들지 않으면, 루나에게 다 뽀롱낼거야.’라고 했거든."
"……그거 협박인가?"
"응, 협박이지."
"아아…………"
"하하·‥, 그랬더니 이 녀석 아까부터 저렇게 뚱해져서는……"
"닥쳐, 이 바람둥이 새꺄?!?!?!?!?"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다는 듯, 주먹으로 아르카의 머리를 내려치는 키르아와 그저, 재밌다는 듯 키득키득거리는 아르카였다. 주리는 짜증으로 잔뜩 뒤섞인 키르아의 표정과 웃음꽃으로 범벅이 된 아르카를 번갈아 보았다. 얼굴은 같지만, 정말로 다르다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여러모로……. 주리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키르아가 내민 죽을 내려다보았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것이, 먹음직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죽이라든가, 약이라든가……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은?"
주리가 낮게 깔린 저음으로 입을 열자, 키르아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있던 아르카가 시선을 돌렸다.
"아……, 이번 파티 일로, 급히 회의할게 있다고 하던데?"
"흐응……."
주리는 나이스 타이밍!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 다음, 씨익 웃었다.
"그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란 말을 덧붙이며, 죽과 약을 아르카에게 건냈고-"하‥?"하며 어쩌다가 건내받은 아르카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이불을 걷어내는 주리였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잊은 건지,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주리를 아르카는 멍하니 쳐다보았고, 벌레 씹은 표정을 짓고있던 키르아가 재빨리 그 앞을 가로 막았다.
"…무슨 헛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너?!?!?!? 내가 아까도 말했잖냐, 네가 얼른 나아야지, 내가 이 짓거리를 안한다고?!?!?!?!?!?!"
"시끄럽거든? 얼른 비켜‥, 나 할 일 있다고, 망할 새꺄?!?!?!?!?!"
"네가 할 일이 뭐가 있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아프면 얌전히 침대에 짱 박혀서, 잠이나 자, 잠이나?!?!?!?!?!?!?!"
"이 새끼가 진짜‥. 자꾸 지랄떨래?!?!?!?!?! 나, 반지 찾아야 하거든?!?!?!? 비키라고, 개 새끼야?!?!?!?!?!?!"
"이 미친 여자가, 어제부터 계속 반지 타령하고 지랄이야?!?!?!?! 네가 반지같은게 어디있다고 난리야?!?!?!?!? 닥치고, 약 먹고 잠이나 처 자?!?!?!?!?!"
"아, 씨바아아아아아아알?!?!?!?!?! 오늘 안에 찾아야 한다고?!?!?!?!?!?!? 네 돈으로는 살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반지란 말이다, 그러니까, 닥치고 비켜?!?!?!?!?!?!?!?!?"
정녕 너는 아픈 것이냐? 아르카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 웃기고 앉아있네?!?!?!?!?!?!? 키르아 조르딕님이 살 수 없는 건,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거든?!?!?!?!?!?!?!?!?!? 서민인 넌 잘 모르겠지만, 내 용돈으로도 네 집 몇 채는 더 살 수 있거든?!?!?!?!?!?!?!?!"
"…뭐,뭐래, 이 개 새끼가?!?!?!?!?!?!?! 우리 집, 봤냐? 엉? 네 눈으로 봤냐고?!?!? 어디서 막말이야, 막말이?!?!?!?!?!?"
"시끄럽고, 잠이나 처 자라고?!?!?!?!?!?!?!?!?!?!?!?!?!?!?!?!?!?!?"
"비켜, 비키라고?!?!?!?!?!?! 오늘 안에, 꼭 찾아야 한다고?!?!?!?!?!?! 루나가?!?! 루나가…… 직접 디자인 한,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반지라고, 이 개 새끼야, 알지도 못하면서?!?!?!?!?!?!?!?!?!?!?!?!?!?!?!?!?!?!?!?!?!?!?!?!?"
―라고 소리를 빽 지르는 주리의 눈에서는 어느세 소리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루나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잃어버리지 않겠다며 걸었던 새끼 손가락이,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반지가…… 머릿속을 온통 점령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갑자기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아버린 주리덕분에 적잖게 당황한 키르아와 아르카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잇지못했다.
- 후기
아, 피곤하다(한숨) 죄죄죄죄죄죄송할 따름입니다!(도주도주도주도주)
|
첫댓글 욕실에서 두명의 노예와~
집이나 모델로 직접 보내드립니다.
3시간-3만원 긴밤-5만원 횟수는 무제한!
발가락부터 머리까지 깨끗히 입사
하루밤 사랑~ 100프로~ 전국 각지 모두 가능~!
시간제한없고 언제든지 만나실 오빠들
http://boze69.com
에 오셔요 상상 그 이상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