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9회 한국뮤지컬대상] 김장섭-서지영 남녀주연상 2003-03-21 22:32 '로미오와 줄리엣' 최우수작품상 등 5개부문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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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무대로 감동을 연출해 낸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 남-녀 주연상을 차지한 김장섭(왼쪽·사랑은 비를 타고)과 서지영(풋루스)이 트로피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김장섭과 서지영이 2003년 최고의 뮤지컬 스타로 탄생했다.
김장섭과 서지영은 2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제9회 한국뮤지컬대상'(스포츠조선 주최, 조선일보ㆍKBS 후원) 시상식에서 각각 남녀주연상을 차지했다.
김장섭은 창작 뮤지컬로는 국내 최초로 1000회 공연을 돌파한 '사랑은 비를 타고'(오디뮤지컬컴퍼니)에서 소박하고 친근한 동욱 역을 열연, 영광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김장섭은 '더 플레이'에서는 주연과 연출을 맡은 재주꾼이다.
서지영은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독주를 펼친 끝에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풋루스'(뮤지컬컴퍼니 대중)에서 다이내믹한 춤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객석을 압도하는 연기를 펼쳐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서지영은 지난해 여우조연상에 이어 주연상까지 차지해 뮤지컬계의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밟고 있다.
최우수작품상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로미오와 줄리엣'(서울예술단)이 수상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최우수작품상 외에 연출상, 남녀신인상, 음악상(데니악 바르탁) 등 5개 부문을 차지해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스타에게 주어지는 남녀신인상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민영기와 조정은이 차지했다.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청춘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애절하게 표현한 두 사람은 생애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움켜잡으며 '샛별'로 떠올랐다.
3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연출상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유희성 감독이 차지했다. '제4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출신의 유희성은 연출 데뷔작으로 연출상을 수상, 가장 큰 이변을 '연출'했다.
국내에 소개된 번역-번안뮤지컬 중 최고작을 가리는 베스트외국뮤지컬상에는 화장실 이야기를 통해 권력다툼을 풍자한 '유린타운'(신시뮤지컬컴퍼니)이 선정됐다.
안무상은 '풋루스'의 사라 변, 기술상은 '태풍'(서울예술단)의 이종일 기술감독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무대미술의상상은 '고려의 아침'(서울예술단)의 무대를 꾸민 천경순과 하성옥이 수상했다. 앙상블상 트로피는 '풋루스' 코러스팀이 가져갔으며, 극본상은 아쉽게도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네티즌들의 투표로 선정된 인기스타상에는 남경주 이건명 김선경 이혜경 등 한국뮤지컬계의 간판스타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으로 지명된 특별상은 지방자치단체로서 뮤지컬 '처용'을 제작하며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한 울산광역시가 선정됐다.
공연예술인 송승환씨와 아나운서 손미나씨의 사회로 열린 이날 시상식은 화려한 축하공연이 릴레이로 펼쳐져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1500여명의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시상식은 KBS TV를 통해 녹화중계된다. 〈 특별취재반〉
"기뻐서 아무 생각도 안나"
남우주연상 김장섭
★사랑은 비를 타고
"아무 생각도 안납니다. 너무 좋아요."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역으로 뮤지컬 팬들에게 이름을 깊이 새긴 13년 경력의 뮤지컬 베테랑도 남우주연상 수상의 순간에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소박한 형 동욱역을 열연한 김장섭은 우리나라 창작뮤지컬계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 같은 배우. 지난해 11월 1000회를 돌파하는 등 창작 뮤지컬로는 최장공연을 기록하고 있는 '사랑은...'이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것도 물론이다.
'오 마이 가스'의 무대를 더 넓혀 '더 플레이'로 거듭나기까지 연출을 맡았던 김장섭은 창작 뮤지컬을 사랑하는 애정의 멘트도 잊지않았다.
"세계를 주름잡는 우리나라 뮤지컬이 많이 나오도록 투자가 줄을 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엄마 나 어떡해~ 상탔어"
여우주연상 서지영
★풋루스
"엄마 나 어떡해, 나 여우주연상 탔어."
빨간색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서지영은 자기 이름이 불리자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더 플레이'로 여우조연상을 탔던 주인공. 단 1년만에 '풋루스'에서 여주인공인 보수적인 목사의 딸 에리얼 역을 멋지게 연기해 '뮤지컬의 여왕'자리에 올랐다.
서지영의 명연기엔 영화 '친구'에 출연했던 친오빠 서태화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축하공연을 보기 위해 어머니와 오빠가 오셨는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감격스럽다"고.
서지영은 "그동안 마음아픈 일이 많았었는데 오늘같이 기뻐서 울게 될 일이 생겨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16년만에 처음 수상"
▲남우조연상 조승룡(몽유도원도)
16년 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몽유도원도' 같은 창작 뮤지컬은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관객 앞에 선보이기까지 어려운 점들이 많다. 전 출연진이 도전하는 정신으로 열과 성의를 다했다. 앞으로도 세계를 주름잡는 우리나라 대표 뮤지컬이 탄생할 때까지 창작 뮤지컬에 온힘을 다 쏟겠다.
"뮤지컬 떠날뻔 했다"
▲여우조연상 이경미(유린타운)
신시뮤지컬 컴퍼니의 박명성대표께서 이번에 상을 타지 못하면 뮤지컬계를 떠나라는 장난기 어린 협박을 하셨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 뮤지컬을 계속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잠시 뮤지컬계를 떠나 있었는데 이제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뮤지컬을 위해 헌신하겠다.
"일생에 한번뿐…감격"
▲남자 신인상 민영기(로미오와 줄리엣)
일생에 단 한번 받을 수 있는 상을 받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부모님과 작품을 위해 애쓴 서울 예술단 식구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잘했다는 상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첫 주연에 수상 기뻐"
▲여자 신인상 조정은(로미오와 줄리엣)
첫 주연에 생애 단 한번 뿐인 신인상을 받게돼 너무 기쁘다.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감독님과 극단 대표님 등 주윗분들이 나를 믿고 맡겨준 덕분이었던 것 같다. 타이틀이 생겨 뿌듯한 만큼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 앞으로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활동하겠다. 이 순간 스승인 계원예고 박기원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선배들께 죄송"
▲연출상 유희성(로미오와 줄리엣)
스승이나 마찬가지인 선배 연출자들을 제치고 상을 타게 돼 죄송한 마음이다. 부족함을 알기에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연출자로 첫 발을 내디뎠지만 내가 연기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앞으로 연기와 연출을 겸해 많은 활동을 하고싶다.
최다 노미네이트 행복
▲최우수작품상 로미오와 줄리엣(연출 유희성)
이번 시상식에서 최다부문에 노미네이트돼서 말할 수 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이번 작품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세익스피어의 원작 자체의 저명도와 음악의 힘, 그리고 서울예술단 앙상블의 저력이 이제 와서 발휘된 결과였다. 앞으로 자만하지 않고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시상식 이모저모
'팝페라' 임형주 의상 눈길
○…축하공연을 한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작품인 순백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앙드레 김은 축하공연 후 무대 뒤까지 임형주를 찾아와 격려하는 정성을 보였다.
송윤아 몸매 드러나는 원피스
○…영화배우 송윤아가 등이 시원하게 드러나는 검정색 원피스 차림으로 참석해 무대를 빛냈다. 하원 스포츠조선 사장과 함께 최우수작품상 시상자로 행사를 마친 송윤아는 "지난해 말 제23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타는 등 스포츠조선과 인연이 깊다"며 각별한 의리를 과시.
앙드레김-김선경 서로 "팬이에요"
○…앙상블상과 베스트 외국뮤지컬상 시상자로 만난 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뮤지컬 스타 김선경은 서로가 팬이라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뮤지컬에서 김선경의 춤과 노래에 매료됐다는 앙드레 김은 김선경에게 "오늘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잘 지도해주세요"라고 부탁을 했고, 이어 김선경은 "선생님의 우아한 패션 감각은 꼭 닮고 싶어요"라며 화답했다.
서지영, 친오빠 서태화와 포옹
○…영화 '친구'에 출연했던 배우 서태화는 친동생인 서지영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무대 뒤로 올라가 뜨겁게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시상식장에서도 울음을 터뜨리며 무대를 숙연하게 했던 서지영은 무대 뒤로 찾아온 어머니, 이모 등 가족들의 품에 안겨 또다시 펑펑 눈물을 흘리기도.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취재반
서주영 기자 juleseo@ 이영주 기자 sun@ 한준규 기자 manbok@ (이상 문화부) 전상희 기자 frog@ 정현석 기자 hschung@ 이찬호 기자 hahohe@ (이상 연예부) 신보선 차장대우 sbs@ 김재현 차장대우 basser@ 최문영 기자 deer@ 전준엽 기자 noodle@ (이상 사진부)
◇제9회 한국뮤지컬대상 심사표 <1차투표:○, 2차투표:▲, 3차투표:●>
부 문
심 사 위 원
김문환
김윤철
박용재
서연호
유민영
유인촌
이혜경
최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