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4.26~27] 동행~
등산학교의 전과정이 5주차 독도 교육과 수료식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강사 교육 포함 7주의 주중 수요일과 주말 이틀을 등산학교에 매달린 셈이네요.
한낱 찰나와 같은 시간의 흐름일 뿐인 것인대 웬걸요 제법 긴 여정이었던가 봅니다.
늘 일정에 쫓겼지만 그래도 행복하였다 여겨지는 것은
이리라도 산에 들었던 것이요 이리라도 산에 들어 좋은 사람을 만났던 까닭이겠지요.
이제 돌아와 되새김에 모두가 좋은 추억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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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걸었다.
등산학교의 마지막 5주차 교육이 열리기로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을 찾는 것은 의미 있는 것이다.
지척에 두어 그 소중함을 좀체 느끼지 못하고 마는 산.
산은 그러나 그 헤일 길 없는 깊고도 넓은 심사로
알아주거나 몰라주거나 그저 묵묵히 사람에게 따신 품을 내어주고야 만다.
보름의 환한 달빛 아래라면 산의 보드라운 실루엣 곱기도 하련만
오늘은 한참을 기운 달빛을 벗 삼아 산에 들어야 할 모양이다.
하지만 동기간 밀어주고 끌어주고 집중하여 걸음할테니 이로써도 좋기만 하다.
볼 품 없거나 이름 있거나 어디라도 산은 산일 뿐.
좋고 나쁨이 있지 않으며 드는 이 마다의 심사가 다를 뿐인 것 아닌가 한다.
교육생들의 오늘 남다른 이유로 오른 금정산의 향과 색채는 어떠하였을까?
<내 소중한 산, 금정산>
흡사 내 어머니의 품과 같은 산.
산은 적어도 백번은 오르고서야 그럭 안다 할것인가.
걸음으로 백번, 마음으로 천번을 오르고서야 그럭 안다 할것인가.
5주차 첫날의 교육은 야간 산행이다. 4시간 남짓을 예정한지라
코스는 범어사서 출발하여 계명봉과 장군봉간 사배고개를 들머리로 잡아
장군봉을 거쳐 고당봉에 오르고 북문과 원효봉, 의상봉을 지나
나비암에서 달빛과 별빛 아래 야영을 할 것이다.
산 너울 저 멀리 장군평전과 장군봉이 펼쳐졌다.
사배고개서 장군평전 오르는 길은 제법의 가풀막이 30여분 이어지나
우거진 숲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며 올라서는 거친호흡과 굵은 땀방울도
맞아주는 평전의 시원한 바람에 이르러는 제격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범어사 경내를 돌아 오를 테니 자연 금정8경의 다수를
눈으로 또는 마음으로 느끼며 오를테다.
교육생과 나눈 금정8경이 아련하다.
어산노송/魚山老松 (어산교 주변의 노송의 아름다움)
계명추월/鷄鳴秋月 (계명암의 가을달의 운치)
고당귀운/姑堂歸雲 (고당봉에서 구름이 휘감고 도는 선경)
대성은수/大聖隱水 (대성암의 흐르는 맑은 물소리)
의상망해/義湘望海 (의상대서 바라보는 바다)
내원모종/內院募鐘 (내원암의 청아한 종소리)
청련야우/靑蓮夜雨 (청련암 대숲에 내리는 빗소리)
금강만풍/金剛晩楓 (금강암의 가을단풍)
고당봉 전경.
고작 801m의 초라한 세상의 기준이지만 자태 고고하기만 하여 함부로 넘보지 못할 산의 정상이다.
지난 겨우내 정상으로 오르기 쉽게 나무계단을 설치하였는 바,
혹자는 불평이요 혹자는 산을 버려 놓았다고까지 혹평이더라만은
산을 잘 모르고 고작 드는 즐거움 요만치 아는 자의 눈으로는
저 멀리 오지의 산이 아닐 바에야 개발과 보존의 적절한 균형을 담보로는
도심의 산으로는 이런 편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구름도 가던 길 돌아온다는 이 아름다운 경치며 이 행복한 바람이며
어이 젊어 걸을만한 나만 쉬이 찾아 좋다 좋다 할 것인가.
내 이리 기르느라 허리 휘고 무릎 아픈 우리 할매, 엄마도 좀 다녀가면 좋을 것 아닌가.
고당봉을 내려서 북문을 지나 원효봉에 오르면
저 멀리 아기자기한 눈맛의 산성길이 흐뭇하다.
꼬불꼬불 산성을 이어 무명 암릉과 의상봉이 멋지고
그 뒤로 부산 클라이머들의 요람인 부채바위가 장대하다.
그 너머로는 또 3망루와 나비암이
올망졸망 자리하고 있고...
부채바위 곁에서 뒤돌아본 4망루와 의상봉, 무명 암릉.
의상봉과 무명암릉 사이로 원효봉이 솟았다.
3망루와 뒤로 나비암 전경.
앞으로 철쭉인지 진달래인지 연분홍의 꽃이 곱다.
<동행>
산길, 누구라도 같이 오르면 행복할진대
이윽고 악우가 될 사람들과의 동행이라니 긴장에 앞서 설레인다.
그길, 바람소리, 새소리, 벌레소리 마저
내내 동행하는 것이니 구슬의 땀에도 힘든 줄 모르고 오르겠다.
들머리인 범어사 초입에서...
금정산과 범어사 그리고 금정8경을 설명하고
오늘 야간산행의 주의점등을 전달하고 있다.
애초 등산학교 운영등 지원팀장의 역할이지만
금정산을 쪼매 더 알고 걸음에 능하다는(?) 이유로 야간산행을 총괄하였다.
자세는 조금 건방져 보이지만 아주 부드러운 강사인지라
내가 이끄는 동안에는 교육생들이 편안해 하였다는 미확인의 후일담이...ㅋ
교육의 일환으로 하중 훈련을 겸한지라 배낭의 무게가
남자 20kg, 여자 15kg 이상으로 만만치 않았을텐데
내색없이 걸음에 집중하는 교육생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12시 취침, 그리고 새벽 4시 10분 비상.
원래는 5시 점호인데 마지막 주엔 비상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경험하는
비상을 교육생들 모르게 걸게 된다.
기본의류와 신발, 식량, 의약품등의 순서로 급히 챙겨 현장을 탈출하는 연습인데
고작 2분의 시간 주어짐에도 지난 5주간의 교육에서 몸에 밴 듯 빠른 집합을 하여 다행이었다.
솔직히 12시 취침 후 뒷정리하고 새벽 1시 넘어 잠든지라 내가 더 피곤했던 듯 하다.
그래도 집 나서 자연에서 내 한 몸 누이면 하시라도 머리가 맑고 좋은 것이니
때로의 이런 긴장감도 세월 흘러는 추억이 될 모양이다.
역시 상당히 질책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격려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어 4시 40분 부터 칡흑의 어둠을 뚫고 아침 구보를 시작하였다.
북문까지의 구보를 마치고 금정산장 앞 세심정에서 갈증을 푸는데
저 멀리 동쪽으로 검붉은 해가 솟아 오른다.
매일의 떠오르는 해이건만 오늘의 일출은 남다른 느낌이었던가.
교육생들이 저마다 탄성이다. 한참을 바라 보았다.
산을 오름에 맞는 일출이란 언제나 생명의 뜨거운 기운인 탓이겠지.
야간 산행이 제법 힘들었던지 지난 3, 4주차의 도로 구보를 잘 소화해내던
교육생들의 걸음이 무척 무거웠다. 언덕에선 제대로 달리지 못하고 걷는 횟수도 늘고...
일출에 넋을 놓아 지체가 되었는지라 걸음을 재촉하려
원효봉에서 의상봉까지 내쳐 달린다.
5km 산악구보를 마치고 쿨링 다운중~
여러 선배들과 대산련부산연맹 회장, 전무등 외빈을 모시고
산악회 회관에서 등산학교 수료식을 가졌다.
50~60년대 초창기 남녁의 등산 문화를
선도한 산악회 대선배님의 축사가 이어지고...
당시 부산서 지리산 한번 다녀가는 것이 요사이의 원정과 같은 개념인지라
걷고 차 얻어타고를 반복하며 40~50kg 배낭 메고 간 걸음이 2주에서 3주 정도 걸렸다 하니
고작 당일로도 성삼재서 천왕봉을 다녀가는 지금에야
참말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겠다. 그리 다니며 길을 개척한 선배들이 고마울밖에.
막걸리 로타리^^;
딱히 바람직한 음주문화는 아니지만 오랜 전통인지라 쉽게 그만두지못하느가 보다.
가볍게 한잔씩 하며 교육동안의 금주 스트레스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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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벌써 추억이 되어 행복한 5주간의 교육이 마무리 되었다.
교육생들의 악우되는 첫걸음을 격려도 하였다.
어떠한가? 알 수 없는 허무에 누구는 기운도 빠질테지.
한편 생각하면 드디어 해내었구나, 행복도 가득할테고.
산에 들어 리오넬 테레이의 '무상의 행위'의 깊은 가르침
깨달아 가는 길에 신입 교육생들 동행하면 좋겠고
지난 5주간이 아니 7주간이 내게도 소중하고도 진한 추억 되었으니
건강한 수료에 축하 박수 전하며 이리 인연되었음을 감사도 해본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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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리를 빌어 무궁한 발전이 예상되는 서울등산학교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채식주의님 축하드리구요 저는 이번주 연휴 가족캠핑을 하고 나면 다음주는 필히 그야말로 쏠로캠핑 한번 다녀올까 합니다. 조용히 편안하게...
필기시험에서 컨닝하다 점수가 ㅎㅎ 우수한 성적은 못되어두 대견하게 생각해주시더라구요
벌써 7주가 지났군요. 부채바위 밑에서 군기잡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모두 사고 없이 무사히 수료하게 되어 다행이고 축하드립니다....팬다패라네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가족간 캠핑 모습 늘 부러워요~
글 읽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로.. ^^ 팬다패라네님이야말로 글 잘쓰시기로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긴 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졸업생 모두 축하드린다고 전해주세요.. ^^ 사무실이라 듣지는 못하지만.. 설악으로 가는 길 양희은의 한계령을 들으며 한계령을 넘고 싶습니다.. ^^
과찬에....^^;
안전하게 교육을 마치셨다니 다행이네요.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안전!!!
퇴근하고 한잔 하고 들어와 크게 틀어놓고 노래 들으니.. 왠지 눈물이.. ㅋㅋㅋ
^^;
어머 ^^ 저두 노래들으면서 술잔기울이면 웬지 가슴이 찡 하던데 ㅎㅎ
어래간만에 들통주 보네요.,,,저희는 일명 충성주,,,맨위 선배님 따악 한모금 드실 양만 남기고 쫄따구 부터 들이켜던 들통주,,,ㅋㅋㅋ..두잔째 돌기 시작하면 들통 들 힘이 없어 자빠지기 일쑤..ㅎㅎ..저기에 막걸리 담아 들고 올라가면 냄새는 또..ㅎㅎㅎ...그런데 얼음이 없어도 한여름 뙤약벝에 그렇게도 시원하고 톡 쏘던지..지금 입에 마악 군침이 돕니다...착한 산악대장님..저도 처가집가면 아침마다 금정산 산보하러 올라갑니다..갑자기 생각 많이 나네요..부산 갈매기...ㅋㅋㅋ
처댁이 부산인가 봅니다^^ 금정산서의 조우를 기약합니다~
드뎌 등산학교가 끝났네요.. 한줄로 서있는 교육생들 앞에 팬다패라네님 모습이 위풍당당하시네요.. 그림보다 글이 많이 후기 언제나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