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출산 재벌 2∼3세들이 모범 보여야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가 4강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데 강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축구대회라는 이벤트가 그 어떤 교육보다도 더 큰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기성세대든 신세대든 모두가 이런 현상에 고무되었고, 같은 공간에서 살고 같은 언어를 쓰면서, 전통과 역사를 공유하고 미래에 대한 설계를 같이 할 수 있는 공동체성이 살아있음에 흐뭇해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원정 출산이 확산되어 갔다. 이제는 계층을 불문하고 연간 7,000여 건의 원정 출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원정 출산은 공동체 근원의 하나인 공간의 공유를 부정하거나 혐오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시류를 월드컵 4강 열기 속에서 분출되었던 공동체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에 비교하면 착잡한 생각이 든다.
축구대회와 같은 이벤트는 일시적인 것이고 국적을 취득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은 영속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나아가 개인의 자치와 선택이 중시되는 다원주의 사회 다가치 사회에서 이민과 출산은 개인 차원의 문제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시시비비를 따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가능하다.
원정 출산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까닭은 그것이 사회 병리적 현상의 하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원정 출산 동기 중의 하나는 신생아에게 외국 국적을 취득케 함으로써 병역을 면제받게 하는 것이다. 그 외 한국에서의 교육 문제와 미래의 불투명성도 한 몫 한다.
이민 상품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특히 자녀의 교육 문제와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그 동기로 삼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전체가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이자 공동체 전체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런 문제로 이민을 가는 것은 가정사가 복잡하다고 가출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비유할 수 있다.
최근 조현아(39) 대한항공 부사장이 미국 하와이에서 쌍둥이 아들을 원정 출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 2010년 초등학교 동창인 성형외과 원장과 결혼했다. 미국은 6개월 이상 체류자에 한해 자녀출산 시 국적획득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 부사장이 태어날 아이가 아들임을 확인하고 병역회피를 위해 의도적으로 하와이에 미리 가 원정출산을 감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관광비자로는 6개월 이상 체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 부사장이 자녀 출산을 위해 합법적으로 장기체류가 가능하고 회사 파견 등의 목적으로 체류가 가능한 비자 등을 편법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3월20일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 L.A. 윌셔그랜드호텔 재개발과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 리노베이션 총괄담당으로 전근 발령받아 미국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모든 구성원을 완벽하고 완전하게 만족시켜줄 공동체는 아마도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에 대해서 비난할 것은 못 된다. 그러나 그 동기가 공동체의 의무를 면탈하기 위한 것이라면 비난받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의무를 면하기 위한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환멸로 이민을 생각하는 경우도 넓은 의미에서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정 출산은 짧은 기간 동안 고도성장을 이룬 우리 사회가 낳은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의 삶에 대한 설계가 성장 속도만큼이나 예측 불가능하며, 경제 성장만큼 삶의 질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 만들어가고 확보해야 할 전체로서의 공동체의 부담이자 의무다. 특히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솔선해야 할 재벌 2~3세들은 우리 사회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첫댓글 세상만사가 각양각색이다 보니 이런사람 저런사람 그져 참 이네요.
부유층 일수로 원정 출산이 빈번한것 같아요. 병력문제와도 관련이 있지요
울 가까운 친척도 더러 있더군요.
울집 큰아들 막둥이 모두 해병대... 그래서 표항에서 훈련 받았지요.
공감하는 글 감사합니다.
가진 자, 배운 자, 권력있는 자들이 먼저 솔선해야겠지요. 멋진 아들두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