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빗장 수비에는 단신 파비오 칸나바로의 지휘가 절대적이다.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
방스보 교수는 특히 훌륭한 수비수들에게 요구되는 항목으로 스피드, 한 동작에 순간적인 큰 힘을 쓰는 능력, 빠른 방향전환, 이동성 및 유연성을 꼽았다. 또한 인성과 기술, 전술 이해도 및 강한 정신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체 능력은 이런 항목 중 하나에 불과할 뿐 한 축구선수의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그는 현 레알 마드리드 소속인 파비오 칸나바로(34)를 예로 들었다. 칸나바로는 나폴리 유스팀 시절 키가 작은데다 별다른 특기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등과 가슴이 굽어있는 등 전통적인 축구선수의 몸매가 아니라는 이유로 간신히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할 수 있다. 그러나 칸나바로는 약점을 극복하고 훌륭한 수비수로 성장해 인테르밀란과 유벤투스 등 명문팀을 거쳤다. 2006년 이탈리아의 독일월드컵 우승 때 주전멤버로 활약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과 유럽 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하며 선수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키가 전부가 아니다
리오넬 메시는 아디다스 광고에서 11살 때 자신의 성장 호르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키가 작은 만큼 더 날쌨고 공을 절대 공중에 띄우지 않는 나만의 축구 기술을 터득했어"라고 고백했다. 메시의 말처럼 축구에서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름을 남긴 선수는 수없이 많다. 펠레(170㎝) 마라도나(168㎝) 게르트 뮬러(173㎝) 파올로 로시(169㎝) 등 축구와 월드컵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이들은 평균적인 키의 소유자였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항상 자기보다 큰 선수만을 상대한다. 그러나 메시의 축구 스킬은 항상 상대를 압도한다.ⓒ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명예 국가 지도자'상을 받은 라우레아노 루이스 전 바르셀로나 감독은 자신의 칼럼에서 축구는 큰 선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했다. 루이스는 요즘 감독이나 구단주들은 큰 체격의 선수들을 선호한다면서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리그에는 특별할 것 없이 키만 큰 선수들이 넘쳐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특별한 재주를 지닌 작은 선수들은 풋살 경기에서나 찾아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진정한 축구의 세계를 훼손시키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루이스는 키 작은 선수들이 최고의 팀을 구성한 예로 프랭크 레이카르트 감독이 이끄는 바르셀로나를 꼽았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대체로 라이벌팀의 스쿼드보다 덩치가 작다. 앞에 나온 메시 외에도 호나우디뉴(178㎝) 사비 에르난데스(168㎝) 데코(174㎝) 안드레스 이니에스타(170㎝) 등의 주전선수나 보얀 크르키치(170㎝)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174㎝)와 같은 유망한 신예들은 일반인의 평균키 정도에 불과하다. 팀 내에서 상대적으로 키가 큰 편인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179㎝)과 가브리엘 밀리토(178㎝)도 맞상대하는 공격수들에 비해서 체격조건이 불리한 편이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선수들의 키와 상관없이 여전히 유럽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티에리 앙리나 야야 투레, 에릭 아비달과 같은 큰 선수가 없던 2004~2007의 바르셀로나의 평균 신장은 더 낮아진다. 그러나 이 기간에 바르셀로나는 2회의 리그 우승과 1회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아름다운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 멤버에 180cm가 넘는 선수는 없다. 그렇지만 바르셀로나는 유럽 최강 중 하나다.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
◇축구선수에게 키보다 중요한 것은
루이스는 좋은 축구선수가 되는 데는 키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키 작은 선수들이 중앙에서의 세밀한 플레이, 그라운드에 밀착한 개인플레이, 방향전환, 순발력을 이용한 위치 선점 및 변경, 숏패스에 우위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키 큰 선수들은 고공플레이, 헤딩, 긴 패스에 이은 약속된 플레이, 장거리를 뛰는 능력이 앞선다. 힘을 이용해 상대 선수로부터 볼을 쉽게 지켜낼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격조건이 아니다. 축구에 대한 이해와 느낌, 축구선수로서의 지능이다. 그리고 작은 선수들은 불리한 신체 조건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 이런 감각을 몸에 익힐 수 있다.
체육과학연구원의 김광준 박사는 "축구선수에게 이상적인 체격조건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일순간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순발력과 경기 내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심폐 능력이 오히려 키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일반인의 경우 1분당 심박수가 60~80이면 마라톤 선수의 심폐 능력은 30대 초반이다. 그리고 키가 175㎝로 일반인과 별다를 바 없는 박지성은 30대 중반으로 마라톤 선수급 심폐능력을 자랑한다.
박지성보다 큰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 그렇지만 박지성보다 뛰어난 선수는 많지 않다.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
|
메시는 광고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제 나는 알아. 때로는 아주 나쁜 일이 아주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걸"이라고 했다. 메시의 말처럼 키, 그것은 축구선수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073&aid=00000906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