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_앵두나무
한해 동안 만나갈 나무는 집 마당 사과나무 옆 앵두나무다. ㅎㅎ
전에 헷갈려서 사과나무를 앵두나무라고 생각하여 만났다. 가만 생각해보면 앵두나무는 자신이 앵두인데 옆에 있는 나무한테 앵두라고 하고 살피기만 해줘서 (약간) 기분이 좋진 않았을 것 같다. 앵두나무를 한 이유는... 앵두나무가 사과나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잘 살피지 않았다.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자신 나름대로 수고 했을 앵두나무에게 끌리고 미안해서 만나가고 싶었다. 올해는 진정한! 앵두나무와 만나가야겠다.
앵두나무 : 날 잘알지? 옆에 많이 있었잖아. (물론 너를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올 한해는 너와 더 깊게 만나가고 싶어. 너도 기다렸지? (우리...) 잘 만나가며 힘이 되어줄게. 지켜봐주고 기다려줘서 고맙다!
3월 4일 (달)
앵두나무는 참 신기하게 생긴 것 같다. (모양이) 다들 사과나무보러 가봤을때 알겠지만, 코너를 도는 곳에 앵두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1/3은 트인데를 보고 있고, 2/3는 좁은 통로에 있다) 나뭇가지들은 한쪽으로 많이 뻗어 있다. 3,4가지 (두꺼운) 가지들이 왼쪽으로 뻗었고, 중심이 왼쪽으로 있다. (ㄱ 또는 ㄴ을 볼 수 있다) 또 가지들이 담 너머로 가 있어서 가지치기를 해야할 지 모른다. 자세히보니 벌써 새순이 돋아 있었다. 아....벌써는 아닐까? 뭔가 난 벌써인 느낌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집에서 나오고 들어갈때마다 계속 보고 싶다.
# 은혜_자목련
내가 고른 나무는 자목련이다.
며칠 전부터 계속 나무를 찾아 헤메다가 겨우 겨우 나무를 골랐다.
살구나무 배움터 올라가는 길, 삼광빌라 옆에 있는 자목련인데, 예전 초등학교때 배움터 올라가면서 꽃이 예쁘게 폈을때 봤던 것도 생각이 났다. 봉오리가 있었는데 왠지 겨울을 나면서 새 생명을 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따. 잎이 없어서 어딘가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생명력이 뿜어져 나오는게 나한테도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윗동네를 많이 가볼 일이 없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윗동네로 산책하며 나무이야기도 하려고 골랐다. 앞으로 가는 것에 귀찮아 하지 않고 잘 만나가고 싶다.
3월 27일 (물)
오늘은 같은 시간에 가서 나무관찰을 했다. 관찰을 하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나뭇가지가 있으면 색도 다르고, 이상하게 위로만 쭉 뻗은 가지가 있다. 새로난 가지같아 보인다. 무슨일이 있었나?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꽃봉오리 안에 자주색 꽃이 보인다. 왠지 봄의 기운이 더 느껴진다. 이 생각을 하고 있을때 고개를 돌리자 갑자기 뒤에서 따뜻한 바람이 잠깐 불었다. (실제!)
# 해성_침엽수
올 한해 만나갈 나무는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오르막길 끝 모퉁이에 있는 침엽수이다. 사실 이 나무를 고르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침엽수가 아주 조금씩 변화해 갈텐데 내가 그걸 기다려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나무이야기에 쓸 말이 없으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있어서 선택을 미뤘었다.
이제는 그런 어려운 일도 좋은 배움 삼아가고 싶다고 마음 정했다. 내가 나무이야기를 "나무는 그대로다"라고 쓰거나 선인장 얘기만하면 이해해주길 바란다. 나무야 만나기도 전에 포기하는 마음가져서 미안해. 올 한해 잘 부탁한다! 아직 나무 종류도 정확하게 모르지만 차차 알아가고 싶다.
3월 27일 (물)
오늘 학교 끝나고 집에 오는데 한 할머니가 나무 밑에 앉아 쉬고계셨다. 그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다. 나무들은 언제나 자기 품을 내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아래에서 편안함을 누리는 것이다. 나무는 어떠한 변화를 겪는다기보다는 그 자리에서 깊게 뿌리내리고 자신을 내어주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나무아래서 쉬고 있으면 그래서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떠나면 참 뿌듯하다. 나무야 응원해!
# 은율_복숭아나무
집 아페 나무가 너무 많아서 고민 잠깐 하다가, 마음가는 .. 저절로 마음이 가는 이로 정했다. 철조망 너머에 있는 복숭아 나무였다. 그냥 나무를 보는 순간 "넌 올해 내 동무가 될거야!" 의도치않게 그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사했다. 왠지 모르지만 너에게 마음이 갔다고. 그렇게 간 만큼 널 만나가고 싶다라고 해줬다. 나무도 흔쾌히 그러자 했다. 기뻤다. 앞으로의 만날 날들이 기대된다. 올해 또 한번의 선생님이 되어주길. 또 즐거운 벗이 되어주길. 나 또한 나무에게 좋은 벗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3월 20일 (물)
복숭아 나무는 꽃봉오리 같은게 좀더 커지고 색도 더 선명해졌다. 언제쯤 꽃을 피울까. 어떤 꽃을 피울까. 아주 작은 변화 말고는 겉으로 보기엔 조용했다. 자꾸 조바심이 났다. 그래도 어찌보니 생기 넘쳐 보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겉보기가 다가 아니라는 걸. 나무가 보기에 나는 한심해 보였겠다. 잘 기다려줘야겠다. 나무는 산에 있어서 참 좋겠다. 동무도 많고,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 많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 있는 차의 매연을 빼면 말이다.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그래서 기뻤는데 오래 못갔다. 왜냐면 전 동무인 단풍나무가 가지가 다 짤려나갔기 때문이다. 슬펐다. 왜 거기에 심겨졌을까. 조금 가지치기는 괜찮은데 몽땅 잘려나다니... 안타까웠다. 그래도 힘 잘 내리라 믿는다. 복숭아의 생기 전해주고 싶다. 나의 기운도 말이다.
# 뿌리지현_목련나무
집 창문 너머 키큰 목련과 이사온 다음해 몸통이 잘렸던 목련 두 나무를 지난해 만났다. 봄 첫꽃 피우는 나무 정도로 마음에 들어와있던 나무가 한해 갈무리할때는 많은 사연을 주고받은 사이가 되었었다. 순간순간이 담고 있던 신비나 아름다움을 오롯이 잘 느끼지 못하고 첫 만남했다 싶어 새 마음으로 새로이 만나보고 싶었다. 무심한 듯 깊게. 그렇게 목련나무를 다시 마음에 품는다.
3월 31일 (해)
28일에는 비가 오고, 29일에는 황사가 짙었다. 지난해에 견줘 올 3월에는 비도 자주 오고 쌀쌀하다. 지난해 이맘 때 쓴 나무이야기를 열어보았다. 곧 피겠지... 하며 설렘을 주던 목련 봉오리가 그리도 시간을 끌다 3월 31일 윗쪽부터 피어나기 시작해 저녁때는 숲속에 전등을 켠 듯 환~하였다.
같은 날인 오늘은 아직 멀었구나.. 느긋하게 기다리게 하는 봉오리 모양이다. 그래도 알 수 없다. 이러다 새로운 변수를 만나 갑작스레 피어날지도... 지난해와 같은 듯 다름을 보며 신비함과 재미가 더 하다.
# 남우_보리수나무
작년 또 재작년 매년 우리에게 열매를 내어주었던 보리수나무가 궁금해졌고 올 한해 깊게 보고 싶다.
3월 4일 (달)
올해 함께 한 나무는 이웃집 보리수나무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매년 열매를 나눠줬던 나무라 익숙한데 이렇게 나무이야기로 만나니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제 곧 보리수가 열릴거라 기대되고 올해도 풍성했으면 좋겠다. 한해동안 정 쌓고 다음번에 만날때면 더 반갑고 친한 그런 사이로 만들어가고 싶다.
#현아_단풍나무
왠지는 모르겠지만 전부터 단풍나무를 좋아했다. 그렇다고 열심히 관찰해 본 적은 없다.
원래 좋아하는 나무기도 하니까. 내가 동무 삼으면 마음을 더 풍성하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나무는 고운울림 위에 있는 나무다. 나무와 둘이서 조용한 시간 넉넉하게 가지고 싶었고, 일부러 좀 멀리있는 나무로 정하기도 했다. 나무 만날겸 해서 산책도 좀 하고, 나도 마음을 더 열심히 내보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3월 12일 (불)
오늘 날씨가 흐리다. 조금 전까지 비가 부슬부슬 왔다. 나무 옆에 꽃이 다섯 개 생겼다. 누가 와서 심었는지 이름표도 꽂아놨다. 이곳을 가꾸는 사람이 있구나 싶다. 나무는 동무들이 더 생겨서 심심하거나 외롭진 않겠다. 나뭇가지 끝에 조그맣게 순이 올라온게 보인다. 많이 애쓰고 있구나 느꼈다. 가지를 보면, 굵은 가지에서 얇은 가지를 내고, 거기서 또 내고 또 낸다. 정말 힘 내서 열심히 했겠구나 싶다. 이 나무도 ‘나처럼 힘 내고 있고, 애쓰고 있구나’ 싶어 고마웠고, 힘이 났다. 올해 참 좋은 동무 되겠구나 싶다.
첫댓글 나무와 마음 나누며 서로 힘 주고받을 멋진 날들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