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새해가 어느새 밝아왔습니다...그리고 첫 쉬는 토요일이 든 1박 2일의 여정이 가능해져서 우선 울진의 남은 구간을 먼저 걷기 위하여 계획을 잡았습니다...
가능하다면 울진의 엑스포공원부터 죽변까지의 26구간을 지나 짧은 부구까지의 27구간과 허용된다면 28구간 원덕까지 가서 강원도에 입성을 한 후 남은 영덕구간을 마저 걷고 겨울맞이를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금요일...서울에서 중학교 절친이 오랫만에 내려와 잠시 함께 하고서 집으로 돌아와 얼른 잠을 청합니다...목감기 기운이 조금 있어서 걱정스러웠으나 뭐...8년간 걸리지 않은 감긴데...하며 잠이 들었네요.
아침 4시 반 - 어김없이 자명종은 울려대고 얼른 일어나 준비를 한 후 미리 꾸려둔 이틀간의 배낭을 다시금 점검한 후 집을 나섭니다...이것저것 뚜벅이로 가야만 하니 짐이 제법 빵빵하네요...ㅠ.ㅠ
이젠 정이 들어버린 새벽 6시 첫 동해안 북행차...일행을 만나 차를 타고 곧장 모자란 잠을 청해봅니다. 버스는 어느새 포항 터미널에 도착하고...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후 8시에 다시 출발하는 버스를 탑니다. 오늘은 강구, 영덕을 지나 영해도 지나고 후포, 흥해, 기성, 망양 등 6월에 이곳을 걷고 지나쳤던 풍경을 바라보며 한없이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잠시 망양에서 쉬는데 기사님에게 슬쩍 물어봅니다...
"혹시 근남에도 서요?"
"근남...? 거긴 울진 바로 밑이라 안서는데..."
그런데 10시 반이 올라갈 무렵 기사님이 갑자기 부르십니다...근남에 잠깐 세워줄테니 얼른 내리라고...워낙 멀리서 올라와서 서비스 하신다고...무뚝뚝하지만 경상도식 정이 넘치는 배려에 우리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울진읍까지 가서 버스나 택시를타고 여기까지 도로 내려와야할 상황이었음...ㅎㅎ)
근남면 수산교 바로 26구간의 시작점입니다...다리를 건너면서 오늘의 일정이 시작됩니다.
다리를 건너니 오른쪽으로 엑스포 공원이 있습니다...
엑스포 공원과 왕피천의 하구 사이에 난 길은 산책로로 더없이 좋습니다...
강건너 오른쪽으로 산위에 보이는 정자가 바로 망양정입니다...경관이 정말 뛰어난 곳에 설치되었는데, 실은 원위치가 아니고 옮겨진 것이라고...
울진 아쿠아리움입니다...아직 재개장전인 듯합니다...
이렇게 죽 걸어가다보니 울진읍을 거쳐 흘러나가는 또하나의 하천인 남대천변을 만납니다.
남대천에는 이렇게 잠수교가 걸려있는데, 하구쪽으로 새로운 보행자용 다리가 만들어지고 있어서 이 다리가 잠겼을 때 바로 옆을 지나는 동해대로 차량전용도로 다리를 건너는 일이 곧 없어질 듯합니다...
남대천에는 은어도 많이 올라오고 오리들도 많이 서식하고 있네요...
잠수교를 건너 우측으로 바닷가쪽으로 나가니 작은 마을이 있고 그 끝에는 이렇게 가파르게 산을 올라가는 난간이 걸려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잠시 10여분간 상당히 가파른 언덕을 올라서는데, 제법 긴 능선을 가게 됩니다.
왕피천, 혹은 광천과 남대천, 그리고 바다가 만나는 멋진 장면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한동안 이런 산길을 오르락내리락...도로를 걷는 것보다 훨씬 편안합니다.
산길을 내려오니 신 7번국도인 동해대로 위를 지나갑니다...
연지리로 접어드는데 잠시 사유지를 지나칩니다...이렇게 길을 내어주신 분께 감사를...
연호교차로 쪽으로 내려오니 울진읍내로 진입하게 되네요...이렇게 큰 연못이 있습니다...연호공원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여름에 연꽃이 피면 장관이겠습니다...
멀리 울진의료원과 관광호텔이 보이고...
중간에는 연호정이 있는데, 여름에 여기 앉아서 연꽃을 감상하며 더위를 식히면 참으로 멋진 곳이 될 듯합니다...
여기는 엑스포 과학체험관...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네요...
연호공원에서 바닷가쪽으로 빠져나가는 길...저 언덕을 넘으면 바로 바닷가 온양리로 이어지게 됩니다...
드디어 바닷가길이 이어집니다...
저 멀리 보이는 돌출된 곳이 바로 오늘의 마지막 종착지 죽변입니다...
푸르른 하늘과 쪽빛 바다, 그리고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과 온몸으로 이를 뒤집어쓰는 기암괴석들...
이는 울진 바다가 보여주는 투박하고도 솔직한 모습입니다...
영덕은 블루로드인데 울진은 관동팔경 녹색경관길입니다...
드디어 죽변으로 들어섰다는 표시가...
저 멀리 울진의 바닷가가 한눈에 조망되네요...지난 6월 저 길을 열심히 걸어왔지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반가운 이름 - 박찬희...권투선수...침착한 플레이로 유명했던 세계 챔피언이었죠...
지금 그분이 이렇게 사업을 하고 계신건지...?ㅎㅎㅎ
죽변리로 들어서기전 봉평 해수욕장이 있고 봉평을 유명하게 만든 신라비를 전시한 곳이 이렇게 크게 지어져 있습니다...
1988년 이곳 한 농가에 쓰러져있던 돌을 들어올려 뒤집어보니 뜻밖에도 글이 씌여져있어 신고를 하였습니다...그런데 이를 조사했던 학자들이 글씨의 내용이 신라 이두체로 법흥왕이 이곳을 복속한다는 내용이어서 곧장 국보 24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저는 1998년인가에 처음 답사를 왔었는데, 그때는 전각을 만들어 마을부근에 세워두었었죠...
이젠 으리으리한 큰 건물 안에 잘 전시ㄱ되어 있습니다...
전시관 앞에 모아둔 엣 선정비석들...일명 비석거리라 불렀지요...
딱 눈에 들어오면서 거슬리는 저 두 개...석비가 아니라 철비입니다...쇠로 만들어진...
과연 저 관찰사와 현령은 진짜 선정을 베풀어서 철비를 새워준 것일까요? 아니면 고혈을 짜먹고도 돈으로 저렇게 자랑질을 했던 걸까요?
봉평해수욕장 부근에는 대나무와 게를 상징화한 조형물들이 저렇게 서있습니다...
영덕대게와 울진대게의 전쟁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요?ㅎㅎㅎ
이제 죽변리 항구가 한층 다가섭니다...
이렇게 도착한 죽변은 많은 사람들이 연휴아니 연휴를 맞이하여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가장 깨끗할 듯싶은 모텔부터 얼른 잡고서 잠시 쉬었다가 게를 먹으러 나갑니다...
모텔 쥔장의 말씀이 이제 대게가 먹을 만하다고 하시며 대게를 귄해주셔서 죽 돌아보다가 한집에 들어가서 주문을 합니다...
한마리 3만원짜리를 권해주시네요...
이윽고 게가 나왔습니다...
3만원이라 하지만 살은 80%가 차고 장은 90%가 차서 제법 고소하고 달짝한 맛이 더해져 먹을 만합니다...
세명이서 다섯마리를 먹고 나니 배가 거의 만땅입니다...이정도면 제대로 먹었다고 자랑할 만하네요...
그렇게 대게를 먹고 또 먹은 대게...
안에 팥소랑 호우나 블루베리를 넣어 와플처럼 구워주는 대게빵입니다...
대게살이랑 껍질을 갈아서 넣어 고소한 향이 일품이네요...
약간 모자라는 것은 실비선술집에 가서 닭도리탕으로 해결하고 씻고 푹 잠을 청해봅니다...
7시 - 알람소리에 일어납니다...창을 열어보니 날씨가 다 풀려버린 듯하네요...
얼른 씻고 아침식사를 하러 좀 유명하다는 모 식당엘 갔었는데, 밥이 딱 3그릇 남아서 우리가 이를 차지하는 행운이...
그러나 물메기탕은 못먹고 생대구탕으로 대신합니다...그런데 조미료가 좀 많이 들어가서...그나마 냉이향이 이를 가려주네요.
식사후 다시 길을 떠납니다...먼저 찾은 곳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경매시장...
오늘 아침 갓 잡아온 대게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떠들썩한 경매장면이 압권입니다...
대게 말고도 다른 생선들도 경매순서를 기다립니다...저건 그 비싸다는 황금의 참복! 정말 오랫만에 보네요...
우리나라가 아니면...이런 슬로건이 걸릴 수 있을까요?
죽변항을 빠져나오니 바닷가에 이렇게 데크 시설이 마련되어져 있군요...
저 멀리 울진 남쪽의 해안 모습이 조망됩니다...부지런히도 걸어왔군요...
언덕을 올라가니 저 멀리 모 방송 드라마 세트장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내부가 개방되어 있는 듯하네요...
세트장 바로 앞이 27코스의 시작점이네요...
군부대 뒷길 언덕을 돌아서 다시 죽변 마을로 들어갑니다...
농협 맞은편 이 골목 안으로 비탈길을 올라가면 조용한 산길이 이어집니다...
이런 길이 조용히 이어집니다...
죽변항이 이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고속도로 두 배 넓이의 길...임시 활주로랍니다...수송기와 전투기들이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그 끝에서 후정 2리 마을로 내려서는데, 이 마을에는 이제사 마을버스가 들어올 만큼 외진 곳이었으나, 곧 해양 바이오 단지가 들어오게 되어 한창 공사중이었습니다...길도 엄청 넓혀지고 있었구요...상전벽해가 되겠죠?
그렇게 길을 구불구불 걸어 내려오니 울진북로가 나타나고 저 멀리 드디어 울진원전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이 길을 따라 지리하게 걸어갈 예정입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저 안에 있으니 피해서 가야죠...
빈터가 있으면 어김없이 임시숙소와 함바식당들이 들어서 있습니다...아마도 원전공사 관계자들을 위한 임시숙소인 듯한데,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달라붙어 있는 공사인가 봅니다...
길 한켠에 덩그마니 놓인 옥계서원 유허비...
원래 울진읍 옥계리에 세워졌던, 우암 송시열과 다른 2인을 배향한 서원이었습니다. 대원군의 철폐령에 의해 없어지고 강당만 남아있다가 이마저 허물어져 이젠 이렇게 서원이 있었다는 비석만 남아있습니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울진 원자력단지 맨 마지막 부분이 부구까지 이어져 있고 그 끝에 이렇게 전시관이 있었습니다...
일본 후쿠지마 원전사태나 미국의 드리마일 원전사고를 보면 사고가 날 경우 재앙이긴 한데 잘 쓰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에너지원인 원자력...
하지만 이를 다루는 것도 사람인지라 항상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지요...그렇다고 수력 화력 풍력 태양광 조력 지열발전은 이 땅에서 무리가 있고...전기는 점점 더 필요하고...
아무튼 참 복잡하고 해법이 없이 보이는 문제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동안 부구에 도착합니다...
더 이상 나아가고 싶지만 전체적인 버스시간편이 걸리고...짊어진 배낭이 너무 무겁고...
일단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합니다.
잠시 울진행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차한잔 하고서 죽변으로 이동, 회를 한 점 먹고서 다시 울진 터미널로 가서 4시 포항행 직통을 탔습니다...중간에 포항입구서 차가 밀려 조금 늦게 도착, 기나긴 줄을 서서 겨우 부산행 직통을 타고 내려오니 어느새 8시가 다되어갑니다...동래로 가서 뜨뜻한 조개찜과 대구통닭으로 식사하고서 헤어졌습니다.
다음주에는 원래 남은 영덕구간을 가려고 하는데 친구들이 광주 무등산 눈산행을 하자고 하네요...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ㅎㅎㅎ
첫댓글 저는 24코스까지 마치고 사정이 있어 해파랑길을 찾지 못 하고 있는데 이제 남저님이 올리신 후기를 참고 해야 되겠네요 ^^ 남은 구간 즐거운 여정 되세요 !
아아...그러셨구나...넵! 되는데까지 눈 안오면 28구간까지는 일단 진행할 예정입니다...이후구간들은 그때그때 날씨봐서 가야겠네요...교통편이랑 가는길 잘 남겨둘께요...참고하십시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