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거야?
몇글자의 말들이, 소년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죽은거야? 나 때문에? 내가 약해서…?
그리고 죽음이라는 단어가 인식된 순간, 끔찍한 고통이 엄습해 왔다.
" 아… 아아아아악-!!! "
귀를 찢는듯한 비명, 레엔샤는 무덤덤한 시선으로 자신의 막내인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을 떨구며 비명을 지르던 레이는 이내 혼절했다.
비명이 사라진 뒤, 필드는 무서울 정도의 정적에 사로잡혔다.
" … 솔직히 말하자면. "
정적을 뚫고 레엔샤의 목소리가 울렸다.
" 나는, 네놈들이, 무슨짓을, 하건 간에. "
딱딱 끊어지는 목소리, 레엔샤의 백안에는 핏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 관심, 1g도, 없어. "
" 어머니. "
" 코즈미케. 리오테의 시신을 부탁해. 하레, 레이를. "
코즈미케가 리오테의 시신을 안고 뒤로 물러나고, 하레가 혼절한 레이를 안아 들었다.
" 겨우 다시 목소리를 들을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잘도 말아 먹는군. "
백안은 이제 적안으로 변했다. 그 와중에도, 레엔샤의 목소리는 무서우리만치 무감각했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 … 일단 휴전. 짜증나 죽겠다. … 로젠메이든들은 내집으로 간다. "
그리고 레엔샤가 필드에서 사라지기 전, 류나에게 눈짓을 하자, 류나가 고개를 숙여보였다.
" 곧 뒤따르겠습니다. "
그리고 필드에는 로젠, 엔쥬, 라플라스. 그리고 엔쥬의 인형들만이 남았다.
" … 돌아가겠어. "
이터널의 말에, 류나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 글쎄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을 것 같은데? "
류나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서늘한 미소였다.
이내, 류나는 바닥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로젠을 깔고 앉았다.
" 자아, 로젠. 묻는말에 똑바로 답하지 않으면 신체 말단부위부터 잘라내겠어요. "
" 큭… 무슨…! "
" 라피스라즐리님의 시신은 어디있죠? "
" 마, 말할 것… 같으냐! "
서걱.
로젠의 왼손 새끼손가락이 잘려져 바닥을 굴렀다.
" 크, 크아아악-! "
서걱.
" 비명도 안되요. "
" 끄윽… "
" 잘하고 있어요, 자아. 라피스라즐리님의 시신은 어디있죠? "
" 큭… 버렸다, 시궁창에! "
류나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소녀의 끝 치고는 참 화려하지, 하하하! "
서걱, 이번엔 중지가 허공을 날았다.
" 거슬려, 내가 누구라고 반말을 마구 해대는거지. "
사각-, 검지.
" 짜증나, 감히, 우리 아가씨의 시신을, 어디에, 뭐-?! "
서걱, 로젠의 왼팔 팔꿈치 아래가 사라졌다.
" 가지가지하는군. 사근사근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만만했나? "
" 큭… 크아아악! "
" 비명도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나. "
사각- 오른손의 손가락 다섯개가 전부 동시에 잘려나갔다.
그리고- 라플라스마저 공포에 얼어붙어 있는데, 에테리얼 만은 멀쩡했다.
" 라피스라즐리님의 시신은 어디있지? "
" 버렸다고 하지 않았… "
오른팔, 팔꿈치 아래가 사라졌다.
" 그건 거짓말이었어. 내가 그것도 구분하지 못할 것 같나? "
" 공방…! 공방 구석에… 작은 문…! "
류나가 몸을 일으켰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이 에테리얼을 향했다.
" 내 모조품… 쓰레기. 지금 같아선 당장 박살내고 싶지만… 어머니의 명령이 우선이야. "
또각, 또각… 메마른 구두 소리를 내며 필드 밖으로 사라진다.
로젠이 '손을' 바닥에 짚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가 자신도 놀라서 자신의 손을 내려보았다.
전부, 환상이었던 것이다….
-
심연과 같은 색의 필드, 일행의 앞에는 작은, 카드키로 열리는 문이 있었고,
레엔샤는 가만히 서 있었다.
뒤에는 몇몇의 레엔샤 돌즈와, 로젠메이든을 대동한체.
" … 으음, 귀막아. "
그 말에 로젠메이든 전원이 영문도 모르고 귀를 막았다.
" 후읍… 아… 하기 싫다… 사람 많으니까 개쪽팔려. "
" 팔아파요, 빨리해요. "
" … 세계최강우주제일러블리하고깜찍하고아름다운온갖미사여구가부족한
우리이쁜사가마마아이이뻐어여문열어주세요. "
라고 중얼거리며 레엔샤가 힘차게 카드키를 그었다.
레엔샤돌즈 빼고는 아무도 못들었겠지. 하고 생각하며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레엔샤,
호기심에 잠깐 귀에서 손을 땠던 소우세이세키만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
그리고 며칠후.
레엔샤의 '집'은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리오테의 죽음에, 레이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었다.
" … 문제되는건가요? "
" … 심하게. 우리는 음식을 따로 기력을 보충하지 않아도 되지만, 레이는 달라요. 어리니까. "
게다가 그때 필드에서 '불꽃'을 쓸때 기운을 너무 소진했다.
요컨대, …죽기 직전.
쾅!
막 방에서 나온 레엔샤가 발을 굴러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레엔샤의 뒤에는, 언제 살아났는지 (아니 죽었었는지도 의문이다) 모를 카타스트로페가 서있었다.
" … 안되겠다. 보는 내가 애가타서 죽겠다. "
" … 예? "
레엔샤의 시선이 구석에 웅크려 앉아있는 레이를 향했다.
" … 계속, 자식에게 이기지를 못하니. "
레엔샤가 레이 쪽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레이를 바라 보았다.
" … 이번 한번만이야. 다음은 없어. "
레이가 고개를 들었다.
" … 대열은 기억 하지? 그리고 류나, 니콜라스, 알프가 껴서 보강한다. "
" … 에? "
" 리오테를 살려낸다. "
요컨대, 레엔샤는 발언 하나 하나가 대파란.
-
" … 개죽음 당하기 싫다면 절대로 문 열지 말것. 안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도 무시할 것. "
이라는 말에, 로젠메이든 들은 문 앞에 숨죽이고 앉아 았었다.
몇번 쾅, 쾅, 쾅. 하고 문, 혹은 벽 여기저기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지만, 지금은 조용했다.
콰앙-!
문이 벌컥 열리고-용케 떨어지지는 않았다- 튕겨나온건 니콜라스와 알프 였다.
" 이로써, 내논자식 쌍둥이 넉다운. "
" 야이 개자식 들아아아아-!! 당장 못 튀어들어오냐아아아-!! "
레엔샤의 고함을 뒤로 하고, 니콜라스가 그냥 문을 닫아 버렸다.
"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
" 리오테라는 꼬맹이 몸을 재구성하고 있어. 레엔샤의 것으로. 그때 일어나는 반동에 이리저리
튕겨 나오는 거지. 저 꼬맹이가 그래도 영매여서 그런지, 반동이 꽤 심해.
다들 여기저기 박살 났더군. "
" … 몇시간 걸릴거에요. "
" … 못보던 애들이네. 다들 여기서 뭐하는 거야? "
냉담한 목소리.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던 인형들이 고개를 돌렸다.
새카만 흑발에 암녹색 눈. 그리고…
" 소, 소우세이세키랑 똑같아! "
" … 누나를 닮았으니까. "
" 너는 누구지? "
소년이 입을 다물었다.
" 사가. 레엔샤의 하나남은 친아들이다. "
말을 한 건 니콜라스, 사가가 니콜라스를 노려보았다.
" 엄마 오고 나서, 나 안찾았어? "
" … 찾았는데 네녀석이 안나온거지. "
" … 형이랑, 누나랑 있었어. "
다시 냉전. 사가와 니콜라스가 서로 노려보는 중에, 소우세이세키가 말했다.
" 저어, 그 누나. 라피스라즐리 라는 사람. 죽지 않았어? "
" … 형이랑 누나가 남겨놓은게 있어. "
달칵. 풀썩!
소우세이세키가 뭐라 말을 하려는 찰나, 문이 열리고,
문을 연 세리오나가 털썩 주저 앉았다. 피투성이 였다.
" 어라, 너무 빨리끝냈는데. "
" 중간에, 망령들을 회유했어요~. 덕분에 빨라진거죠. "
" 어머니는? "
세리오나가 말없이 방 안쪽을 가리켰다.
방 중앙의 제단에는 리오테가 막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그 주변은 참담했다.
한쪽 구석에 늑대로 변한 아메와 니지가 피투성이로 곤히 잠들어 있었고,
로젠 메이든 들이 들어오자, 하레가 각도가 기묘하게 꺾인 팔을 흔들어 보였다.- 부러졌어~
카타스트로페는 뭐라 궁시렁 거리며 팔에 붕대를 싸메고 있었고, 그 반대편엔…
뭔가 천뭉치 같은 것을 안고 있는 코즈미케가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 저, 레엔샤는…? "
" 여기요, 여기. "
코즈미케가 미미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천뭉치에서, 얼굴이 쏙 올라오며, 검은 머리칼이 후두둑 떨어졌다.
" 아… 큰일날뻔했다. 큰일날뻔했어. "
감은 눈이 떠지고, 분명히 드러난건 흑백의 오드아이.
" 엑-?! "
" 리오테 살리느라, 모습을 유지할 마력도 전부 써버렸거든. 덕분에, 뭐. "
레엔샤가 포옥 한숨을 내쉬며 코즈미케의 품에서 벗어났다.
작다,작다 했는데, 레엔샤가 몸을 일으키고 나니 정말로, 12살 정도의 외양으로 줄어 있었다.
" 반나절이면 원상태로 돌아올테니까 걱정말고. 리오테. 다시 태어난 기분은 어때? "
" 아… "
리오테가 자기 손을 내려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 힘이… 예전과 달라. 엄청나요. 관절부도 사라지고… "
" 이젠 레엔샤돌, 이니까. "
" … 엄마. "
" 앗, 우리이쁜 아들~! "
사가가 한심하다는 투로 레엔샤를 부르자, 레엔샤가 쪼르륵 달려가 사가를 끌어안고 부비적 거렸다.
" … 정말, 살아났구나… "
리오테가 중얼거렸다. 정말, 힘이 굉장히 강해졌다.
누군가의 기척 하나하나가 잡히는 그런…
그리고 리오테는, '제단'에서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망설이는 '기척'에게 다가갔다.
" … 레이! "
" … 아. "
레이가 미미하게 웃었다.
" … 리오테…. "
끼릭- 이제, 멈춰있던 시간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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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까, 리오테, 1회만에 다시 살아났군요?!<-
첫댓글 흠.. 리오테가 영매이긴 해서 갑자기 죽은 것은 황당했는데 갑자기 팟-! 하고 살아났군요. 정말 레엔샤는 한마디 한마디가 엄청난 여파를..; 그나저나 자식들이 살아있었던 겁니까?!
둘째아들, 막내 사가만 살아 있답니다. '형'과 '누나'는 나중에 정체가 밝혀 질지도?!>-
와아아리오테부활일세<- 레엔사가문열때너무웃겨요ㅠㅠㅠㅠㅠ 랄까레이랑리오테커플이야[미친]
레엔샤가 의외로 팔불출 엄마죠?!<< 랄까 사실 저 문 여는 암호, '나스는 절세미녀'였다는 [소근]
어머 리오테 살아나따 ㅠㅠㅠㅠ 개인적으로 로젠팔 진짜 잘라버렸으면 [...]
아…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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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라면 할 수 있어요![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