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Day
7.06 水 맑음
후정해수욕장 ~ 삼척 근덕면 ~ 한치재 ~ 무릉계곡
09:40 - 17:52
여행시간: 8:12, 주행시간 5:13
주행거리: 77.04km, 누적거리: 2,516.09km
05:45 기상
눈부신 햇살에 못 이겨 일어나니 바다 바로 앞에서 해가 뜬다. 카메라를 들고 나와 아침 해변 산책을 하고 와보니 아직 다른 사람들은 취침 중. 해병 출신인 형일씨는 정말로 침낭 안에서 곤히 잘 잔다. 날씨 좋을 땐 다행인데 비 오는 날에는 어쩌려나 걱정이긴 하다. 텐트 안에 들어가 조용히 짐을 정리하고 책을 읽고 있으려니 사람들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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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텐트 우측에 야전 무늬 침낭을 덮고 있는 사람이 무적해병 출신 형일씨.
처치 곤란이었던 보리밥으로 아침을 해 먹고선 기념 촬영 후 09:40분 출발. 그렇게 가고 싶었던 무릉계곡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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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나, 형일씨, 경준씨.
ㅋㅋㅋ
지옥의 코스로 유명한 울진~삼척간 엠보싱 코스
울진에서 삼척으로 넘어가는 코스는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지옥의 코스로 유명하다. 엠보싱 코스라는 명칭도 아마 여기서 처음 생기지 않았나 싶다. 멀쩡히 잘 달리던 7번 국도가 이 구간에서부터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자전거는 출입할 수가 없다. 때문에 옛7번 국도로 달려야 하는 데, 이 길이 고갯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르락 내리락 하는 바람에 엠보싱 코스란 명칭을 얻게 되었다. 경사도 가파르고 힘들어 자전거 여행자들에겐 아주 악명이 높다. 해서 우리 세 명은 일단 편한 7번 국도로 가고, 단속에 걸리면 잠깐 빠졌다가 다시 올라가자는 꼼수로 가자고 의견을 통일하였다. 이 힘든 코스를 혼자 가는 게 아니라 여럿이 같이 가 참말로 다행이다.
7번 국도에 올라타 1시간 정도 달려 원덕교차로 앞에서 잠시 휴식. 경준씨가 내 자전거를 보더니 바퀴에 공기가 많이 빠졌다고 한다. 공기압 계기판이 달린 펌프로 재보더니 터무니 없이 낮다며 어떻게 이걸로 그 동안 다녔냐며 놀란다. 난 그 동안 그게 정상인 줄 알았는데... 나도 정말 놀랐다;;; 정상적인 기압이 되도록 힘껏 바람을 넣고 나니 타이어가 빵빵 해지고 주행도 훨씬 편해졌다.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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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7번 국도. 여긴 자동차전용도로라 자전거는 출입금지이다.
ㅋㅋㅋ
어느 정도 달리다 검문소를 지키던 경찰에게 걸린다. 몰랐다고 대충 둘러대고선 잠시 원덕면으로 빠졌다가 다시 7번 국도로 올라탄다. 그 뒤론 쭉 7번 국도를 타고 가는데, 여기서부터 보이는 옛7번 국도는 가히 놀랄만했다. 경사가 아주 구냥 환장할만하다. 탱크 같은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만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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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에서 경찰에게 걸려 잠시 원덕읍내로 빠져 나왔다.
농협에서 물을 채우며 잠시 휴식.
삼척 근덕면 ~ 한치재
2시간 정도 달리니 배가 고파져서 삼척 근덕면으로 빠진다. 면사무소 앞 분식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좋으신 분이라 밥도 듬뿍 주시고, 시원한 물과 김치를 듬뿍 담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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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근덕면에서 점심 식사
밥을 먹고 나와 너무 더워서 면사무소 앞 그늘에서 쉬는 데, 이상한 표지판이 보인다. 삼척시부터 고성군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에 ‘낭만국도’라는 명칭을 붙여놨다. 동해안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7번 국도가 워낙 멋져서 그 길을 상품화 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이해가 가지만, 뭐 한답시고 괜히 쓰잘 데 없는 예산을 낭비하거나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고민에 대한 현장은 다행히 후에 어디에서도 목격할 수 없었다. 이미 지금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스럽다.
14:57분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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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낭만가도라... 이름은 참 좋구만~
길을 잘못 들어 맹방 해수욕장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7번 국도를 타고 오르는 데, 곧 이어 나오는 한치재라는 곳에서 멋진 풍경을 보게 되어 잠시 쉬어 간다. 정말 여기가 우리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의 이국적인 장면이다. 삼척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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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방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경준씨가 찍은 사진이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을 찍힌 건 처음이라 되게 신기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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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한치재에서 바라본 해변.
물도 맑고 경치도 멋져 이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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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한치재에서 바라본 해변.
물도 맑고 경치도 멋져 이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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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한치재에서
가자!! 무릉계곡으로!!
얼마 가지 않아 삼척시내 도착. 항구 도시라 그런지 교통량도 많고 큰 트럭들이 많이 다닌다. 특히나 덤프트럭이나 카고 트럭은 정말 무섭다. 길 옆으로 바짝 붙어 달리는 데 일부러 위협하는 듯이 달린다. 몇 번이나 간이 콩알만해지기도 하고 화가 나서 뚜껑이 휘떡 열리기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삼척은 그다지 볼만한 것도 없고, 빨리 무릉도원에 가고 싶기도 하지만, 이런 무자비한 도로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그대로 통과한다.
16:30분. 가슴 졸이며 겨우겨우 삼척시를 벗어나 동해시 입성. 동해항과 무릉계곡으로 갈라지는 교차로에서 멈춰 서 오늘의 파티를 위한 장을 보기로 한다. 쌀과 술, 과일, 고기, 과자 등 바리바리 한 가득 사는데, 여기서 웃긴 해프닝. 다들 최소 경비로 여행을 다니고 있고, 내가 제일 연장자이기도 하고, 이들을 만나 제일 반가운 것은 나이기에 가장 비싼 고기는 내가 사고 싶었다. 그래서 형일씨에게 얼만큼 사면 되겠냐고 묻자 5근이면 충분하겠다고 한다. 처음엔 놀랐지만 워낙 체력 소모도 심하고, 다들 젊어서 많이 먹나 보구나 싶어 삼겹살 5근을 사 왔더니만 다들 놀라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이 사건 때문에 며칠 동안 날마다 만찬이 벌어지게 된다;;;
17:00 출발. 이정표를 보니 9km만 가면 무릉계곡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부터 몸의 한계가 느껴진다. 3~4km 정도 달렸을 무렵부터 그로기 상태가 되어 정말로 이를 악물고 달린다. 지난 50일 동안 샤방 자전거를 타 오던 내가 이들을 만난 오늘부터 빡세게 달리기도 했지만, 워낙에 오늘 코스가 난코스였던지라 체력이 고갈된 것이다. 내가 속도가 제일 느린지라 맨 앞에서 가는데 처지기라도 하면 안될 것 같아 티를 내진 않았지만 속으로 악을 쓰며 달렸다;;
‘10m만 더... 10m만 더... 저 앞에 모퉁이만 돌아서 가자, 저 앞에 고개만 넘자...’
이런 식으로 죽을 듯 살 듯 겨우 달리니 무릉계곡에 다 왔다는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하고 어디선가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이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 무릉계곡!!!
17:52분.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드디어 무릉계곡 캠핑장인 청옥광장 도착. 비수기에 평일이라서 인지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장소도 깔끔하고 시설도 좋고 다 좋은데, 정작 가장 중요한 계곡 물놀이를 즐길만한 곳은 보이질 않는다. 물소리는 시원하게 들리는 데 야영장 주위로 펜스를 둘러 놓았다. 안전사고를 위해서인 듯 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너무도 실망스러운 곳이다... 아직 체력이 남아 있는 형일씨가 위에까지 가서 살펴보겠다고 하며 가고, 난 친구에게 물어보며 수소문을 해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돌아온 형일씨의 대답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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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 야영장 - 청옥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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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간은 늦어 어쩔 수 없는 상태. 바로 옆에서 물놀이 하는 것은 포기하고 이 곳에서 야영을 할 것이니 짐을 풀어 놓고, 올라오다가 본 길 옆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오기로 한다.
오랜만에 빈 자전거를 타고 가니 날아갈 듯 하다. 신나게 내려가 아까 봐뒀던 계곡으로 가니 군인들이 훈련을 마치고 휴식하고 있다. 이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군인들 앞에서 물놀이 하려니 되게 미안하다. ㅋㅋㅋ
자전거를 지고 계곡으로 들어가 묶어 놓은 후 본격적인 물놀이 시작! 물이 정말 얼음장 같이 차다. 물 안과 밖의 온도차이가 심해 금새 안경에 서리가 낀다. 물 속에 들어가 1분을 버티기가 힘들다;;; 하루 종일 더운 열기 속에서 달렸는데, 이 곳에서의 물놀이는 정말 천국에 온 기분이다. 제주도에서 살던 형일씨는 계곡이라는 것을 처음 와본다고 한다. 그래서 어제 내가 이 곳에 가자고 제안했을 때 가장 가보고 싶어했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혼자 신나게 놀고 있다. 한 20여분 동안 각자 신나게 물놀이를 하다 해가 질 무렵이 되어 다시 야영장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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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처럼 맑고 얼음장처럼 차갑던 계곡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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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있게 저물어 가는 하루~
무릉도원에서 파티!!
화장실에서 대충 샤워를 마친 후 야영 & 파티 준비를 한다. 형일씨는 해병 출신답게, 또 경준씨는 여행을 많이 다녀 본 사람답게 다들 준비를 잘 한다. 최강의 멤버들이다. ^^
밥과 삼겹살, 소주와 맥주로 파티 시작! 5근이나 산 덕분에 밥은 거의 먹지 않고 신나게 고기를 구워 먹는다. 맑은 공기도 좋고 시원한 물소리도 좋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술과 고기를 함께 먹으니 정말 여기가 무릉도원 같다. 그 동안 외로웠던 여행에 대하여 보상이라도 받는 듯 너무 즐겁다.
주당끼리 모여 한참을 부어라 마셔라 떠들고 마시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