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는 세상의 창②‘풍수테크’ 인기몰이 발복(發福)하고 발전(發錢)하고…풍수테크는 ‘복돼지’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생활풍수’로 자리잡아…기업들도 적극 활용
Scene 1. 쌍용건설의 주상복합 ‘경희궁의 아침’은 전통 궁궐을 컨셉트로 한 풍수지리 마케팅을 펼쳐 크게 호응을 얻었다.
광화문 옛 경희궁 터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물론 조선시대 왕들이 머물렀던 거처라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민족정기가 이곳으로 응집해 자자손손 왕이 나오는 용맥(龍脈)이 형성된 명당자리라고 해 분양 당시, 계약하려고 줄을 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Scene 2.
한강 이북 용산구 이촌동 및 서빙고동과 한강 이남 압구정동의 아파트들은 다른 곳보다 평당 매매가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같은 한강변 아파트라도 명당지역의 아파트들은 평당 매매가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바야흐로 풍수가 아파트의 가치상승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풍수테크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풍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풍요로운 삶에 대한 가치를 자연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찾으려고 함에 따라 풍수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현대판 풍수는 조상의 묘자리를 잘 잡아 복을 구하는 전통적인 음택풍수(陰宅風水)보다 길지(吉地)에 집터를 마련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발복(發福)을 꾀하는 양택풍수(陽宅風水)와 맞닿아 있다.
건물의 신축, 주택 및 사무실의 공간 배치, 실내 인테리어에 기의 흐름을 활발하게 적용하면서 풍수가 우리 생활과 좀 더 밀접한 관련을 맺는 생활풍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상품을 홍보하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풍수를 도입하는 경우도 많다. 건설업계,가전업계 등 산업계가 풍수지리를 이용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풍수는 빼놓을 수 없는 평가방법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같은 풍수의 인기는 국내의 사례만은 아니다.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저택이나 고층 빌딩을 건설할 때, 풍수 컨설턴트를 동원하기도 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 집무실의 인테리어를 풍수 전문가에게 맡겼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콩의 경우,결혼일과 건물의 위치·방향, 창문 위치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풍수지리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 역시 가구 배치, 조명, 벽지 등을 결정할 때 풍수사가 제작한 풍수설계서를 유용하게 활용한다.
풍수로 부귀 누리고 가문 일으킨다
땅은 만물의 근원을 탄생시키는 어머니와 같은 생명체요, 지기(地氣)가 왕성한 곳에 집과 묘를 택하면 행운이 오고 자손이 번성한다는 것이 풍수지리 사상이다.
예로부터 수백년을 이어온 종가나 오랜 내력과 가풍을 자랑하는 명문가들을 살펴보면, 집과 묘에 풍수를 적용해 부귀를 누리고 가문을 일으킨 곳이 많다.
전남 구례의 ‘운조루’는 1776년 당시 삼부 부사를 지낸 유이주가 지은 집으로, 집터를 정비할 때 거북 모양의 돌이 출토됐다는 전설이 전해져 금구몰니(金龜沒泥形)형의 명당이라 불렸다. 이 터에 집을 짓고 산 뒤 고장 제일의 부자가 됐다.
경북 안동 천전 마을에 위치한 의성 김씨의 종가는 조선중기의 고택으로 밝은 달 아래에서 비단이 펄럭이는 완사명월(浣紗明月形)형에 자리잡아 아버지를 포함해 5부자 모두 과거에 급제, 오부자등과처(五父子登科處)라 한다.
조상의 묘를 잘 모셔 후광을 입는 사례도 있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흥선대원군의 부친인 남연군 묘는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올 명당 자리다. 당대의 풍수가 정만인이 가야산의 가야사를 가리키며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올 자리가 있으니 부친의 묘를 그 곳으로 이장하라”고 일렀다. 흥선대원군은 정만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야사를 불태우고 경기도 연천에 있던 남연군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세종대왕의 묘인 영릉도 천하의 명당으로 손꼽힌다. 이전에 자리하던 묘터가 좋지 않아 왕의 장을 지낸 지 19년만에 경기도 여주 지금의 위치로 이장했는데 400년밖에 못 가는 조선의 국운을 100년이나 연장시켰다고 해서 ‘영릉가백년(英陵加百年)’이라 불린다.
국내외서 풍수지리 마케팅 열풍
최근에는 풍수가 부귀영화와 가문 번창만을 추구하기보다는 고객에 어필하고 이익을 발생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풍수지리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도입,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업계의 머리싸움이 뜨거워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야가 건설업계와 가전업계.
건설업계는 풍수가 아파트 가치 상승을 높이는 제1요건으로 작용하고 웰빙 주택이 갖춰야 할 필수요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K건설이 분양한 서초구 방배동 ‘SK아펠바움’은 현관과 안방, 부엌이 같은 방향이어야 한다는 풍수 논리를 받아들여 일반적으로 실내 안쪽에 위치하는 안방을 현관쪽에 배치했다.
천안 용곡 ‘동일 하이빌’은 천하명당의 천하명가라는 홍보를 통해 용곡이 손꼽히는 명당 터임을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 건설의 충남 계룡시 두계리 ‘포스코 더 샵’, 현대건설의 부산 민락동 ‘하이페리온’, 삼성물산의 성남 금광지구 ‘래미안’, 대우건설의 금호동 ‘푸르지오’ 등도 풍수를 전면적으로 앞세워 수요자들의 구매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에 풍수지리 마케팅을 잘 접목해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풍수지리 전문가를 영입해 자사의 백색가전을 판매하는 점포인 삼성 디지털플라자의 인테리어와 상품 배치 등에 대한 자문을 얻고 있다.
외식업계도 마찬가지이다.
명당 자리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이미 비즈니스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선호텔 나인스케이트, 호텔신라 영빈관, 롯데호텔 쉔브룬 등이 풍수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레스토랑들이다.
국내 최초의 프랑스 레스토랑인 조선호텔 나인스게이트의 창가 자리는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쉽지 않다. 고종황제가 천신께 제사를 지내던 원구단이 바라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식사를 하면 일이 술술 풀리는 비즈니스 명당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라호텔 영빈관은 결혼식을 올리면 백년해로를 한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수많은 유명인사와 연예인들이 이곳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롯데호텔 쉔브룬의 창가 3, 4번 테이블은 무조건 결혼이 성사되는 맞선 명당자리로 이름이 나 있다.
풍수는 특히 지리학적인 속성상, 토지와 건물에 관한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부동산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부동산 개발 및 투자 시, 풍수는 지침서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동산업계도 풍수지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풍수가 단지 미신이나 감성적 평가방법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을 토대로 자연의 생기(生氣) 원리가 담긴 동양의 경험적·과학적 학문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풍수가 재벌 명문가 및 부자들을 위한 귀족 마케팅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은행들은 앞다퉈 우량고객인 부자 회원들을 대상으로 풍수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자를 상대로 하는 영업인들은 강의를 수강해 풍수를 배우고 신규 사업모델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소위 ‘부자들을 타깃으로 돈을 벌려면 풍수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대동풍수지리학회 고제희 학회장은 “재산이 많을수록 판단하고 결심하는 것에 신중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면서 “부자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안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풍수 전문가의 조언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 학회장은 또 “풍수가 부자들에 맞춰 특화시킨 신종사업이 될 수 있다”며 “좋은 묘자리를 소개하는 것도 부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고가의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Tip:용어설명
음택풍수(陰宅風水) : 묘자리의 길흉을 점쳐 판단하는 풍수.
양택풍수(陽宅風水) : 집터의 길흉을 판단하는 풍수.
금구몰니(金龜沒泥形) : 금거북이가 진흙 속에 묻혀 있는 형상으로, 명당을 이르는 말.
완사명월(浣紗明月形) : 밝은 달빛 아래에 비단을 펼쳐 놓은 형세로, 명당자리를 일컫는다.
복 받는 풍수상식 10선
1. 지자기(地磁氣)가 부족한 고층 아파트에서는 화분갈이를 해 주거나 화단을 조성한다.
2. 다른 건물이 시야를 가리면 베란다에 나무숲을 만들어 비보함으로써 운을 트이게 한다.
3. 발코니를 개조할 때는 천장 높이를 맞춰 들쑥날쑥한 기의 흐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4. 안방에 딸린 욕실문은 닫고 살아야 찬 기운을 막아 이롭다.
5.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수맥이 있는 곳은 피한다.
6. 성장운을 저해하는 분재를 가까이 두지 않는다.
7. 상징성이 뚜렷한 그림으로 기(氣)를 보강한다.
8. 전망이 넓은 아파트는 커튼과 식물로 기의 누수를 막는다.
9. 풍수가 좋은 실내 인테리어를 디자인한다.
10. 가족과 주택 규모는 서로 맞아야 기가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