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한티역 주변 대치동 입시 학원가를 훑었다.
은0이가 다닌다고 하는 논술학원 담당 강사(원장)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 분을 믿고 은0이를 맡겨도 될지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원이 워낙 많아 학원과 강사 이름만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도중에 지인이 운영하는 학원으로 들어갔다.
학원가를 거닐다보면 간혹 나도 모르게 움츠려들 때가 있다.
전 세계에서 생존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 대한민국 입시학원시장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양극화된 학원 수강료, 실력이 천차만별인 강사, 이게 전부가 아니다.
거짓 학력이 난무하고, 입시 사기가 판치면서 속고 속이는 ‘제로섬’ 싸움터이기도 하다.
때로는 탈세(脫稅)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대한민국 입시학원가는 미국보다 월등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가 작동되고 있는 곳이다.
자본주의의 ‘꽃(역설?)’이라 할 수 있는 ‘양극화(부익부 빈익빈)’를 재생산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를 종식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가난한 부모를 둔 학생들에게 이런 학원들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흔히 ‘할아버지 재산과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의 대학을 결정한다고 한다.
수요자는 공급자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공급자에게 매달리면서 애걸복걸하기도 한다.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사교육 병폐를 지적하는 유명인사가 자기 자녀를 고액학원에 보낸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문대학 교수가 고액과외 선생을 소개시켜달라고 조른다.
개중에는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학원들이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수강하게 하거나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극소수이긴 하나 학원이 어렵다고 강사료 일부를 반납하는 강사들도 있다.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1원만 더 줘도 학원을 옮겨버리는 강사들이 많지만.
한때 이런 정글 속에서 강자로 군림했던 적이 있었다.
모두 다 옛 추억이 됐다.
이제 교육희망사다리 구축을 목표로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힘들고 험난한 길이지만 멈출 수 없다.
더불어 함께할 수 있는 ‘착한교육실현학부모협동조합(협동조합학원)’ 설립을 위해.
협동경제, 공유경제, 따뜻한 경제를 꿈꾸며.
약 2주 전쯤 카톡으로 ‘한국장례문화협동조합’에서 보내온 공지사항을 읽었다.
오늘 ‘조합원총회’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의안(議案)은 세 가지였다.
‘임원 선출과 해임’, ‘조합원 제명’, ‘조합의 합병과 분할, 해산’에 관한 안건이었다.
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해 대치동 학원을 나서며 조합 이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이사장님은 아빠가 도착할 때까지 퇴근하지 않겠으니 사무실로 오라고 하셨다.
서둘러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선릉역에서 2호선, 잠실역에서 8호선으로 환승한 후 강동구청역에서 하차했다.
8호선 열차에서 어떤 아주머니께서 식구들에게 전화하는 목소리가 아빠 귓속으로 들어왔다.
“큰외삼촌이 보훈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셨단다.
보훈병원이 마천동 어디쯤 있냐?
시장을 보다 말고 급히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아빠가 아니지?
“보훈병원은 마천동에 있지 않습니다.
다음 정거장인 강동구청역에서 내리셔서 마을버스를 타고 가시다보면 보훈병원 앞에 섭니다.
저를 따라 오세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강동구청역에 도착하자 아빠는 버스정류장까지 이 아주머니와 함께 걸었다.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동안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대치동에 거주하신다는 아주머니는 보자기를 가리키면서 갈치도 들어있다고 하셨다.
시장에서 저녁거리를 준비하시다가 큰오빠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가시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올해 90세인 온양 큰오빠께서 보훈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셨다고 하셨다.
동안(童顔, 73세)인 아주머니는 오빠 입원 절차를 마무리해야 맘이 놓일 것 같다고 하셨다.
아빠는 이 아주머니께
“참으로 젊어 보입니다.
동안이시고요.
장수혈통을 이어받은 집안인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아주머니께서 01번 마을버스에 오르시는 것을 본 후 341번 버스를 타고 조합 사무실로 갔다.
이사장님은 퇴근도 미룬 채 기다리고 계셨다.
아빠는 먼저 평소 장례협동조합에 대해 갖고 있었던 생각을 밝혔다.
그리고 오늘 불참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해드렸다.
이어서 ‘착한교육실현학부모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면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말씀드렸다.
오늘 밤부터 건국대학교에서 시작하는 인문학 강의를 수강하기로 돼 있다.
주제는 ‘현대정치철학의 지평들: 스피노자, 마르크스, 프로이드’이다.
매주 수요일 밤 7시부터 9시까지 10강으로 예정돼 있다.
자주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열강하시는 박영균 교수(정치철학)님 강의가 기대된다.
엄마아빠가 한없이 사랑하는 아들아!
늘 사회적 약자, 소수자,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길 바란다.
대한민국 육군28사단 상병 김0!! 오늘도 화이팅!!!
첫댓글 ㄴ--한국 최초 협동조합학원 설립을 손곱아 기디리며^^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하여 우리 모두 힘찬전진!
고맙습니다.
내일 예정된 '좋은교사운동' 강동지부장 선생님과의 미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고2
중2
현재 학부모로써
간절히 원합니다~~^^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고맙습니다.
100세시대
사람의 수명은 늘어나고 휘귀병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 생소한병앞에 사람은 한없이 작아지죠.
얼마나 놀라고 힘들었을까요.
90세 오빠를 보기위해 허겁지겁 가시는 73세 어머니 큰 아픔이 아니길 기도합니다.
자매지간, 우애가 좋은 것 같습니다.
큰오빠와 막내 여동생 간이 아닌가 했습니다.
학원가에도 경쟁이 참 치열한듯 합니다
협동조합의 설립으로 바른 질서가
확립 되길 바래 봅니다 ^^
실력이나 능력이 없으면 즉각 잘립니다.
사기꾼들도 언젠가 밝혀지고요.
묵묵히 걸어 가시고 있는 형님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나라의 학원가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그게 어찌보면 우리들의 아픈 현실인것 같고, 부모들의 욕심도 많아서 인것 같고,
다행히도 저희 아이들은 학원가를 기웃거리지도 않고
가려고 하지도 않고~ 그래서 학원에 대한 열망은 없는듯 하여 다행이다 싶습니다.
형님께서 추진 하고 계시는 착한교육실현학부부협동조합(협동조합학원)이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걷다가 책 출판에 대한 좋은 생각이 떠올라 얼른 전화기에 담아놓았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 많이 답답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자녀교육에 열의를가지는 부모의 심정이야 이해를 하겠지만
그렇게 교육의 과정을거친 자녀들의 상황은 어떤지?
"10년동안 영어를 배웠는데 영어로 말을 잘하지 못하는 한국의 학교 교육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주재 스페인 기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이기적인 사고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개인주의적인 사고는 그래도 괜찮은데요.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학부모들이 모험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열심히 사는모습 보기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족한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RIC(김광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