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 01. 26 15:53
업데이트 2023. 01. 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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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룡 소령. 육군대학 소령지휘참모과정
누구나 새해에는 이루고 싶은 새로운 결심을 하곤 한다. 나는 올해를 시작하면서 우리 역사를 좀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한국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다짐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역알못(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역사에 나오는 많은 인물, 연대표 등 역사가 너무 어렵고 암기하는 것이 힘들어 고등학교 때 이공계열을 선택했을 정도다. 이런 내가 한국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장을 던진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지난해 육군대학에서 ‘전쟁사’ 과목을 배우고 나서다.
사실 육군대학 입교 전 가장 두려웠던 과목이 ‘전쟁사’였다. 북한군 전술, 참모학 등 야전에서 접할 기회가 비교적 많은 전술입문 과목에 비해 생소한 전쟁사는 유독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내 걱정은 기우였다. “전쟁사를 공부하지 않는 것은 군인이길 포기하는 것”이라는 전쟁사 교수님의 첫 말씀은 학생장교인 나를 자극했고, ‘어떻게든 전쟁사를 적극 배워보리라’는 각오를 다지며 학습에 임했다. 전쟁사를 배우며 터득한 학습 노하우를 바탕으로 역사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수업 전 스토리텔링식 영상 콘텐츠로 흥미를 유발하자. 그중 가장 좋았던 것은 ‘국방 TV 토크멘터리 전쟁사’였다. 고대·중세·근현대사를 넘나드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내용에 깊이가 있고, 몰입감이 높아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둘째, 역사 관련 도서로 심도 있게 학습하자. 영상으로 역사적 배경과 개략적인 정보를 학습하면 역사책에 접근하기 쉽다. 하지만 영상 자료만으로 역사를 이해하기는 부족하다. 그 부족분을 역사 도서로 보완할 수 있다. 사건의 수직적 인과관계와 동시대적으로 나타나는 인물 또는 주변국 간의 수평적 연관성은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스터디 그룹을 구성해서 함께 공부하자. 학생장교들은 수업 중 시대별 주제를 선정해 발표·토의한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 수 있었고,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전쟁사를 학습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전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과학기술 혁신, 사회 변화에 따라 그 방법만 달라졌을 뿐이다. 아직 정전 중인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인 우리가 전쟁사를 배우고, 새롭게 변하는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들은 성공적인 수술 사례를 연구하고, 최신의 기술을 접목한다. 법조인들은 기준 법령을 토대로 수많은 판례를 공부해 최대한 공정한 판결이 되도록 노력한다. 그렇다면 군인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세계의 전쟁사를 통해 전략·전술관을 확립해야 하지 않을까? 올 한해 나와 같은 ‘역알못’ 장병들도 한국사와 전쟁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