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제에 대해서 작년 2014년 4월 16일 09:15분경(당시 세월호 참사보도 기사를 접하지 못한 시간이다.)에
' 영화제에서 관객의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글을 카페에 기록한 바 있음에도 다시 전주영화제에 대한 소회를
반복하는 이유는 점점 더 전주영화제의 위상이 추락함을 감지하는 것과 동시에 무력한 관객-영화인의 자리를
직시함으로서 영화제 독자층이 단순한 관객의 자리 너머를 고민해야함을 주문하기 위함이다.
우선 올해 전주영화제의 실제 이전에 2012년 유운성 프로그래머 사퇴에 이어 2012년 프로그래머 8인 사임의 변 등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해당 기사들을 읽을수록 영화제 집행부 내부와 지역 관료와 언론 등 그들만의 리그일 뿐,
일개 관객이 영화제같은 전문가 집단의 행사에 들러리나 일회품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자괴감을 쉽게 떨치기는 어렵다.
이는 결국 관객의 자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왜 나는 영화제에 가고있는가라는 염증에 도달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같은 맥락에서 이 글은 주말여행 삼아 영화제를 방문하는 관객의 불편이라는 시각 안에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 홈페이지 개방 이후에 개인적으로 문의한 것은 아래와 같다.
첫번째는 지루한 반복이지만, 관객과의 소통과 관련 자유게시판 등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지난 이야기지만, 2011년 전주 버스 파업과 관련된 전주영화제의 입장과 관련해 당시 영화제 자유게시판에서
관객들(당시 집행부는 입장 표명이 거의 없었다.)간의 논쟁이 있었고, 나도 몇몇 글을 올렸었다.
당시 논쟁의 성과 여부를 떠나 적어도 게시판 안에서 관객 상호간에 티켓 교환 이상의 의견들이 오고갔다는
오프라인에서의 참여 의식과 동질감 확인이야말로 모든 논쟁이 그렇듯 실질적인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영화잡지 씨네 21을 비롯한 거의 모든 영화제는 자유게시판을 삭제해버렸다.
독자 관객과의 소통 창구가 없는 이유를 전화로 집행부에 문의하니 담당자는 홍보글 때문에 폐쇄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게시판 관리를 할 인원과 시간, 비용이 없다는 뜻이 되고 동시에 관객과의 피드백이 불필요하다는 의미다.
오래된 경험을 말하자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 사고에 따른 환불과 사과를 요청하자
자원봉사자들만 두리번거리고 데스크 현장에는 누구하나 없어서 직접 택시를 타고 사무국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은 마치 진상 고객을 대하듯 그저 자기 일에 바빠 누구 하나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고객 도우미 창구같은 흔한 관청에서도 보이는 시스템이 부재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모든 영화제에서 동일하다.
당시 그들에게 느낀 감응은 일개 관객보다는 유력 인사 초청인, 기자, 영화인들을 위한 영화제일 뿐
말로만 떠벌리는 관객을 위한 영화제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친숙한 이름의 비평가 프로그래머, 영화학과 교수가 집행부에 소속되었다해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영화제의 얼굴인 프로그래머를 영화제의 행정, 관객 편의와 연결시키는 오류를 범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집행부 회의에서 관객을 위한 사고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는
외부적으로 발표된 몇몇 발언들만으로 간단히 사고되어질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환원론적으로 무지하게 발설하자면, 영화지식인이라는 것과 진보라는 단어가 실천적으로 공유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우파 영화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영화언론과 영화 제작 현장의 열정 페이 등의 난맥상에 대해
화려한 언변과 유명세 아래로 '그저 받아들이라'로 은밀히 침묵하는 이들에게도 해당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27E1495549C47507)
좀 더 이야기를 확장하자면, 이미 언혼에서 다룬 <다이빙벨> 부산영화제 예산 감축 등의 논쟁과 관련하여
이미 씨네 21을 비롯한 잡지와 관련 공청회가 열린 바 있지만, 이번 전주영화제 내부의 난항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외부 관료나 위원장의 황당한 권위주의와 전횡 앞에서 영화 지식인이나 영화제 전문가 인력은 무력하다.
김홍준과 유운성의 경우에 관객 저항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 또한 일회성의 저항에 머물렀다.
이제 직접적인 압력을 넘어 예산 지원으로 방식을 선회한 바, 영화제 역시 하나의 산업이며
일반 상영관에서 소외되는 독립영화 등의 사례와 그다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가능한 제안은 오직 관객들의 지원으로만 만들어지는 영화제는 가능한가라는 펀드 운용의 문제와
이같은 영화제의 무력감과 영화판의 관행 등에 저항할 관객 창구는 어떻게 만들어져야하는가가 떠오른다.
논점이 다소 빗나갔지만, 다시 자유게시판으로 돌아가자면 현재 전주영화제 홈페이지에는
티켓나눔터와 1:1 문의 창구가 보인다. 1:1 문의는 다른 이의 관심사를 볼 수 없기에 여론 형성의 통로가 될 수 없고
티켓 나눔터는 서로의 필요에 의한 숙소나 영화표의 교환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즉, 이번 영화제에 참여한 관객들의 소회나 주문 등은 전혀 집단 의지로 구축될 수 없다.
개별적인 관객과 집단으로서의 관객층이 서로 상이하다고 판단하자면, 영화제의 자유 게시판 폐쇄는
다시 말하지만 소통의 창구 자체를 폐쇄한 것이나 다름 없다.
실제로 올해 어떤 관객분이 전주영화제 사무처장의 사퇴 기사를 링크하고 관객의 관심을 요청했는데,
그 아래 덧글로 응원의 글을 작성하려고 보니, 띄어쓰기는 물론 화면에서 보이지 않도록 제한해놓은 시스템이었다.
이는 긴 글을 쓰지말라는 무언의 압력이거나 게시판 활용에 대한 고민 자체가 결핍된 것이다.
다른 사안들이 관객 편의에 불과하다면 자유게시판 등의 소통 창구는 최소한의 언로 확보라는 예의임을 각성하자.
두번째는 사소하면서도 시의성을 놓칠 수 없는 사안이다.
작년 부산영화제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홈페이지 배너 등에 대해서 무척 미적거렸다.
두어차례나 전화 등의 건의를 통한 이후에야 마지못해 홈페이지에 이를 표시했다.
이는 <다이빙벨> 상영 결단과는 또다른 운영의 허술함에 다름 아니었다.
올해 전주영화제 역시 마찬가지다. 안산에 거주하는 시민으로서 전주영화제 일반 상영작 예매일이
4월 16일 11시라는 점은 무척 난감했다. 바로 1시간전 10시에 안산에는 싸이렌이 울렸고 모두 묵념했다.
그리고 곧바로 1 시간 뒤에 즐겁고 맹렬한 예매 전쟁에 임해야하는 모순은 집행부의 배려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대해 미리 유선으로 항의를 했음에도 담당자는 영화제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답변하였다.
세번째는 집행부 명단과 영화제 진행에 대한 정보 공개에 대한 사안이다.
홈페이지 어디에도 심지어는 카탈로그에서도 전주영화제 집행부와 프로그래머, 운영 위원 등의 명단을 찾기 어렵고
어떻게 영화제가 매년 기획 진행되며 예산 집행이 되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분명 국민의 세금과 스폰서의 후원금으로 추진되는 사안임에도 홈페이지는 구성원과 과정, 무엇도 비공개에 멈춘다.
이는 현재 혹은 앞으로 영화제 집행부에 일하거나 일하기를 바라는 젊은 영화인들이 기존의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고 관객과의 소통에 임하는 최소한의 자세를 위해서라도 개선되어야할 사안이다.
완벽한 투명성을 바라지는 않지만, 적어도 책임진다는 태도 정도는 갖추어야한다고 본다.
네번째는 정체불명의 설문지와 관련한 사안이다.
영화제에 동행한 회원분의 전언에 따르면 설문지를 작성해주기를 주문한 이는 노란색 자원봉사자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몇 가지 문항이다. 가령, 영화제의 가치를 금액으로 적어달라든가
전주영화제를 월드컵, 올림픽 등과 비교해달라든가 하는 황당한 문항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작성자의 월 수입이 얼마인가 등도 기재 사항이 있었다니 어디선가 의뢰한 앙케이트인 듯 하다.
이는 영화제 전반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면 문항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다.
유선으로 확인한 바 전주영화제 집행부에서 만들어진 나름의 피드백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이같은 설문지를 받아든 관객의 입장에서는 난감함을 넘어서서 그 설문 저의가 자못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무언가 외부세력이 개입되어서 영화제 자체의 면모를 추락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
다섯번째는 영화제 전반의 변화와 편의에 대한 요청이다.
전주시의 예산 증액 기사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눈에 띄게 자원봉사자의 수가 줄어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극장 내 안내멘트가 사라지는 등 자원봉사자의 감축이 감지되었다.
야외상영관과 효자 CGV 등을 감안하더라도 자원봉사자 감소의 이유를 추정할 수 없다.
효자 CGV는 자체 내부의 몇몇 부스를 제외하고는 영화제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았고
영화의 거리 내에서도 라디오 방송이 사라지는 등 과거와는 달리 전시물이 많이 줄었다.
효자 CGV의 시설은 좋았지만, 굳이 셔틀버스 및 시내버스를 이용하면서까지
관객이 이동을 해야할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물론, 국내 영화제들이 모두 지역 경제와 관련있지만,
작년까지의 전북대학교 상영관과 비교할 때 다소 상업성과의 거리감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영화제 집행부에 대한 건의라기보다 전주시에 대한 건의다.
영화의 거리 근처에서 택시를 잡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것은 매년 변화가 없다.
급기야 우리 일행같이 십년 이상 다니는 관객들은 아중리 숙소와 영화의 거리, 효자 CGV를 버스로 이동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할 순간에는 택시 승차에 10 분 이상 걸렸다.
교통 경찰관에게 문의하니 근처 한옥마을에서 택시가 먼저 승차되서 영화의 거리 앞까지 오지 못한다고 한다.
이의 교정을 위해서 콜택시에 연락하기도 했으나 연휴 기간에는 도대체 연결 자체가 되지 않았다.
전주시와 영화제 집행부는 택시 승강장을 별도로 마련하고 택시 기사 측과 협의하여 편의를 제공했으면 한다.
전주 영화의 거리 근처 모텔의 낡은 시설과 바가지 요금에 대해서는 이제 재론하고싶지도 않다.
이제 막 전주영화제에 참가한 관객들은 아마도 무척 당황스럽겠지만, 이는 수요-공급과 상도의에 대한 문제다.
영화제 집행부에서 해결할 수도 없고 시에서 강압할 상황도 아니다.
스스로 정화될 수 있도록 관객이 불매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한옥마을에 대한 첨언으로 끝을 맺자.
부산영화제를 가면 거의 다들 바닷가를 찾듯이 전주영화제를 가면 한옥마을을 찾는다.
이제 한옥마을은 2000년도 초기 영화제 참가시의 그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보다도 더한 주전부리 중심의 먹자 골목 이상 이하가 아니다.
무언가 기념 사진을 촬영할만한 공간도 없이 한옥 지붕에 먹거리 식당만 즐비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전주영화제를 찾는 이들에게는 큰 매력 하나가 사라질 것이다.
나를 비롯한 우리 카페 회원은 씨네필, 영화광이 아닌 일반 관객이다.
둘 사이에 무슨 경계선이 명확하냐고 반문하는 비현실성을 무시하고 재차 말하지만
이 글은 전주영화제를 십여년동안 방문한 관객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로 기록되었다.
아마 내년에도 그리고 내후년에도 국내 영화제는 지금과 같은 불통과 전횡, 불편에서 그다지 변화를 기대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으로서 영화를 질문하듯 영화제를 질의하는 자세는 필요할테니까.
이제 전주영화제에서 관람한 영화에 대한 글을 쓰자.
첫댓글 정체불명의 설문지 -> 작성자가 저입니다. ㅋㅋ 체론님이랑 영화 끝나고 노닥거리다가 별 할일도 없고 해서 작성하는데 질문이 완전 어의없어 깜놀. 대체 영화제 놀러오는 관객의 가구별 소득을 알아서 어따 써먹겠다는건지요...
작년에 다녀왔었는데ㅡ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전동성당밖에 기억이 안 나요 ㅠ 다 먹방 찍으러 가는 분위기라서 좀 실망하긴 했었죠
한옥 마을 너머로는 작년부터 시에서 벽화 마을을 만들고 있다던데, 전국에 쌔고 쌘 벽화 마을을 또 만들어 무얼 하려 그러는지.
전주는 영화제도 그렇고 여행지로써도 그렇고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