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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은 enya의 노래입니다.
● 궁(宮)의 여자 ●
"물의 정령이여, 나는 세상을 구하려는 자. 악을 헤치려는 자를 도와, 이곳으로 강림하라.
엘라임 쥬러시(elahim jouracity)."
마법을 쏘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지 몇 분 후 류가 정령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바다색의 인어모양을 하고 있는 정령이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쥬러시라고 불리우는 정령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더니, 가장 큰 셀리맨더에게 달겨들었다. 불:물의 싸움이었다. 엘라임이
라는 상급 정령은 처음 본 나로서는 그 인어 정령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보통 물의 정령은, 아줌마·애 같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나?"
"예. 하지만 쥬러시는 엘라임이니까요."
류는 그의 정령이 마구 날뛰는데도─싸우는 걸 보니, 장난이 아니다.─불구하고 굉장히 차
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하지만 난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쥬니아!"
에릭은 나에게 조심하라는 의미로, 인간계에서의 본명을 불렀다.─꽤나 급했나보다.─나는
그의 목소리에 류의 목덜미를 잡고 높이 뛰어올랐고, 나무 기둥에 발을 디뎌 안정된 착지를
했다.
"고마워요."
류는 매무새를 다듬고 고맙다며, 빙긋 웃었다. 정령이 나타난 이후로, 굉장히 달라진 느낌이
었다. 나는 답으로 한손을 든 뒤, 바로 롱소드를 집어 올림과 동시에 주문을 외웠다.
"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심해 속에 잠든 광기의 물결이여, 깨어나 나를 대적하는 모든 것들
을 집어삼켜라. 어둠의 물결은 차가운 광기의 검날이 되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존재를
말살하리라. 메드니스 웨이브."
곧이어, 우리가 텐트를 쳤던 곧 근처에 있던 호수에 있던 물이 광기를 내며 적들을 갈랐다.
하지만 내가 메드니스 웨이브로 적을 공격하자, 심통이 났는지 엘라임 '쥬러시'는 더욱 날
뛰며 공격하기 시작했고, 온화한 인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윽…."
"세이시온!!!"
나는 나도 모르게 세이시온의 이름을 말해 버렸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스콜피온의 독침에 맞은 것이다. 나는 급하게 정화 주문을 걸려고 했지만 끊임없이 날아오
는 녀석들 때문에 그의 주위에 실드를 쳐두고는 그에게 독침을 맞힌 스콜피온 처치에 나서
기로 했다.
"조금만 참아."
나는 서서히 적색을 띤 스콜피온을 바라봤다. 네 따위가 내 갈 길을 막아? 나는 검을 두어
번 휘두르다가 날을 세웠다. 내 가슴 부위에서 멈춰진 검은 곧은 선 그대로 직진하기 시작
했고, 내 눈은 마물의 노란 눈과 마주보고 있었다.
"징그러운 놈."
그는 독침을 마구 쏘아댔지만, 방어 실드로 간간히 막았고 가끔 정면으로 날아들어오거나
실드를 뛰어넘어 날아올 때는 검을 세워 막았다. 그리고 그의 몸통 앞까지 가게 되자, 나는
검집에 검을 넣었다가 빼면서 그를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가속도를 붙힌 것이다.
"죽어라."
정확히 얼굴의 중앙인 코로 보이는 곳부터 쭈욱- 갈라진 놈은 마지막 발악으로 버둥댔지만
그런 움직임도 잠시. 몸의 중간이 잘려지기 시작하자 멈췄다. 그리고는… 얼핏보면 아무런
흠집도 없는 거대한 스콜피온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죽었다.
"작품 완성."
나는 낮게 환호성을 외치고, 나를 가로막는 조무래기들을 마법으로 해치운 뒤, 급하게 세이
시온이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원형 실드를 풀은 뒤, 급히 그에게 독 정화 주문을 걸었다.
류는 또 다른 정령들을 불러서 마물 초토화에 나서고 있었다.
"안티도테."
나는 여기저기 독이 묻어 오염되고 있는 풀을 보고는, 꽤나 강력하다는 것을 깨닫고 흑마
법계 회복주문을 외웠다. 얼마 없는 흑마법의 회복주문이지만 그래도 쓸만했다. 낯빛이
파랗던 세이시온의 얼굴은 점점 핏기가 돌기 시작했고,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류!! 너의 연인이 깨어나셨다!"
류는 그가 쓰러진 것도 몰랐었는지─류는 정령을 부릴 때 꽤 집중을 하고 있었다.─나의 말
에 놀란 표정으로 뛰어왔다.
"무슨 일 있었나요?"
"스콜피온의 독침에 맞았었어."
"치료는?"
"당연히 했지."
나는 엄지손가락을 올려보이며 류에게 말했다. 그는 나의 행동에 슬며시 웃은 뒤, 여긴 자
기가 맡겠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얼마 안 남은 마물들을 처치하러 자
리에서 일어났다.
삐긋-
"읏."
"비현씨? 왜 그러세요?"
세이시온의 머리를 자신의 다리로 옮기고 있던 류는 나의 신음에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아
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저었고, 통증이 있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젠장."
마계도 아니어서 제 힘을 못 쓸 뿐 아니라, 아까부터 마나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무리한 탓
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허벅지를 툭툭- 두들기며 세이시온의 검과 함께 쌍검을 들고는 마
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빨리하고 잠 좀 자야겠어."
천하의 마족 비현이 인간계에서 이런 꼴을 당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나는 감기려는
눈을 뜨려 볼을 찰싹- 때리고는 검과 검의 날을 맞부딪혀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들었다. 그런
뒤 통증을 감수하며 속도를 붙혔다.
"…."
가무(歌舞). 말 그대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놀림. 의외로 체력 소모가 심하지 않
고 행동이 부드러워 쌍검을 다룰 땐 아주 유용한 검술이다. 나는 들려오는 쥬러시의 얇은
인어 울음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 아름다운 선율과는 반대되는 마물들의 비명과 피
가 풀밭과 호수로 흩뿌려졌다.
대전이 끝나고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그 상태로 원정을 시작했더라면 우린 진
작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숨을 고르면서 유시가 급하게 감자를 익혀 만든 요리
를 천천히 먹었고, 맑은 샘물을 마셨다.
"이런 싸움은 처음이었어."
나는 유에의 말에 그릇으로 가던 손을 멈추었다. 아마 마계였더라면 그 놈들의 삼대를 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마계가 아닌 인계, 나 또한 처음 겪은 수난이었다.
"응. 꽤나 힘들었어."
나의 말에 세이시온이 나를 지긋이 쳐다봤다. 녀석, 마족은 뭐 전지전능한 줄 아냐?!
"비현. 아깐 고마웠어."
그는 계속 나의 어딘가를 직시하면서 말했다. 나무 기둥에 기대어 있던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고, 그에 따라 당도한 곳은 다름아닌 왼쪽 허벅지. 지금도 약간은 아픈 곳이다. 나
는 인간 따위에게 신세는 지고 싶지않아, 태연한 척 하며 세이시온에게 말했다.
"시온님. 제 다리는 왜 봐요!"
세이시온을 변태로 몬 것이다. 그에 세이시온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지만 다른
이들의 뜨거운 시선에 이내 나에게 사과를 했다. 나는 그들의 행동에 웃으면서 피 비린내
섞인 나무 향내를 느꼈다. 좋았다.
"근데, 류님 정말 대단하시던데요? 쥬러시라는 정령. 정말 멋졌어요."
"그랬나요?"
류는 온화한 어머니(…)의 얼굴을 하면서 말했다. 사실상 반은 쥬러시를 포함한 류의 정령
들이 해치웠을 것이다. 대단도 하지.
"여하튼 오늘 하루만 더 이 시체더미 근처에서 자야겠는데?"
유에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마물들의 푸른 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절로 인상
이 찌푸려졌고, 다른 이들도 시체 근처에서 자는 것은 맘에 들지 않았었는지 오만상을 찌푸
렸다.
"빨리요, 빨리!"
끔찍한 밤을 보낸 우리는 유시의 재촉으로 급하게 출발을 하게 되었다. 아직 숨이 붙어있
던 놈들이 밤새 신음하는 통에 끔찍한 밤을 보내었던 유시였다.
"유시. 이젠 괜찮아! 그만 뛰어!!"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었던 유시는 나의 말에 지친 듯 주저앉았다. 나
는 그런 유시를 보며 피식 웃었고, 점점 가까워져가는 동의 신전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뎠
다.
"그럼, 신관을 데리고 온 후 어디로 가는거죠?"
"…그 쪽지에 써져 있기를 '모든 정기가 향하는 곳'이라고 했어. 아마도 테프로노스 강가
일거야."
"테프로노스?"
내가 안 주머니에서 다시 쪽지를 꺼내어 보며 말하자, 다른 이들은 꽤나 놀란듯이 말했다.
테프로노스는 마족이 있을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엘프들의 영역을 나누는 강이었기 때문이
다.
"테프로노스는 카젠제국의 동남쪽에 위치해. 아마도, 이렇게 쭈욱- 동카젠 지방을 지나고
사놀리아 산맥을 건넌 뒤, 백색의 호수를 낀 마을을 지나면 있어. 몇 달이 걸릴지는… 나도
몰라."
나는 론디에서 구입했던 카젠 왕국의 가죽 지도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 뒤에 서서
지도를 보던 유에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고, 에릭은 아직 회복이 안됐는지 어깨를 두들겼
다.
"뭐야. 지친거야? 조금만 더 힘내라구."
"사실, 난 이 원정. 이해 안가."
"유에."
나는 에릭에게서 유에에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사실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이시온은 그를 무미건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렇게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 쥬니아. 난 너를 지킬 의무가 있어 이곳에 남은
거지만, 이렇게 사람들을 잃어가고 부상을 당하면서 카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
그에 나는 팔짱을 끼며 조용히 있었다. 사실, 맞았다. 나조차 내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걸.
"빠져도 상관없다."
세이시온이 유에에게 말했다. 그는 유에를 보고 있으면서도 그의 뒤에 있는 나를 보고 있었
다. 나까지 빠질까봐 두려운건가. 나는 세이시온의 표정을 읽고는 피식 웃은 뒤 입을 열었
다.
"…좋아요. 그럼."
"쥬니아."
레이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가 이곳에서의 본명을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그 의미는… 자
신의 주군을 도와달라는 건가.
"레이. 나는 내 호위기사들을 맘에도 없이 부리고 싶지 않아. 그들이 떠나고 싶다면 그걸로
끝. 사실 나 조차도 모르겠어. 내가 왜 카젠을 지켜야하는지. 그저, 영웅심이 발동했을 뿐
일걸? 난 카젠의 사람이 아니니까."
나는 냉정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고는, 세이시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세이시온은 계속 무
표정을 지키고 있었지만, 혼란스러운 듯 했다.
"하지만…."
모두가 긴장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의리라는게 있는거니까. 유에와 에릭만 마그놀리아로 돌아간다."
"쥬니아!!"
유에와 에릭이 나에게 소리질렀다. 그들도 무서운가보다, 천하의 소드마스터라는 인간이 마
족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다.
"유에, 에릭. 혹시 마족이 두려운거니?"
"…."
정곡을 찔렀는지, 입술을 질끈 깨무는 그들이었다. 세이시온과 레이, 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나를 믿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내가 그들
이 이토록 무서워하는 마족이란 걸 알면… 그것도 마공주라는 것을 알면… 어떻게 될까?
"있지. 마족에게도 계층이란게 있어. 그리고 상류계층의 마족들이 이런 일을 할 확률은 극
히 적다. 상급 마족이라면 몰라도, 중급 마족 정도면 우리가 어느정도 할 수 있을거야. 마
족도 인계에 오면 마나 소비가 심해지기 마련이니, 힘도 줄어들테고."
나는 최대한 그들이 안심할 수 있는 말을 해주었다. 그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시는 가운데서 유일하게 그들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 * *
"…드디어"
"도착인가."
원정에 관한 마찰이 있은지 어언 이주일. 마지막 이틀은 과일로 떼우고, 몸을 제대로 가누
지 못했으나 어찌됐든 빛의 신 셀시온을 모시는 신전. 동의 신전 앞에 도착했다. 신전은
그 이름만큼이나 꽤나 화려했지만 나는 그 외관보다도 강하게 느껴지는 신성력에 가뜩이나
기운이 없어 죽겠는데, 기분까지 나빠지기 시작했다.
"손님이십니까."
"카젠 황실의 사람입니다."
머리 위에 하얀 테를 쓴 여인이 조용히 허리를 굽히고 물었다. 그리고 세이시온이 황자의
표식인 펜던트를 보여주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안으로 우릴 안내했다.
"저기. 동의 신전 주위에는 민박집이 없나?"
에릭이 견디기 힘들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한 삼일 전부터는 산과 들밖에는 보이지 않
았다. 마을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던 것이다.
"각 신전은 마을로부터 일정 간격 떨어져서 세워졌기 때문에, 이 근방에는 하숙할 곳이 따
로 있지 않습니다."
여자의 말에 에릭을 포함한 우리 일동은 절망해야했다. 그리고 그렇게 속으로 크나큰 절규
를 외치고 있을 때. 꽤나 앙칼지고, 높은 목소리의 여자가 나타났다.
"먼 길을 오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녀는 신관복을 입고 있었고, 금색의 십자가 목걸이와, 염주를 걸고 있었다. 나는 강하게
느껴지는 신성력에 눈쌀을 찌푸리면서, 그녀가 일행과 인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내 앞에 섰다.
"아, 쥬니아 공주님이시군요."
뭐지. 이 천사를 연상케 하는 꺼림찍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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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말은 큰 힘이 됩니다//
으으- 요즘 너무너무 기분이 안 좋아요.
스트레스 풀 방법이.
쇼핑, 하늘보기, 노래방가기
빼고 또 뭐가 있을까요ㅜㅜ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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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소설
[판타지]
궁(宮)의 여자 - [제 26 화] 수정
다음검색
첫댓글 재밌게 봤어요 ㅎㅎ, 한번에 여러편 보고 꼬릿말은 한개쓰는게 죄송할 따름 ;;
★ 츄아님 절대 아니에요- ^^; 오히려 감사한걸요.
잠을 많지자면되여~ (제가하는방법이지만,...^^)아님 게임을 한번해보세여 그럼 잘읽구 가여~
★ 한번 해봐야겠군요ㅠ_ㅠ
왠지 초반부분이 마족의 계약인가? 암튼 그거랑 비슷한거 같아요. (나만 느낀건가??) 후반으로 갈수록 내용이 달라지긴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님만 그런게 아니랍니다;; 그래도 라스트는 전혀 다르니 아무쪼록 예쁘게 봐주세요~
와아~~ 넘넘 잼써여~~>_<ㅋㅋㅋ
★ 몰라두되님 감사합니다^^
와우!! 네요^^
★ 감사합니다^^
정말 잼있게 보고갑니다.. 담편 너무기다려져요....
빙수가 좋아님 저 왔답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