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한 지붕 아래에서 두 가족이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같은 피를 나눈 형제나 부모와도 성인이 되면 마음을 맞추며 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불화도 생기도 흔히 다툼도 생기고 말이다. 하지만 극동학과 지붕 아래에서 살아가는 일본학과와 한국학과 구성원들의 경우는 이런 이야기들과는 거리가 멀다. ‘두 가족’은 언제나 사이좋게 하나의 가족처럼 생활해 나가기 때문이다.
일본학과와 한국학과가 속해 있는 극동학과에는 모두 40명의 교강사진이 소속되어 있다. 교강사진의 규모는 한국학과쪽이 조금 더 많은 편이다. 재학생들의 규모에서는 한국학과쪽이 거의 두 배 정도 많다(일본학과 50여명, 한국학과 110여명). ‘두 가족’이 협력하는 분야는 주로 학과나 대학행사를 진행할 때이다. 학과에서는 언제나 여러 가지 행사들이 많이 개최된다. 공화국 올림피아드나 말하기대회, 글짓기 대회, 문화축제, 일본학주간, 한국학주간, 대사와의만남 등이 그런 행사에 속한다. 갖가지의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행사에 재학생들을 참석시키거나 교강사들이 참석을 함으로써 서로를 돕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경조사가 있는 경우에는 서로를 위로해주며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가까운 중국학과와는 그렇게 까지는 밀접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지붕 아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지붕 두 가족’이 항상 협력만 하는 것은 아니다. ‘두 가족’ 간에는 자연스럽게 선의의 경쟁도 한다. 행사를 함에 이어서도 누가 더 멋지게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가는지에 대한 의식이 서로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또한 복잡하게 위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다양한 형태의 학과업무를 처리해 나감에 있어서도 나름의 선의의 경쟁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선의의 경쟁은 언제나 양자 모두에게 승리를 안겨다 준다. 덕분에 대학 본부로부터 동방학부 극동학과에 대한 특별한 시선이 언제나 쏠리고 있다.
서로 협력해서 선을 만들어 내는 일은 언제나 아름답다. 한국학과 학생들의 수가 월등히 많은 관계로 극동학과 분위기는 상당 부분 한국학과 쪽으로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한류가 대세인 관계로 일본학과 학생들의 대다수가 간단한 한국어를 할 정도가 된다. 재학생들 간에도 굳이 너와 나는 다르다는 의식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해나가는 동료들이라는 의식 하에 학창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루어 나가는 만큼 극동학과 내 ‘두 가족’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당분 간은 그렇게 흘러 갈 것이다. 예전처럼 다시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때가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하나의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정해진 길인 듯 하다. ‘한 지붕 두 가족’이 서로 윈윈하는 것이 서로에게 필요한 때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