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메일을 받았다. 세계적인 골프 볼 브랜드로 발 돋음 한 볼 빅이 직장인동호회골프대회(직장인골프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과거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참가했던 골프대회가 생각났다. 직장인을 위한 골프대회였는데 참가요건이 까다로웠다. 개인이 아닌 직장단위로 4명1조의 단체 팀만 신청을 받았다. 단체 팀을 위주로 해야 대회운영이 수월 한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 직장에서 4명1조를 만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당시에도 직장마다 골프 치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대부분 초보자들이었고 골프 좀 친다는 사람조차 대회에 함께 나가자고 권하면 지레 겁을 먹고 손사래를 쳤다. 대회하면 으레 골프를 잘 치는 사람들만의 잔치인 줄 알았고 막상 대회에 출전해서 생소한 사람들과 한 조로 경기하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사람들은 낯가림이 심해서 늘 가깝거나 친한 사람들끼리 어울리길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참가해서 골프를 치고 싶었던 사람은 친구들이나 연습장의 동호인들과 한 조를 만들고 그 중 한 사람의 회사직원인양 서류를 만들어 신청을 했다. 엄연한 룰(?)위반이었지만 대회운영상 주최 측은 알고도 넘어갔고 오히려 골프장을 설득하여 참가자들을 위한 골프비용을 낮추어 준 기억이 났다.
오는 10월 29일(일)에 열리는 직장인골프대회 역시 그 때와 비슷한 조건인데 예상대로 참가자들이 많은 신청을 할지 의문이다.
볼빅이 강원 홍천 인근에 자리한 라비에벨 CC에서 직장인골프대회를 열기로 한 것은 골프용품관련업체로서 국내 골프대중화를 선도하고 그동안 자체 브랜드인 볼빅 볼을 애용해준 골퍼들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사은의 의미가 크다고 여겨진다.
또한 평일에 골프 칠 수없는 직장인들을 배려하는 뜻에서 일요일로 날을 잡은 것은 박수 받을 일이다.하지만 그린피가 비싸다는 점이 이번 대회의 옥에 티였다. 주최 측인 볼빅이 대회참가자들 1인당 공식비용으로 22만원을 못 박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게 다는 아니었다. 캐디 피와 그늘 집 비용, 그리고 강원 홍천까지 왕복자동차기름 값, 그리고 고속도로이용료 등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합치면 어림잡아 총 30만원이 넘을 듯 했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체의 부서장급이라도 골프 한번 치는데 30만원은 부담되는 돈의 액수다.
이왕에 볼빅이 직장인골프대회를 주최하기로 했으면 직장인들의 호주머니사정을 감안하여 골프비용을 낮추출 수있도록 해 준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라비에벨 C.C는 정부로부터 세제혜택을 받는 대중골프장이므로 회원제보다 그린피는 싸야 한다는 게 골퍼들의 일관된 주장이며. 또한 130여명이 참가하는 대회이기에 골프장과 타협의 여지는 있었으리라.
과거 골프장들이 캐디 피가 오를 때마다 캐디 피는 골퍼들의 몫이니까 ’하고 강 건너 불 보듯 했던것처럼 이번 대회 주최 측 또한 ‘그린피는 골퍼들이 내는 것이니까’ 라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면 ’참가자들에 대한 사은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 것이다.
혹자는 그런 식으로 일일이 따지려면 골프를 치지 말라고 하겠지만 현재 국내골프장들의 그린피는 총체적으로 비싼 측면이 있으며 대중골프장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린피가 허가제였던 시절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라비에벨 골프장이 이번골프대회를 작년 이맘때 개장한 듄스 코스(18홀)에서 열기로 한 것은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듄스코스란 억겁의 세월 바닷가 모래가 바람에 날려서 퇴적된 황량한 해안지대에 만든 골프코스를 일컫는데 라비에벨골프장 측이 산악지대에 만든 듄스코스에서 라운드를 통해 체험해 볼 수있는 기회를 골퍼들에게 직접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체홍보를 위해 많은 돈을 쏟아 붓는다는데 라비에벨골프장은 오히려 그린피 받아가며 홍보를 한 셈이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골프장 측이 참가자들의 시상식에 간단한 저녁식사를 제공할수 만 있다면 상생을 모토로 삼는 모(母)기업을 위해서도 효과는 배가 될 터. 평생 한국골프발전을 위해 몸 바쳐 온 고(故)이동찬 코오롱그룹의 선대회장이 하늘나라에서 보면 박수 칠 일이다.
암튼 이번에 대회를 주최하는 측이나 대회장소를 제공한 골프장 모두에게 무언가 아쉬움이 남지만 ‘인생은 아름답다’ 는 의미인 라비에벨(La Vie Est Belle)골프장의 듄스 코스에서의 직장인골프대회가 성황을 이루어 골프대중화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