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길어서~
장맛 글도 장마 졌답네다
어허허허~
*(*~~
장마의 계절 / 조병화
지금 나는 비에 갇혀 있습니다
갈 곳도 없거니와
갈 수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계속되는 이 축축한
무료
적요
어찌 이 고독한 나날을 다 이야기하겠습니까
비는 내리다간 쏘와! 쏟아지고
쏟아져선 길을 개울로 만듭니다
훅, 번개가 지나가면
하늘이 무너져 내는 천둥 소리
하늘은 첩첩이 검은 구름
지금 세상 만물이 비에 묶여 있습니다.
장마 / 백창우
1
오늘은 어느 누굴 찾아가볼까
광화문 네거리를 서성이는데
이런 제기랄, 비가 내리네
터덜터덜 걷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점심때가 지났구나
국수 한 그릇 먹었으면
사람들은 어딜 그렇게들 바삐 가는지
거리는 온통 비닐우산의 행렬인데
나는 갈 곳이 없구나, 이렇게 외로운 날
호주머니엔 담배도 떨어지고
마음은 괜히 울적한데
............
이제 장마가 시작되려나
2
신문 한 장 사 들고 찻집에 들어가
커다란 종이 비행기를 접다가
문득 떠오른 너의 얼굴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존 바에즈의 노래를 듣고 있을까
낡은 책더미에 기대 앉아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들 살아가는지
저마다 몇 개씩의 슬픔을 갖고
매일 되풀이되는 익숙한 몸짓 속에
나날이 작아지는 가슴으로
다들 어떤 꿈을 꾸는지
.............
그래,
큰 비나 내렸으면
상륙! 장마 전선 / 김지헌
세상은 온통 젖어 있다
후미진 구석마다
곰팡이 피어나고
저녁이면 비에 젖어 하나씩
등불을 켜 들리라
저희들끼리 무어라 밤해 속삭이며
슬픔에 젖은 별들까지도
담장 밖 온 세상 풀들이
모가지를 꺾는다
장마비 내리는 밤 / 최다원
모두가 잠든 까만 밤
구성진 장마비가 어둠을 채운다
희미한 가로등의 눈썹 끝에 매달린 물방울
부풀어 오른 비만한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산산이 부셔진다
반쯤 열려진 창가에 서서
두 손을 모으듯 가만히 빌어본다
잉태한 교만과 이기심
질긴 탐욕을 꺼내 무게를 덜어내야 한다
순결한 마음과 비워낸 가슴 가득
꿈 하나만 간직하고픈
장마비 내리는 밤
장마 / 안수동
줄창 울고는 싶었지만 참고
참은 눈물이 한번 울기 시작하니
도저히 멈춰 지지가 않는 거지
누군가의 기막힌 슬픔은
몇 날 몇 밤을 줄기차게 내리고
불어 터진 그리움이 제살 삭이는 슬픔에
이별한 사람들은 잠수교가 된다
해마다 7월이면
막혀 있던 둑들이 젖어
매일 하나씩 터지는 거지.
장마 속으로 / 박자원
무작정 떠나고 싶었다
눈물은 흐르는 대로 두고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고 싶었다
장대비 내리고
비와 하나 되는 눈물
그렇게 흘러가고 싶었다
떨고 있을 둥지 밖의 새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걷고 싶었다
아스라이 멀어지는 것들을 그리워하며
장마 / 전홍준
하늘에서 총알이 쏟아진다
인두겁을 쓴 도시가 즉사한다
꿈자리에서 내장이 튀어나온다
보리 까끄라기 같이 강팍한 심장
진입금지 표지판이 붙어있는 모든 길
그 위로 까마귀 떼 낮게 활강한다.
장마비(1) / 유일하
7월 하늘은 슬프도록 흐린데
쥐어짜지 않아도 눈물같은 비가
뚝뚝 후드득 흩날리고 있다
고달프고 외로운 내 마음을 아는지
저 산속 숲과 풀이 물결처럼 출렁인다
사랑하는 그대 모습 그릴 때마다
가느다란 흔들림에도 내 마음 멍이 든다
지나간 날들을 떠 올려보면
송아지 고삐 같이 끌려온 추억뿐
잘못 살아온 어눌한 청춘이여!
이제 그만 지긋지긋한 장마비와 함께
저 멀리 떠나가 주렴!
장마일기 / 양인숙
우울한 비의 노트를 말린다 속이 다 젖고만 청춘, 꺼져버린 건 미네르바의 램프만이 아니다
이 땅에 살기 위하여 가방을 버리고, 씨앗을 버리고, 약자를 죄다 버렸다.
도서관 서가에도 장마가 진다
습기에 절은 망자들의 독백.
죽어버린 말들이 더 고혹적이다
산 자의 힘이여, 망자의 유언에 말려 들어서는 안 된다
망치는 건 순간, 블루의 비망록엔 불후의 명작만을 골라 박아야 한다
한 백년쯤 서가의 시렁을 장식할 옹골찬 씨앗들만 살아남기 위하여……
살아 남기 위하여…… 잇몸 고운 말들은 다 떠내려가고
흔적 없는 사랑처럼 상처뿐인 우울들아, 안녕
서슬 푸르던 슬픔의 곰팡이여, 이제는 안녕.
골방 한켠에서 꿈의 스토브를 환히 켜고.
장마 / 김신오
하늘에 감춰 둔
그리움의 둑이
터졌습니다
전화도
편지도
젖어 버린 날
손바닥 가득
이름을 쥐고
철없이 웃었습니다
장마 때 참새 되기 / 황동규
하류(下流) 끊긴 강이 다시 범람한다
세 번 네 번 범람한다
외우지 않기로 한다
―물이 지우는 몇 개의 섬
신문을 읽지 말고
혹은 읽으면서 잊어버리고
몇 번 재주 넘어
―천천히 참새가 된 나와 아내
비가 내린다
물이 거듭 쳐들어 온다
새는 지붕 간신히 막아놓고
아들아, 아빠가 춤을 춘다
창 틈으로 날아들었다가
머리를 바람벽에 부딪치고
눈 앞이 캄캄해져서
참새가 참새가 춤을 춘다.
장마 / 목필균
전선이 머무른 우기(雨期)
무수한 작살이 아스팔트에 꽂힌다
한낮 어둠 속을 질주하는
자동차 불빛이 흔들린다
흥건하게 고이는 하수구를
급히 빠져나가려는 흙탕물에
발목까지 점벙점벙 담그며
축축한 습기를 마시는 날들
가슴에 퇴적되었던
푸른 날들이 한꺼번에 침식된 채
뚝뚝 붉은 살점을 떼어준다
무너지고 무너지며
허옇게 드러난 기억의 뼈들
봉합되지 못한 시뻘건 상처가
그대로 길을 된다
장마철 잔상 / 신석종
오랜 비, 멎고
갠 날
새살처럼 돋는
파란 하늘 보면,
당신 생각에 다시
또, 울컥거려
병자처럼
수 없이, 여러 번
잿빛으로 바래다가
쪼그라든다
세상의 모든
탈색되는 것들이
쌓인 그리움만으로도
이렇게 망연히
절름발이가 되나봐,
그런가봐
생의 길 위에서
제대로,
걷지도 못 하는
장마철이면 난 행복 하다 / 신형식
장마철이면 난 행복하다.
후텁지근한 가슴 속에
자존심처럼 간직했던 일들
우르르 쾅쾅
눈물로 쏟아버릴 수 있어
난 행복하다.
그리움이 먹구름처럼 끼고
사랑도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
시시각각 변덕을 부리는 장마철이면
들고나갔던 우산을 잊어버려도
핑계가 있어 난, 행복하다.
그러다 가슴 속까지 흠뻑 젖어도
난 행복하다.
울다가도 웃는 세상.
참 지조 없는 세상.
그래서 난, 행복하다.
그렇게 사는 것이,
그런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이,
그래서 그대의 세상에서
웃고, 또 울고 살 수 있다는 것이
더 없이 행복하다.
장마철이면
그대가 있어서 난 행복하다.
장마철이면
그대가 없어도 난, 마음껏 행복하다
장마 비 유감(遺憾) / 김유택
깊은밤
장마오는 샛찬 소리
후덥지근 뜨거운 앞가슴엔
땀방울 맺히는 불쾌함
가려움의 인내
일터가 걱정돼
잠자리를 박찼다
긴밤 일터엔
무슨 일 없을까
날 밝아오는 아침이 두려워
비상연락망속 직원들
밤잠을 깨운다
나는 아날로그 시대
직원들은 디지털 시대
양적인 것과
숫자와 계산적 표현과의 불협화음
장마 비가 우릴 싸움의
유혹 빛깔로 젖게 한다
얼굴만 드러낸 우리는
새벽 축시(丑時)때 만난 Salary-Man
장마 비 유감(遺憾)
졸리운 눈 소지(小指)로 비비며
떨어지는 눈꼽만큼
우린 정(精)이었다
장마 / 한상숙
무슨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많은 눈물 흘리고도
울음을 멈출수 없는 걸까?
끊임없는 너의 눈물에
꿈이 심어진 논두렁이 무너지고
골목길이 물에 잠겨
타협할수 없이 거래가 끊겨진 세상에
무거운 기운만 감돈다.
퇴비장 옆에 얼굴내민
해바라기 한 그루는
햇살 그리다가 지쳐
고개 떨군다.
익어가던 열매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성장을 멈추고 두려움에 떨고있다.
이젠 그만 슬퍼하렴.
그리고, 눈물을 닦아.
시골 계신 우리부모님 가슴
농사 걱정에 애간장 말라 사막이 되고
영글던 자식 생각에 꿈꾸던 희망 빗물에 녹아
얼굴에 깊은골이 패이는것을
더 이상 볼수가 없구나.
장마 / 이승복
잿빛 하늘이
머리를 감는다
금이간 황토 벌에
종종 걸음 얼굴마다
땀과 빗물이 범벅이다
빗물에 취한 대지가
황룡이 헤엄치며
꼬리를 세울쯤
어수선한 가운데
이웃끼리 맞잡은 손
퍼담은 근심을 풀어놓는다
꼭 이맘 때 찾아오는
질긴 인연이라
준비는 길어도 닥친 일은
태산이다
비 맞은 삶이 빗물을
어느 정도 털어 내면
붉은 노을에 타 들어간
목젖이 쉰 소리로
잦아든다.
장마에 비쳐진 어머니 / 유일하
먼 하늘에
강물이 범람하여
푸른 산자락을 적신다
울 어머니 가슴에
맺힌 폭풍의 한을
아는지 지겹도록 퍼붓는다
열기를 뿜어대던
담벼락의 장미들이
하나, 둘 흐트러져
빗물에 피를 토하고 있다
어머니도 우릴 키우며
저토록 하혈을 하고
피눈물을 머금고
사셨겠지!
장마 / 오보영
무슨 말인가 할 것 같아서
무슨 말이든 들을 것 같아서
나무를 본다
그저
불어오는 바람에 몸 내어 맡기고
내리는 비 철철
맞고만 서있는
나무를 본다
무슨 말이든 듣고 싶어서
무슨 말인가 하고싶어서
긴 장마 / 오보영
다 알았으니
이젠 제발 그만 해다오
아무리 두들겨도
열리질 않
아
절규하는 처절한 외침이란 걸
아무리 퍼부어도
스미질 않
아
쏟아내는 애절한 눈물이란 걸
알았으니 이제 그만
멈추어다오
옆에 있다 멋모르고
봉변을 당한
순진한 이웃들 좀 헤아려 다오
함께 걷다 순식간에
할큄을 당한
상처 난 마음들 좀 다독여 다오
프린트
장마 / 홍수희
내리는 저 비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고통 없이는 당신을 기억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이제 나는 압니다
버틸 수 있는 건 단 한가지
가슴에 궃은 비 내리는 날은
함께 그 궃은 비에 젖어주는 일,
내 마음에 흐르는 냇물 하나 두었더니
궃은 비 그리로 흘러 바다로 갑니다
(사족)
장마비 작품들도 장마 졌습내다~
장마방에서 즐겁게 쉬었다 가시길,,, /// // /
어허허허~
888 방랑객 編 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