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팬이 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토트넘의 팬들은 자신들의 팀이 아직도 유럽축구의 강 팀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토트넘은 이제 잉글랜드에서도 강 팀이 아니고, 런던 축구계에서 조차도 강 팀의 명성을 잃어갈 위험에 처해있다.
1990년대까지는 토트넘도 ‘빅5’의 하나로 여겨졌었다. 이때의 ‘빅5에는 리버풀, 맨유, 아스날, 에버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토트넘의 기록을 보면, 이 팀은 잉글랜드에서 단 2번밖에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숫자는 울버햄튼, 허더스필드, (당연히)블랙번보다도 못한 기록이다.
토트넘은 사실 컵대회 전문팀으로 여겨져 왔다. 좋은 팀이긴 하지만 우승을 위한 심도 있는 도전을 펼칠 만큼의 힘과 깊이는 없는 팀이었다. 그러나 1991년의 FA컵 우승 이후, 토트넘이 화이트하트 레인으로 가져간 우승컵은 1999년의 칼링컵이 유일했다.
반면 아스날은 같은 기간에 4번의 리그 우승과 5번의 FA컵, 칼링컵과 컵위너스컵을 각각 한 번씩 우승했다. 물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나선 적이 있다.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6위권 이내에서 시즌을 끝마친 적이 없었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 뿐이다. 영국인과 외국인, 다양한 감독들이 오고 갔으나 다시 한번 ‘빅5’가 되기에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할 것 같다.
지난 시간들의 대부분을 돌아보면, 토트넘 팬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단 한 가지의 사실이 있다. 아스날은 전통적으로 효율적이지만 지루한 팀으로 알려졌던 반면, 토트넘은 매우 흥미진진한 축구를 하는 멋진 팀으로 알려졌던 것이다.
호들, 아르딜리스, 빌라가 뛰던 80년대 초반부터, 와들, 개스코인이 뛰던 80년대 후반 그리고 셰링험, 앤더튼, 클린스만이 뛰던 90년대 중반까지. 토트넘은 우승은 못할 것 같으면서도 훌륭한 공격축구를 보여줬다.
같은 기간 아스날은 조지 그레험 감독의 지휘아래 리그를 우승하고 있었지만 언론으로부터 ‘너무 지루한 아스날’이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아스날 팬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1-0 to the Arsenal~ 1-0 to the Arsenal~’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1-0은 아스날이 항상 보여줬던 스코어였기 때문이다.
아르센 웽거가 부임하고 나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웽거가 한 일은 아스날이 우승을 할 수 있게 이끈 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아스날을 멋진 축구를 하는 팀으로 키워냈다. 토트넘 팬들은 과거 개스코인, 호들, 와들, 아르딜리스 등의 훌륭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스날에는 베르캄프, 비에라, 이안 라이트 등이 있었고 파브레가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앙리가 있다.
웽거 감독이 아스날에서 마법을 펼치기 시작할 무렵, 아스날의 전 감독이었던 조지 그레험은 토트넘의 감독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그레험 감독은 팬들에게 지루하고 성공적이지 못한 경기들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토트넘 팬들은 아스날과 토트넘의 전통적 역할을 바꿀 준비가 되어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스날의 경우와는 달리, 토트넘은 그 어떤 성공도 없는 그저 지루한 축구만을 펼쳤다.
마틴 욜 감독의 취임, 용기 있게 도전했던 첫 시즌과 안타깝게 놓쳐버린 챔피언스리그- 새로운 시즌에 대한 희망은 높았다.
토트넘 팬들은 초조해져 가고 있다. 토트넘 팬들은 잉글랜드에서도 불평과 불만이 많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토트넘은 1961년 빌 니콜슨이 더블-더블을 이룬 이후 별 다른 성공을 거둔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팀의 팬들은 토트넘 팬들이 아직도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캐릭과 에드가 다비즈의 이탈은 토트넘의 문제가 되었다. 중요한 수비수인 레들리 킹의 부상도 마찬가지이다. 캐릭이 가져다 준 1,800만 파운드는 엄청난 돈일 수도 있지만, 캐릭의 자리가 대체되지 않는다면 돈의 의미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캐릭이 훌륭한 패스를 하는 선수였던 반면 다비즈는 미드필드에서 공의 소유권을 얻어오는 선수였다. 그러나 다비즈는 이제 팀을 떠났고 캐릭의 자리는 대체되지 못했다.
다비즈는 강한 성격을 갖고 있던 선수였고 토트넘은 리더십이 부족한 팀이었다. 맨유가 첫 번째 골을 넣자 팬들은 토트넘 선수들의 생각을 거의 읽을 수 있었다. “이런……우리는 이제 진 것 같다.”
점점 더 많은 팬들이 마틴 욜 감독은 팀을 더 높이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이런 팬들의 숫자가 아직 많은 것은 아니지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마틴 욜 감독의 문제는 지난 시즌 이후 기대치를 너무 높였다는 것이다.
마틴 욜은 전술적인 유연성이 없다는 것과, 어떤 스트라이커를 쓰건 간에 관계 없이 단순한 축구를 고집한다는 이유로도 비난을 받아왔다. 그는 또한 선수들의 컨디션에 관계없이 너무 잦은 변화를 준다는 책망도 들어왔다.
어쨌든 마틴 욜은 시간을 더 얻을 것이다. 감독에게 시간이 주어질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는 아르센 웽거가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다음 시즌도 이번과 비슷하다면 마틴 욜은 팀을 떠나게 될 것이다.
토트넘은 여전히 빅 클럽이다. 팬들로부터의 훌륭한 서포팅도 받고 있으며, 토트넘 팬들의 원정응원은 첼시나 아스날보다 낫다.
이영표는 어떠한가? 이영표는 여전히 토트넘 팬들의 마음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명 프로그램인 BBC 606의 지난 주 프로그램에 전화를 건 청취자들은 이영표가 토트넘에서 뛰기에는 기량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말했다.
이영표가 맨유나 아스날에서 뛰기에는 기량이 좀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토트넘에서 뛰기에는 충분히 좋은 기량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은 현재 토트넘이 갖고 있는 문제를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