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입주민 주차차량이 파손됐어도 차량에 대한 보관·감시 의무가 없다면 입주자대표회의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성엽 부장판사)는 최근 대구 수성구 W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했으나 못 등에 긁혀 차량이 파손된 입주민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 D사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보험사 D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제1심 판결을 인정, 원고 D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차장 이용객으로부터 주차요금을 받을 경우 부설주차장을 관리·운영하는 자는 주차차량의 보관에 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량의 멸실·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관리비를 받고 있고, 세대당 보유차량이 2대 이상인 입주민들로부터 주차비 명목으로 월 3000원씩 징수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입주민들로부터 관리비를 받았더라도 이는 입주민들이 공동소유의 부설주차장을 사용·수익하고 관리하면서 공유자로서 부담할 부설주차장 관리비용을 납부한 것에 불과할 뿐, 피고 대표회의에 주차장 내 차량을 보관·감시토록 하는 대가로서 주차요금을 지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 대표회의가 세대당 보유차량이 2대 이상인 입주민들로부터 받은 주차비는 주차선 도색과 아스팔트 포장 등의 주차장 관리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고, 입주민 외의 방문객 차량에 대해서는 주차요금을 징수하지 않고 있다.”며 “이 주차비도 보유차량수가 서로 다른 입주민들의 형평을 고려해 받는 주차장에 대한 추가관리비로 봐야 하고, 이를 부설주차장에 주차하는 차량을 보관·감시해 주기 위한 주차요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아파트에 설치된 부설주차장은 보통 주차구역 표시가 돼 있기는 하지만 외부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울타리 시설 등이 설치돼 있지 않다.”며 “주차차량의 열쇠도 입주민들이 직접 보관하는 등 주차장을 출입함에 있어서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피고 대표회의는 구분소유자들인 입주자 전원으로 구성된 아파트 관리단으로서 입주민들을 대표해 관리비를 사용, 단지 내 공용부분 또는 부설주차장에 관한 보존·관리행위 등을 하는 것”이라며 “입주민들로부터 관리비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입주민들과 주차장 이용계약이 체결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보면 아파트 부설주차장을 관리하는 피고 대표회의와 그 주차장을 이용하는 입주민들과 사이에 주차차량의 보관·감시의무를 명시적으로 약정했거나 묵시적으로 보관·감시의무를 인수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단지 내 주차한 차량이 파손돼 입주민에게 지급한 차량수리비를 배상하라는 원고 보험사 D사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지난해 5월 단지 내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했는데 다음날 차량의 좌측 전·후방 바퀴덮개가 못 등에 긁힌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입주민 A씨 차량의 보험사인 D사는 A씨에게 차량 수리비 1백2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D사는 지난해 4월 “입주민들로부터 관리비는 물론 주차비로 월 3000원씩 받아왔으므로 단지 내 주차차량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감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입주민 A씨의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입주민에 지급한 차량 수리비 1백2만원을 배상하라.”며 이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같이 기각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