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입니다. 귀기…. 아..정말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원래 7월에 써야 하는거였는데 나이드니까, 정말이지 건망증이 엄청나더군요.
아주 많이 늦었지만 꿈틀의 귀기 시작하려 합니다.
꿈틀의 귀기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하려 합니다.
1. 꿈틀의 어린 시절
2. 꿈틀의 학창시절
3. 도로시와의 연애
4. 꿈틀의 도로시와의 결혼
5. 꿈틀, 도로시, 지유, 가족
근데,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나름 글 쓰는 걸 즐기는 편이기도 한데... 왜 이렇게 귀기 시작하기가 힘들었을까요.
꿈틀의 어린 시절.
꿈틀은 1972년 3월 14일 종로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네 그렇다고 합니다. 주민등록증 본적이 그렇더군요.
태어났을때 기억은 잘 안납니다.
아버지는 CF감독 이셨고, 아마도 우리나라 1세대 CF감독으로 기억하고 있고, 어머니는 가정 주부 셨는데, 실은 두분 다 미대를 졸업 하셨지요. 그래서 어릴 때 부터 집안 분위기는 미술과 친한 분위기였습니다.
집에 자주 놀러 오는 아버지 친구분들도 전부 미대 출신이셨고, 늘 같이 놀던 아버지 친구분들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그림그리고, 만들고 그런걸 좋아하니, 늘 모여서 그림그리고, 무언가를 만들고 그러고 지냈습니다.
요즘은 자주 기억의 변형이 이루어 지고 계시는 칠순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2살때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 아 이 아이, 이거 미술에 소질이 있구나 하셨다고 합니다. 저도 몇번 본적 있는데, 지금은 사라졌습니다만.. 2살 짜리가 그릴만한 그림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부모님들의 자식 설레발은 세계공통 인지상정이지요. (저도 가끔 지유가 천재일지도!! 라고 착각하지만 저의 2살때 그림이라는 걸 생각하며 콧방귀를 뀝니다. 흥!)
태어나기는 종로구 봉익동에서 태어났습니다만.. 제 기억속의 첫 장소는 역시 마포구 서강입니다.
유치원 훨씬 이전,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왔을것 같습니다. 대략 3-4살 때쯤일듯 싶습니다.
기억속의 첫번째 집은, 광흥창 역 농협 마트 뒤쪽에 있던 단체 주택이었습니다. 공동 화장실이 있고.. 시멘트 벽으로 만들어지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되어 있던...
지금도 가끔 그 동네를 늘 지나가면서, 옛날엔 진짜 크다고 느꼈는데...라며 되네이곤 합니다.
꿈틀 보면 아시겠지만, 어려서 부터도, 몸쓰고 노는거 엄청 싫어했습니다.몸 보면 딱 티가 나잖아요?
늘 집에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뭘 만들거나 그러고 놀았습니다.
딱지치기? 구슬? 도대체 저게 뭐가 재미있다고... 라며 그냥 혼자 노는 애였습니다.
아버지가 책을 엄청 좋아하셔서, 좁아 터진 집에서도 책만은 많이 있었습니다. 늘 책을 보며 지냈지요.
근데, 뭐 제 동생은 대학에 와서야 다독가가 된걸 보면.. 다 때가 있지 싶어요. 동생은 어릴때 정말 책을 안읽었거든요.
기억속의 첫 책은, 우리집 뒤쪽 친구였던 영구네 (그때도 웃긴 이름이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영구와 땡칠이가 나오면서 진짜 웃긴 이름이 되긴 했죠) 집에 계몽사에서 나온 20여권 전집 중 딱 한권 있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었습니다.
이걸, 빌려다 읽고 또 빌려다 읽고 하는 걸 부모님이 보시더니, 그 동화 전집을 사주셨지요. 그래서 신나게 읽고 또 읽고.. 그러다가, 근처 친척집에 있던 대백과 사전을 매일 보는 걸 보시고는, 대백과 사전을 사주셔서.. 그것도 매일 심심할때 마다 봤던 기억이 납니다.
또, 아버지는 타임라이프에서 나오는 과학 서적의 광 팬이셨던지.. 타임라이프의 모든 책이 집에 다 있었고, 새 전집이 출간되면 출간 되는 족족 사서 집에 비치해 두셨지요.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그 해까지도 늘 타임라이프에서 나온 책을 가까이 두고 읽으셨습니다.
책 좋아하는데, 집에 타임라이프에서 나온 온갖 과학 서적들이 있어서, 글을 읽게 된 이후부터 거의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 책들을 늘 읽었습니다.
당시는 국민학교라 불리우던 시절,
지금 홍대 후문쪽에 있는 서강국민학교에 입학할 당시, 이 아이가 어땠겠습니까.
초딩의 머리에 읽은 책은 상당히 많은, 헛똑똑이 아이였겠지요. 자기가 세상에서 젤 똑똑한줄 잘난 척 엄청나게 해대는 재수없는 아이 아니었겠어요? 그런 상태로 국민학교 고학년까지 쭉 갔습니다.
그런데, 산타가 없다는 걸 국민학교 4-5학년까지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뭔가 좀 언발란스 했던것 같습니다.
1982년, 국민학교 4학년때, 컴퓨터를 처음 만져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빠른 만남이었지요.
집에서 보고 있던 소년동아일보의 하단 지면에 컴퓨터 학원광고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까, 어머니가 너 이거 하고 싶니?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바로 등록을 해주셨습니다.
여의도에서 토요일마나 2시간씩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금성 fc-100이라는 금성 첫 가정용 컴퓨터 모델을 놓고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가 몇주 정도 데리고 가고 데리고 오고 하시다가, 나중엔 저 혼자 버스타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지금도 계속 컴퓨터로 먹고 사는데, 그 인연의 시작이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렇게 쓰니까, 집에서 뭐든 하고 싶은걸 하게 해주는 부잣집 아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가끔 아버지의 CF감독일이 잘 나갈 때는 그랬던 적이 있었던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정말 아주 짧은 시기였어요.
저희 아버지는 조직 밑에서 일을 잘 못하는 분이셨던것 같습니다. 늘 자기 사업을 꿈꾸셨고, 제 기억으로 한 3-4차례 대차게 말아드셨습니다.
쌀을 살 돈이 없다고 아이들 들을까 목소리를 낮춰 다투시는 이야기를 듣고, 동생이랑 돼지 저금통을 깨서 이걸로 쌀 사요 네? 라며 울던 기억도 나고...
집에 도움이 될까 싶어, 어쩌다 동네 공중탕에 가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늘게 남아 있는 비누 조각들을 다 주워다가 뭉쳐서 어머니를 가져다 드렸더니 그걸 보고 우시던 생각이 납니다.
꿈틀을 낳아주신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를 좀더 안할 수 없죠.
양친 두분 모두 미대를 나오셔서 그랬을까요.. 어쨌거나, 자식이 뭘 하고 싶어하건, 가능하면 막지 않고 하게 해주셨습니다.
꿈틀은 국민학교 다닐때도, 오락실 다니는 것도 자유로웠습니다.
딱 한번 오락실갔다 눈물 빠지게 혼난적이 있긴 한데, 그때는 거짓말을 해서 그런거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게임하고 노는것에 대해서 조차 제지하지 않으셨어요.
영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영화보기는 집안의 적극 권장 취미였습니다.
4-5살때였을거같아요. 아버지가 절 극장으로 데려가서 킹콩을 보여주셨지요.
이게 아마 칼라로 찍은 첫 킹콩으로, 킹콩이 비행기 대신 코브라 헬기랑 싸우고, 공룡 대신 거대 뱀과 싸우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킹콩이 뱀을 쪼개서 그 단면에 빨간 피가 뚝뚝 흐르던 장면을 계속 기억하고 있었죠.
또, 스타워즈 개봉 당시, 저건 보여줘야 한다는 이상한 집안 분위기...에 어머니가 제 손을 붙잡고 당시 광화문의 국제극장에 낮에 가서 보고 왔습니다. 전 당시, 저 스크린위로 내가 올라가면, 루크 스카이 워크와 함께 우주를 지키는 모험을 함께 할수 있다고 믿었어요. 다만, 용기가 없어서 스크린 위로 올라갈 수 없었죠.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내가 유아기때 뭘 하고 놀았는가 쓰는 이유입니다.
꿈틀은 어려서 부터, 그림그리고, 책보고, 만들고, 영화를 마음껏 보며, 컴퓨터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꿈틀은 컴퓨터 그래픽일을 하다가, 영화 CG일을 하다가, 게임일도 했다가, 게임도 만들었다가, 요즘은 가상현실 일을 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은 제가 어릴때 놀던 것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엄청 성공한 삶은 아니지만 후회되지도 않습니다. 즐겁고 스팩타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전 아이가 뭘 하고 놀았는가..가 아이가 커서 뭘 해서 먹고 살게 되는지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제 딸래미 정지유의 이름의 유자는 놀 遊자입니다.
전 지유가 마음껏 놀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컸으면 하는 바람에 이름에 遊자를 넣었습니다. 이름에 遊자를 넣겠다는건, 제가 아이가 생겨 이름을 짓는다면 꼭 그러고 싶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께 늘 감사한 마음을, 내가 뭘 하던 늘 믿어주시고, 놀게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제가 결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는데, 그 전에 제가 자유로이 클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지만, 그나마 그 마음은 몇번이고 전할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대략, 이렇게 꿈틀의 아이때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2부는 또 언제 쓰려나요...
아래 사진은 저의 3-4살때 사진입니다. 지유랑 비교해 보시면 재미있을거 같아 올립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68144157C848E046)
첫댓글 덕후부모의 좋은 예!!!
꿈틀은 언제나 저의 좋은 아마!
근데 생각보다 지유가 안닮아서 놀랍네요~
도로시 덕에 그나마 개량이 좀 이루어진거다 라는게 도로시의 주장이죠
성공한 덕후 2세대 ^^
재밌어요 꿈틀. 빨리 다음편 부탁해요~
오오~ 멋진 부모님과 멋진 아들 그리고 예쁜 지유^^
어 정말 생각보다 안 닮았어요. 지유는 아빠의 어린시절보다 현재를 더 닮았군요.
지유에게 다행ㅇ이에요 ㅎㅎ
꿈틀의 여유있는 분위기가 그런 환경속에서 자라와서 그렇군요.
나이가 저랑 별로 차이가 안난다는 사실에 깜놀입니다. 너무 어려보여요.
여유라니용. ㅜㅡㅜ 그런거 없음 ㅜㅡㅜ
지유의 이름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 자식을 믿고 잘 놀수 있게 키워주신 꿈틀의 부모님도 그리고 그렇게 지유를 키우려는 꿈틀과 도로시도 멋져요~~
뒤늦게 정주행합니다.
아련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오~ 이런 사연이..귀기 읽을때도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는~ (이제야 읽는 것에 대한 핑계?)
서강초는 일찍부터 자기 진로를 정하는 아그들(꿈틀의 후배, 유빈이)이 다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