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속으로 겨들어 온 뒤, 두 번째 해 가을 이야기다. 서산자족, 은인자중 이런 거 나에게는 다아 필요 없었다. 안빈낙도의 청빈함에 일단식, 일표음에 만족하고 적응하던 시기 버섯이 존 나리 따고 싶은 기라. 가을을 대표하는 버섯은 송이, 능이, 싸리 등 등등 존 나리 많지만 그날 따라 밤버섯(갈 버섯)이 존나 땡 기는 기라. 어디를 가야 이 밤버섯을 많이 딸 수 있을까, 아이큐가 500인 대가리로 둘 러를 보니 집구석 왼쪽 등마루가 보이는 기라.
아! 그러나 시발에 조 또 아니던가! 그 골짜기는 여우골이라 하여 말들이 존 나리 많았다. 뭐 가끔 필요한 것이 있어 비교적 가까운 산 아래, 춘천 댐 근처, 슈퍼나, 마트, 편의점에 가면 이상한 이야기도 듣고 자기네들 끼리 수근대는 기라. 여우골에서 호랭이를 봤다는 둥, 구미호를 보았다는 둥, 심지어 고래를 보았다는 종자들도 있었다.
호랭이, 구미호를 보았다는 데, 그 곳을 누가 가겠는가! 그라믄 그 곳으로 가믄 버섯을 존 나리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아아아아아.....으하하하하하.... 하며 그 여우골을 타깃으로 삼았다. 절로 기분이 좋았다. 흥에도 겨웠다. 여우 골인지 여시골의 버섯은 이제 다아 ~ 내 것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산행시 챙기지 않던 도시락도 챙기었다. 생수, 마대 이런 것 까지 챙긴 뒤 여우골로 달리고 달리었다.
내 예상이 적중을 하였다. 일단 밤버섯(갈 버섯)이 줄지어 자라고 있었고, 곰버섯에, 싸리버섯 까지..... 나의 인생에 버섯을 이렇게 많이 따 보기는 처음인기라. 기분이 좋아 도시락을 먹으면서 잘 아니 마시던 낮술도 한잔 쭈우우우우욱 하고 들이켰다. 그러나 한잔이 두잔이 되고, 두잔이 세잔이 된 기라. 졸음이 쏟아져 잠시 눈을 붙이고, 마무리 하여 집에 갈 생각을 하였다. 눈을 떠 보니 한치 앞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안개가 자욱히 내려 있는 기라.
더 이상의 버섯 채취는 무리라 생각하여 배낭을 정리해 산을 내려 가려니 어디가 어디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되었다. 오던 길을 어렴풋이 더듬어 내려 오는데,아찔한 순간도 경험 하였다. 올라 올 때 아니 보이던 낭떨어지도 보이고, 커다란 웅덩이에 빠질뻔도 하면서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지만 정말 정말 곤욕이었다. 어느 정도 내려 왔다 싶어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무는 데, 발치에 버섯 부스러기가 보이는 기라. 아 시발~ 환장을 하겠는 기라. 내가 버섯을 따던 그 장소로 다시 와 버린 것이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정말 무엇에 홀리지 않고 서야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 있으면 날도 저물 것이고 호랭이에 여우에 귀신도 정말 만날 것 같았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무조건 계곡을 찾아 아래로만 내려 가야 한다는 상식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더듬더듬 계곡을 찾아 무조건 아래로 내려를 갔다. 날은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얼마를 내려 오니 목탁 소리가 들리는 기라. 절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였지만, 일단은 목탁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를 더 가니 일반 가정집 같은 데, 한 곳은 법당으로 쓰고, 한 곳은 요사체로 쓰는 듯한 암자가 나타났다.
예불을 드리는 것 같아 암자 옆을 흐르는 도랑에서 대충 씻고 평상에 앉으니 좀 살 것 같았다. 잠시 후 예불을 끝내고 법당 문을 열고 나오는 이가 스님인 줄 알았는 데, 승복만 입었지 머리는 깎지 않고 유발인기라. 뭐 박수무당인가 하고, 생각을 하는 데, 나를 보고 흠칫하고 놀라다가 합장을 하며 허리를 숙이는 기라. 나도 합장을 하였다.
혹시 여우골에서 오는 거 아니냐 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다시 한번 놀라는 표정을 짓다가 따라 오라고 하더니 요사체로 나를 안내한다. 이미 날이 어두워 산을 내려 가기는 힘들 것이니, 하룻밤 유하고 가란다. 저녁 공양 준비를 할 테니 씻고 옷을 갈아 입으라며 허름한 옷가지를 내어 준다.
잠시 후 상을 들고 들어 오는 데, 아욱국에 반찬은 온통 산나물 투성이에 오신체는 하나도 아니 들어 간 밥상이라, 그리 막 돼 먹은 암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 하나 하나가 깊은 맛이 있었다. 공양을 마치자 이 분이 곡차 할 줄 아느냐고 묻는 기라. 나는 곡차라 하면 술을 말씀하시는 것이냐고 묻자, 술이 아니라 곡차라는 것이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자 술상인지 곡차상인지를 보아 왔는 데, 안주는 두부구이에 산나물이 전부 인기라. 주전자에 담긴 술을 따라 주길래, 잔을 받고 술을 따라 주었다. 술을 따르자 마자 숨도 안쉬고 들이키고는 캬아아~ 소리를 낸다. 나도 마셔 보았더니 무슨 술인지는 몰라도 입안에서 막 녹는 기분이 드는 기라. 자기가 여기 머무르면서 버섯철이나 봄 산나물철이면 나같은 사람 많이 본다는 거다. 대부분 자정이 넘어 혼이 나간 상태로 들어 오거나, 아침에 나가 보면 마당가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데, 나는 좀 특이 한 경우라는 것이다.
여우골에 들어 갔다가 멀쩡히 나온 사람은 내가 처음이란다. 혹시 여우골에서 무슨 특별한 일 없었느냐고 묻기에 글쎄요! 로 만 대답을 하다가 점심을 먹으면서 고시레 서너번 하고, 술로도 고시레를 했다고 했더니 아마도 그것을 받아 먹은 영가(귀신)들이 심하게 굴지 않고, 고이 보내준 것 같다고 했다.
6.25 동란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 져, 피아간 사상자가 엄청 많이 생기고, 그 원혼들이 여우골을 찾는 사람들에게 골탕을 먹이고 장난을 많이 친다는 것이다. 무엇으로 빚은 술이냐고 묻자, 버럭 언성을 높이며 술이 아니고 곡차란다. 수행자는 술을 아니 마신다나! 속으로 곡차나 술이나 그게 그거지! 하는 데, 속으로 자기를 욕했다는 거다. 나는 뜨끔 했지만, 아니라는 말도 못하겠는 기라.
내가 무어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묻자, 개차반이라고 부르던지 술주정뱅이라고 부르던지 알아서 하란다. 나는 아 씨발~ 이 인간이 벌써 취했나! 아니면 주사가 있나! 속으로 궁시렁 거리는 데, 또 자기를 욕했다며 열불을 낸다. 또 뜨끔했다. 시발~ 독심술을 하나, 타심통을 하나 하고 쫄아 있는 데, 자기는 태고종 전법사란다.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총지종, 뭐 진각종.....등등 불교도 종파가 많다. 왜색불교니 대처니 하면서 청정 비구를 자칭하는 중들이 기존의 전통사찰을 깡패를 동원해 접수한 것이 조계종단이고, 그곳에서 쫓겨 나서 차린 종단이 태고종이다.
조계종이나 다른 종단들도 전법사나 교법사가 있기는 한 데, 사찰이나 암자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 되는 곳은 태고종이다. 곡차인지 술인지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하고 코드가 잘 맞는 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부하러 이 암자에 들어 왔다가 주지 스님이 입적하시고, 이 곳이 좋아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스승이 자기 보고는 삭발을 하지 말고, 유발승으로 남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삭발을 하는 것은 흰두교 방식이고, 불교와는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조계종도 노장사상을 카피한 사이비이지 정통 불교는 아니며, 태고종에 이름은 올려 놓고 있되, 거리는 두라고 했다는 거다. 한국 불교가 흰두교에 많이 오염이 돼 있고, 중국을 거쳐 들어 오면서 짭뽕 잡탕 불교가 되었다며 조사선을 신랄하게 비판을 가한다.
공양주가 해주는 따듯한 밥이나 먹고, 금란가사 걸치고 에헴 한다고 도통을 하고,성불을 하는 것이 아니란다. 진정한 수행자와 부처는 속세에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 가는 사람들 속에 있지 산속에서 혼자 열반을 즐기다 가는 중생의 고혈만 짜내는 산도적이 되기 십상이라고 자기 스승이 그랬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유언처럼 자등명, 법등명 하며 마음속에 절을 짓고 끝없이 참회하고,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의 마음을 일깨워 주고 그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이끌어 주라 했다는 것이다. 스승은 제자가 수행자가 아니라 종교 장사꾼이 되는 걸 염려하고, 원천 차단 시킨 것 같다. 자기가 입적하면 절 간판을 내리고 10년이 지나면 절 간판을 걸라는 유언도 했다고 한다.
날이 밝도록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법사도 내가 지루해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 주며 질문도 하니 신이 난 모양이다. 아침에 나의 집 방향을 알려 준다. 산길을 걸어서 정확히 1시간 30분이 걸리고,고개는 3개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주 놀러 오라며 배웅을 한다.
틈이 나면 술병 아니 곡차를 들고 찾아 가면 아주 반긴다. 며칠 전 석가탄신일이 다가 올 무렵 연등 다는 기둥 세우는 거 도와 주려고, 술병을 메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암자를 찾았다.
"기쁘다! 석가 오셨네! 만중생 맞으라!" 이런 노래를 부르며 마당가로 들어 서자 기가 막힌 듯한 미소를 짓는다. 이어서 하는 말이 왜 남의 종교 노래를 도용해 부르냐는 거다. 그것이 도적질이라는 것이다. 스승님이 살아 계실 때, 미물인 새들도 경계가 없이 남북을 오가고, 타국을 넘나 드는 데, 영장류라는 인간들은 세계를 조각조각 갈라 놓고 금을 그어 놓고 쌈박질로 세월을 죽이니 어느 세월에 이들이 사람이 되느냐고 한탄을 하신 적이 있다는 것이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절에 와서 인사 좀 하면 어떻고, 절에 다니는 사람들이 교회에 가서 예수의 박애사랑을 배우면 어떠냐 하셨다는 것이다. 천지가 개벽을 해도 어려울 것이고 요원한 숙제 아니겠는가! 아무튼 여우골이 버섯이 나를 이 암자로 이끌었으며 스승이며, 벗인 법사를 만나게 해주었다.
틈틈히 농사를 지어 전국의 무료급식소로 보내는 것을 보고, 중년에 이 법사를 만난 것이 내겐 가장 축복이고 행운이라 여겼다. 이 5월도 30분이 남지 않았다. 치열한 6월을 준비해야한다. 카페 모든 이들의 건승을 빈다. 5월 수고많으셨습니다.
근데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