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설설 끓고 있었다
쥔 것을 놓아버리는 속은 넘칠 듯 출렁거렸고
어머니는 자신의 속 같은 암반에 밀가루 반죽을 뭉쳐서
한 마디씩 떼놓았다
불안하던 솥 안이 가라앉았다
말 한마디로 끓었다 가라앉는 건 혼자일 때
곧 넘칠 일이겠지만 위로란
한마디 말이 퍼져 뜨끈해진 눈시울에 있듯
몇 번의 손짓으로 한 상 차려낸 풍경일지 몰라
계절이 끓었다 사드라지는 일을 수차례 겪으면
나도 누군가에게 지난 경험들을 떼어
뜨끈해진 한 사발이 될 수 있을까
사흘 운 년이 열흘은 못 울까
그 말에 부끄러워 그친 울음이
차지고 매끈한 내일은 받들 수 있기를
수 없이 치대고 밟아야 하는 것을
계절이 먼저 알아서
마당의 맨드라미가 검게 씨를 익히고 있었다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2.09.09. -
누군가에게 뜨끈한 한 사발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배고프던 시절 수제비를 끓여주시던 어머니의 그 손길처럼, 온 가족이 둘러앉아 후후 불어가며 먹던 그 허기의 시절을 위로해 주는 그런 한 사발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힘들게, 아니 지금처럼 힘든 삶을 살아도 차지고 매끈한 내일을 위해 몇천 번을 부대끼고 부대껴도 뜨끈한 한 사발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 내일이면 좋겠다. 추석이 지나고 저마다의 사연이 상경하거나 하행하거나 오가는 길목에서, 오늘 못한 것을 내일 할 각오로 차지게 반죽하고 싶다.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