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어보니 2022년 7월에 쓴 詩인데도
마치 이태원 참사 예언詩 같아
섬뜩합니다.
마왕. 2
雲海 김 상 진
허깨비가 추는 춤인 줄 알았다
푸른 달빛으로
흰 교회당 바람벽에 그려놓은
앙상한 가지들은 검은 그림자의 무도회다
휙휙 태기 치는 저 바람 소리
펄럭이는 붉은 망토
마귀할멈도 움츠린 밤은 무서워
아니 낮이라도 무서워
아버지도 무서운 밤
아이는 얼마나 무서울까
보이지 않게 쫓아오는 그림자에 놀라
잡혀갈까 봐 무서워하든 아이는 죽고
아이가 잡혀가는 꿈을 꾸는 아버지는
보이는 저 마왕이 더욱 두렵다
저 골목은 뚫렸을까
이 골목은 막히지 않았을까
쫓기다 쫓기다 막다른 골목이다
높은 빌딩의 그림자가 흐느적거리는
거리로 쏟아져 나와 퇴마의식의 굿판을 벌여도
푸른 대숲에 웅크리고 앉아
변검으로 아이들을 꾀어
숨 막히는 동토의 나라 죽음의 나라로 잡아간다
물러가라 제발 물러가라고 아우성치면
제물로 올려놓은 삶은 소머리가 히죽히죽 웃고
나 잡아보라는 듯
이 구석 저 구석 길러놓은
어린 마왕 무리의 붉은 무도회가 한창이다
아이고 무서워라, 세상이 무서워
아버지가 무서워하고 아이는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아
슬픈 우리의 역사여
안타까운 자화상이여
2022년. 7월 27일
namukun n dry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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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학 독자 마당
마왕.2
김상진
추천 1
조회 25
23.01.02 22:5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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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슈베르트가 좋아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