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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실과(熟實果)에 속하는 정과(正果)는 생과일이나 식물의 뿌리 또는 열매에 꿀을 넣고 조린 것으로 전과(煎果)라고도 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이름난 나무 열매(名菓(명과))와 아름다운 풀 열매(美蓏(미라))를 꿀에 달여서 볶은 것을 ‘정과’라고 한다. 신맛도 없어지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밀전과(蜜煎果)라고 하며 즙까지 낸 것이 수정과이다.” 하였다. 이와 비슷한 서양 음식으로는 과일을 달게 조린 잼, 젤리, 마멀레이드 등이 있다.
정과에 쓰는 과일로는 유자, 모과, 산사(아가위), 살구 등 섬유소가 많거나 단단하고 껍질이 있는 것이 좋고, 뿌리 식물로는 연근, 무, 당근, 인삼, 도라지, 생강, 우엉 등이 알맞다. 박이나 호박을 타서 말린 오가리로도 만든다. 섬유소가 없거나 물이 많은 과일은 좋지 않다. 억세고 단단한 채소도 끓는 물에 한 번 데쳐서 조리면 잘 물러지고 잡냄새가 없어진다.
정과는 꿀을 넣고 오랫동안 서서히 조려 색이 진하고 말갛게 비쳐야 잘 된 것이다. 연근정과는 연한 붉은빛이 돌고, 도라지정과는 노란빛이 돈다. 유리처럼 투명하게 잘 된 정과를 깨끗한 접시에 담아 놓으면 아주 정갈해 보인다. 박이나 오가리를 조릴 때 오미자를 함께 넣으면 붉은색이 나고, 푸른빛을 내려면 청색 식용 색소를 약간 넣는다. 박오가리는 조려서 나뭇잎 모양의 틀로 찍어내서 꽃 모양의 연근이나 당근정과와 함께 담으면 잘 어울린다.
원래는 꿀을 넣고 조렸으나 지금은 맑은 물엿이 값도 싸고 끈기가 있어서 설탕과 섞어 쓰면 좋다. 설탕과 물엿을 반씩 섞고 마지막에 꿀을 넣어 향을 내는 것이 좋다. 설탕만으로 만들면 딱딱하고 버석버석하며 물엿만 넣으면 들러붙는다.
연근과 무는 날로 바로 조리면 색이 검어지므로 데칠 때 식초를 약간 넣어 변색을 막도록 한다. 다 된 정과는 하나씩 떼어 기름을 약간 쳐서 뒤적여 늘어붙지 않게 하며 재료 무게의 50~60% 정도의 당분을 넣는 것이 적당하다. 또 소금 간을 약간 하면 단맛이 더 난다.
궁중의 잔치에는 연근, 생강, 도라지, 청매, 모과, 산사, 산사육, 동과, 배, 두충, 왜감자, 유자, 천문동으로 만든 정과를 차렸고, 중국에서 들여온 건과로 만드는 당행인, 고현, 건포도, 이포, 피자 정과와 당속정과 20여 가지가 있다. 옛 음식책에는 앞에 나온 정과 외에 들쭉, 호두, 순(蓴), 인삼, 무, 생강, 청행, 도행, 죽순, 송이, 복숭아 정과 등이 나온다.
연근정과는 제대로 만들면 검붉은 호박색이 나고 문양이 독특하다. 『윤씨음식법』에 나오는 ‘연근정과’는 “해묵은 굵은 연근을 칼로 겉껍질을 긁어내고 침척(바느질자)으로 한 푼 두께쯤 어슷하게 저며서 살짝 데쳐 씻은 다음 생강을 저며 넣고 꿀에 기름 한 술을 쳐 검붉은 색이 나도록 오래 약한 불로 끓인다. 건지를 건져 꿀을 타되 즙이 끈끈해야 한다”고 하였다.
생강정과는 예전부터 젖은 정과를 만들었지만 요즘에는 조리다가 설탕을 뿌려서 말린 편강이 많다. 1500년대의 『음식보』에서는 “생강을 껍질을 벗기고 갈라 잠깐 데쳐서 청밀을 넣고 노고(노구솥)에 담아 아침부터 낮까지 달여 항아리에 넣되, 꿀을 고루 끼얹는다”고 하였다.
푸른 빛깔의 매화나무 열매로 만드는 청매정과는, 『시의전서』에서는 단지 청매에 꿀을 타서 조린다고 한 데 비해 『조선요리제법』에서는 “냄비에 물을 붓고 설탕을 넣어 한참 끓이면 물엿같이 조청 형상이 된다. 이 때 청매를 넣고 묻혀 곁들여 놓는다”고 하였다. 또 1950년에 나온 『우리 음식』에서는 “청매정과는 흔히 중국 상점에서 파는 것이 좋다. 매실이 흔하지 않을뿐더러 신맛이 많은 것을 잘 다루지 못하여 아직까지 집에서 만드는 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유감이다.” 하였으니 그리 잘 만들지는 못한 정과인 듯하다.
모과(木瓜)정과는 모과를 얇게 저며 조리거나 무르게 삶아서 걸러 만든다.
산사는 산에서 나는 아가위 열매인데 『윤씨음식법』, 『규합총서』, 『시의전서』 등에서는 ‘산사쪽정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좋은 산사의 꼭지와 꼬리를 얕게 베고 깨끗이 다듬어 씨를 뺀다. 새옹(놋쇠로 만든 작은솥)에 산사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살짝 데쳐 물을 따라내고 백청을 부어 두면 겨울을 지나 봄까지 두어도 색과 맛이 변하지 않는다. 물에 삶을 때 오래 두면 빛이 안 좋아지며 이것을 수정과로 쓰려면 꿀물을 붓는다”고 하여 정과만이 아니고 수정과 건지로도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행인이란 살구씨의 알맹이를 말하며, 당행인은 중국에서 수입한 행인을 말하는 듯하다. 『조선요리제법』의 ‘행인정과’는 “살구씨를 뜨거운 물에 넣어서 속껍질을 벗겨 놓고, 물 한 홉과 설탕을 넣어 끓이는데, 젓지 말고 가만히 끓이다가 숟가락으로 떠 보아 조금 끈끈하게 엉기면 행인을 넣어서 묻혀 꺼낸다”고 하였다.
고현(苽莧)도 당행인이나 건포도와 같이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고현의 고(苽)는 산국이나 줄을 뜻하고, 현(莧)은 비름이나 자리공인 상륙(商陸)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진찬의궤』에 고현과 고현당이 나오는데 ‘한 근’이라는 분량만이 적혀 있다.
건포도정과는 1940년대 이후의 음식책에 나온다. 『우리 음식』에는 “건포도에 설탕, 물을 약간 넣고 끓여 만든다. 담을 때는 위에 놓는다”고 하였고,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서는 “건포도를 솔잎에 하나씩 꿰어 가지고 한 묶음씩 보기 좋게 잡아매어 꿀물이나 조청을 묻혀서 송실(松實)과 곁들여 놓는다”고 하였다.
천문동(天門冬)과 백문동(白門冬)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방에서는 뿌리를 약재로 쓰며, 두 가지 모두 정과를 만들 수 있다. 『규합총서』의 ‘천문동정과’는 “천문동을 담가 불으면 풀잎같이 저며 살짝 데쳐서 꿀을 넣고 숯불에다 조리면 명패(明貝) 같다”고 하였다.
동과정과(冬瓜正果)는 동아로 만든 정과를 말하는데 『규합총서』에서는 ‘익힌 동과전과’라 하여 “어린 동과 털을 긁어 알맞게 가로 썰되, 두께를 바느질 자 한 푼쯤 되게 한다. 불 꺼진 재를 물에 타고 동과를 담고 막대로 종일 부지런히 저으면 동과 조각이 물 속에서 흔들리고 부딪혀 반반해진다. 꿀물에 데쳐 잿물을 토하면 꿀을 붓는다”고 하였다. 『윤씨음식법』에서는 ‘동화정과’라고 하였다.
배생과(生梨正果(생이정과))는 『시의전서』에만 소개되어 있다. “배를 도톰하게 저며 꿀에 조린다”고 하였다.
두충(杜冲)은 두충과의 낙엽 교목으로 한방에서 말린 껍질을 강장제로 썼으며 궁중에서만 사용했다. 두충정과는 옛 음식책에는 나오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두충을 불려서 꿀에 조린 것으로 생각된다.
왜감자정과(倭柑子正果)는 귤로 만든 정과인 듯한데 비슷한 것으로 『윤씨음식법』의 ‘유감정과’가 있다. 『규합총서』의 ‘왜감자정과’는 “왜감자는 유감을 말하는 것으로 알 맛은 감자 같고, 껍질은 유자 같다. 껍질을 벗겨 유자 껍질 썰듯 하고 알은 상처가 나지 않게 곱게 벗긴다. 껍질을 삶아 옆옆이 놓고 꿀을 녹여 붓는다”고 하였고, 『시의전서』의 ‘감자(柑子)정과’는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속의 흰 허물을 다 벗겨서 제물(祭物)에는 씨 없이 가로 썰고, 보통 먹는 것은 쪽으로 내어 허물을 벗겨 백청을 부어 만든다”고 하였다.
유자로 만든 유자정과는 “유자 겉껍질을 얇게 베어 벗겨 내고 속이 상하지 않게 겉으로 네 쪽으로 금을 내어 흰 껍질을 벗긴다. 넓고 얇게 빗어 내면 누른 것 반, 흰 것 반이 되는데 살짝 데치거나 더운물에 주물러 빨고 유자 속은 속속이 떼어 흰 허물을 벗겨 냉수에 헹군다. 빛 고운 백청을 녹여 잠깐 재워 두어 꿀을 머금으면서 물이 나오면 옆옆이 담는다”고 『윤씨음식법』에 소개되어 있다. 『시의전서』에서는 “유자는 네 쪽을 내서 껍질을 얇게 벗겨 흰 속을 약간만 저미고 얇고 납작납작하게 저며 살짝 데쳐 백청을 녹여 붓고, 알맹이는 쪽쪽이 떼어 만든다”고 하였다.
피자정과(皮子正果)는 1719년의 궁중 잔치에만 올랐는데 재료로 백대구 어피(魚皮) 20마리, 백청 5홉, 녹말 1되 5홉, 오미자 5홉의 네 가지가 쓰였다. 음식책에는 나오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궁중에서는 대구 껍질을 불려서 잘라 오미자 즙에 꿀을 넣고 조리다가 녹말을 넣어 굳힌 것으로 보인다.
식물의 뿌리 또는 열매를 꿀에 넣고 조린 것으로 전과(煎果)라고도 한다.
재료(8인분)
통도라지(다듬은 것) 200g, 꿀 2큰술
(가) 물 2컵, 소금 ½작은술
(나) 설탕 100g, 소금 ½작은술, 물 3컵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통도라지는 4cm 길이로 토막 내고 굵은 것은 반으로 갈라서 (가)의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쳐서 찬물에 헹구어 건진다.
2. 데친 도라지를 냄비에 담고 (나)의 설탕, 소금, 물을 한데 넣어 센불에 올리고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뚜껑을 열고 서서히 조리며 도중에 위의 거품을 말끔히 걷어 낸다.
3. 설탕물이 거의 졸아들면 꿀을 넣어 위아래를 잘 섞고 잠시 더 윤기가 나도록 조린다.
4. 충분히 조려지면 굵은 체나 망에 하나씩 건져서 떼어 놓아 식혀서 그릇에 담는다.
재료(8인분)
생강(껍질 벗긴 것) 200g
(가) 물 1½컵, 소금 ½작은술
(나) 설탕 100g, 물 2컵, 꿀 2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생강은 큰 것으로 골라서 얇게 저며 (가)의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서 찬물에 헹구어 건진다.
2. 데친 생강을 냄비에 담고 (나)의 설탕, 물을 한데 넣어 센불에 올리고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뚜껑을 열고 서서히 조리며, 도중에 위의 거품을 말끔히 걷어 낸다.
3. 설탕물이 거의 졸아들면 꿀을 넣어 위아래를 잘 섞고 잠시 더 윤기가 나도록 조린다.
4. 충분히 조려지면 굵은 체나 망에 하나씩 건져서 떼어 놓아 식혀서 그릇에 담는다.
재료(8인분)
유자(설탕에 재운 것) 100g
(가) 설탕 2큰술, 물 2큰술, 꿀 2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유자는 많이 나는 철에 껍질만 설탕에 차곡차곡 재워 두었다가 쓴다.
2. 설탕에 절였던 유자를 건져서 1cm 폭으로 저며 썬다.
3. 유자 썬 것을 냄비에 담고 (가)의 설탕, 물을 한데 넣어 센불에 올려서 잠시 끓이다가 불을 줄여 꿀을 넣고 위아래를 섞으면서 잠시 더 윤기가 나도록 조린다.
4. 충분히 조려지면 굵은 체나 망에 하나씩 건져서 떼어 놓아 식혀서 그릇에 담는다.
재료(8인분)
인삼(다듬은 것) 200g
(가) 물 1½컵, 소금 약간
(나) 설탕 100g, 물 2컵, 꿀 2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인삼은 되도록 큰 것으로 골라서 가는 뿌리는 떼어 내고 4cm 정도로 토막을 낸다.
굵은 것은 저며서 (가)의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서 찬물에 헹구어 건진다.
2. 데친 인삼을 냄비에 담고 (나)의 설탕, 물을 한데 넣어 센불에 올리고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뚜껑을 열고 서서히 조리며 도중에 위의 거품을 말끔히 걷어 낸다.
3. 설탕물이 거의 졸아들면 꿀을 넣어 위아래를 잘 섞고 잠시 더 윤기가 나도록 조린다.
4. 충분히 조려지면 굵은 체나 망에 하나씩 건져서 떼어 놓아 식혀서 그릇에 담는다.
재료(8인분)
연근 200g
(가) 물 2컵, 식초 1큰술
(나) 설탕 100g, 소금 ½작은술, 물 3컵, 꿀 2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연근은 굵기가 가는 것으로 골라서 껍질을 벗기고 0.7cm로 얇게 저며서 (가)의 끓는 물에 식초를 넣고 살짝 데쳐서 찬물에 헹구어 건진다.
2. 데친 연근을 냄비에 담고 (나)의 설탕, 소금, 물을 한데 넣어 센불에 올리고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뚜껑을 열고 서서히 조리며 도중에 위의 거품을 말끔히 걷어 낸다.
3. 설탕물이 거의 졸아들면 꿀을 넣고 위아래를 섞으면서 잠시 더 윤기가 나도록 조린다.
4. 충분히 조려지면 굵은 체나 망에 하나씩 건져서 떼어 놓아 식혀서 그릇에 담는다.
한방에서는 동아가 독성이 없으며 폐, 위, 대장에 이롭고 이뇨 작용이나 노폐물 제거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재료(대 1개분)
동아(대) 1개(약 4kg), 사홧가루 200~250g, 물엿 3kg, 물 약 3컵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동아는 서리를 맞아 뽀얗게 흰 가루가 핀 것으로 골라 사방 5cm 크기로 썰어 껍질을 벗긴다.
2. 동아 토막을 조개 태운 재인 사홧가루에 굴려서 표면에 고루 묻혀 옹기나 항아리에 담아서 만 하루 정도 재워 둔다.
3. 재가 묻은 동아를 말끔히 씻어 낸 다음 맑은 물에 세 시간씩 다섯 차례 물을 바꾸어 우리거나 쌀뜨물에 하루 종일 담가 두어 우린다.
4. 물에 우린 동아를 두껍고 큼직한 냄비에 차곡차곡 담고 분량의 물엿을 동아의 높이만큼 붓고 끓인다.
5. 물엿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여서 3~4시간 서서히 조린다.
불을 세게 하여 조리면 마치 강정처럼 부풀었다가 푹 꺼져서 실패한다.
6. 동아가 멍울이 없어지면서 전체적으로 투명한 붉은색이 될 때까지 조린다.
식혀서 작은 단지에 담아 놓고 먹을 때 건져서 납작납작하게 썰어서 그릇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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