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자동통역기의 원년이라면 10년 뒤쯤 미래엔 통역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까. 대부분의 전문가는 2020년대가 되면 자동통역기술이 전성기를 이룰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미국의 IT 분야 전문 리서치 회사인 가트너(www.gartner.com)는 5년 전인 2006년 “자동통역은 현재 발아기 단계이지만, 5~10년 후 주류기술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빌 할랄 교수는 2017년에는 실시간 처리 능력을 가진 자동 통역기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특정기술의 현실화를 예측하고 미래 시장 규모를 추정하는 테크캐스트(www.techcast.org)로 유명한 미래학자다.
일본의 UFJ종합연구소는 2006년 보고서에서 2020년 전 세계 자동통역 시장규모를 약 10조원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 교육과학기술부도 2007년 과학예측조사 등을 바탕으로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2030년께면 만국어 번역기가 언어의 장벽을 허문 지 오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통역 기술은 우선 전 세계 여행자들을 위한 다국적 안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을 제외한 대다수의 자동통역기들이 이 방향으로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역의 대상을 특정 목적으로 좁힐수록 기술의 완성도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엔 국제회의와 일반 대화 등에 이르기까지 자동통역의 범위와 수준이 진화해 나갈 것이다. 자동통역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세계 모든 사람이 언어의 장벽을 느끼지 못하고 자유자재로 대화하는 데 있다. 이쯤 되면 통역기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성별·감정·억양이나 사투리의 장벽까지도 허물어버릴 것이다.
자동통역 기술이 일반화되면 외국어를 배울 필요는 없을까. 번역가나 동시통역사는 어떻게 될까. 영국의 통역기기 연구 전문가인 존 허친스는 미래엔 한 사람이 3~4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다언어 인간 시대가 될 것으로 추측한다. 한 나라 언어만 구사해서는 다양한 기술이나 서비스에 적응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모국어 외에 영어를 기본적으로 배우고 다른 언어들은 대부분 통역기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때쯤이 되면 통역사의 역할도 크게 축소된다. 통·번역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만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내가 만난 외국의 많은 미래학자는 2~3년 내로 통역사들의 일자리가 절반 이상 소멸하며 2020년에는 거의 존재가 미미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