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野 특검법 처리 10분만에 “거부권 행사” 예고
“특별감찰관-제2 부속실 검토 안해”
與내부선 “총선 구도 어그러질수도”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다.”
대통령실은 28일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지 10분 만에 브리핑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3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숙고 기간 없이 즉각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것은 처음이다.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4시 4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즉각 거부권 행사 방침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3월 23일 본회의에서 통과한 지 12일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제정안의 경우 19일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노란봉투법, 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은 22일 만이었다. “세 차례 모두 각계 여론을 먼저 수렴하겠다”는 입장부터 냈고 거부권 행사 당일에야 방침을 공식화했다. 쌍특검에 대한 즉각적 거부권 행사 방침 발표는 “총선을 겨냥한 악법에 불과한 만큼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격앙된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즉각 거부권 행사를 천명한 만큼 윤 대통령은 법률안이 법제처에 이송돼 정부로 넘어오면 국무회의를 열어 내달 초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15일 이내에 국회로 법률안을 돌려보낼 수 있다. 앞선 세 차례의 거부권 행사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데는 8일가량 걸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이나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부활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련 대응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나머지 필요한 메시지는 추가로 검토해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강경 기류에도 불구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야당의 프레임에 휘말려 내년 총선 구도 자체가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일각에서 묻어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을 ‘특검 반대’라는 민주당 프레임에 말려 치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특검 반대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독소조항 제거 후 특검”이라는 카드가 대안일 수도 있다는 분위기 속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론을 기대하는 기류도 있다.
이날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거부권 행사 방침에 대해 공식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내 법안 대응은 원내대표가 총괄한다”고 했다. 여권 일각이 ‘김건희 특검’ 대응에서 대통령실과 입장을 차별화할지를 당정관계 변화의 시금석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위원장의 부담을 덜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주영 기자, 조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