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11시...갑자기 남편이 여행을 가잔다.
감기가 나에게 마지막 미련을 떨칠려구 하는 중이라 그러자고 했다.
순천의 선암사가 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 가까이에 있는 휴양림을 알아보니 낙안읍성 민속자연휴양림이 2004년에 새로 개장을 한거 같았다.
당일은 온라인 예약이 안되어서 전화로 예약을 하고 어제 빌려온 비디오를 보았다.
안보고 갖다주면 본전 생각날거니까....^^
재밌었다. 제목이 <완벽한 그녀에게 한가지 빠진것은>이었지 아마.
재미도 있고 생각도 하게 하는 꽤 괜찮은 영화였던거 같다.
남편이 3시에 오니까 그전에 여행짐을 꾸려야했다.
아이들 옷을 챙기고 세면도구를 챙기는데 남편이 왔다. 2시 30분.
에궁. 이제 혼났다. 준비가 거의 안되어 있었거든.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화를 마구 낸다.
자긴 일부러 일찍 출발하려구 일찍 왔는데 난 천하태평이라면서 투덜투덜.....^^
어쩌겠어. 난 원래 태평인것을~
어쨋든 부리나케 마저 준비해서 3시에 집을 나섰는데 아무래도 병원엘 한번 더 가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남편의 눈흘김을 무시하고 큰애랑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국가서 약처방 받고 남해 고속도로로 출발~~~
신난다. 내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차가 밀리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간만에 신나게 달려본다.
그동안 감기때문에 드라이브도 못하고 외출도 거의 못했었는데 체증이 내려가는 듯하다.
3시간만에 낙안읍성에 도착해서 휴양림에 짐을 풀었다.
모든게 깨끗하고 괜찮은거 같다.
관리소에서 미리 보일러를 가동시켜놔서 방이 훈훈해서 좋았다.
겨울산속에서 하루밤 보내는 것 얼마나 좋은지 아는 사람만이 알것이다.
삼겹살을 구워먹고 찰밥에 김치찌개를 끓여먹으면서 편안한 밤을 맞이했다.
언제부턴가 술이 나를 거부하는지 내가 술을 거부하는지 먹기가 싫다.
남편이 따라주는 복분자주 한잔만 꾸역꾸역 먹고 술잔을 치우는 내가 남편은 아마 미웠을거 같다.
하지만 안받아주는걸 어찌하겠는가.....^^
조용한 겨울산속에서 잠이 들고 아침에 눈이 뜨니 큰애가 이미 깨서 눈이 말똥말똥하다.
이어 작은애가 일어나고 간밤에 술을 많이 먹은 남편이 제일 늦게 일어났다.
뜨거운 물로 모두 샤워하고 맛있게 아침밥을 먹으니 꿀맛이다.
보이차 한잔으로 속을 데워주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 조계산 선암사로 향했다.
어제는 보지 못했던 댐이 휴양림 근처에서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맑은 물에 비친 햇살이 평화로움을 더하는듯했다.
낙안민속마을은 그야말고 평화롭고 소담함 그 자체였던거 같다.
낙안온천이 그새 새로이 생겨 있었다. 4~5년전에 없었던거 같은데.......
선암사 주차장에 이르니 벌써 만원이다.
아마도 조계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대부분이지 싶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등산로고 송광사로 가는 중간지점에 보리밥집이 유명한걸로 안다.
우리도 오늘의 목적은 그 보리밥집에서 점심을 하는것이었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차가웠고 3살짜리 작은 아이가 너무 버거워하는 바람에 결국 선암사의 겨울 정취만 느끼고 돌아가기로 계획을 바꾸고야 말았다.
선암사는 여전히 처음 느낌 그대로였다.
보물 140호인 승선교의 신비함도 계곡의 맑은 물도 선암사 입구의 연못도 그 옆의 전통찻집도 모두 그대로였다.
특히 선암사로 오르는 평탄한 산책길은 몇번을 가도 정겹다.
선암사로 들어서니 전에 기와 불사하던 대웅전이 공사를 끝내고 소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적은돈을 공양하고 몇번인지는 모르지만 간만에 절을 올렸다.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법당안은 많이 추웠다.^^ 겨울은 겨울인가보다.
대웅전 뒤로 계단을 올라서니 팔각정자형태의 법당이 있었다.
원통전(관음전) 이었던거 같다.
호암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그모습을 그대로 그려서 모신 곳이라 전해진다.
아들을 갖지 못했던 정조가 여기서 기도하고 아들을 얻어서 현판을 하사했던 곳이기도하다.
현판이름은 잊어먹었다. 머리가....문제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부처님께 절을 하고 돌아나오는길에 빠지지 않고 뒷간을 들렀다.
선암사의 명물이기도 하지 아마....
여기 해우소는 언제 가도 아슬아슬하면서도 깨끗하다.
여길 들어갔다 나오면 마음속의 번뇌와 더러운것들을 모두 버리고 나오는 기분이 든다.^^
상쾌한 기분으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길에 작은 아이가 자서 남편이랑 번갈아가며 아이를 안고 업었다.
순천으로 향하는길에 상사호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였다.
일전에 아젤리아 모텔까지는 숙박때문에 가본적이 있었지만 계속 직진하기는 첨이다.
나의 강력한 요구로 상사호로 가는데.............와우.....거의 환상적이다.
가평도 양평다 안가봤지만 거기가 여기만 할까 할정도로 멋지다.
군데 군데 멋진 음식점들도 보이고 전원주택들도 많이 보인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하얀 집짓고 살면 참 좋겠다 싶다.
그들이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드라이브를 즐겼다.
전망 좋은 곳에서 잠시 차에서 내려 사진도 찍어본다.
정말 좋다....................난 이런맛에 여행을 즐긴다.
순천가까이에 벽오동이라는 보리밥집이 있었다.
주차장에 차가 무지 많아서 들어가보니 줄서서 차례 기다려 밥을 먹어야했다.
제법 기다려 먹은 보리밥 ! 정말 맛있었다.
반찬가지수도 많고 맛도 있고. 후식으로 수정과도 주고.
그런데도 가격은 1인분에 5000원.
최고다. 다음에 한번더 오고 싶은곳으로 머리에 심어뒀다.
막힐까봐 걱정이 되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밀리지 않고 소통이 원할했다.
아마 겨울이라 나들이를 많이 안했나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진영가까이 오니 온천지가 하얗다.
눈이 엄청 많이 온거 같았다.
장유 휴게소에 오니 온통 바닥이 눈때문에 얼어있었다.^^
눈내린 하얀 겨울을 보러 전라도 쪽을 갔는데 거기서는 보지 못하고 부산으로 돌아오니 하얀겨울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참 재밌는 세상이야.
부산에 올해들어 이렇게 함박눈이 내린게 두번째인데 하늘이 착각을 하고 있는건가?
아님 부산사람들의 눈에 대한 갈증을 하늘이 해소해주기로 맘먹은것일까?
여하튼 즐거운 여행의 뒤안길에 또하나의 기쁨이다.
이번 주말 여행은 간만에 느껴보는 평화로움과 즐거움이었던거 같다.
이번겨울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겨울로 남을거 같다.
사랑향기의 1월 여행기 였습니다.
읽으시느라 지루하시지는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님들의 여행기도 한번씩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시간 엮어가세요.
사랑향기 씀.
첫댓글 여행기 즐감했습니다 여기서도 그려지는군요 언재기회되면 연산도 아들과 남긴 추억에 수렵기 함 올려볼께요 워낙 글솜씨가업어 걱정이지만 ㅎㅎㅎㅎ.
사랑향기님 즐건 여행 하셨군요 그리고 논문쓰듯 멋지게 작가같이 쓰셨습니다 지금은 감기 나으셨는지요
와우~~~~ㅎㅎ 가슴 벅차 글 한개도 안빼먹고 다 읽었어요 부럽네요
무척이나~즐거운 여행 되셨군요~아이고 부러버라~
어느 여행기나 여행기 자체는 언제나 신선하고 흥미롭지요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도 좋은 곳을 택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암사의 해우소에 대한 부분이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알뜰하고 화목한 사랑향기님의 가정을 보는 듯 눈에 선 합니다 이왕이면 그 가까운 송광사 까지 다녀 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 만 .....
조금은 남겨 둬 야지 다음에 다시 찾을 수 있겠지요 서울에서 무박 산행으로 선암사를 거쳐 조계산을 넘어 송광사 쪽으로 하산한 적이 있었지요 선암사는 너무 이른 새벽이라서 구경을 잘 못 했었는데 사랑향기님 덕분에 다시 구경을 한 듯 합니다 우리나라 구석 구석 좋은 곳이 많이 있습니다
두루 두루 구경 하시면서 그 곳의 독특한 생활 습관을 보면서 또 향토의 맛있는 음식등을 먹어 보는 즐거움 또한 삶의 활력소가 되겠지요 을유년 새해 첫달의 즐겁고 보람된 여행 축하 드리며 부러운 마음으로 잘 보고 갑니다 다음 후속편을 기대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향기님의 그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것처럼 상세히 조목조목 잘 살펴 주시네요 ~` 부럽습니다 ㅎㅎ 보람있으시고 행복한 시간 언제나 영위하시길...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해요...^^ 내심 길어서 걱정했어요..ㅎㅎㅎ 아마 귀찮아서 안읽으신분도 있을거에요.^^ 또바기님 송광사는 12월에 가봤었네요..송광사로 가는길도 운치가 있고 절 자체의 풍광이 아주 멋진 곳이었던거 같아요. 아주 작은 법당도 본거 같아요...선운사에서 송광사로 이르는 산행을 꼭해볼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