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조계사 봉축법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메세지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서 정각을 이루신 후 첫 번째 계율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했습니다" "그 가르침이 지금 우리 사회에 경종을 주고 제일 큰 가치로 지켜내라는 경각심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국가정책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며 오랜 세월동안 묵인하고 쌓아왔던 잘못된 관행과 민관 유착, 공직사회의 문제 등을 바로 잡고,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아서 바르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고자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기심을 위해 정의를 등지지 말라'고 하셨던 부처님 말씀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부조리
적폐를 바로잡고 올바른 정의를 세워나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조계사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박대통령의 발언입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 메세지를 유가족에 대한 사과라고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별도의 대국민 사과는 이날의 메세지로 갈음 할 모양입니다. 혹은 국민들의 반향을 살피며 추후 대응을 모색
하고 있겠지요.
여러분들은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대통령의 대국민 호소 겸 사과 발언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물론 한두번의 사과나 위로 발언으로 유가족들 나아가서는 모든 국민들이 받은 상처가 치유될 수는 없겠지요.
대통령의 말처럼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인재는 '적폐' 즉 오랜 세월동안 쌓여져왔던 폐단이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는 것 역시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또 국민들은 이 약속이 철저하고 빠르게 지켜
지도록 요구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준 무책임한 행동들" 이라고 언급한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제 묻겠습니다.그 불의를
묵인해준 주체들로부터 과연 박근혜 대통령 당신은 진정 자유로우십니까?
당신은 여전히 관조적인 유체이탈 화법으로 "물욕에 눈이 어두워 불의를 묵인해준 자들"을 엄벌하고 내가
적폐를 바로잡겠다며 공언하지만,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설치되었던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시장논리의
영역으로 바꿔내라고 독촉해왔던 천민자본주의적 가치 철학을 강요해 온 그 당사자입니다.
바로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3월 20일 청와대에서 장장 4시간에 걸쳐 직접 '규제 개혁 끝장 토론'을 주재하더니 각종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비난했죠. 심지어는 각종 규제를 "도둑질", "죄악"이라고 지칭하며, 정부 각 부처가
규제 철폐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며 실적이 없는 부서는 댓가를 치루게 하겠다고 협박해대지 않았습니까?
그 끝장토론에서 대통령님은 52건의 규제를 상세하게 언급하며 그중 41건을 올해 안에 철폐하겠다고 선언
했죠. 그러자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들까지 나서 '규제 개혁 추진단'을 만드는 호들갑을 떨었고요.
그래서 저는 그 41건의 규제들이 대체 얼마나 극악스러운 것들이길래 '암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 '도둑질'
'죄악'이라 칭해지는지 궁금해서 자료들을 찾아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랍쇼 이게 왠일? 찾아봤더니 사실 그것은 '쳐부숴야 할 원수'같이 완화하거나 철폐할 부분들이
아니라.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며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하고 감시를
해야 할 부분들이더군요.
맨 처음 눈에 띄는 것이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과 원격의료 허용, 의료기기 규제 완화 등의 규제 철폐
였습니다. 이거 의료 민영화 계속 하겠다는 것이지요?
경복궁 옆에 7성급 호텔 건설을 추진해 온 대한항공의 숙원을 풀어주기 위한 '학교 주변 호텔 건설 허용'
건설 마피아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 GS칼텍스, 한화케미칼, 여천NCC 같은
정유 화학회사들이 요구해 온 '여수산업단지 공장 증설 허용' 심지어 '불산 누출 사고'등 최근 빈번하게
발생한 사고를 방지하려고 만든 '화학물질 등록 평가법'과 '화학물질관리법'에 대한 규제 완화도 들어가
있더군요. 화학건설 기업들의 비용절감을 줄여 주기 위해서라면 구미 불산 누출사고 같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비탄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이미 10여년전에 수명이 다해버린 월성 원자력의
재가동을 또 10년 연장 승인해버린 것은 누구의 의지입니까?
'비정상의 정상화'와 '규제완화'라는 미명을 양손에 들고 대선때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는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버리고, '규제 철폐→기업 투자 확대→경제 성장→낙수 효과, 일자리 증대'라는
신자유주의적 신념에 따라 노동자 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재벌기업 살려주기 프로젝트를 강요해온
천박한 속물자본주의적 가치철학의 현재적 근원이 바로 당신이라는 말입니다.
그래도 대통령님 당신은 홀로 독야청청하고 모든 부패와 비리와 무능력은 지난 정권들에서 만들어 낸
'적폐'들 입니까? 여전히 주어가 빠져있습니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준 무책임한 행동
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습니다" 까지는 공감하는데, 그 뒤에 꼭 들어가있어야 할 주어가
생략되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대통령님 당신이라면 그 뒷 문장은 이렇게 이어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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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준 무책임한 행동
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세월호 참사로 소중하고 아까운 수백명의 생명을
잃는 댓가로 치루고서야 국민들의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기업 이윤과 맞바꾸려 한 저와,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 크게 잘못되고 있었으며 올바른 가치가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무능한 대통령입니다.
(중략)
그 어떤 이윤이나 이익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 비교될 수 없으며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규제는 오히려
더 강화함으로서 국민들의 안전을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중략)
새롭게 태어나는 마음으로 국민여러분들께 드린 오늘의 이 약속이 아직도 미덥지 못하시다면 국민 여러분
들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재신임 절차라도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겠습니다.
최소한 이정도의 진정성은 보여주는 대통령을 저는 원합니다. 이제 그만 가증스러운 악어의 눈물은 거두어
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