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딸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다니러 간 적이있다.
비행기 타고 14시간, 김포공항서 전주행 버스로 4시간여
전주서 집까지는 직행버스, 시내버스 해서 2시간 반,
여기저기서 기다린 시간까지하면 만 하루가 더 지난후에야 고향집에 도착할수가 있었다.
반가이 맞으시는 부모님께 오랫만에 절하려는 나에게는 됐다고 그만두라고 하시면서 손녀딸의 절만은 흐뭇하게 받으신다.
먼동이 터올 무렵에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자더라도 밥은 먹고 자야 한다고 어머니는 성화시지만, 눈도 떠지지가 않는데 밥맛이 있을리가 없다.
시차때문에 아직도 헤메는 나에게 딸아이는 답답한지 자꾸 나가자고 조른다.
점심도 한참 지난무렵, 아이손을 잡고 동네 마실을 나섰다.
시정옆에 서 있는 애향비를 딸아이에게 읽어주며 할아버지 글 임을 거듭 강조했다.
논길 밭길지나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 묘에 성묘하고, 두루돌아 내가 전에 다니던 교회와 초등학교를 둘러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추밭에서 고추따시는 어머니와 큰어머니를 보고 반기는 딸아이, 저도 한다고 고추밭에 들어서는데 매웁다고 어머니는 한사코 우리를 쫓으신다.
집 모퉁이를 돌아오는데 새삼 발견한듯 딸아이가 놀래며 하는말,"엄마, 진짜 이쁜 꽃이다. 나 한개만 가져도 돼?"
담장 가득 호박잎 사이로 몇개 보이는 호박꽃,
내눈에도 이뻐보였다.
화초 좋아하시는 두분께서 마당 가득히 가꾸어논 꽃들이 있었고 두시간여 동네를 다니며 온갖 야생화를 보았겠거늘 내 아이는 담벼락에 핀 호박꽃이 제일 마음에 들었나보다.
지금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딸아이를 생각할때 남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호박꽃이 너무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