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이 깼다.
어라~~
춥네 발이 시리다.
연일 연야 계속되는 열대야에 놀란 중생이 문 활짝 열어놓고 이불도 덥지 않고 잤더니
새벽에 한기를 느끼는 모양이다.
새삼스럽게 홑이불 꺼내 덥고 다시 잠을 청한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처서였네
더위(暑)를 처분(處分) 한다고 해서 처서라는 말도 있다는데 ~~~
열대야가 끝난 모양이구나 열대야가 가면 여름도 따라갈테지
여름이 가면 우주에는 공백이 없으니 뒤따라 가을이 오겠지
여름과 가을이 겹치는 부분
늦여름이기도 하고 초가을이기도 하고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는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다.
처서 / 허형만
날벌레 낮게 낮게 난다
순식간에 날이 흐리고
앞산 중턱 소나무
검은 구름에 갇혔다
푸드덕, 지상의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는 소리가
세찬 바람을 동반하기 시작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짧아졌구나
천상의 모든 생명들이
서둘러 흙으로 돌아오고 있구나